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25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 조지 플로이드(George Floyd)가 경찰에 의해 체포되던 중 물리적 저항을 하지 않았음에도 과잉진압으로 인해 질식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 이후 유색인종 차별에 대한 저항의 의미를 담은 다양한 거리예술 활동이 생겨났다. 또한 이 사건은 인종주의자들의 공격 위험이 커지고 있는 다른 나라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중에서도 영국은 모든 공공기관에서 2000년에 발효된 인권법(UK Human Rights Act)에 부응하는 대책을 수립하고 있으며, 문화예술교육 분야 역시 문화다양성을 고려한 구체적인 실천을 만들어가고 있다. 문화학습연합(Cultural Learning Alliance)이 소개한 영국의 반인종주의 문화예술교육 사례를 살펴본다.
예술교육 커리큘럼 체크리스트
[출처] www.nsead.org
인종적 편견을 배격하는 핵심 질문
영국 국립미술·디자인교육학회(National Society for Education in Art and Design, NSEAD)에서는 조지 플로이드 사건을 반인종주의자에게 경각심을 일깨우는 일이라고 규정하고, 이 사건을 계기로 2020년 7월 ‘반인종주의 예술교육 행동 그룹’(Anti-Racist Art Education Action, 이하 ARAEA)의 활동을 지원하였다.
ARAEA는 모든 사람이 적극적으로 반인종주의를 실천할 수 있도록 예술교육 커리큘럼, 출판물, 학교 체크리스트를 발행하였다. 세 개의 체크리스트를 통해 인종에 관한 편견과 유럽 중심적인 사고를 배격하고자 노력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고정관념에 대해 질문함으로써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도록 하고 있다. 예술교육 커리큘럼 체크리스트에는 다양성과 소속성, 문화 자본, 비판성, 식민지 유산, 교차성, 맥락과 용어, 무의식적 편견 등에 관한 핵심 질문 16개를 통해 예술교육자가 자신의 커리큘럼을 점검할 수 있도록 한다. 반인종주의 출판물 체크리스트에는 표현물로서 엄격성과 대안 모색을 보다 강조하고 있다. 학교 체크리스트에서는 학교에서 어떠한 질문과 대안을 모색할 것인지, 교사 혹은 예술가 스스로 반인종주의적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를 질문하고 있다.
[반인종주의 예술교육 커리큘럼 체크리스트 핵심 질문]
  • 다양성 & 소속감
    Diversity & Belonging
    • 당신의 커리큘럼에는 인종적으로 다양한 예술가, 제작자, 디자이너가 포함되어 있습니까?
    • 커리큘럼에 사용하는 문화, 제작자, 미술품, 소품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있습니까?
    • 지역 사회의 예술가, 제작자, 디자이너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까?
    • 커리큘럼에서 이중 혈통( dual heritage)의 예술가가 만든 작품을 언급합니까?
  • 문화 자본
    Cultural Capital
    • 당신의 커리큘럼은 문화자본을 어떻게 다루고 있습니까?
    • 당신의 커리큘럼은 학생들이 역사적으로나 현대 문화·예술을 통해 그들의 주변 세계를 탐험할 수 있게 합니까?
  • 비판성
    Criticality
    • 당신의 커리큘럼은 인종과 민족 정체성에 관한 역사적·현대적 이슈를 토론, 질문, 탐구할 기회를 제공합니까?
    • 인종과 인종 관계에 대한 역사적·현대적 사상에 대한 학생들의 이해와 비판적 의식을 발전시키기 위해 교육과정에 맞춰 계획한 적이 있습니까?
자료 공유와 교과과정 개발
미술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의 노력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영국무용협회 원댄스UK(One Dance UK)는 단체, 교사, 예술가, 기관을 대표하는 30여 명의 교과 과정 원탁모임을 구성하고 다양한 무용 자료를 발굴하여 웹사이트에서 제공하고 있다. ①글로벌 예술가 및 교육 자원의 작품 목록, ② 다양한 무용단 목록, ③ 학생을 위한 워크숍과 교사를 위한 이미지 파일, ④ 다양한 음악 목록 등이다. 2021년 6월 29일에는 무용 분야 인종 평등 개선을 위한 심포지엄을 통해 무용교육에서 문화 다양성을 저해하는 장애물을 어떻게 해체할 수 있을지에 관한 논의를 진행하기도 하였다. 심포지엄 개최 조직 중 하나인 인종평등무용실천운동(Trying to Improve Racial Equality in Dance, TIRED)의 공동 설립자인 스테이시 그린(Stacey Green)은 “차세대 교사와 무용 교육자가 인종 평등의 중요성을 인식할 책임이 있으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무용의 미래 비전을 만들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연극 분야에서는 중등교육과정에 연극 교과를 강화하는 캠페인을 벌이는 영국극장협력단(London Theatre Consortium, LTC) 창의학습그룹(Creative Learning Group) 역시 반인종주의 실천에 결합하였다. 특히, 영국 웨일즈 및 북아일랜드 교육인증기관(AQA)은 반인종적이며, 정체성을 표현하는 연극 커리큘럼 개발 연구를 진행했다. 2008년에 설립한 자선단체 뮤직 마스터즈는 음악교육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지지하며, 기존 음악교육의 접근방식을 개선하는 활동을 해왔다. 뮤직 마스터즈는 음악 단체를 위한 반인종주의 음악교육과정인 ‘I’M IN(Inclusive Music Index)’을 새롭게 개발했다. 이 모델은 다음 세대를 위해 서양 고전 전통에서 최고의 대중음악과 세계 음악을 포함하고 있다.
인권법 발효 이후, 영국예술위원회는 물론 다양한 분야의 예술기관·단체에서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실천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은 영국 공동체의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중요한 이슈일 뿐 아니라, 문화예술교육의 사회적 역할과 더 나아가 예술의 미래 비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는 인식에 기초하고 있다. 앞으로 각국의 문화예술교육계가 문화 다양성에 대한 꾸준한 관심으로 문화예술교육의 사회적 역할을 실천해나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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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디자인 자리
문화디자인자리는 문화예술 교육프로그램 기획, 현장 모니터링 및 컨설팅, 문화예술 정책연구를 하는 전문기관이다. 문화예술교육과 일상예술, 문화다양성과 젠더, 지역문화와 문화도시, 공동체와 미래가치에 중점가치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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