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10일,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구)영성여자중학교 자리에 성남 ‘꿈꾸는 예술터’가 지역 거점형으로 개관했다. 문화예술교육 전용시설 지원사업으로 2019년 전주 팔복예술공장에 꿈꾸는 예술터 ‘팔복야호예술놀이터’가 문을 연 이후 두 번째로 개관하는 성남 꿈꾸는 예술터는 생활 SOC 사업의 일환으로 성남 지역 내 유휴 공간을 문화예술교육 전용시설로 조성하여 지역민에게 창의융합형 프로그램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기존 학교 공간을 융합형 콘텐츠 개발을 위한 생태계 구축 공간으로 탈바꿈하여 지역 예술교육의 새로운 모습을 상상할 수 있게 한다. 이 글은 성남 꿈꾸는 예술터 개관과 함께 학교, 지역사회, 예술가의 협업을 통한 지역 내 프로그램의 융·복합적 접근과 지속가능한 문화예술교육 생태계를 상상하며 꿈꾸는 예술터의 역할을 비롯해 운영 가능성의 근거를 모색하고자 하는 시도이다.
  • 성남 꿈꾸는 예술터
누구나 향유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 문화예술교육 전용 공간
문화예술교육은 문화·예술의 참여를 통해 스스로 즐거움과 지적 만족감을 충족하는 향유자를 개발하여 새로운 향유자 문화를 이루고자 한다. 이러한 문화적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 사회 구성원에 대한 문화·예술 참여와 활동의 기회 제공은 정책의 중요한 방향이다. 예술의 접근성(accessibility)과 수월성(excellence)을 기반으로 한 사회적 가치를 확산하고 삶의 질을 향상하고자 하는 문화예술교육 정책이 시작되었다. 전문인력 확보와 역량 강화, 프로그램 다양화 등 소프트 파워(soft power) 성장을 거듭해 온 문화예술교육 정책은 공공성을 담보로 한 문화예술교육의 거점 공간(꿈꾸는 예술터) 마련으로 전환되었다.
이와 같은 거점 공간의 역할은 문화예술교육의 철학과 기본원칙을 실현할 교육 공간 마련과 체계적 교육기반 구축이라 할 수 있다. 물리적 공간에서 문화예술교육의 이념과 정책적 가치를 구현함으로써 문화시설의 부수적 기능이 아닌 독립 영역으로써 문화예술교육의 정체성 확립이 기대된다. 전시나 공연, 전통의 계승과 전수를 위한 교육이나 복지 공간이 아닌 창의적 교육 활동을 목표로 그 과정과 결과를 공유하는 예술 경험 공간의 조성에 대한 논의는 지속되어 왔다. 국내에서는 공교육의 학교를 비롯해 문화기반시설(도서관, 박물관 및 미술관, 문화예술회관, 문화원, 문화의집)과 사회복지시설(장애인복지관, 노인복지관, 사회종합복지관, 보육시설)을 비롯해 작가 스튜디오, 작업실, 연습실, 교육실과 문화예술교육 전문인력(기획자, 강사, 연구자)의 작업 공간이 문화예술교육 공간으로 활용되어 왔다. 이외에도 창의예술교육센터, 창의예술창작소 등 학교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예술교육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문화예술교육은 예술 장르의 확장과 교육 방법의 다양화, 예술가의 학교 및 사회 문화예술교육의 참여, 예술 참여자의 확장을 중심으로 자리매김하였다. 다양한 해외 사례의 소개와 국내 상황에 접목하는 지속적 변화 속에서 철학과 담론 역시 문화예술교육 발전의 동력이 되고 있다. 문화예술교육이 출현한 이래 문화예술교육의 주요 가치는 융·복합적 접근, 지역의 발견(지역화), 지역 내 문화예술자원의 네트워크 구성과 협업, 문화예술교육의 플랫폼 구성 등이라 할 수 있다.
  • 성남 꿈꾸는 미디어 랩
  • 성남 꿈꾸는 손기술 랩
성남 꿈꾸는 예술터에서 경험하는 유기적 협업
성남 꿈꾸는 예술터는 창의적 사고를 위한 활동, 문화예술 향유를 통한 감성의 성장, 유기적 융복합교육, 교사연수 등 전문인력 양성을 기반으로 하여 대상·활동·협업 중심의 공간을 주요 개념으로 설정하였다. 특히 상주 예술가 및 예술강사의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연구 개발 및 확산, 지역 학생들에게 폭넓은 문화예술 경험과 소통·공감 능력 향상에 기여하는 학교-지역 연계 문화예술교육 전용 공간 조성을 지향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문화예술교육 전용 시설이 부족한 성남시 수정구와 중원구 지역 아동·청소년 및 주민의 문화예술 향유 및 참여 공간으로 성남 지역 창의적 문화예술교육의 ‘지식’, ‘정보’, ‘프로그램 개발’의 발전소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
유아 놀이실, 소리 스튜디오, 라운지와 카페 등으로 구성된 성남 꿈꾸는 예술터에서 가장 특징적인 공간은 다양한 ‘랩(Lab)’이다. 문화예술교육 랩은 공간과 인력을 아우르는 개념이며, 미디어, 손기술, 소리, 움직임, 이미지, 통합 랩이 운영된다. 이곳에서는 문화예술교육의 개념 정립과 확산, 지역과 학습자 이해를 기반으로 한 문제의식의 제기, 문화예술을 비롯해 다양한 영역 간의 협업을 가능하게 한다. 이런 협업은 해결방안 모색을 위한 논의 체계와 방향 설정, 매체의 연구 방법과 구성, 소통과 공유, 활용과 이해 그리고 이들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재생산하고 이것을 다시 사회와 공유·소통하는 선순환 과정을 거친다.
