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울예술교육센터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해 설치된 국내 최초의 전문 문화예술교육 공간이다. 2016년 개관 이후 “예술적 놀 권리”의 이념과 가치 실현을 위한 다양하고 실험적인 콘텐츠 개발과 운영을 통해 지역 예술교육의 거점으로 성장해왔다. 서서울예술교육센터는 시설 입지와 공간의 역사를 배경으로 자연스럽게 ‘물’과 ‘녹색’ 시설 이미지가 형성되었고 개관 시기부터 자연환경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이 운영되었다.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은 미래 사회에 관한 관심과 기후 및 환경 이슈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는 계기가 되었고, 예술놀이 기반으로 생태예술 관련 프로그램이 점차 확대되었다. 예를 들어 ‘내일은 예술놀이-상생을 위한 상상’ 프로젝트는 생태·자연·환경 주제에 특화된 프로그램으로 센터의 핵심 콘텐츠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생태예술교육’으로 브랜딩하고자 한 이유는 기후와 환경 관련 주제, 소재를 활용한 내용 중심 교육을 넘어 인간과 환경의 상호적이고 유기적인 관계 형성이라는 생태계로 폭을 넓혀 접근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 서서울예술교육센터
  • 서서울호수공원에서 진행한 <보물섬>
생태·자연·환경이 자연스럽게 반영되는 장소
서서울예술교육센터가 ‘물의 공간’으로 이미지를 갖게 된 것은 폐산업시설인 김포가압장을 리모델링한 시설로 기존의 수조 공간을 유지하면서 물의 이미지가 반영된 콘텐츠를 계속 만들어 왔고, 여기에 더하여 ‘물’과 ‘재생’을 테마로 2009년에 개장한 서서울호수공원과 연계된 입지 조건도 기능 특화에 중요한 배경이 되었다. 서서울호수공원은 1959년 설치된 김포정수장을 재생한 공간으로, 이름 그대로 호수를 중심으로 여러 테마의 정원과 쉼터 공간으로 구성된 녹색의 생태 환경 지역이다. ‘물의 공간’이라는 역사와 생태공원인 서서울호수공원과의 연계성을 통해 장소 특정적인 공간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사실 서서울예술교육센터는 상시 교육을 위한 실내 공간이 부족하여 다수 인원의 활동도 어렵고 테마 중심의 특별한 공간도 갖추기 어렵다. 야외 수조 공간이 넓기는 하지만 더위와 추위, 미세먼지로 인해 활동에 제약을 받는 기간도 발생한다. 또한 김포공항 근처에 위치하여 이곳을 처음 찾는 사람들은 항공기로 인한 소음부터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제한된 실내 공간 여건은 야외 수조 공간뿐만 아니라 주변의 서서울호수공원 환경을 교육활동 공간으로 확장하게 해주었다. 미세먼지 문제로 인한 수조 공간의 활용이나 야외 활동의 제약은 기후 문제에 관심을 갖는 계기도 되었다. 비행기의 소음은 시끄러움을 넘어 일상화되기도 하였지만, 예술가들은 자연의 소리를 통한 청각, 자연 속 다양한 색상을 통한 시각, 자연의 냄새를 통한 후각 등 다양한 감각을 이용하고 융합한 콘텐츠를 창작하는데 관심을 갖게 되었다.
<먼지정원>
공기, 먼지, 소리, 날씨로 예술놀이
서서울예술교육센터는 예술가들의 실험과 교육활동 창작의 기반인 ‘예술놀이 랩’과 상주 TA(Teaching Artist) 시스템을 중심으로 운영체계를 만들어왔다. 상주 TA의 연구-개발과 창의적 실험을 통한 새로운 도전을 적극 지원하고 있고, 예술가들은 자신의 고유한 주제를 중심으로 교육 콘텐츠 창작 활동을 기획하고 이를 토대로 연중 프로그램이 만들어진다. 교육 참여자들은 2021년에 이어 올해도 진행 중인 ‘내일은 예술놀이’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된 예술가의 창작 과정을 경험하면서 기후, 환경에 관한 문제 인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상상’을 하며 자연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상생’의 생태계를 경험하게 된다.
