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분야 예술강사로 활동하는 이종경 사진작가가 그동안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 만난 대상은 특수교육 대상자, 학교 밖 청소년, 지적장애시설 및 교정시설 거주자, 노인 등 다양하다. 청각장애인과 소통하기 위해 간단한 수화(手話)를 배우는 등 특별한 참여자를 위한 문화예술교육에 진심인 그는 어려움만큼 보람도 큰 듯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나 손쉽게 사진을 찍고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시대, 사진 예술교육은 무엇을 해야 할까. 참여자의 변화가 오히려 자신을 성찰하고 성장하게 만든다는 이종경 예술강사를 만나 문화예술교육 현장의 경험을 들어보았다.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와 예술강사가 된 계기를 부탁드린다.
사진예술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사진예술을 매개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찾던 중에 예술강사로 지원하였다. 예술가로서 작품활동에 매진하는 것이 꿈이지만, 현실적인 생활도 중요하기 때문에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예술강사는 매력적이었다. 대학을 졸업할 즈음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보조강사로 참여해 경험을 쌓고, 2016년 학교와 사회 분야 예술강사로 동시 선발되었다. 대전을 기반으로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부처 간 협력 문화예술교육 등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다.
활동 분야가 다양한 만큼 만난 대상도 다양하겠다.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 만난 대상은 정말 다양하다. 학교 분야 및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를 통해서는 초·중·고등학생과 특수교육 대상자(지적, 청각, 자폐 장애 등)를, 사회 분야에서는 복지기관에 나오시는 노인을,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통해서는 도시(대전, 청주, 괴산, 당진, 보령)와 농촌(금산) 지역의 마을 주민 및 지적장애인시설 거주민을, 부처 간 협력 문화예술교육에서는 학교 밖 청소년과 성인 근로자 및 교정시설에 거주하는 참여자를 대상으로 교육 활동을 진행했다.
선생님의 이력을 보면 일반인 외에도 특별한 계층의 참여자를 대상으로 교육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런 다양한 대상자를 상대로 교육 활동을 진행할 때 어려움이 많을 듯하다.
특수학교의 경우 청각장애, 지적장애, 자폐장애를 지닌 학생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복합장애를 지녔기 때문에 담당 선생님과 함께 수업을 진행하지만 소통하기가 무척 어렵다. 청각장애의 경우 말을 못 듣기 때문에 표정과 손짓을 이용한 신체 언어를 사용할 때가 많다. 학생들과 소통하기 위해 간단한 수화(手話)를 배워 대화를 나누었다. 지적장애를 지닌 학생은 말(소리)을 들을 수는 있지만 수업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해 활동과 연결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비장애인과 수업할 때보다 두세 배의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자폐 장애 학생의 경우에는 반복적인 행동은 굉장히 잘한다. 하지만 다음 활동과 연결이 잘 안 되고, 쉽게 포기하거나 딴짓을 하는 경우가 많다. 장애인과의 수업은 참여자와 계속 눈을 마주치면서, 말과 행동을 크게 하는 등 주의를 집중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움직여야 한다. 그렇다고 무작정 큰 소리를 내어서는 안 된다. 신경을 거스르는 높은 음역의 소리는 오히려 역효과가 나기 때문에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한다.
교정시설에서는 30~60대 성인 남성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였다. 이곳에서 주의할 점은 참여자의 신상 정보에 대해 알려고 하지 말고, 개인에 대해 깊게 관여하지 않아야 한다. 예술강사의 신상 정보 또한 노출할 필요가 없다. 여성 예술강사의 경우 옷차림도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하며, 성적(性的) 이야기도 금물이다. 참여자가 성적 농담을 하거나 유도할 경우 받아주기보다는 명확하게 끊을 필요가 있다. 참여자와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교육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는 동력이 된다.
수업에 어려움이 많은 만큼 보람도 크겠다. 보람을 느낀 사례가 있다면 이야기 해달라.