이때 랩 공간의 주체이자 창의적 융합을 가능하게 하는 문화예술교육 인력은 예술가이다. 성남 꿈꾸는 예술터는 전임강사제를 두고 예술의 전문성을 담보하는 교육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시범사업이 일부 진행되었으며, 이제 개관을 맞이한 이들에게 그간 준비한 철학과 경험을 바탕으로 예술로 주민과 만나는 사건만이 남아 있다.
  • 선순환 협업 구조
꿈꾸는 예술터 조성을 준비하는 이들을 위한 제언
세상에 똑같은 교육 공간은 없다. 전주와 성남이 다르듯 이후에 개관하게 될 꿈꾸는 예술터 공간은 지역마다의 고유한 모습과 활동을 담을 것이다. 전주, 성남에 이어 올해 신규 선정된 강릉, 밀양, 장수, 청주 등에서 꿈꾸는 예술터를 준비하고 있는 기획자들은 성남의 사례를 연구하며 해답보다는 더 많은 질문을 발견하게 될 것이고, 상상력으로 이에 대한 각자의 해답을 지역별 현장에서 만들어 낼 것이다. 다음번 꿈꾸는 예술터를 준비하고 있는 이들에게 이전의 논의를 중심으로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꿈꾸는 예술터는 문화예술교육의 새로운 환경으로 다양한 활동과 통합적 경험의 제공을 목표로 한다. 이를 통해 지역민의 문화예술적 잠재력을 발견하고 문화 감수성의 성장을 실현할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한다. 꿈꾸는 예술터는 지역민이 삶에 대해 탐구하고 창의적이고 다양한 문제 해결을 위해 상상하고 활동하는 공간이다. 또한 꿈꾸는 예술터는 스스로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이웃과 지역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새로운 문화공동체를 이루는 활동의 장소로 역할을 다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이고 정교한 꿈꾸는 예술터의 조성 및 운영 체계 마련이 선행 논의되어야 한다.
둘째, 꿈꾸는 예술터는 직접적인 체험형 교육 활동의 기반이자 거점으로서 성격을 규정할 필요가 있다. 기본적으로 꿈꾸는 예술터는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직접적으로 운영하는 문화예술교육 기반시설 그 자체로 고유한 가치와 기능을 수행하는 독립적 조직체로 성격이 정립되어야 한다. 꿈꾸는 예술터 조성을 위한 정책 방향과 전략은 새로운 기관 및 공간 조성과 고유한 정체성을 반영한 콘텐츠 개발을 통해 많은 시민에게 예술의 참여와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는 데 있다.
셋째, 문화예술교육은 적극적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동시대성을 기반으로 한 예술 경험에 집중하는 것을 한 번 더 강조하고자 한다. 그렇게 될 때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은 ‘오늘, 여기, 나’를 중심으로 한 주도성과 현장성 기반의 즉흥적 표현을 가능하게 한다. 이를 위한 감각적, 놀이적 요소를 포함한 다양한 활동은 새로운 공유의 기회로 작용한다. 창의적이고 상상력을 자극하며 예술의 본질을 이해하고 이를 교육 방법으로 조성할 수 있는 새로운 환경과 상황에 대한 근본적이고 활발한 논의가 필요하다. 이것은 현재의 한계와 어려움을 극복하는 동력이 될 것이다.
또한, 시대와 사회의 변화 속에서 문화예술교육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문화예술교육의 철학을 기반으로 정책과 지향에 따라 내용과 방법이 다양하게 확대되고 있다. 예술가의 사회 참여와 공교육과의 창조적 파트너십은 예술교육의 사회적 역할과 기능을 확장한다.
마지막으로 지역 내 전문가들과의 연계와 협업만큼 중요한 것이 지역 주민의 일상의 삶을 담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운영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문화예술교육은 일상의 문화·예술 향유를 위한 적극적 대안으로 일상성이 중요하며, 일상의 삶 속에서 상시적인 문화·예술 경험을 위해서는 생활 속 거점으로의 역할이 필요하다. 꿈꾸는 예술터는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사회적 환경 및 트렌드 변화의 이해와 미래 사회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문화예술교육의 거점이 될 수 있다. 변화하는 시대적 상황 속에서 개관한 성남 꿈꾸는 예술터의 고유한 모습과 다양한 활동을 상상하며 꿈꾸는 예술터의 전국적 조성을 기대해 본다.
  • 성남 꿈꾸는 예술터 움직임 랩
  • 성남 꿈꾸는 예술터 이미지 랩
사진없음
백령
경희대학교 산학협력단 문화예술경영연구소 연구위원. 문화예술경영 및 정책 분야를 연구하고 강의하며 문화예술교육, 박물관 교육 관련 글을 쓴다. 2018년도 꿈꾸는 예술터 사업 컨설턴트, 전주 팔복예술공장 창의예술교육센터에서 인력 양성 등에 참여했다.
youngbaik65@gmail.com
사진제공 _ 성남문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