박은주 TA는 ‘공기’와 ‘기체’를 소재로 공기 채집, 움직임, 공기의 언어 찾기, 조형으로 설치된 기체 작품 등 다양한 감각적 예술놀이 활동 <색이 보이는 공기>를 개발하였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가 아니라 움직이고 느낄 수 있으며, 날씨와 기후를 만드는 공기를 상상하고 표현하는 기후예술교육을 통해 참여자들은 살아있는 생태계를 경험하게 된다. 유혜인 TA의 <숨어있는 흔적의 지도 만들기>는 일상의 공간 속에서 다양한 흔적을 발견하고 그 속의 이야기를 찾고 상상을 통해 공간을 새롭게 보고 재구성하는 예술놀이 활동이다. 지도를 만들며 일상의 공간이 의미를 갖게 되고 우리 주변 환경이 인간과 관계를 맺는 생태적 공간임을 경험하게 된다.
전혜주 TA는 서서울호수공원을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면서 꽃가루, 미세먼지를 수집하여 현미경으로 관찰하며 먼지의 세계를 소리로 표현하는 장치를 제작한 후 이를 공원에 다시 설치하는 예술놀이 활동 <소리정원>을 개발하였다. 2021년 드로잉으로 표현된 시각적 먼지공원 콘텐츠에 이어서 올해는 청각으로 표현된 새로운 자연 속 생태계를 경험하게 된다. 이수진 TA가 개발한 <모여라 메아리, 달려라 슈퍼문 : 날씨 만들기 스튜디오>는 지구 온난화, 기후위기, 날씨 등 기후 주제를 중심으로 서서울호수공원을 산책하면서 다양한 생명체의 미시적 생태계를 관찰하고 상상하고, 자연물이 악기가 되는 시각 오브제를 창작하며, 이를 소리 퍼포먼스로 표현하는 예술놀이 활동이다. 2021년에는 지구 환경문제를 주제로 어린이들이 가고 싶은 보물섬을 만드는 활동을 진행하였다. 이 프로젝트의 중요한 가치는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며 생태계 속에서 인간과 자연은 공존함을 경험하게 된다.
<보물섬>
시설-지역-사람을 연결하는 공공적 관점
서서울예술교육센터의 생태예술교육 프로그램은 문화예술교육에서 기후, 환경 이슈에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하는 질문에 대해 중요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면 예술가가 문화예술교육 관점에서 환경을 바라보는 시각이 환경교육가, 환경운동가와 어떻게 다를 수 있는지에 시사점을 던진다. “예술가의 눈”으로 환경 이슈를 바라보고 창조적 경험의 창작 과정 속에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담아낸다는 데 공통점이 있었다. 기후위기를 전달하고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가들이 가지고 있는 관찰, 상상, 표현, 창작 과정을 참여자가 함께 경험하면서 주변 자연환경을 새롭게 보는 기회가 제공되는 것이다. 프로그램 사례 속에서 발견된 키워드를 자연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예술적 시선] 예술가가 되어 자연을 바라보다.
[경험의 방법] 예술놀이 속에 자연환경이 스며들다.
[활동의 주체] 자연은 모두가 함께 사는 곳이다.
[감각의 표현] 감각을 자연스럽게 융합하여 자연을 표현한다.
서서울예술교육센터는 공공시설로 생태예술교육의 지속성을 확보하고 콘텐츠의 공유와 확산을 통한 공적 기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교육여건에 대한 진단을 통해 다양한 생태예술교육을 지원할 수 있는 테마 공간, 조직 운영 등 차별화된 교육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특히, 문화예술교육에서 공간의 중요성을 고려한다면 일시적 주제나 소재로서의 기후 문제, 자연환경이 아닌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한 특성화 방향과 실내-실외, 센터 내부와 외부가 유기적으로 연계된 공간 리뉴얼 방안도 필요할 것이다. 아울러 성과와 경험을 다른 주체들과 공유하고 지원할 수 있는 지역 거점 센터로서의 기능을 확대하여 시설과 시설, 시설과 사람, 지역과 지역이 연결되는 생태예술교육의 생태계를 만들어가기를 기대한다.
김혁진
김혁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책임연구원)에서 청소년정책 및 문화 관련 연구와 개발에 참여하였고,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어린이문화원 예술감독으로 개관 업무를 담당하였다. 문화예술교육 관련 연구와 평가, 컨설팅 중심으로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으며, 서서울예술교육센터 운영위원으로 활동한 경험이 있다.
khjyouth@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