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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예술]에 대한 검색 결과입니다.

재난의 시간, 가족의 클리셰와 터부를 깨다

만물작업소 <유연하고, 단단한 발자국>

재난 영화 속에는 익숙한 장면들이 있다. 평화로운 일상에서 재난의 징후들이 조금씩 나타나지만 대다수의 외면 속에서 방치되다가, 결국 재난이 일어나고 일상은 끝내 무너져 내린다. 그리고 자녀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내어놓고 고군분투하는 부모가 나온다. 이 가족들은 대부분 평화로운 일상 속에서 나름의 문제를 안고 있었으나, 재난 속에서 가족애를 재확인하고 위기상황들을 헤쳐나간다. 영화에서 수없이 익숙하게 반복된 서사적 클리셰다. 특히 거대 자본이 투입된 재난 영화들에서는 아이들과 동물의 구조는 반드시 이루어지고, 그들의 희생에 관한 직접적인 묘사는 터부가 되는 경향이 있다. 재난 영화에서 담기지 않는 또

쓸고 닦고 조이고 보듬고 – 유기사물구조대 출동!

오늘부터 그린⑥버려진 물건을 구조하기

2020년 늦가을, 피스오브피스 멤버 일곱 명은 각종 청소 도구와 연장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일명 ‘서울아까워센타 : 유기사물구조대’(이하 서울아까워센타)! 이름 그대로 길거리에 버려진 멀쩡한 물건들이 아까워서 시작한 프로젝트다. 거리를 수색하다가 ‘유기사물’이 발견되면 병을 진단하고 처방을 내려 그 자리에서 뚝딱뚝딱 고친 뒤 매무새를 잡아주곤 유유히 떠나는 게 콘셉트다. 삼만리 뒤에서도 눈에 띌 듯한 소방관 복장을 하고 일곱 명이 우르르 몰려가, 아무도 눈길 주지 않았던 것에 힘을 쏟는 광경을 시민에게 보여주는 것이 미션이었다. 길거리는 무대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관람객이 되는 일종의 퍼포먼스. 무심히 일하는

예술은 어떻게 삶을 흔들고 갈망하게 하는가

빼뻘에서 마주한 예술의 질문

2018년 가을 한국전쟁과 기지촌을 주제로 한 작업을 지속해오던 당시 나는 고심 끝에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기지촌 여성의 몸을 소환하여 망자의 고통을 현재의 ‘나’ – 퍼포머가 입음으로써 기억해내는 영상작업 <몸, 부름, 말> 그리고 연결된 주제의 사진, 텍스트드로잉들을 조심스레 전시에 내놓았던 적이 있다. 단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 단 한 사람의 특별한 서사가 아닌 한국 땅에 수많은 여성의 삶이라는 점, 그 고통이 현재로 연결되어 있음에도 제대로 문제해결이 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리서치와 현장 답사를 통해 인식해가면서 예술을 통해 내가 할 수 있는

위기 속 새로운 문을 여는
기술활용 문화예술교육

[해외리포트] 디지털 도구를 활용한 예술교육

예술과 기술의 융합은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문화예술교육에서 끊임없이 논의되는 주제이다. 특히, 영국 창의문화교육재단(Creativity Culture & Education, CCE)에서 2002년부터 운영한 범국가적 문화예술 프로젝트인 ‘크리에이티브 파트너쉽(Creative Patnership, CP)’ 정책에서도 강조되었으며, 우리나라 역시 예술과 기술의 융합에 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그러나 이에 대한 담론과 실험이 실제화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 발생한 코로나 팬데믹 이후 현실적 필요가 작용하였다. 해외에서도 이와 같은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시각예술 수업에서는 전통적인 기초를 배우는 것과 동시에, 연필이나 붓으로 종이에 그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컴퓨터로 창작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더불어, 코로나

주민의 삶을 비추는 창작소의 불빛

울산 북구예술창작소

나의 유년 시절을 보낸 이곳 울산 북구 염포는 조선 세종 때에는 일본과 교역을 담당하던 삼포 개항지 중 한 곳이었고 근대 이후 자동차 산업과 조선업이 들어오면서 현재는 우리나라 자동차·조선산업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염포는 노동을 위해 전국에서 모여든 이주민이 터를 잡아 뒤에는 산을 등지고 앞으로는 공장을 바라보며 위에서 보면 산과 공장 사이 기다란 꼴로 독특한 형태의 마을을 이뤘다. 마을 끝자락에는 염포의 여느 집들과 마찬가지로 공장을 바라보고 있는 시각예술 레지던스 공간인 ‘북구예술창작소’가 있다. 어릴 적 친구를 기다리던 그 골목에 이런 멋진 공간이

