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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꾸고 돌보며 찾아낸 공존의 언어

예술가의 삶과 돌봄

말라 죽어 가던 새싹에 돌봄이라는 이름으로 적당한 물과 거름을 주거든 그 식물은 제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그리하여 우리는 아름다움과 향기를 얻고 배를 채운다. 올해의 수고로 어쩌면 이듬해에 향긋한 꽃과 실한 열매를 또 한 번 기대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도 비슷한 경험을 한다. 아이는 자기 자신은 상상도 못 할 만큼의 힘차고 긍정적인 기운을 뿜어내는데, 이는 아이를 돌보는 가족 구성원에게 있어 값을 매길 수 없는, 대체 불가 에너지로 환원된다. 아이를 돌보아 받는 가장 큰 수확 중 하나다. 지금까지

세상을 바꾸기 위해, 조금 덜 외롭기 위해

제6회 국제예술교육실천가대회(ITAC6)에 다녀와서

당신은 예술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가? 예술교육활동가와 예술교육의 변론인을 자처해온 나 자신과 이 글 너머의 독자들에게 가슴에 손을 얹고 질문해본다. 흠, 글쎄, 정말? 매일의 나의 노동 안에 녹아있는 유형·무형의 노력, 틈새 사이를 비집는 실낱같은 전문성, 인간에 대한 변덕스러운 애정을 굳이 들추어가며 의심해본다. 대면의 순간이, 노동의 결과가, 만남의 누적이, 정말 세상을 바꾸는 것을 본 적이 있나, 기획안에 쓰는 “예술교육의 목표”가 설득적인 수사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는 실질적 동력임을 경험하였나, 아니 바뀌어 질 거라고 애초에 스스로 믿고는 있나, 혼자가 어렵다면 나의 동료가,

연약한 목소리, 작은 질문에 귀를 기울이면

서로의 곁을 살핀다는 것

지인이 수습생으로 일하던 옷 수선 가게에 단골 할머니가 있었다. 기성복을 사면 항상 소매가 길어서 줄여 입는다며, 자기처럼 팔이 짧은 사람도 있고, 보통보다 다리가 긴 사람도 있고, 사람마다 생긴 모양이 다른데 공장에선 어쩌면 저렇게 똑같은 옷만 찍어내는지 모르겠단다. 파는 옷 치수에 대략 내 몸을 맞추는 데 익숙했던 나는, 평소라면 그저 예민하시네, 불편하셔서 어째, 여기고 말았을 할머니의 말을 곰곰 생각해 봤다. 사람의 몸은 다 다른데 고작 ‘대, 중, 소’ 이렇게 단순하게 나눠 옷을 파니 어깨가 불편하고 바짓단이 질질 끌리는 거였다. 같은 일이라도

골목에서, 동네와 지역에서,
서로를 연결하는 실험

지역이 만들어가는 문화예술교육⑦

문화예술의 지방분권 흐름이 거센 와중에, 지역이 주체가 되는 문화예술교육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이러한 지역화의 흐름과 더불어 지역이 주체적으로 만들어가는 문화예술교육의 의미를 짚어보는 ‘지역이 만들어가는 문화예술교육 포럼’이 7월부터 11월까지 광역과 기초단위에서 매달 릴레이 방식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이번 포럼은 문화예술교육 사업의 지방 이양 논의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17개 광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기초문화예술교육 거점이 공동 대응의 필요성을 공감하며 마련하였다. 이 포럼의 주요 논의내용을 바탕으로 지방분권 시대 문화예술교육 지역화에 관한 주요 이슈를 짚어본다. 「문화예술교육 지원법」이 제정되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설립된 게 2005년이니 광역을 거쳐 기초단위에서

문화예술교육 전용공간,
반드시 필요할까

지역이 만들어가는 문화예술교육④

문화예술의 지방분권 흐름이 거센 와중에, 지역이 주체가 되는 문화예술교육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이러한 지역화의 흐름과 더불어 지역이 주체적으로 만들어가는 문화예술교육의 의미를 짚어보는 ‘지역이 만들어가는 문화예술교육 포럼’이 7월부터 11월까지 광역과 기초단위에서 매달 릴레이 방식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이번 포럼은 문화예술교육 사업의 지방 이양 논의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17개 광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기초문화예술교육 거점이 공동 대응의 필요성을 공감하며 마련하였다. 이 포럼의 주요 논의내용을 바탕으로 지방분권 시대 문화예술교육 지역화에 관한 주요 이슈를 짚어본다. 두려움을 떨치고 우물 밖으로 나와야 세상을 바로 보고 비로소, 문제를

홀로 수업하지만, 혼자가 아니다

양정현 학교 예술강사(무용 분야)

