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내게는 인류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인류가 나를 필요로 하지요.
그래요, 여러분의 미래는 내게 달려 있어요. 내가 흥하면 여러분도 흥합니다.
내가 비틀거리면 여러분도 비틀거리거나 안 좋아지지요.
그러나 나는 영겁의 세월을 존재해 왔어요.
그리고 여러분보다 더 위대한 종들을 먹여 왔어요.
그리고 여러분보다 더 위대한 종들을 굶겨 없애기도 했죠.
내 바다, 내 흙, 내 흐르는 하천, 내 숲 모두 여러분을 데려오거나 데려갈 수 있어요.
여러분이 매일 어떤 삶을 택하든.
‘말하는 자연(Nature is Speaking)’ (줄리아 로버츠) ,『창의성의 기원』(에드워드 윌슨) 재인용
딱히 할 말이 없다. 어떻게 재활용되는지 모른 채 플라스틱 쓰레기를 커다란 봉지에 담아 매주 버리고 있고, 봄이 왔으나 영원한 가을인 양 갈색으로 시들어버린 식물을 집에 두고 있는 나로서는. 아! 나를 포함한 인간은 결국 자연에, 지구에, 우주에 백해무익한 존재로 최종 결론을 내야 하는 걸까?
서로 주고받고 밀고 당기는 일곱 개의 아트 프로젝트
2021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은 팬데믹, 기후변화, 다양성, 사회참여와 같은 이슈에 대응하는 예술교육의 역할을 의제로 삼았다. 이에 대한 아트 프로젝트의 응답은 사람과 동물, 사람과 식물, 사람과 사물, 사람과 사람, 사람과 소리, 사람과 지구와의 상호작용이다. 지구 위 모든 생물과 무생물은 상호 작용하면서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 인간은 그 수많은 종 중 하나일 뿐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인간은 지구 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 갈수록 거대한 위험을 자초하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바이러스에조차 취약하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겪고 있지 않은가? 이제 세상의 모든 만물과 주고받는 영향을 다시 감각하고 인지해야 할 때이다.
· 팝업북, 동물(가제)
동물을 해치지 않는 ‘반려인간’이 되려면 우선 인간 이외의 생명체도 살펴봐야 한다. 여자들이 동네 공원, 산속, 숲속의 곤충, 새, 물고기를 비롯해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 혹은 상상 속 동물을 그린 후 사진을 찍어 보내면, 사진을 모아 세상에 단 한 권밖에 없는 팝업북을 만든다. ‘팝업북, 동물’(가제)에는 “동물원의 동물들이 야생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청주시 동물원을 소재로 팝업북 <동물, 원>을 만든 케플러49의 정혜경 작가가 함께한다. 팝업북은 5월 넷째 주 아트 프로젝트 홈페이지에서 영상으로 공개한다.
· 둠 드로잉(Doom Drawing)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플랜테리어’(식물(plant)과 인테리어(interior)의 합성어)란 말이 생길 정도로 식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그런데 그 식물들 아직 살아있나? 당신의 집에 죽은 식물 혹은 시들어가는 식물이 있다면 페이퍼컴퍼니 어반과 온라인에서 함께 만나 그려보자. 드로잉을 하면서 식물이 살기에도, 사람이 살기에도 좋은 생활환경은 어때야 하는지 한 번쯤 생각해 보면 더욱 고무적이다.
[5.27(목), 온라인 줌]
·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쓰레기를 남긴다
‘생산-광고-소비-폐기’라는 무한 순환의 사이클 속에서 쓰레기(trash)이기도 하고 보물(treasure)이기도 한 물건과 나 사이의 이야기를 풀어보자. 쓰레기를 진지하게 연구하고 수집하는 져스트프로젝트가 당신과 사물 사이를 잇는다. 갈수록 소중해지는 오프라인 워크숍으로 만나보자.
[5.21(금), 5.22(토), 져스트프로젝트 작업장]

  • <팝업북, 동물(가제)>

  • <둠 드로잉(Doom Drawing)>

  •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쓰레기를 남긴다>
· 호기심 렌즈
스마트폰을 통해 만나는 세계 속 사물의 일부분을 찍고, 부분과 부분을 엮어 하나의 콜라주를 만드는 작업이다. 단순한 원리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복잡한 현상에 관심을 두고 있는 최승준 미디어 아티스트가 만든 호기심 렌즈 웹앱으로 부분이 전체가 되는 경험을 해보자.
[5.20(목), 5.21(금), 온라인 줌]
· 몸과 몸의 연결로 기억하는 나와 우리
만질 수 있지만 만져서는 안 되는 것이 되어버린 사람의 몸과 몸. 온라인과 서울, 통영, 대전 세 지역에서 진행하는 지역 오프라인 워크숍에서 허윤경 안무가와 닿을 수 없는 시기에 나눌 수 있는 접촉 감각을 느껴보자.
[서울 5.20(목) · 통영 5.22(토) · 대전 5.29(토), 오프라인+온라인 줌]
  • <호기심 렌즈>
  • <몸과 몸의 연결로 기억하는 나와 우리>
· 우주의 사운드
손에서 쥐고 놓지 않는 휴대폰을 보는 데만 쓰지 말고 소리 채집기로 사용해보자. 일렉트로니카 밴드 이디오테잎(IDIOTAPE) 멤버이자 디제이, 전자음악 프로듀서인 디구루(dguru)가 참여자가 채집한 일상의 소리를 엮어 하나의 사운드 트랙으로 만든다. 3일간에 걸친 연속 참여 워크숍으로 진행된다.
[5.14(금), 5.18(화), 5.20(목) 온라인 줌]
· 이제는 육지를 떠나야 할 때
가장 적게 쓰고 버려야 하는 한정된 공간인 배 위에서 지내며 새로운 삶의 방식을 상상해 보는 프로그램이다. 인공위성을 쏘아 올렸던 우주적 경력의 송호준 작가가 지난 5월 9일 음악가, 코인 개발자, 선장, 기자, 과학책방 디렉터와 함께 유튜브 라이브로 72시간 동안 요트 위에서 세기말 폭풍 수다를 떨었다. 예술과 기술과 생활 그리고 자연에 대한 그들의 이야기는 5월 중 웹페이지로 재구성해 여러분과 공유할 예정이다.
  • <우주의 사운드>
  • <이제는 육지를 떠나야 할 때>
우리 인간이 이제라도 자연의 보호를 받기 위해(자연 보호를 하는 게 아닌!)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건 단순하고 간결한 자연의 섭리인 상호작용 감각 익히기일 터. 7개의 아트 프로젝트를 통해 5월 한 달 동안 타인(他人)을 넘어 타자(他者)에게 미치는 나의 행동과 서로의 영향을 감지해 보자. 교감하고 싶다면!
· 2021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아트 프로젝트는 과학콘텐츠 그룹 갈다, 비저너리 크리에이티브 컴퍼니 FIG, 참여 예술가가 공동 기획했다.
달라라
달라라
단순컴퍼니 대표. 오전에는 근육을 단련하는 퍼스널 트레이너로, 오후에는 프로젝트 기획자로 일하고 있다.
dahllala@dahnso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