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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의 사람들 _미술평론가 공주형⑤

특별할 것 없는 어느 한 날 파리 시내의 광장입니다. 〈콩코드 광장〉은 마치 우연히 누른 셔터에 포착된 스냅 사진의 한 장면 같습니다. 등장인물 중 누구 하나 온전히 자신을 드러내는 이 없습니다. 머리와 팔의 일부, 심지어 아예 반쪽만 모습을 드러낸 행인도 있습니다. 드가의 〈르픽 자작과 어린 두 딸〉 혹은 〈콩코드 광장〉의 무대는 ‘거창한 변형’이라 불리는 개조 사업 후 19세기 파리입니다.   에드가 드가 Edgar De Gas 〈르픽 자작과 어린 두 딸〉 혹은 〈콩코드 광장〉, 1875년 작   파리가 중세의 분위기를 벗어나 오늘날과

영웅의 조건_미술평론가 공주형③

2012년 12월 프랑스의 퐁텐블로 성에서 경매가 개최되었습니다. 관심의 대상은 숫자 암호 편지이었습니다. “10월 22일 오전 3시에 크렘린을 폭파하라.” 편지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편지를 차지하려는 프랑스와 러시아의 수집가들의 치열한 경쟁 끝에 문제의 서신은 18만7500유로(2억6400만원 상당)에 낙찰되었습니다. 예상가의 10배를 훌쩍 뛰어 넘는 가격이랍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편지의 값어치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요. 프랑스 군대의 러시아 원정 상황이 담긴 편지 내용의 기록적 가치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이유의 전부는 아닙니다. 흥미로운 것은 유려한 필체로 서신을 써내려 간 작성자이었습니다. ‘나프(Nap)’라 편지에 서명한 장본인은 ‘전쟁 영웅’, 나폴레옹이었거든요.

‘예술가의 구두’를 바라보는 우리 시선
_미술평론가 공주형①

낡은 구두가 놓여 있습니다. 얼마나 오랜 시간 주인과 함께 고된 시간을 함께 했는지 처음에 반듯했을 모양도 변형되었고, 표면의 윤택도 사라졌습니다. 이 〈구두〉는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 ~ 1890)가 그린 것입니다. 이 낡은 구두는 누구의 것일까요. 이 질문에 대해 세 명의 철학자는 서로 다른 답을 내놓습니다.     반 고흐, 〈구두〉   하이데거는 이 신발 주인으로 촌 아낙네를 지목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이 구두에 서려 있는 많은 것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이를테면 〈구두〉에 ‘넓게 펼쳐진 밭고랑을 걸어가는 아낙네의 강인함, 들일을 하러 나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