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아트로협동조합(이하 아트로)은 ‘일상 속 문제를 문화예술로 해결하고자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한다’라는 모토가 있다. 그런데 이 문장은 딴지 걸 거리가 될 수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기도 한단다. ‘뭔데 어떻게 해결을 해?’ 이런 약간의 논쟁적 뉘앙스 말이다. 그래서 그들 간에 이 모토를 두고도 치열한 토론이 있었다. 참고로 아트로 조합원들은 대표로서 각각의 역할을 동등하게 하고 있으며, 토론을 즐긴다. 아트로에 생기는 각종 이슈마다 각자 최선의 논리로 대화하고, 그 과정에서 의견의 타협과 스스로에 대한 성찰의 시간을 갖기도 한다. 누군가는 ‘해결’이라는 단어를 쓰지 말자고 하기도 했지만, 토론의 결론은 ‘결론 종결형 해결’이 아니라 해결로 가는 과정에서 일어나고 드러나는 모든 일들, 그것들을 녹여내자는 의미로 사용했다고 한다.
시각예술가 박예슬미, 류민아, 안선경, 정혜연이 함께 운영하는 아트로는 2017년에 회화, 만화, 애니메이션, 시각디자인, 도자공예 등 예술전공자들이 교육 활동 동아리 모임인 ‘아트로후리덤’에서 시작되었다. 이후 ‘아트로협동조합’으로 명칭과 조직을 바꾸고 문화예술교육 및 연구, 전시 기획 등 다양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마치 성실하게 자기 배역에 분한 유명 배우의 필모그래피를 스크롤로 내리면서 보듯이, 꽤 많은 문화예술 활동을 탄탄히 기획하고 실행하고 있다.

  • 2020 무지개다리사업 문화다양성 <다모아_과일나라 동그라미 여행>
모든 활동에 포용적 가치 담기
예술가의 삶에서 ‘문화다양성’은 많이 언급되는 단어이다. 나를 드러내기 위해서는 나와 다른 누군가도, 그리고 그들의 문화도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마다 혹은 예술가(단체)마다 문화다양성의 해석과 가치관이 조금씩 다르고 그로 인한 실행의 방향 역시 변화될 수 있다. 아트로가 생각하는 문화다양성이 무엇인지 들어보았다.
아트로는 ‘문화다양성과 관련한 사업을 해야겠다’라고 의식하고 그에 맞추어 문화예술교육 사업을 하지는 않았다. 문화다양성에 기반한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엄청나게 차이가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단지 이 기준은 예산을 주무 관리하는 기관의 구분이 편의상 작용한 부분이 컸다. 프로그램에서는 참여자와 내용 있어서 좀 더 주목하고 중심을 둘 활동은 있겠지만, 문화다양성이라고 해서 참여자나 내용을 구분하는 순간, 자칫하면 오히려 문화의 단절과 고립, 그리고 결핍을 더 심화시킬 수도 있다고 했다.
오히려 구분 짓지 않는 프로그램이나 활동으로 그 편견을 없애보자는 생각으로 프로그램들을 기획했다. 그래서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이건 문화다양성이야, 너희들은 이렇게 다르기 때문에 이런 것을 해봐야 해’라고 말하지 않고 오히려 같이 협력하고 협동하면서 무언가 자신만의 표현을 해봄으로써, 그리고 서로의 작품들을 함께 만들어냄으로써 그냥 사람과 사람으로서의 존재 가치를 포용한다.
“너랑 내가 만드는 작품이, 그리고 내가 만드는 이야기가 모두가 그냥 다 다른 거야, 그것을 참여자들이 인지하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을 해서 다방면의 활동에서 이 부분을 강조했어요. 문화라는 것은 정말 다양하구나, 받아들일 수 있는 태도 자체가 문화다양성이고, 이것이 저희가 생각했던 문화다양성의 정의인 것 같아요.”
간단하고 단순하지만 맞는 말이다. 우리의 삶 속에서는 무언가를 구분 짓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거기에서 파생되는 것들이 단절과 고립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문화다양성에 있어서는 그들은 “인정까지 필요 없다. 인식만 해도 된다”라고 말한다. 그들은 동료들과 ‘인정’에 대해 엄청난 토론을 했었는데, 인정하는 것도 강압적일 수 있기에 인식하는 것 까지어도 충분히 다양성을 인지하고, 사회 안에서 많은 여러 상황과 마주치는데 훨씬 수월하지 않겠냐는 결론에 도달했다.
