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기후위기'

최신기사

부디 작은 나무를 심어주오

오늘부터 그린⑦ 자연으로부터 배우는 기다림의 미덕

전 지구에 불어닥친 기후 변화와 환경 위기를 우리 모두가 먼 나라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사실 그래도 괜찮을 정도로 멀리 있는 것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어느샌가 그 거리가 빠른 속도로 좁혀지더니 이제 매일매일 우리의 일상에서 그 위협을 직면하는 심각한 상황이 되었다. 연례행사가 된 극심한 폭염과 기록적인 가뭄과 장마, 숨통을 조여 오는 미세먼지 등등. 또 지난 2년간 우리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놓았던 코로나19도 조금만 들여다보면 야생동물 서식처를 무분별하게 파괴하면서 시작된 큰 범주의 환경문제라는 것이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매우 빠른 속도로 우리의 일상과

지구의 위기에 맞서 싸우는
첫 번째 행동

기후 비상사태에 대응하는 호주의 예술프로젝트

한여름의 더위 속, 시드니의 하늘에 얼음 한 덩어리가 띄워졌다. 에어리얼(공중) 공연과 신체극 창작을 주로 하는 호주 ‘렉스 온 더 월(Legs On The Wall)’의 신작 공연이다. 2022년 1월 시드니 항구 상공에는 하루에 10시간이 넘게 2.7 톤의 얼음조각과 한 여성이 외롭게 매달려 있었다. 세상으로부터 완전히 고립된 그녀는 얼음 위에서 비바람과 산업용 크레인으로부터 이 세계를 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얼음은 조금씩 녹아 아래로 흐른다. 관객들은 그녀가 직면한 세상에서 생존을 위해 싸우는 몸부림을 바라보며 어떤 영감을 받게 될까? 은 기후 비상사태에 각자의 역할에 고심하고

바닷길 따라, 지속가능한 예술의 미래를 향해

스칸디나비아 ‘기후를 위한 행동’의 예술적 실천

​덴마크에서 핀란드, 러시아, 에스토니아, 스웨덴까지 발트해를 가로질러 바다를 항해하며 공연하는 예술단체가 있다. 단체의 이름은 노르웨이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기후를 위한 행동’(Acting for Climate)이다. 이름에서 눈치를 챘을 것이다. 이들의 항해가 그저 독특하고 낭만적인 기획만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기후를 위한 행동은 컨템포러리 서커스 단체이다. 덴마크 출신의 시인이자 수학자이며, 가구 디자이너인 피트 헤인(Piet Hein)이 “예술은 해결되기 전에 명확하게 공식화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다”라고 예술을 정의한 것에 영감을 받아 2014년 노르웨이에서 시작되었다. 이 단체는 예술을 통해 사람들에게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행동하도록 영감을 주는 것을

길 끝에서 새 길을 튼다

2021-2022 문화예술교육 결산과 전망② 2022 도전과제

코로나19 감염병이 전 세계에서 유행한지 벌써 2년여 시간이 흘렀다. 비대면·비접촉으로의 전환은 사회 전반에 디지털 가속화를 불러일으켰고, 그동안 문화예술(교육) 분야에서도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여 대안을 모색하고 새로운 방법을 시도했다. 한편으로는 만남과 감각의 소중함이 대두되면서 지역과 생활권 문화예술에 관한 논의와 담론이 형성되었고, 예술과 기술, 인간과 동물, 생태와 기후환경, 소수자 공존에 관한 고민은 문화예술(교육)의 본질과 공공성에 관한 질문으로 확장되어 갔다. 2021년을 마무리하며 그동안 [아르떼365]가 필자로, 인터뷰이로 만났던 전문가들과 함께 각자의 자리에서 변화에 적응하며 고민하고 실천했던 한해를 되짚고 새해를 전망하며 각자의 다짐을 들어보았다.   ①

지구의 오늘에 함께 기여하는 액션!