올해 초 열린 아르떼 아카데미 학교 예술강사 대상 코스워크에서는 ‘정체성’을 주제로 학교에서 예술하는 어려움과 예술강사에게 기대하는 여러 역할, 역량 등을 다루었다. 여기에 패널로 참여한 양정현 예술강사는 올해 11년 차 예술강사인 동시에 예술, 융합,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는 애이비씨랩 교육이사로서 예술과 기술, 다양한 장르를 융복합한 예술교육 콘텐츠를 개발·운영하고 있다. 단체 활동만으로도 정신없이 바쁠 텐데도 예술강사 활동을 쉬지 않는 이유를 물어보니 “아이들”이라고 답한다. 보람과 긍지를 주는 아이들 덕분에 지금껏 소신 있게 열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었다는 양정현 예술강사를 ‘정체성’ 코스워크를 기획한 제환정 교수가 만나

기후위기 시대, 예술로 공감하기

[해외리포트]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문화예술 방법론

2020년 5월부터 9월까지 유네스코가 진행한 ‘2030년 세계’(World in 2030) 여론조사에서 전 세계 응답자 1만 5천여 명이 2030년까지 해결해야 할 주요 과제 중 1위(67%)로 ‘기후변화와 생물 다양성 저해’를 꼽았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만큼, 녹색 해결책에 대한 투자, 지속가능성에 대한 교육, 문제를 공동해결하기 위한 국제협력 등 대응책이 제시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문화예술적 방법론을 통해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행동을 촉구하는 사례를 소개한다. 박물관의 기후행동 프로젝트 최근 세계 여러 박물관에서 환경문제에 대응하는 방법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기후변화 교육

회복하는 예술을 향한 희망과 다짐

2020-2021 문화예술교육 결산과 전망➁

그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계절이다. 올해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사상 초유의 팬데믹 사태가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고, 문화예술(교육) 분야 역시 큰 위기와 도전에 맞닥뜨렸다. 코로나19 뿐 아니라 올해 문화예술(교육) 분야에서 주목했던 이슈는 무엇이 있을까? 또한 다가오는 2021년을 준비하며 고민을 나눠야 할 주제와 과제는 무엇일까? 2020년을 마무리하며 그동안 편집위원으로, 필자로, 인터뷰이로 [아르떼365]가 만났던 전문가들과 함께 각자의 자리에서 고민하고 변화에 대응하며 최선을 다했던 한해를 되짚고 새해를 전망해보았다.   ① 2020년 이슈와 평가    ② 2021년 도전

멈춤, 전환,
전혀 새로운 시대를 향하여

2020-2021 문화예술교육 결산과 전망①

그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계절이다. 올해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사상 초유의 팬데믹 사태가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고, 문화예술(교육) 분야 역시 큰 위기와 도전에 맞닥뜨렸다. 코로나19 뿐 아니라 올해 문화예술(교육) 분야에서 주목했던 이슈는 무엇이 있을까? 또한 다가오는 2021년을 준비하며 고민을 나눠야 할 주제와 과제는 무엇일까? 2020년을 마무리하며 그동안 편집위원으로, 필자로, 인터뷰이로 [아르떼365]가 만났던 전문가들과 함께 각자의 자리에서 고민하고 변화에 대응하며 최선을 다했던 한해를 되짚고 새해를 전망해보았다.   ① 2020년 이슈와 평가  ② 2021년 도전 과제 연결되고

거리로, 광장으로, 예술을 실어 나른다

사회적 실천에 연대하는 예술가

모든 예술은 그것의 생산과 수용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어떤 관계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사회적이다. 주지하다시피, 서로 다른 역할을 수행하는 예술가들은 여러 상호작용 속에서 작품을 만들어간다. 심지어는 홀로 작업을 하는 예술가조차 창작에 사용하는 온갖 재료를 만드는 사람들과 연관되어 있고, 그것을 관객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협력하는 모든 이들과 관계 맺는다. 그리고 이러한 창작의 결과물은 나누면 나눌수록 더 큰 만족감을 불러일으켜 ‘소유’보다는 ‘공유’의 감각으로 사람들을 이끌어가게 마련이다. 이때 예술가들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사회 속에 자리 잡고 그들이 믿는 예술의 가치를 구현해나가므로, 한 사회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에

닫힌 문을 열며, 일상의 회복과 연대

이승욱 플랜비문화예술협동조합 대표

팬데믹으로 인해 문화예술 현장이 초토화되었다. 대부분의 예술공연과 문화행사가 취소되었고, 작가와 기획자는 창작과 활동, 그리고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꿋꿋하게 문화예술의 현장을 지키는 사람이 있다. 바로 플랜비문화예술협동조합 이승욱 대표이다. 부산의 원도심에서는 최근까지 ‘신나는예술여행’의 일환으로 <부산 원도심 문화회복 프로젝트-OPEN THE DOOR, OPEN THE ARTS>가 진행되었다. 일상의 공간을 창의적이면서도 희망적인 삶과 예술의 텃밭으로 가꾸고 있는 이승욱 대표에게 팬데믹 시대에 어떻게 문화예술을 향유하며 살아갈 수 있을지 들어보았다. 플랜비문화예술협동조합(이하 플랜비)에 관해 소개를 부탁한다. 지역의 문화예술 혁신과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취지로 문화예술 기획, 정책 연구

