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전 세계적으로 기후재난 발생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올해만 하더라도 유럽과 미국은 최악의 가뭄으로 강물이 말라가고 있는데, 파키스탄에는 최악의 폭우로 국토가 물에 잠겼다. 우리나라도 얼마 전 수도권 지역 폭우로 서울 강남이 물에 잠기는 피해가 발생했다. 기후 위기는 우리 일상으로 들어오고 있다. 앞으로 점점 더 기후재난의 발생빈도가 잦아지고 강도가 커질 텐데 걱정이다. 우리 아이들은 어떤 세상을 살아갈지 끔찍하다.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해서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인간 활동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한다.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2100년까지 1.5℃ 미만으로 제한하려면 2019년 온실가스 순 배출량 기준으로 2030년까지 43%, 2050년까지 84%를 줄여야 한다고 한다.
어떻게 줄일까? 화석연료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비 자체를 줄이고 천연원료를 재생 원료로 대체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전 세계 온실가스의 절반은 물질 소비와 연관되어 있다. 우리가 소비하는 제품, 식품 등을 공급하기 위해서 원료를 가공 후 제품을 제조하고 운반하고 쓰레기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가 사용되고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현재와 같은 물질 소비 방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기후 위기 대응은 어렵다.
일회용컵 보증금제 기자회견
온실가스를 줄이는 방법
1톤의 철강을 만들면 2.3톤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고 한다. 그런데 고철을 재활용하면 0.4톤으로 줄어든다. 재활용만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83%가 감소한다. 알루미늄의 경우에는 재활용만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98% 내외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화석연료는 에너지로만 사용되는 게 아니라 원료로도 사용된다. 석유를 원료로 만든 물질이 바로 플라스틱이다. 내연기관 자동차를 전기자동차로 전환하고 석탄 화력발전소를 없애면 에너지로 사용되는 화석연료의 양은 줄일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줄어든 석유가 플라스틱으로 몰려와서 나중에 쓰레기로 배출된 후 소각된다면 결국 석유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줄일 수 없다. 에너지전환에만 몰두하면 에너지전환의 결과로 남는 석유가 플라스틱 원료로 몰려오는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고 플라스틱 재생 원료 사용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화석연료가 플라스틱 생산에 투입되는 양을 줄여야 한다.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서도 탈플라스틱 사회로 가야 한다.
화석연료에서만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게 아니다. 소와 같은 반추동물의 트림이나 방귀로 메탄이 배출되고, 가축분뇨나 하수처리장, 쓰레기 매립장에서 유기물질이 분해되는 과정에서도 배출된다. 고기 소비량을 줄이고, 음식물쓰레기 발생량을 줄이고, 음식물쓰레기를 발생원에서 친환경적으로 퇴비로 만드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식품 소비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려면 결국 우리의 소비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물질 소비가 지금처럼 끝없이 증가하는 상황에서는 에너지 전환도 달성하기 어렵고 순환 경제로 갈 수도 없다. 소비방식이 바뀌려면 개인의 실천과 더불어 구조의 전환이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텀블러를 들고 다니는 것이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생활 습관으로 자리 잡아야 할 뿐만 아니라 다회용기로 배달이 되고 테이크아웃할 수 있는 시스템 전환도 필요하다. 장바구니를 드는 개인의 실천과 더불어 일회용 포장재 없이 물건을 파는 제로 웨이스트 매장이 전국적으로 깔려야 한다. 필요한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 편리하게 빌릴 수 있는 공유플랫폼이 잘 갖춰져야 하고, 고장 난 물건을 고쳐서 쓸 수 있는 수리 매장이 많아져야 한다. 페트병 분리배출 이전에 일회용 페트병 사용을 줄일 수 있어야 한다. 생수병이나 우유병, 음료병 등을 일회용 페트병이 아니라 재사용 유리병으로 대체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려면 소비자가 소비한 후 빈 병을 판매점으로 반환하면 공장으로 다시 가져가서 세척 후 사용하는 인프라가 갖춰져야 한다. 재활용이 잘 될 수 있도록 제품을 만들어야 하고, 개인들은 소비 후 정확하게 분리배출을 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들은 소비자에게 정확한 분리배출 정보를 편리하게 제공할 수 있는 정보제공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 시민 쓰레기어택 <빠띠캠페인>
  • 플라스틱 방앗간 <플라스틱 마개 모으기>
안전한 세계를 향한 시민행동
개인의 실천도 중요하지만, 개인적 실천에만 매몰되면 몇 개의 실천만으로 기후 위기 대응 시대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모두 했다는 식으로 문제의 본질을 회피하게 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열심히 실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야를 넓혀서 구조를 전환하기 위한 시민행동도 필요하다. 시민 실천과 시민행동 쌍끌이로 세상을 뒤집어야만 환경재난으로부터 안전한 세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개인의 실천을 넘어서 낭비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각성한 시민들의 행동도 많아지고 있어서 반갑다. 절망이 깊어지는 만큼 희망의 싹도 커지고 있다. 서울환경운동연합 플라스틱 방앗간의 플라스틱 마개 모으기 참여 신청이 몇 분 만에 끝나고 홈페이지가 다운되는 등 뜨거운 참여 열기를 보면 제대로 된 쓰레기 문제 해결 동참에 시민들이 얼마나 목이 말라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어떤 사람은 물건을 살 때마다 제품 후기에 과대 포장의 문제를 꾸준하게 지적한다고 한다. 개인의 미약한 행동 같지만 이런 행동이 쌓여서 기업을 압박하고 변화시킨다. 자신이 살고있는 지자체에 계속 전화를 걸어서 재활용품 분리배출 체계에 문제를 제기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시민활동가도 있다. 시민들이 통조림 햄의 플라스틱 마개나 멸균 팩의 플라스틱 빨대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해당 기업에 요구해서 개선 약속을 받아낸 사례도 언론에 알려진 바 있다. 그밖에 알려지지 않은 시민들의 자발적 활동은 훨씬 더 많다. 올해부터 서울환경운동연합은 다양한 시민 쓰레기어택 팀과 함께 플라스틱 수세미, 프랜차이즈 죽 가게에서 제공하는 일회용기, 아이스크림 일회용 숟가락, 이중 병뚜껑, 패스트푸드 일회용 소스에 대한 어택 활동을 하고 있다. 올해 6월 일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 연기 발표가 났을 때 전국의 제로 웨이스트 활동가들이 자발적으로 결집해 프랜차이즈 본사 앞에서 거리에서 주운 일회용 컵을 쌓고 항의 캠페인을 하기도 했다.
다양한 영역에서 다양한 주제로 시민 활동가의 자발적 실천과 행동이 많아져야 제로 웨이스트, 탄소중립 사회로 가는 기반이 탄탄해질 것이다. 환경단체 활동가와 시민이라는 이분법적인 구분을 넘어서서 모든 시민이 자신의 생활 속에서 문제를 인식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시민 활동의 저변이 넓어져야 한다. 시민 활동가들이 지지치 않고 즐겁게, 그리고 서로 연대하면서 희망의 불씨를 키워가기를 바란다.
홍수열
홍수열
온갖 쓰레기 문제를 연구하는 1인 연구소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 (사)자원순환사회연대에서 11년간 활동가로 일한 뒤 쓰레기 연구자의 길로 들어섰다. 쓰레기 문맹 탈출을 돕는 유튜브 채널 ‘도와줘요 쓰레기 박사’를 운영하고 있다. 쓰레기 문제가 해결되어 백수가 되는 날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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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_서울환경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