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년 동안 ‘배우’라는 한 길만 걸어온 윤여정이 대세이다. 그녀의 솔직함과 소신, 어떤 배역도 감당해내는 연기력, 나이에 굴하지 않는 당당함과 열정, 자부심 그리고 건강. 나도 예술강사로서 그녀같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녀에 비하면 나는 이제 겨우 예술강사 16년 차. 조심스럽지만, 나의 예술교육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현장에서 수고하는 예술강사 모두가 ‘나도 그랬는데’ 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으면 좋겠다.
  • 도화지건반위 반음이해하기(제주)
  • 밤의여왕 순서맞추기(아산)
칭찬과 격려의 맛
나는 대면과 비대면 수업에 상관없이 아이들의 작은 변화의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브라보” “완전 잘하네” “굿(Good)” “너무 멋진데?” “어쩜 이렇게 잘하니?” “진짜 감동이다”라고 큰소리로 힘있게 말한다. 여기에는 반드시 비언어적인 표현들이 추가된다. 예를 들면 한 손 엄지 척, 강조할 땐 양손 엄지 척, 크게 뜬 눈, 놀란 표정, 박수치다가 머리 위로 박수치기, 때론 일어서서 박수치기, 신나는 느낌의 춤사위 등이다. 저학년은 한 명씩 손을 붙잡고 두 눈을 바라보며 그 아이만을 위한 칭찬 노래를 불러주기도 한다. 오직 그 아이를 위한 맞춤 즉흥 개사로 불러준다. 자신만을 위한 노래를 들어본 적이 없기에 아이들의 표정은 어색하기만 하고, 마주한 시선을 애써 피하느라 허공만 쳐다보며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조차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 이 모든 것이 대면 수업에서는 가능했다.
작년 비대면 수업 이후 나의 표현은 조금 더 과해졌다. 비대면 수업에서는 언어적인 것은 물론이고 비언어적인 표현이 더욱 클수록 아이들에게 잘 전달될 것 같았다. 소년보호시설인 ‘6호 기관’에서 탈학교 남자 청소년들과의 수업이 떠오른다. 하고자 했던 것을 끝까지 잘 해낸 학생들에게 모니터를 뚫을 기세로 기립박수와 양손 엄지척을 보내며 폭풍 칭찬을 했다. 아이들은 ‘왜 저래?’하는 표정이었다. 이에 굴하지 않고 내 생각을 이야기해주고 아낌없는 칭찬을 전해주었더니 싫지는 않았는지 피식거리며 웃고는 점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게 느껴졌다.
칭찬은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원동력이 된다. 아이들이 잘하는 것을 알아봐 주고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주고 잘하도록 격려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칭찬에도 주의해야 할 점은 있다. 나는 학교 밖 청소년뿐 아니라 대부분의 수업에서 참여자가 너무 어렵게 받아들이는 목표는 정하지 않는 편이다. 목표가 너무 어렵게 느껴지면 아이들이 동기를 상실하여 아예 시작도 안 하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포기하기보다 쉽게 다다를 수 있는 단계적인 목표를 제시해 주는 게 낫다는 점과 아이들이 납득할 만한 구체적인 칭찬 내용이 명확히 존재해야 한다는 점을 항상 고려하고 있다. 오가는 칭찬 속에 단계적 목표들이 쌓이면서 축적되어 완성되는 수업(결과물)도 분명 있었다.
  • 우리들의 약속 정하기
  • 선호도 조사 항목
선호도 조사는 기본
예술강사가 만나는 아이들의 연령대는 다양하다. 저마다 다른 환경, 성별, 개인의 성향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첫 수업에서 친밀감 형성을 위한 다양한 게임 외에 음악 선호도 조사와 ‘우리들의 약속 정하기’를 꼭 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만 알아도 생각보다 많은 도움이 된다. 음악 선호도 조사 항목으로는 음악이 좋았던 기억, 나빴던 기억, 이제껏 다뤄본 악기, 그중 제일 자신이 있거나 잘하는 악기, 좋아하는 가요 다섯 곡, 가요 외에 관심 있는 노래(동요, 가곡, 뮤지컬, OST, 오페라 등), 음악공연 관람 경험 또는 공연에 참여한 경험, 음악 시간에 하고 싶은 것, 선생님께 바라는 점 등이 있다.