탄소중립을 선언한 영국 피그풋시어터

탄소중립극단(carbon-neutral theatre company)을 단체명 앞에 내세우는 연극단체가 있다.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피그풋시어터(Pigfoot Theatre, 이하 피그풋)이다. 헤티 혹손(Hetty Hodgson)과 비 유데일-스미스(Bea Udale-Smith)가 공동예술감독으로 이끄는 피그풋은 지구에 해를 끼치지 않는 방식으로 기후에 관한 공연을 만들고 있다. 작품 안에서 전기를 스스로 생산하며, 재활용품을 이용해 무대 세트를 만든다. 작품을 계획할 때부터 작품을 구성하는 모든 재료의 공연 후 쓰임까지 고려하며, 모든 과정에서의 탄소 발자국을 계산하고 기록한다. <How To Save A Rock> ⓒEd Rees | [이미지출처] 피그풋시어터 페이스북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극단의 도전 과연 가능한 일일지

태어나 처음 극장에서 만나는 지구

오늘부터 그린⑤ 만나다

어린이들은 비가 오면 바쁘다. “찰박찰박 텀벙!” 물을 튀기기 좋은 웅덩이를 찾고 빗줄기 사이를 뛰어다니며 온몸으로 비를 맞는다. 사람마다 시기나 기간은 다르지만, 내가 아는 한 모든 어린이들은 이처럼 인생에서 비를 처음 만나고 알아가는 시간을 갖는다. “그 첫 번째 비를 기억하나요? 가장 처음 비를 맞던 순간, 그 비를 기억하나요?” – 아기소리극 <환영해> 중 지금 우리가 만나는 모든 존재는 비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지구가 처음 생겼을 때 지구는 들끓는 마그마로 아주 뜨거웠다. 그 위에 수증기와 이산화탄소가 쌓여 대기가 되고, 마그마가 식어가면서 수증기는

슬픔도 불안도 이겨낼 이야기의 힘

오늘부터 그린④ 녹이다

다시 만날 수 없는 이들,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자. 기후위기를 삶에서 감각하는 것은 이러한 상실에서 기인한다. 나의 편안한 삶 저 너머에 사라지는 숲과 녹아내리는 빙하를 상상할 수 있는 힘. 바로 거기서 시작한다. 최근 그리스에서 일어난 큰 화재로 2,500살 먹은 올리브 나무가 불타 죽었다. 어른 열 명이 빙 둘러서야 겨우 감쌀 만큼 거대한 이 나무는 최근까지도 열매를 가득 맺었다고 한다. 많은 이들이 나무의 죽음에 애도를 표했다. 화재로 사라진 수많은 것 중 이 올리브 나무가 특별히 마음에 남은 것은

폭풍우가 오기 전에, 함께 탈 배를 짓자

오늘부터 그린③ 짓다

두 개의 섬 아이슬란드 작가이자 환경운동가인 안드리 스나이르 마그나손은 『시간과 물에 대하여』 서문에서 ‘기후변화’라는 단어가 대다수 사람에게는 “백색잡음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인간의 인지를 뛰어넘는 거대한 문제 앞에서 우리는 생각보다 그 안의 많은 소리를 부정하거나 넘겨짚고 있을 수 있다. 우리는 대부분 해수면이 얼마나 상승했는지, 멸종이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 알지 못하고 매일을 살기 위해 애쓴다. 『그림자의 섬』에 등장하는 테즈메이니아주머니늑대도 아마 그랬을 것이다. 기나긴 악몽 끝에 왈라비 박사를 찾아간 그는 이런 결론에 마주한다. “당신, 테즈메이니아주머니늑대 씨는……멸종되었습니다.” – 다비드 칼리, 『그림자의 섬』 중 다비드 칼리와

