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예술강사 활동을 하며 하나의 질문이 나를 감쌌다. “문화예술교육이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여유 있는 삶과 가치를 참여자가 느낄 수 있도록 매개 역할을 할 때, 꼭 분야를 나누어서 각자의 분야에서 문화예술교육을 해야만 할까?”라는 생각이었다. 예술강사 이전의 나의 업이었던 광고의 경우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업으로 다양한 각도에서 생각하여 만들어지기에 많은 사람에게 공감받기도 하고 사랑받기도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문화예술 분야 또한 교과와의 연계, 여러 예술 분야와의 융합, 교사와 예술가의 협업 등으로 다양한 형태의 수업이 가능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나에게는 또 하나의 새로운 시각을 갖게 했다. 그 산실 중 하나가 바로 <예술로 탐구생활>이었고 예술교육에 대한 많은 성장과 성찰이 있었기에 소개하려 한다.
  • 2022 예술로 탐구생활 화양초등학교 소감 나누기
만남, 그리고 협업의 즐거움
신서영 : 샘, 화양초등학교와 함께 예술로 탐구생활에 지원할 수 있게 되었어요.^^
박경식 : 어쩌죠? 저 방금 연극 샘한테 사당초등학교도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ㅜㅜ
나는 학교예술강사 활동을 하며 ‘멘토링 프로그램’으로 박경식 예술강사와 인연이 있었고, 박경식 예술강사와 홍서연 예술강사는 서울문화재단 ‘꿈꾸는 청춘예술대학’ 사업으로 만난 사이였다. 각각의 팀으로 학교를 컨택하던 2021년 7월 어느 날, 화양초등학교와 사당초등학교 두 군데에서 전화를 받은 것이었다. 한날 같은 시간대에 학교와 연락이 닿자 갈림길에서 선 세 명의 예술가는 고민 끝에 각각 따로따로 하기보다는 함께 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고, 예술가 이름의 이니셜을 따서 ‘신박홍’으로 팀을 꾸렸다. 만남은 이렇게 어쩌다 시작되었다.
이윽고 시각예술과 연극예술을 통합하여 2021 주제 중심 학교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예술로 탐구생활> 여정의 막이 올랐다. 시각 분야는 아웃풋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에 대해서 예상되지만 연극 분야는 새로운 분야와의 융합이라는 측면에서는 설렘과 궁금함은 가득하기도 하고 수업에서의 퍼포먼스가 어떻게 나오게 될지 예측이 어려워 걱정도 공존했다. 그러나 ‘신박홍’은 가고자 하는 목적지도, 교육에 대한 열의도, 학생들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도 생각의 방향이 같았기에 서로 의견을 공유하며 기쁜 마음으로 함께 할 수 있었다.
2021년도에는 서울 화양초등학교와 사당초등학교 두 개 학교에서, 2022년도에는 화양초등학교에서 두 해에 걸쳐 <예술로 탐구생활>을 진행했다. 첫해에 화양초등학교는 코로나 시국에도 전면 대면 수업이었으나 사당초등학교의 경우는 때에 따라 비대면으로 전환될 수도 있기에 비대면으로 전환되면 어쩌나 마음을 졸이고 걱정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다행히도 비껴갈 수 있어 두 학교 모두 통합적 형태의 예술 수업으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었다. “새 마을에 이사 온 새 이웃”이라는 주제로 이웃과의 만남을 통해 타인을 이해하려는 의도로 기획했고 다양한 연극 놀이와 미술 활동을 통해 학생들과 함께 <돌멩이 수프> 연극을 올리기까지 학생 중심의 통합교육을 학교 현장에서 실현해 볼 수 있었던 값진 시간이었다.
특히 예술가와 교사가 함께 수업하기에 각자의 시각에서 바라본 수업에 대한 피드백을 서로에게 해줄 수 있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도 알 수 있어 더욱더 양질의 수업이 될 수 있었다. 같은 주제로 화양초등학교는 1학년, 사당초등학교는 5학년 수업으로 대상에 맞추어 다양한 각도로 아웃풋을 경험했다는 것 또한 큰 수확이었다.