이 과정을 통해 노래 못한다고 지적받은 기억, 선생님께 혼난 기억, 피아노 치다 틀려서 손등 맞은 기억, 실기시험을 망친 기억 등 음악에 대한 나쁜 기억을 가진 아이에게는 그 부분을 공감하면서 조심스레 다가간다. 노래를 좋아하는 아이, 듣는 것만 좋아하는 아이, 악기에 관심이 많은 아이 등 아이들의 음악적 선호도를 고려하여 수업 참여를 더욱 쉽게 끌어낼 수 있다. 아이들의 공연 관람 경험은 현장 학습 공연을 정하는데 필요한 자료가 되어 주었다. 선호도 조사 결과로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면 각자의 경험과 개개인의 성향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다. 실시간 비대면 수업에서는 조사 결과를 표로 만들어 아이들과 함께 공유하기도 했다.
선호도 조사를 바탕으로 한 수업의 궁극적인 목표는 존중과 배려이다. 평소 아이들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한다. 또한 아이들에게도 서로 존중하는 수업을 강조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다른 친구는 싫어할 수 있으니 배려하는 마음으로 참고 기다려주자고 다독이는 것도 잊지 않는다. 우리가 정한 약속, 스스로 만든 규칙도 마찬가지다. 나는 아이들이 스스로 존중받고 있다고 느낀다면, 결코 함부로 행동하지 않는다고 확신한다. 관계 형성에 있어서 기다림의 시간과 인내심이 필수이지만, 존중과 신뢰가 바탕이 되면 관계 형성도, 수업도 무조건 성공한다.
  • 실시간 콘텐츠 제작
  • 영상 콘텐츠 인트로
두려움을 떨치고 한 걸음 나아가기
2020년 갑자기 닥친 코로나로 모든 게 멈춰버려 다 끝난 것만 같았고 기약 없는 시간 속에 갇혀 있었다. 하고 싶어도 할 수 있는 게 없어 더 두려웠다. 비대면 실시간 수업, 콘텐츠 만들기에서 내가 할 줄 아는 건 아무것도 없었고 뭘 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그래서인지 비대면 실시간 수업은 비언어적 표현이 전혀 전달되지 않고 소통도 더 불편할 뿐만 아니라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관계 형성은 고사하고 아이들의 참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만 생각했다. 가장 큰 문제는 ‘비대면으로는 아이들과 라포(rapport) 형성이 절대 안 될 거야’라는 부정적인 생각으로 확신에 차 있던 나 자신이었다.
시대와 환경에 따라 내가 발 빠르게 변해야 한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타 분야 예술강사를 찾아 만나고, 실시간 비대면 수업에 필요한 온라인 연수와 같은 처지의 예술강사들과 ‘우리가_우주를_헤엄하는_방법’ 워크숍에도 참여해서 현장에서 적용 가능한 실질적인 정보와 기술을 배우고 익혔다. 전국에서 달려온 많은 예술강사를 만나고 나서 큰 위로가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아는 것이 힘, 모르면 배우면 되고, 세상이 바뀌면 나도 바뀌면 된다. 참 쉬운 것 같지만 두려움 속에서 쉬운 건 없었다. 두려움을 이기고 나 자신을 이기는 게 제일 어려운 일이었지만, 제일 잘한 일이 되었다. 작년에 마냥 헤매다가 뒤늦게 기본적인 것들은 준비해뒀던 터라 올해는 비교적 수월하게 느껴진다. 그래도 배워야 할 것들이 많음을 잘 알고 있기에 이젠 더는 겁내지 않는다. 무엇보다 비대면이든 대면이든 아이들을 만나 무언가 할 수 있다는 감사와 기대, 설렘으로 나는 오늘도 파이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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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예화
장예화
2006년부터 아동 음악분야 사회 예술강사로 활동 중이며, 교육 개발·연구·기획 등 예술 분야 TA연구모임 ‘예술별’ 대표를 맡고 있다. 꿈의 오케스트라 전문강사 1기로 2011년 국내 및 미국 연수에 참여하였고, 2016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표창을 받았다. 아이들의 작은 변화에 감동하고,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며 보람을 느낀다.
gusili@empas.com
사진제공_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