파국이 시작되었다,
춤을 추자

책으로 읽는 문화예술교육

시인 이문재와 소설가 최성각은 생태·환경 문제에 관한 한 누구보다 예민한 작가들이다. 이들은 생태·환경 문제를 단순히 소재적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만족해하는 얕은 생태학을 지향하지 않는다. ‘파국’이 임박한 지구적 기후위기 문제를 비롯해 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 어떻게 전환할 것인지를 예민하게 의식하며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들이다. 물론 두 사람의 기질은 다르다. 시인 이문재가 『지금 여기가 맨 앞』(2014)에 이어 최근 『혼자의 넓이』(2021)에서 ‘세계감(世界感)’을 강조하며 지구를 걱정하는 시를 쓴다면, 소설가 최성각은 ‘환경운동 하는 작가’를 자처하며 환경책을 깊이 읽는가 하면 생태적 삶을 직접 살고자 고민하고 싸우는 작가이다. 그런 두

그들의 눈으로 만나는 지구

오늘부터 그린② 보다

지난해 화천 예술텃밭에서 진행된 『예술텃밭 예술가 레지던시-기후변화』에 참여하면서 산책을 자주 했다. 텃밭 위쪽으로 도로를 따라 걷다 보면 농장이 하나 나온다. 비탈길에 서서 농장의 축사를 내려다보는데 소들과 눈이 마주쳤다. 소들은 나의 작은 움직임에도 반응하며 시선으로 나를 쫓았다. 심지어 축사 기둥 사이로 고개를 쭉 빼더니 더 잘 보려고 애를 쓰는 듯했다. 내가 소를 보는 줄 알았는데 소들이 나를 보고 있었다. 모두가 나를 보고 있었다. 존 버거는 그의 책 『다른 방식으로 보기』에서 우리가 무언가를 볼 때 그 한 가지만 보는 것이 아니라 대상과

나와 기후위기 사이, 숨은 연결고리 찾기

오늘부터 그린① 잇다

구지민 작가의 <The Chain – 착취사슬>을 펼쳐 보자. 어렸을 때 『월리를 찾아라』 속에서 빨간 줄무늬 옷의 월리(Wally)를 찾던 때처럼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한다. 그림에는 평범한 도시 속 사람들의 일상이 자잘하게 펼쳐져 있다. 편의점에서 비닐봉지를 한가득 채워 들고 나가는 사람, 화려한 광고 아래에서 옷을 고르는 사람들, 그릴 위에서 연기를 한껏 뿜으며 구워지고 있는 고기, 카페 테이블 위의 일회용 컵들, 동물원의 동물들, 바쁘게 움직이는 택배 노동자…. 어디서 본 듯한 여느 도시의 풍경이다. 그런데 이러한 작은 일상의 조각들이 지구와 연결된 사슬이라면 우리의 풍경은 어떻게

함께 지구를 뒹굴며 돌보는 힘

기후 정의 창작집단 ‘콜렉티브 뒹굴’

콜렉티브 뒹굴(이하 ‘뒹굴’)을 처음 만난 곳은 화성이었다. 지구 밖, 화성. 2019년 뒹굴은 화성 탐사 로버에 관한 공연을 했다. 작품은 연극축제 ‘화학작용 4:오프-스테이지 편’에서 진행된 워크숍 공연 〈화성 탐사선, 오퍼튜니티〉에서 출발하여 서울프린지페스티벌 2019 참가작 〈오퍼튜니티〉로, 또 인사미술공간 “막간극” 〈오퍼튜니티: →→ort→→〉로 나아갔다. 로버들은 멸종에 처한 지구를 떠나 화성에서 새로운 희망을 개척하는 의무를 맡고 있다. 앞서 화성에서 묵묵하게 자신의 임무를 이어갔던 스피릿과 오퍼튜니티를 떠올리며 로버가 된 인간들은 뒤늦게 화성에 도착한다. 무의미한 동작의 반복과 끝을 알 수 없는 그들의 임무 사이에서 인간이 지금껏 쌓아온

당신 곁에선 어떤 소리가 들리나요?

