태그 '기술과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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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여왕을 쫓는 대신 풀 냄새를 느껴라

인공지능 시대 느릿함을 추구해야 할 이유

루이스 캐럴의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서 앨리스는 붉은 여왕과 함께 전속력으로 달린다. 그런데 주변은 조금도 변하지 않는다. 나아가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이상하다고 느낀 앨리스에게 여왕은 이렇게 말한다. “여기서는 그냥 달려야 같은 자리, 더 나아가려면 아주 힘껏 달려야 해.” 우리가 사는 지금의 시간이 꼭 그렇다. 열심히 달렸는데 왜 나는 늘 제자리 같지? AI는 날마다 업데이트되고, 학생들의 향유 감각은 그보다 더 빠르게 변한다. 플랫폼은 트렌드를 팡팡 찍어내고, 기술은 감각보다 앞서간다. 나도 뛰어야 한다. 수업 준비도 해야 하고, 새로운 툴도 익혀야 한다. 그 속에서

필터 버블을 벗어나 ‘왜’를 질문할 때

알고리즘 세계에서 디지털 시민으로 살아가기

오늘도 알고리즘을 탄다 나에게는 추천알고리즘에서 벗어나기 위해 유튜브 검색 및 시청 기록을 삭제하는 습관이 있다. 하지만 기록을 삭제한 후 마주하게 되는 유튜브의 텅 빈 홈 화면은 왠지 모를 막막함으로 다가온다. 몇몇 영상을 재빨리 검색해서 보고 나면, 금세 홈 화면은 나를 위한 추천 영상으로 가득 차고 다시 평안한 일상으로 돌아온 기분이다. 알고리즘은 우리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선택 가능한 기능일 뿐이라 여겨질 수 있지만, 그보다 훨씬 더 큰 영향력을 지닌다. 점차 알고리즘화된 세계에 익숙해지고 있는 우리. 이 세계는 나의 선택과 행동에 기초하여 만들어지므로,

혁신기술이 사용기술로, 새로운 탐색의 방향

인공지능 시대의 문화예술교육을 위한 화두

최근 인공지능과 관련해 세 가지 기사를 흥미롭게 읽었다. 하나는 과학학술지 [네이처](Nature)가 2023년 과학계에서 중요한 역할과 영향력을 미친 인물로, 10명의 과학자와 함께 챗GPT를 명단에 올렸다는 기사였다. 작년 초, [네이처]는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은 투명한 과학을 위협하기 때문에 연구 논문 저자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하지만 불과 1년도 안 되어 챗GPT를 영향력 있는 연구자 중 ‘하나’로 인정한 것이다. 두 번째 기사는 일본의 한 권위 있는 문학상을 받은 작가가 수상 직후, 챗GPT의 도움을 받아 글을 썼다고 밝히며 벌어진 여러 논란에 관한 기사였다.

기술의 힘으로
표현의 장벽을 넘는다

예술교육에 활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

예술은 표현이다. 세월에 밀려 늦게 사 한글을 배운 곡성 할머니들은 글말로 일상을 표현하는 시인이 되었고(영화 <시인할매>) 칠곡 할머니들은 자기 스타일과 개성을 글꼴로 표현한 디자이너가 되었다(영화 <칠곡가시나들>). 글꼴이 널리 쓰임에 칠곡 할머니들이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한 말은 자기를 표현하고 타인과 소통하며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준다. 할머니들처럼 꾹꾹 눌러두었던 표현의 욕망을 늦게서야 달랜 경험은 내게도 있다. 빨리 취업해 살림에 보탤 지름길을 찾으라는 부모님의 강요에 미대가 아닌 사범대에 입학한 이후 이십 년 가까이 그렇게 좋아하던 그림을 한 번도 그려본 적이

중요한 건
시도하는 마음

배인숙 음악·사운드 작가

코로나가 시작되고 그동안 나와는 무관한 것들이라 여겨지던 기술과 매체가 순식간에 일상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누군가에게는 그 이전에도 익숙한 풍경이었을 테고, 어떤 이에게는 일상의 확장이기도 했겠지만, 기술과 친숙하게 지내지 못하던 나에게는 혼란스럽고 조바심 나던 시간으로 기억한다. 내가 배인숙 작가를 만난 것도 그즈음이었다. 전자음악을 전공한 그는 장치나 기술을 이용하여 소리의 의미나 형태를 재해석하거나 시간성, 공간성에 집중해 보는 사운드아트 작업을 이어오고 있었다. 나는 그의 워크숍의 참여자 중 한 명이었다. 워크숍 기간 동안 오랜만에 몰두했던 경험 덕분인지, 그가 시종일관 뿜어내는 유쾌함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쩌면 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