수업을 통해서 나 자신이 오히려 더 많이 배운다. 중학생 대상의 수업에서 한 학생이 쓴 「색이 변해요」라는 창작시를 보았다. 수업이 끝나고 나서도 “예술가로서 나는 무슨 색깔일까? 예술강사로 나는 학생들을 무슨 색깔로 보았을까?”라는 질문이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다. 알록달록 다양한 색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어서 예술을 좋아했던 내가 어느새 세상을 한두 가지 색으로 정형화하여 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학생들에게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갔지만, 나 자신 또한 참여자를 통해 나를 성찰하는 시간이 되었다.
특수학생의 경우 활동 내용을 설명하거나 이해시키는 데 어려움이 많다. 하지만 반복 활동을 통해 조금씩 발전하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 예를 들어 사진을 찍을 때 초점을 맞추기 위한 반셔터 동작을 어려워하던 학생이 주어진 촬영 과제를 수행하고, 나아가 자신의 생각을 사진으로 표현했을 때 예술강사로서 보람을 느낀다.
장애인을 대상으로 교육 활동을 오랫동안 진행하고 있는데, 선생님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무엇인가?
장애인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할 때는 참여자에 대한 이해가 특히 중요하고, 사전 준비를 잘해야 한다. 수업 전에 사전 방문하여 참여자의 공통적인 특성과 개별적인 주의사항을 세심하게 파악한 뒤 수업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수업을 진행하는 동안에는 참여자들과 친해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하며, 활동할 때는 참여자들이 스스로 할 수 있을 때까지 격려하고 끈기를 가지고 기다려 주어야 한다. 어떤 활동이든 과제를 수행하는 속도와 수준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루어지는 과정과 이를 마무리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초등학생 대상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수업
  • 초등 특수학교 문화예술교육 수업
예술강사로서 본인만의 교육철학이 있다면 무엇이며, 나이, 환경 등이 다른 다양한 참여자를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할 때의 주안점은 무엇인가? 그리고 참여자의 요구가 예술강사가 계획한 목표나 방향과 서로 충돌할 때(가 있다면) 어떻게 해결하는가?
교육철학이라면 뭔가 대단한 것을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문화예술교육을 진행하는 동안 사진예술 활동을 통해 참여자가 재미있게 예술을 경험하고, 세상을 다양하게 바라보고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고 싶은 것이 원칙이라면 원칙이다. 수업을 계획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참여자의 재미와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활동이다. 레크리에이션과 게임을 가미하여 참여자의 호응을 유도하기도 한다. 참여 대상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이론과 기계적, 기술적 정보 전달을 최소화하고 참여자들이 실질적으로 예술을 체험하고 이를 바탕으로 생활 속에서 활용할 수 있는 활동을 위주로 설계하려고 노력한다.
교육 대상의 요구와 예술강사의 목표가 충돌하는 경우는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복지기관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 주로 나타난다. 어르신들의 요구는 주로 구도를 잘 잡는 방법이나 카메라의 사용법 등 사진예술의 실기와 기능적인 부분 습득하는 데 있다. 공모전에 출품할 사진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수업을 해 달라고 요구하는 참여자도 있다. 이럴 때는 문화예술교육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참여자와 적절하게 타협한다. 참여자의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해 준 뒤, 문화예술교육의 목적을 상기 시켜 주는 방식으로 해결한다. 참여자의 요구가 문화예술교육의 지향점과 다르다고 해서 의견을 일방적으로 무시하거나 묵살하면 수업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없다. 한편, 복지기관 수업의 경우 예술강사가 젊은 여성이라는 점이 걸림돌이 되는 경우도 있다. ‘젊은 여성이 뭘 알겠어?’라는 선입관을 가지고 대하는 어르신들이 일부 있다. 이럴 때는 어르신들과의 대화를 통해 이해를 구하고, 사진예술에 대한 예술강사로서의 전문지식을 강조하기도 하고, 때로는 감정에 호소하는 등의 방법으로 해결한다.