나 자신으로, 자유롭게, 어우러지며

[좌담] 장벽 없는 문화예술교육

삶을 자유롭게 하는 예술 낯섦이 두려움이 되지 않도록 넓고 깊어질 시간이 필요하다 연결되고 어우러지는 경험 좋은 일? 좋아서 하는 일! 특수학교와 장애인 복지시설에 예술강사를 지원하는 방식을 넘어 장애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장애인 문화예술교육이 참가자 한 사람 한 사람의 개별성을 인정하고 좀 더 다양한 이야기를 담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하고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장애를 다른 감각의 세계로 이해하고 접근하는 문화예술교육은 어떻게 가능할까? 모든 사람의 자리를 인정하는 사회적 감수성, 환대하는 문화예술교육을 논의해본다. 좌담 개요 • 일 시 : 2021. 7. 23.(금)

감각의 교차 속,
비로소 듣고 들리는 것

아트엘 <듣다> 프로젝트

스며들다 ‘듣는다는 게 대체 뭘까?’ 올해로 어느덧 4년 차에 접어든 아트엘의 <듣다> 프로젝트를 리뷰하기에 앞서, ‘듣는다’라는 것의 의미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았다. 듣는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감각 기관, 그중에서도 특히 청각기관을 통한 소리의 알아차림을 뜻한다. 그런데 만약 이 같은 일반적·사전적 의미 밖에서 듣는 행위를 사유해본다면 어떨까. 만약 듣기의 대상이 ‘소리’에 한정되지 않는다면, 만약 듣기의 이유가 ‘의미나 정보의 전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면, 만약 듣기의 방식이 귀를 비롯한 ‘청각기관’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들을 수 있을까. ‘듣기’라는 명사적 상태를 ‘듣는다’는 동사적 행위로 전환할 때에서야

열정에 대한 예의

낯선 예술을 마주하기

아웃사이더 아트를 주류 예술계와 무관하게 존재하는 예술이라 말하는 사람도 있고, 특정한 미술 사상에 포함되지 않는 예술이라 하는 사람도 있고, 기성 예술의 틀에서 벗어나 있는 예술이라 하는 사람도 있다. 아웃사이더 아트라는 말은 어디에서 왔을까? 1972년, 영국의 미술사가 로저 카디널(Roger Cardinal, 1940-2019)은 장 뒤뷔페(Jean Dubuffet, 1901-1985)가 만든 용어 ‘아르 브뤼(Art Brut)’를 ‘아웃사이더 아트(Outsider Art)’로 영역했다. 장 뒤뷔페는 사회에서 고립된 독학 예술가들의 낯선 예술을 찾아다녔다. 인류학자를 자처한 예술가는 사실 장 뒤뷔페만이 아니었다. 한동안 서구 모더니스트들 사이에서는 독학 예술가들의 작품을 수집하는 붐이 일었다. 1920년대 초

본다는 것을 탐구하는 원대한 여정

엄정순 작가 · (사)우리들의 눈 디렉터

#1. 어느 때부터인가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 왕자>의 첫머리를 읽으면서 투시하지 않은 보아구렁이 뱃속의 코끼리 그림을 우리는 알아챌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결국 그림 제2호를 보아야만 뱃속의 코끼리를 알게 되지 않았을까. #2. ‘장님 코끼리 만지기’라는 옛날 속담이 있다. “앞이 안 보이는 사람들이 코끼리를 만져 보는데 저마다 다른 부분을 만지고서는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이 코끼리라고 우긴다”라는 내용이다. 다 알지 못하면서 전부 아는 것처럼 행동할 때 우리가 사용하는 속담이다. 속담 자체로는 부정적 뉘앙스를 띤다. 그런데 조금만 달리 생각하면, 단순히 눈이 아닌, 오감(여기서는

접속과 접촉, 감각의 교차와 연결

코로나 이후의 미술 소통의 변화와 《경험적 감각》전

코로나19 팬데믹은 ‘비대면’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온라인을 통한 감각적 변화에 직면하게 했다. 21세기 포스트휴먼 시대의 온라인은 오프라인의 부속개념이 아닌, 그 자체로 거대한 하나의 세계, 접속과 접촉이 교차하는 두 세계를 하나로 연결하는 길을 재촉한다. 지금 세계는 학교도 회사도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으로 시각적 감각을 보다 확장해 가고 있다. 그런데 이 시각적 감각은 다른 감각에 비해 지적인 반면 만족도는 가장 낮다. 그 이유는 맛있는 음식을 눈으로 보고만 있어야 할 때나 특별히 교육받지 않고는 도무지 알 수 없는 것(문자, 악보, 추상미술)을 보고 느끼는 당혹감 때문이다.

