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처럼 꺾이지 않는 코로나19 상황과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를 이유로 문화예술과도 거리를 두어야 할까. 각자의 생활 반경에서 소중하게 자주 찾는 다양한 공간을 공유하고자 지난 11월 2일부터 진행한 ‘금쪽같은 우리 동네 문화예술공간’ 설문조사에서는 [아르떼365] 독자들이 전국 각지에 있는 130개 문화예술공간을 추천해주었다. 이렇게 가볍게 마실 나가듯 찾아가 예술로 마음을 채울 일상 속 문화예술공간이 근처에 있다면 다 함께 모이지 못해도 마음만은 풍성해지지 않을까? 그중에서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는 책방과 도서관부터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는 예술행사가 벌어지는 지역문화회관, 산책하며 작품도 감상할 수 있는 야외 공원 속 전시 공간까지 다채로운 예술공간을 눈여겨보자.
책의 숲으로 떠나는 일상 예술 여행
‘책방마실’은 오래된 주택을 개조하여 독서모임, 영화모임 등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서점이다. 이곳에서 운영하는 <까치비디오>는 매달 선정한 단편영화를 태블릿을 대여하여 관람하는 프로그램이다. 운이 좋다면 햇살 내리쬐는 날 종종 쉬어가는 고양이들과 마주칠 수도 있다. ‘마산지혜의바다도서관’은 학교가 사라진 곳에 생긴 도서관이다. 13만여 권의 책들이 채워진 높은 서가에서 음악을 들으며 아이들과 어르신이 함께 책을 읽을 수 있다. ‘세종지혜의숲’에서는 높은 천장까지 채워진 서재의 책들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주말이 되면 어린이들의 예술 무대가 펼쳐지며 책이나, 전시와 연계한 워크숍도 열린다. 아이들, 친구들과 책이 가득한 숲속으로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겠다.
“이직 후 첫 발령지로 강원도 춘천이 결정되어, 생각지도 않게 춘천에서 4년 남짓 살다 왔습니다. 그 얼마간의 시간 동안 이 공간을 너무 사랑하게 되어 춘천이라는 도시마저 마음에 품게 되었네요. 이곳에 동네 마실 나가듯 부담 없이 방문했다가 이제는 새로운 가족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어요. ‘책방마실’은 오래된 주택을 개조하여 책을 사고 음료도 마실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했는데요. 출판사와 함께 하는 다양한 이벤트를 비롯해 독서모임, 영화모임, 괴상한 스터디 등등 온갖 모임이 열립니다. 춘천에 방문하면 꼭 책방마실에도 들러주세요. 저처럼 이 공간을 마음에 두게 될 거예요.”
– 춘천 책방마실, 도군 님
“학교가 하나씩 사라지고 마을에 아이들 소리도 점점 줄어드는 곳. 어느 날 학교가 사라진 곳에 멋진 도서관이 생겼습니다. 책과는 담을 쌓은 듯해 보이는 어르신과 개구쟁이 아이들이 누워서 책을 보는 광경이 아름다웠습니다.”
– 창원 마산지혜의바다도서관, 김예○ 님
“요즘 부쩍 말이 는 다섯 살 아이가 좋아할 만한 그림책을 사러 들렀다가 알게 된 곳입니다. 이곳은 책을 사고파는 것 말고도 다양한 인문예술 워크숍, 북토크를 진행하는 것을 보고 종종 들르는 동네 청년 인문공간입니다. 퇴근 후 책도 읽고, 취향이 비슷한 이들과 함께 마음과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곳이 동네에 있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짜 동네 공간 아닐까 싶습니다.”
– 광주 러브앤프리, 박우○ 님
우리의 이야기가 더 즐겁고 더 재미있도록
시민 스스로 주체가 되어 문화예술을 즐기고 공유하는 생활문화 공간도 많다. 경기도 용인의 (구)보정임시역사에서 재탄생한 ‘보정역 생활문화센터’에서는 용인시민 동호회 단체가 주최하는 <보정역 생활문화데이> 축제가 열린다. 매월 자발적으로 열리는 <청춘파티> <청년, 문화 놀다>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청년활동가 양성과정도 있다. 남양주에 있는 공간 ‘이음’(이음복지공동체)은 아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문화공간으로 체험, 전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여름에 진행한 <심리와 예술사이> 프로그램에서는 가족이 다 함께 그림을 그려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비대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창원·마산·진해에 거주하는 직장인들이 연극인을 위한 공연장을 만들고자 의기투합한 ‘빨간객석 소극장’은 지역 예술가·청소년·청년이 자유롭게 창조, 실험할 수 있는 거점 공간으로 운영된다. 한센인의 쉼터인 안동 ‘성좌원’은 지역에 있는 빈 교회를 예술공간으로 변모시켰는데, 옛 모습을 간직한 채 이곳을 소중히 생각하는 주민들이 자신의 흔적과 이야기, 사진, 생활 소품을 아카이빙하고 예술작품으로 전시 소개하면서 더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국제영화제가 열리는 부천과 부산에서는 영화와 관련된 문화공간 추천이 유독 많았다. 그중 작은 영화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부천 독립영화전용관 ‘판타스틱큐브’와 부산 ‘모퉁이극장’이 눈에 띈다. 모퉁이극장은 영화만큼 관객이 중요한 곳으로, 관객운동가를 양성하는 관객문화교실 등을 운영하고 있다. 관객이 만드는 <관객영화제>가 6년째 열리고 있으며, 얼마 전에는 이곳에서 부산여성영화제가 열리기도 했다.