  • 예술로 탐구생활 ‘신박홍’
기억 속 감동의 이야기
혼자 수업을 준비할 때에 비하면 <예술로 탐구생활>은 수업에 참여하는 이해관계자가 많기에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곱으로 필요하고 그만큼 탄탄해질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내년에도 꼭 오셔서 우리 동생들한테도 똑같은 수업을 해주시면 좋겠어요.” 2021년 화양초 마지막 수업 시간 소감을 나눌 때 모두에게 감동을 선사해준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들이 올해는 2학년 형님이 되었고 새내기 1학년과 함께 2022년 두 번째 <예술로 탐구생활>을 한다고 생각하니 어떻게 컸을지 궁금하기도 했고 반갑고도 기뻤다.
화양초등학교는 2022년을 마지막으로 폐교를 앞둔 서울형 작은 학교이다. ‘신박홍’은 이 학생들에게 기억에 남을 수업을 고민하게 되었고, 그 결과 서울에서는 다소 경험하기 드물지만 소규모 학교에서 적용 가능한 ‘학년 간 통합수업’을 기획하게 되었다. 1학년과 2학년이 ‘따로 또 같이’ 개념으로 1학년은 ‘가을’ 교과 ‘이웃’ 단원을, 2학년은 ‘가을’ 교과 ‘동네 한 바퀴’ 단원을 연계하여 “이웃과 함께 동네 한 바퀴”를 주제로 서로 초대하고 초대되도록 했다. 각자의 공간에서 혹은 같은 공간에서 함께 그리고 만들고 연극놀이를 경험하면서 이웃과 동네를 알아가는, 그래서 더 즐겁고 재미있는 <예술로 탐구생활>이 될 수 있었다. 이 글을 쓰기 2주 전에 수업이 종료되었고 아직도 수업의 온기가 남아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우리 ‘신박홍’ 예술가들에게도 <예술로 탐구생활>은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던지라 기억에 남기고자 전자출판 계획도 가지고 있다. 두 해에 걸쳐 <예술로 탐구생활>을 진행하며 겪었던 비하인드 스토리와 수업내용 등 우리들의 이야기를 담아볼 예정이다. 우리 수업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훗날 출간될 도서에서 궁금함을 해소할 수도 있을 것이다.
  • 2021 예술로 탐구생활 사당초등학교 미술 활동
긍정의 힘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유홍준 교수는 문화유산을 보는 자세를 이렇게 이야기했었다. 이는 학교 교실 안에서 학생을 보는 자세에 대입해보아도 맞아떨어진다. 아무리 사춘기의 학생들이라도 사랑하는 마음으로 다가가면 더 알 수 있게 되고, 알게 되면 학생들은 마음의 문을 열게 되고, 이후에는 수업이 더욱 풍요롭고 편안해질 수 있다.
여기에 더하여 나는 수업 중에 미덕의 단어들도 많이 쓰는 편이다. 물론 학생을 가르치면서 힘들고 어려운 순간에도 맞닥뜨리기도 하지만 긍정의 언어를 쓰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이 부드러워질 수 있고, 기분이 좋아지기도 한다. 변화를 일으키는 이 긍정의 힘은 나와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져 긍정의 나비효과로 이어지곤 한다. 학기 초가 지나면 학생들은 수업 전후에 나에게 다가와 다양한 질문을 던진다. “오늘은 뭐해요?” “선생님 이름이 뭐예요? 그냥 알아두고 싶어서요.” “선생님 제가 이 재료들 옮겨 드릴게요.” “사랑합니다.” 하곤 쪼르르 도망가기도 하고, 사탕을 건네기도 한다. 알고 보면 이리도 예쁜 아이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문화예술교육에서 상대방 마음의 문을 열 수 있다는 것은 더욱 풍성하고 멋진 예술 활동을 할 수 있음을 방증하기도 한다. 그와 함께 삶의 여유와 가치도 함께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선한 영향력이 문화예술교육으로 스며들어 모두 함께 나누며 어제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는 문화예술교육자로 남고 싶다.
신서영
신서영
시각예술가.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 전공을, 홍익대학교에서 광고홍보 석사,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17년간 광고회사에서 아트디렉터로 디자인 전문회사에서 디자인 실무와 경영, 대학 강의를 했었다. 2017년부터는 학교예술강사(디자인)로 활동하고 있다.
sophiaon@naver.com
사진_필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