  • 2017 무지개다리사업 <당신과 함께 머무는 유식당>
일상에 녹아든 조화로운 가치
예술과 교육은 머릿속 이론의 영역의 아닌 실천의 영역이다. 그러기에 실천 과정에서 많은 변수를 맞닥뜨리게 되는데 때로는 난제로, 때로는 통찰의 순간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아트로가 진행한 여러 프로그램 중 그들에게 다양성에 대한 깨달음을 준 것은 청소년문화다양성을 주제로 ‘다다예술학교’ 장애·비장애 학생들과 함께한 <오버 더 레인보우_무지개 공방>이다. 과정 중심 프로젝트로 기획 당시에 많은 것을 고민하며 나름 최적화된 설계를 준비했다. 그러나 장애와 비장애 학생들이 이미 조화롭게 생활하는 친구들에게 오히려 준비한 문화다양성 프로그램이 개념을 헤집어 놓는 프로그램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활동하는 내내 참여한 학생들의 호응은 좋았지만, 솔직히 기획자 입장에서 실수하는 건 아닌가 하는 뜨끔한 순간이 있었고, 문화다양성의 가치에 대해 마음가짐과 행동거지가 이미 한 몸이 된 그들이 오히려 스승으로 다가왔다.
또 하나 인상에 남는 프로그램은 청주지역 대학에 재학 중인 다양한 국적의 청년들이 ‘음식’을 주제로 한자리에 모여 진행한 <당신과 함께 머무는 유식당>이다. 매주 주어지는 주제에 맞춰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고,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허기와 마음을 채우며 에세이로 기록하는 등 일상에 연결고리가 되는 다양한 식문화에 기반한 프로그램이었다. 학교에서는 우리가 사회 생활하기 위해서 어떤 것은 배워야 하고, 어떤 것은 배울 필요 없고. 또 규율과 규정과 이런 것들을 계속 주입하는데, 예술이라는 것은 형식이 있긴 하지만, 무언가 기존의 고정된 가치들을 깨뜨려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 2019 문화다양성 가치발굴 사업 <다수가 이해하는 소수 문화다양성>
알록달록 각자의 색으로 완성하는 모자이크
아트로는 스스로를 ‘스토리텔러’라고 말한다. 어떤 프로그램을 기획하든 혹은 작품을 만들던지, 그들과 연관된 스토리를 끄집어내고 이를 엮어서 문화예술교육 활동으로 만든다. 이야기를 만드는 것도 좋아하지만, 참여자 한명 한명 그들만의 것을 인식하는 것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숨어있던 다양한 것들이 공개되는 것이다. 아트로의 표현대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이야기들”이면서 “미시적이고 동시에 거시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즉, 한 개인의 이야기가 우리의 이야기로, 사회의 이야기로 되는 것이며 결국은 ‘문화’라는 다양한 색의 모자이크가 완성되는 것이다.
문화예술교육을 기획하다 보면, 기획자(단체)의 역할에 대한 고민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기에, 어떤 한 부분만이라도 그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싶고 이것은 곧 기획자의 사회적 역할이 된다. 아트로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도입 장인’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문화다양성이라는 특성을 태생적으로 안고 있는 문화예술에서 이 도입 장인의 역할은 결코 적지 않다.
“저희끼리 말하는 단어 중에 ‘도입 장인’이라고, 저희가 도입은 잘해요(웃음). 문화예술교육에 참여하는 청소년과 시민 입장에서 도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야지 전개도 되고, 심화도 되는 데 우리의 성향으로 볼 때 전 과정을 맡을 팀은 아닌 것 같아요. 누군가는 문화예술을 접할 수 있는 포문을 열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문화적 다양성을 경험하는 그 포문을 기획하고 작업하는 것이 저희 ‘아트로’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장애인, 여성, 노인, 이주민, 소수자, 그리고 그들의 문화와 사회적 환경, 그리고 나아가 자연환경에 대한 것까지 다양한 문화적 공동체의 공존에 대해 인식하게 하도록 예술을 통해 발을 들이게 하는 것. 그 역할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것이라 생각된다.
“즐거워지자, 즐겁게 일하자”
아트로 구성원들은 다들 공공기관에서 일하다가 나와서 아트로의 일에 매진하게 되었다. 즐겁게 일하고 싶었던 것 같다. 재미있고 흥이 나는 기획을 위해 많은 토론과 수정을 하고, 수많은 세부적인 것들을 챙겨야 한다. 스스로가 한 기획만큼은 최선을 다하고 책임지자는 확고한 의지가 있다. 그리고 책임질 수 있는 기획의 범위 안에서 이상과 현실을 중재한다. 기관의 행정 중심, 과업 중심의 요청에 굳이 수고스럽지만 지역의 환경 자원과 인적 자원에 참여자의 스토리까지 녹여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는다. 그들의 수고스러움에는 예술을 바라보는 여러 측면의 섬세한 시선과 활동의 가지들이 들어가 있는 것일 터.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이해하고 응원해 주시는 이들이 생겼다. 쌓인 지난 경험이 동력이 되어 수많은 문화의 가치를 예술로 풀어낼 아트로의 앞으로의 발걸음이 기대된다.
성정원
성정원
설치미술가. 《일회용 하루》(2019, 청주시립미술관), 《긴 섬, 드문 바람 오롯한 그림자》(2021, GS칼텍스 예울마루 장도전시관) 등 다수의 개인전과 그룹전을 하였다. ‘작업실 짜장’을 통해 예술교육 활동을 고민하였고, 최근에는 ‘스페이스로’의 기획을 하고 있다.
jwononline@gmail.com
사진제공_아트로협동조합 www.artro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