현대는 영상 시대라고 한다. 사진이 현대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이며, 문화예술교육으로써 사진 교육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오늘날 사진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 인터넷을 통해 지구촌 어느 곳이나 실시간으로 이미지를 전파할 수 있다. 사진예술의 가장 큰 매력은 매체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장애 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손쉽게 사진을 찍고, 자기 생각을 이미지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에는 사진 이미지가 넘쳐난다. 그 가운데 자신에게 필요한 이미지를 선별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또한, 촬영자가 무슨 이유로 사진을 찍었으며 사진을 게재한 이유가 무엇인지 읽을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하다. 이른바 이미지 리터러시(Image Literacy)의 문제는 현대인의 교양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촬영자의 윤리교육이 절실하다. 무엇을, 어떻게, 왜 촬영하는가는 촬영자의 양심에 관한 문제이며 아울러 사회적·법적 문제로 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손쉽게 찍을 수 있는 사진이기 때문에, 오히려 촬영하는 과정과 목적에 있어 부정적으로 사용하지 않도록 계도 하는 것은 오늘날 사진 교육의 필수 주제라고 생각한다. 초상권과 지식재산권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 대상자 몰래 촬영한 이른바 도촬 사진은 자신도 모르게 대상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범죄와 연계될 수 있다. 인물사진은 대상자에게 사전에 이유를 설명하고 허락을 구한 뒤 촬영하도록 교육하여야 할 것이다. 사진 작품의 지식재산권은 지식정보화사회에서 반드시 지켜져야 할 권리이다. 타인의 작품을 도용하거나 표절하는 행위는 범죄라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
시대는 급속도로 변한다. 문화예술교육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예술강사로서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문화예술교육 역량을 강화해야 하고, 교육 콘텐츠도 새롭게 개발해야 한다. 역량 강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으며, 교육 콘텐츠는 어떻게 개선하는지 궁금하다.
사진 분야 예술강사라고해서 사진에 관한 공부만 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예술 분야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흥미로운 주제가 있으면 찾아가 배우면서 안목을 높인다. 코로나19로 오프라인 모임이 거의 없어진 요즘에는 온라인 연수, 유튜브 등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수집한다. 사진예술과 연관성이 있는 활동의 일부를 차용하거나 변형하여 새로운 교육 콘텐츠를 만드는 데 활용하고 있다. 수업 콘텐츠는 우선 대상에 따라 적절한 주제를 정한 뒤, 참여자가 재미와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내용의 활동을 만든다. 예컨대 학생을 대상으로 원근법을 활용한 착시 사진을 촬영하는 활동의 경우, 학생들이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를 막대로 지지하여 세우고 앞뒤 거리 차이 두고 촬영하면 원근에 따른 크기 변화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본 활동에 앞서 이런 활동을 한 뒤 촬영하게 하면 원근에 따른 착시 사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예술강사로서는 참여자들에게 다양한 예술 활동을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예술의 즐거움을 느끼고, 예술 활동을 통해 그들의 생각의 지평을 넓히는 계기가 되는 교육 활동을 진행하려고 노력한다. 예술가로서는 요즘 ‘색(色)’에 대해 관심이 많다. 머지않아 ‘색’을 주제로 한 작품을 발표할 생각이다.

이종경
이종경

중부대학교에서 사진영상학을 전공하고 상명대학교에서 사진영상미디어 석사학위를 받았다. 개인전 《SOMNIUM》(2017, 갤러리이즈) 외에 대한민국 예술인展 《MUSE》(2017, 국회의원회관), 한중국제교류전 《TOPAZ》(2017, 베이징), 세계 속의 한국 현대미술전 《Art Fiesta》(2018, 고양어울림미술관), 《ART SHOPPIMG》(2018, 루브르박물관) 등 여러 전시에 참여했다. 2016년 학교 예술강사 활동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장애인·노인·교정시설 등에서 사진을 중심으로 다양한 대상을 만나며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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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식
김근식
2011년부터 학교 및 사회 예술강사(사진 분야)로 활동해왔다. 대전과 충남을 기반으로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와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등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기획·진행하고 있다. ‘가르치기 위해 배우고, 배우기 위해 가르친다’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ks-tigerkim@hanmail.net
사진_박영균 미술작가 infebruary1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