북한 내금강에서 불과 20km 떨어진 인제 서화리에는 마을의 아이들, 어르신들이 마을 문화예술의 주인이 될 수 있도록 함께 이야기를 만들고 보는 ‘마을극장DMZ’가 있다. 이곳에서 2018년부터 시작한 <끄트머리 국제마을영화제>는 마을 극장, 마을 자서전, 마을 뮤지컬, 마을 골목 여행이 주요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12월 15일부터 한 달간 총 200여 편의 전 세계 로컬영화들이 마을 곳곳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제가 생활문화데이 사회자로 참여했을 때, 참여 동호회 분들을 인터뷰해보면 ‘시민들에게 무료로 이런 연습 공간을 마련해 주셔서 너무 좋다.’ ‘악기나 공연 연습을 할 만한 공간을 동호회가 자비로 만들거나 대여하기 쉽지 않은데 이런 공간을 사용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라는 말씀을 많이 하시곤 했습니다. 하루빨리 코로나19 상황이 좀 나아져서 용인시 문화예술 동호회들이 다시 이 공간에서 모여서 전시와 공연을 계속 올리는 날을 다시 만나고 싶습니다.”
– 용인 보정역 생활문화센터, 이혜○ 님
“부천으로 이사 오고 이렇게 가까운 곳에 문화예술을 접할 공간이 있다는 게 정말 좋았어요. 늘 포스터에 적힌 이름으로, 아니면 사진으로만 보던 감독님들이 코앞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단 게 참 신나는 일이었어요. 영화를 만든 이에게 듣는 영화 이야기 덕분에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어서 정말 기분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 부천 판타스틱큐브, 이예○ 님
흔적이 묻어나는 보석 같은 예술공간
역사의 증거를 간직하며 시민 역사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한 곳이 있다. 전라남도 광주에 위치한 ‘전일빌딩245’는 5·18민주화운동의 중심지로 광주의 역사를 상징하는 전시와 역사 프로그램, 공연이 열린다.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의 귀여운 캐릭터 ‘메이팝’과 함께 공간을 둘러볼 수도 있고, 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하여 지역 주민에게 일상 속에서 예술을 전하고 있다. 카세트테이프 공장에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복합예술공간으로 탈바꿈한 공간인 전북의 팔복예술공장 역시 여러 독자의 추천이 있었다. 전시와 체험, 공연, 이팝나무 그림책 도서관뿐만 아니라 전주시민 및 예술인을 대상으로 기초예술과 응용예술에 대한 소양 교육 프로그램인 팔복예술대학도 열린다. 지역과 예술을 결합하여 1980년대 테이프 공장의 여성 근로자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전시도 마련되어 있어 살아 숨 쉬는 지역 문화 공간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라는 시 구절처럼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둘러보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서울 금천구의 유흥업소 거리에 보석 같은 서가와 휴식공간인 ‘홈통’이 그 예이다. 만화에서 칸과 칸 사이의 비어있는 공간을 부르는 홈통의 의미를 담아 이 틈새를 통해 새로운 상상력이 퍼져나가길 바라는 곳이다. 오래된 흔적을 고스란히 살려 예술공간으로 탈바꿈한 ‘갤러리유진목공소’는 모두에게 열려 있다.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하여 북한산 가는 길에 등산복 차림으로 전시를 관람하기도 하고, 인근 상가 건물 주민이 들러 잠시 쉬어가기도 한다. 토요일마다 열리는 <갤러리 요가> 프로그램으로 작품도 보고 대화도 하며 요가를 즐길 수 있다.
“팔복예술공장 안 작은 카페 ‘써니네 부엌’에서는 간단한 차와 간식을 즐기기 좋지만, 그곳에 커다랗게 있는 여성 노동자 써니의 조형물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아파지더라고요. 전주 여행하면 ‘한옥마을’이 중심이겠지만, 조금만 중심부에서 나가 둘러보면 의미 있는 문화공간들이 있다는 걸 알아주면 좋겠습니다.”