한계에 맞선, 새롭고 소소한 접근

[해외리포트]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영미권 예술교육 프로젝트

성공적인 백신 개발과 높아지는 접종률로 코로나19 회복 가능성이 엿보였던 시기도 잠시, ‘델타 변이’로 대표되는 끊임없는 변종 바이러스로 인해 팬데믹은 또다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인해 변화한 일상이 더는 새롭지 않은 지금, 단순한 비대면이 아닌 보다 새로운 방법으로 현재 상황을 돌파하는 영국, 미국의 예술교육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급식과 함께 배달하는 예술교육 키트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면의 위험성이 높아지자 대부분 국가의 학교에 임시 폐쇄 조치가 내려졌다. 이에 학습 기회는 비대면 수업으로 대체되었으나, 학교에서의 예술교육, 방과후교실 등을 매개로 이어졌던 지역사회와 예술단체, 예술가의 연결성은

위기의 시대에 대응하는 예술교육

제4회 유네스코 유니트윈 국제 학술대회 리뷰

올해로 4회째 맞는 유네스코 유니트윈(UNITWIN, University Twining and Network) 국제 학술대회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주관으로 개최되었다. 본래 작년에 개최되어야 했을 이 학술대회는 코로나19로 인해 연기되어, 올해 5월 24일부터 26일까지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다. 유니트윈 국제 학술대회는 2021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과 연계되어 개최되었으며, 본격적인 학술대회의 사전행사로 국내외 인사의 축사와 기조발제, 예술공연, 그리고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바라본 기후위기를 주제로 한 사전 학술대회 등이 진행되었다. 제4회 유니트윈 국제 학술대회는 ‘위기의 시대, 행동하는 예술교육’이라는 주제 아래, 기조발제와 폐회세션을 포함하여 총 11가지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었다. 유니트윈 조직위원장을 맡은 박신의 경희대학교 교수는 팬데믹으로

국가승인통계로 살펴본 문화예술교육의 현재

2020 문화예술교육조사 주요 결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황희, 이하 문체부)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원장 이규석)과 함께 ‘2020 문화예술교육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전국 만 3세 이상 일반 국민 6천여 명을 대상으로 2019년 9월 1일부터 2020년 8월 31일까지의 문화예술교육 참여율과 만족도 등 현황을 담은 최초 국가 승인통계이다. 이번 조사는 2020년 11월부터 2021년 2월까지 4개월간 진행되었으며, 문화예술교육 인식, 학교·사회·온라인 문화예술교육 참여 실태와 문화예술교육 수요를 파악하기 위한 문항으로 구성되었다. 문화예술교육 경험 27.3%, 만 19세 이후 참여율 급격히 낮아져 2020년 한 해 국민의 문화예술교육 참여율은 27.3%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문화예술교육’은 음악·미술·무용·연극·영화·문학·전통 등 다양한

인생 후반전을 꽃피우는 ‘의미 있는’ 예술 참여

[해외리포트] 영국 노년기 참여 예술 프로그램 툴킷

인생 후반기에 우리의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영국의 자선단체 에이지 UK(Age UK)는 「노년기의 창의적이고 문화적인 활동과 웰빙(Creative and Cultural Activities and Wellbeing in Later Life)」 보고서를 통해 좋은 사회적 네트워크를 가질수록, 건강할수록, 재정 자원이 풍부할수록 인생의 후반기에 높은 수준의 웰빙을 경험할 가능성이 크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연구의 가장 강력한 메시지는 노년에 주변 세계와 ‘의미 있는 참여’를 유지하는 것의 중요성이다. 일 또는 사회적·창의적·신체적 활동, 커뮤니티 활동 등을 모두 포함하는 이러한 유형의 의미 있는 참여는 전체

코로나19 이후, 멈추지 않는 시도

[기획포커스] 지역의 발견과 궁리①

2018년 지역협력위원회 출범 이후 실질적인 지역 기반 문화예술교육 생태계를 만들어나가는 노력이 이어졌다. 특히 작년 코로나19라는 재난의 상황 속에서 문화예술교육의 근원적 성찰, 변화의 흐름과 요구가 더욱 가속화되면서 올해는 ‘지역 중심’ ‘생활권 중심’ 문화예술교육을 실천하기 위한 노력이 좀 더 구체화될 전망이다. 올 한해 새롭게 변화하거나 지속되어야 할 예술·정책·현장의 흐름을 ‘발견’하고 ‘궁리’하기 위해 공모사업 심의가 한창 진행 중이었던 지난 3월 초 17개 광역시도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글 싣는 순서 : ① 관행을 깨는 용기와 도전 ② 지역 중심‧생활권 중심 문화예술교육 참여하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