일상을 나누고, 서로를 돌보는 공간

미아리고개 도시재생 공간 ‘미인도’

미아리고개 고가도로 하부에 위치한 ‘미인도’를 찾아가려면 지하철 4호선 성신여대입구역에서 내려야 한다. 이곳은 꽤 알려진 맛집이 많은 대학가이다. 이렇게 번화한 곳 근처에 미인도가 있구나, 의아한 마음으로 걸음을 옮겼다. 도시의 신비로움은 횡단보도 하나에 의해 단절이 시작된다는 점이다. 고가도로가 나타날 즈음 횡단보도를 건너자마자 인적이 뚝 끊긴다. 그리고 눈앞에 오래전 점집이 있던 흔적을 지나 청소노동자들이 열심히 쓰레기 분리를 하다가 잠시 쉬고 있는 풍경을 만났다. 길은 이어져 있지만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어진 길이 도시에는 무수히 숨겨져 있다. 끊어진 발걸음을 잇고 다시 걸어 다니는 길을 상상한 사람들의

존엄을 지키며 창작하기

스스로 변화를 만드는 예술가의 움직임

예술가는 창작활동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이들이다. 이때의 존재 증명이란 예술가가 단지 어떤 작품을 만든다는 의미를 넘어, 그 작품을 만드는 데 연루되는 모든 과정과 상호작용을 통해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온전한 인정을 추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것은 곧, 전문 직업인으로서 예술가라는 불안정한 위치와 산식이나 매뉴얼로 재단될 수 없는 창작활동의 특수성을 끊임없이 재해석하고 재구성해가려는 예술가들의 노력을 반영한다. 때로 이 노력은 예술 장르나 분야의 집약된 목소리로 발현되기도 하고, 보다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광범위한 움직임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예술가의 존재 증명이 결국 이러한

세상에 길들지 않는 공부,
서로를 지키는 활동

생활교육공동체 공룡

내가 사는 아파트는 토요일 오후 3시부터 일요일 밤 10시 사이에 재활용 쓰레기를 내놓을 수 있다. 주말 동안 주민들이 내놓은 재활용 쓰레기를 경비아저씨들이 단도리해놓으면 월요일 이른 아침 묵직한 엔진소리가 다소 시끄러운, 붉은 갈색의 수거 차량이 아파트 단지 입구를 돌며 실어 간다. 매주 보았던 풍경인데 생활교육공동체 공룡(이하 ‘공룡’)의 박영길 활동가(대표)를 만나고 온 후부터 이 수거 차량의 기계 짓을 베란다 너머 유심히 쳐다보게 된다. 먹는 일에 힘주는 사람들 박영길 활동가는 공룡에서 음식을 만드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2천여 평의 밭을 일구는 일도 그의 담당이다.

팬데믹에 맞서, 더 넓고 깊은 교류의 시작

제5회 국제예술교육실천가대회 리뷰

2020년 9월 14일 온라인 개막식을 시작으로 나흘간 개최한 제5회 국제예술교육실천가대회(The 5th International Teaching Artist Conference, 이하 ITAC5)가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예술은 어떻게 세상의 눈을 바꾸어 가는가: 예술가와 예술교육가의 사회 속 실천과 도전(Boundaries into New Pathways: Enacting the power of arts and arts education)’을 주제로 프레젠테이션 및 토론, 참여형 워크숍, 역량강화 프로그램 등 총 57개의 다양하고 흥미로운 세션이 진행되었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디지털 컨퍼런스로 전면 전환되어 추진됨에 따라 기존에 200여 명 규모로 주로 서구권 참여자 중심으로 운영되었던 ITAC이 금번에는 총 44개국, 1,800여

오로지 내 취향대로, 내 마음대로

춘천문화재단 커뮤니티 심리방역 프로젝트 ‘도시가 살롱’

“춘천 답답하지 않아? 어딜 가도 아는 사람이 있으면 너무 불편할 것 같아.”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 지역에서만 살고 있기에 듣는 질문이다. 실제로 걷다 보면 지인을 마주치는 경우가 심심찮게 발생하고, 아침에 집에서 봤던 가족을 낮에 길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치기도 한다. 건널목에 서 있으면 신호대기 중이던 차에서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부르고 나는 손을 번쩍 들어 흔들어주는 풍경도 일상. 다정하게 바라보며 따스운 이야기 나누는 걸 좋아하는 내게 춘천은 아주 잘 만들어진 세트장 같은 느낌이다. 화양연화 녹색시간 내 기억 속 라떼는 말이야 9년 전 문화예술판에 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