– 전주 팔복예술공장, 이지○ 님
“저는 금천구에 오래 거주했는데요. ‘홈통’이 있는 도로에는 오래도록 유흥업소가 줄지어 있었습니다. 그 도로와 주변의 문화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것은 어른이 되어서이고, 어린 시절에는 유흥업소가 가득한 풍경이 그저 당연했어요. 그리고 시간이 흘러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풍경에 홈통이 자리 잡았습니다. 동네 아이들의 풍경에 홈통이 있어서 참 다행스러운 마음이 들어요. 제 기억과 달리 아이들의 기억 속에는 동네에 학교 끝나고 들러 실컷 만화를 볼 수 있는 곳이 담기면 좋겠습니다. 최근 홈통은 저녁 식사를 챙기기 어려운 초등학생들을 위한 어린이 식당으로도 문을 열더라고요. 서울 변두리의 아늑하고 따스한 공간 ‘홈통’이 오래 자리를 지키면 좋겠습니다.”
– 서울 홈통, 박선○ 님
“궁산근린공원 산책길에 얼마 전 작지만 특별한 변화가 생겼어요. 바로 단풍이 곱게 물든 산책길에 나무 한 그루마다 시 한 편씩이 인쇄된 현수막이 걸린 거예요. 계절이 계절이라 그런가요. 저마다 아름다운 시 한 편에 단풍 물든 풍경이 어우러져 그 자체가 그림이 되고, 무뎌졌던 감성이 되살아나 마음을 꽉 채운 기분이 들기도 했어요. 저 혼자만 그런 생각을 한 게 아니었나 봐요. 그 길을 지날 때면 누구나 다 걸음을 멈추거나 느리게 걸으며 가을을 만끽하고 있었어요. 시 한 편으로 일상적인 공간이 문화가 흐르는 공간이 되는 마법, 그 놀라운 경험을 바로 우리 동네에서 할 수 있다는 사실이 감동적입니다.”
– 서울 궁산근린공원, 문화꿈틀 님

참여자가 추천한 ‘금쪽같은 우리 동네 문화예술공간’
서울특별시 KT&G상상마당 부산 보정역 생활문화센터
강북문화예술회관 부산문화회관 수원화성박물관 전라남도
갤러리유진목공소 부산시립미술관 아틀리에 헤아림 사라실예술촌
경의선숲길 부산시민회관 안양예술공원 예울마루
경의선책거리 부산현대미술관 안양파빌리온
궁산근린공원 (시가 흐르는) 산책길 서푼짜리 오페라 안중근공원 경상북도
노원어린이극장 수영 사적공원 웃다리문화촌 나무로부터 그림찾기
다같이카페 안데르센극장 유엔아이센터 성좌원
다시서점 한성1918(부산생활문화센터) 이음(이음복지공동체) 안동문화예술의전당
동작문화원 판타스틱큐브 포항문화예술회관
마마스북스 대구광역시 판타지아극장
목동이음터도서관 대구문화예술회관 평촌아트홀 경상남도
문화공간 마실 디아크 평택배다리도서관 경남도립미술관
문화공간 이육사 수성구시립미술관 포은아트홀 마산지혜의바다도서관
미인도 포천아트밸리 문신미술관
북서울 꿈의숲아트센터 대전광역시 하남문화예술회관 빨간객석 소극장
북촌문화센터 대전예술의전당 한국만화박물관 사천문화예술회관
불암산 나비정원 뿌리공원 한양문고 주엽 울산문화예술회관
삼각산시민청 창동예술촌
석촌호수 아뜰리에 인천광역시 강원도 창원성산아트홀
성북예술창작터 인천문화예술회관 마을극장DMZ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세종문화회관 바우지움조각미술관 창원의집
송파책박물관 광주광역시 부남미술관카페 함양 카페 빈둥
신나는 애프터센터 금봉미술관 속초시립도서관
실감서재 남도향토음식박물관 작은공연장 단 제주특별자치도
양재도서관 대인예술시장 별별상상정원 젊은 달 와이파크 그리스신화박물관
양천리 갤러리 독립서점 러브앤프리 책방마실 한림작은영화관
영등포시장역사 내 문화공간 서구문화센터 평창무이예술관
예그리나 문화예술공간 관악 전일빌딩245
예그린씨어터 충청북도
예술의전당 울산광역시 공작플러스
용마폭포공원 책깨비도서관 울산문화예술회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은평문화예술회관 옥천 문화예술공간 바움
한국영상자료원 세종특별자치시 청년문화창작소 느티
홈통 세종지혜의숲
홍제유연 충청남도
화랑대역사전시관 경기도 당진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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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광역시 경기도어린이박물관 복합문화공간 모나무르
f1963 고양아람누리 천안예술의전당
가람아트홀 소극장 고잔역 스테이션a
감만창의문화촌 교하아트센터 전라북도
금련산역갤러리 김포아트빌리지 소양 아원고택
금정예술공연지원센터 문화아지트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다대포민속예술관 토닥토닥그림책도서관 팔복예술공간
모퉁이극장 물향기수목원

김수연_프로젝트 궁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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