소리로 느끼는 지구의 변화

몇 해 전, 아이들과 일상의 소리로 음악을 만들어보는 수업을 했던 적이 있다. 수업은 주변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부터 시작한다. 학교에서 들리는 소리가 다 거기서 거기일 것 같지만 신기하게도 아이들은 계속해서 새로운 소리를 발견해온다. 그러다 보면 우리는 소리를 통해 공간의 작은 디테일을 발견하게 된다. 교실 앞문은 여닫을 때마다 작은 고리가 부딪히며 소리를 낸다든지, 창문 옆에 나무가 있어 바람이 불 때면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든지, 매일 생활하면서도 몰랐던 사실들을 말이다. 소리는 풍경처럼 오래도록 머무르지 않고, 냄새처럼 바로 알아차리기 어려울 수도

위기의 시대에 대응하는 예술교육

제4회 유네스코 유니트윈 국제 학술대회 리뷰

올해로 4회째 맞는 유네스코 유니트윈(UNITWIN, University Twining and Network) 국제 학술대회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주관으로 개최되었다. 본래 작년에 개최되어야 했을 이 학술대회는 코로나19로 인해 연기되어, 올해 5월 24일부터 26일까지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다. 유니트윈 국제 학술대회는 2021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과 연계되어 개최되었으며, 본격적인 학술대회의 사전행사로 국내외 인사의 축사와 기조발제, 예술공연, 그리고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바라본 기후위기를 주제로 한 사전 학술대회 등이 진행되었다. 제4회 유니트윈 국제 학술대회는 ‘위기의 시대, 행동하는 예술교육’이라는 주제 아래, 기조발제와 폐회세션을 포함하여 총 11가지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었다. 유니트윈 조직위원장을 맡은 박신의 경희대학교 교수는 팬데믹으로

위기에 대응하는 문화예술교육의 역할을 성찰하며

박신의 제4회 유네스코 유니트윈 국제 학술대회 조직위원장

코로나19로 중단되었던 유네스코 유니트윈 국제 학술대회가 2021년 5월 서울에서 다시 힘찬 발걸음을 내디딘다. 위기의 시대상을 반영한 이번 서울대회의 주제는 기후위기와 예술치유를 관통한다. 문화예술교육은 어떻게 환경문제에 대한 각성을 촉구하고 접촉의 공포에 대한 치유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제4회 유니트윈 국제학술대회 조직위원장을 맡은 박신의 경희대학교 교수를 만나 이번 서울대회가 제시할 문화예술교육의 실천과 행동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2017년 싱가포르에서 창립된 유네스코 유니트윈 국제 학술대회가 독일 뉘른베르크, 캐나다 위니펙에 이어 올해 대한민국 서울에서 개최된다. 학술대회의 의미와 ‘위기의 시대, 행동하는 예술교육’이라는 주제 선정 등에 관한 이야기가

매일매일 지구의 날,
모든 생명을 위한 실천

청소년 기후위기 행동 모임 일점오도

점심을 먹기 위해 국수집을 찾았다. “고기 안 들어간 음식이 있나요? 계란, 생선도 안 먹어요.” 식당을 찾은 사람은 기후위기 행동 모임 1.5℃(일점오도)에서 활동하는 민김이다. 민김이는 비건(Vegan)이다. 비건은 육류, 생선, 알류를 먹지 않는다. 이것저것 음식에 무엇이 들어가는지 확인하고 마침내 비빔국수를 주문했다. 그런데 양념에 고기가 들어가 있는 것이 아닌가! 사장님께 물어보니 당황해하며 말을 얼버무렸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난감해하던 민김이는 고민 끝에 비빔국수를 먹지 않고 다른 걸로 끼니를 채웠다. 음식물쓰레기를 만든 건 아닌지, 분명 물어보고 주문했는데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복잡한 심정으로 식당을 나오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