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서울 영등포 문래동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노정주 입니다. 2011년 무렵 홍대에 있는 작업실 임대료를 감당하기 힘들어져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하던 때에 우연히 문래동이라는 동네를 알게 되었고 집에서도 가까워 이곳으로 옮겨 오게 되었어요. 당시에는 임대료도 저렴했고, 무엇보다 조금 거칠게(?) 써도 된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저는 주로 설치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레고를 쓰기도 하고 아두이노(arduino, 인터랙티브 객체들과 디지털 장치를 만들기 위한 도구)를 이용한 전자부품을 활용하기도 하고, 현재는 주로 알루미늄을 활용한 가구나 프로젝트를 위한 조형물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제가 소개하고자 하는 아이템 세 가지는 레고, 스타워즈 그리고 제가 자주 쓰는 공구 한 가지입니다. 마지막 아이템으로 공구를 선택한 이유는 누군가에게는 자주 쓰는 평범한 공구일 수도 있지만 저에게는 작업을 꾸준하게 할 수 있게 해주는 도구이기에 영감을 주는 아이템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떤 공구인지는 마지막에 알려 드릴게요.
  • 1.보물산 2.산 넘고 물 건너 3.빛의 삼원색 4.BIG ONE 5.부엉이 둥지 위로 날아간 새 6.나와라 레이저 총 7.커피 한 모금
    8.안녕하세요_덤블도어와의 인사 9.F U C K 10.오르락 내리락 해 11.즐거운 나의 집 12.오늘도 철마는 달린다.
조각이 모여 움직이는 – 레고
첫 번째 아이템은 ‘레고’입니다. 레고는 무엇이든 만들어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어린이를 위한 장난감이었지만 이제는 레고를 좋아하던 아이들이 커서도 좋아하는 것을 인정하는 듯 어른들을 위하여 실존하는 자동차, 건축물, 여러 가지 사물 시리즈를 미니어처로 내기도 합니다. 더불어 전 세계 수많은 창작자가 만들어 내는 감탄을 자아내기 충분한 작품들이 많이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레고를 좋아했는데, 어느 날 우연히 마트에 갔다가 스타워즈 시리즈가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부터 모으게 되었던 것 같아요. 이 부분은 다음 아이템과 연관성이 있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레고를 모으는 대부분 어른이 그렇지만 어렸을 때 갖고 싶었지만 갖지 못했던 욕망이 드러나는 결과라고 생각해요. 저 역시도 그러한 부분에서 레고를 모으고 조립하고, 구경하고 영감을 받는 것 같습니다.
저는 평소에 키네틱 아트에 관심이 많았어요. 하지만 저에게 ‘움직이는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접근하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생각난 것이 레고 ‘테크닉’ 제품이었습니다. 이 제품에는 움직이게 할 수 있는 전기모터나 다양한 기어 부품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를 활용하면 움직이는 작품을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또한 생각대로 작동이 안 된다고 하더라도 쉽게 구조를 바꿀 수 있었기 때문에 저에게는 아주 딱 맞는 재료가 되어 주었습니다. 그렇게 레고를 활용한 키네틱 작품을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 영화 <스타워즈> 우주선 밀레니엄 팔콘 레고
상상력의 보고 – 영화 <스타워즈>
두 번째 아이템은 영화 <스타워즈>입니다. 스타워즈는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의 대표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타워즈를 좋아하게 된 계기는 앞서 말한 것처럼 레고와 연관이 있는데요. 1999년 레고에서 처음으로 영화 라이센스 제품을 출시하는데 그것이 스타워즈 시리즈였습니다. 프리퀄 3부작 중 첫 번째인 <스타워즈 에피소드1: 보이지 않는 위험>이 나오면서 ‘레고 스타워즈’를 출시하게 된 것이죠. 레고 때문에 스타워즈를 좋아하게 되었지만 영화를 보면서 그 매력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영화뿐만이 아니라 소설, 코믹스, 애니메이션, TV 시리즈 등으로 확대되어 가고 있고 현재 진행형입니다.
이 다양하고 멋진 이야기들을 보면서 우주에 대한 환상과 미래상을 상상하여 작품에 반영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종합 예술이라고도 불릴 만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참여하는 창작물입니다. 저는 직업병처럼 화면에 등장하는 사물, 배경, 그리고 복장 등에 주목하게 됩니다. 건축물, 우주선, 자동차, 드로이드, 무기, 복장, 외계인 등을 보며 어떻게 이렇게 디자인하고 제작하는지 감탄합니다. 저 멀리 우주 어딘가에서는 정말 저렇게 살 수도 있겠다, 화면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미니어처든 실제 사이즈든 구현하기 위해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많은 고생해서 만들었겠다, 하는 생각을 하며 그런 상상력을 저도 갖게 되길 간절히 바라보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스타워즈 시리즈가 나올 예정이라서 재미있게 즐기며 제 작업에 많은 영감을 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작업 동지 – 리벳건
마지막으로 소개할 아이템은 ‘전동 리벳건’입니다. 사진을 보시면 ‘이게 뭐지?’ 싶을 수도 있어요. 일반적인 공구 이미지하고는 매우 다릅니다. 쓰임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잘 사용하거나 구매하기 어려운 편이예요. 그렇지만 리벳건은 제가 제일 많이 사용하는 공구입니다. ‘리벳’은 판에 구멍을 내어 구멍 낸 다른 판을 연결하는 핀인데, 제가 주로 알루미늄 판금 작업을 리벳으로 연결해 입체물을 만들어 내는 작업을 하게 되면서부터 사용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볼트와 너트로 연결했는데, 양이 많거나 너트를 조이기 힘든 경우가 많아 다른 방법을 고민하다가 리벳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작업 초반에는 손으로 하는 수공구를 사용하였습니다. 하지만 리벳 하나를 박기 위해서 수공구를 약 세 번에서 네 번 쥐어야 하는데, 만약 백 개 정도의 리벳을 박아야 한다면 손목에 엄청난 무리를 주게 됩니다. 그래서 조금 돈을 들이더라도 피로도가 덜한 에어 리벳건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에어 리벳건은 말 그대로 공기압을 이용하여 리벳을 박는 공구입니다. 방아쇠를 한번 당기는 것만으로 박을 수 있어서 손목도 안 아프고 시간도 단축되고 훨씬 강하게 판과 판이 결착되어 결과물의 질도 조금 좋아지는 기분도 들어서 바꾸길 잘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에어 리벳건은 우선 ‘에어 컴프레셔’라는 공기압을 생성해주는 기기가 있어야 하고 에어호스를 기기에 연결해 사용하기 때문에 호스의 길이만큼만 이동이 가능한 점이 작업 시에불편함을 느끼게 합니다. 그래서 전동 리벳건이 나온 후로는 안 쓰는 공구가 되었습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전동공구의 추세가 배터리를 이용한 무선 공구로 교체되고 있고, 가격은 비싼 편이지만 콤프레셔나 에어호스 등의 단점을 극복하고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는 전동 리벳건을 활용하여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공구가 무슨 영감을 주느냐 물으신다면, 저는 가끔 일이 하기 싫거나 작업이 안 풀릴 때 이 공구를 봅니다. 그러면 마치 리벳건이 저에게 ‘내가 일해야 먹고 살지’하고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오늘 하루도 리벳건을 보면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저의 아이템이 어떻게 느껴지셨나요? 다른 작가분들은 어떤 아이템을 고르고 생각하실지 궁금해집니다.
노정주
노정주
주로 설치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다수의 단체전, 해외 교류전과 프로젝트를 통한 워크숍 등을 진행했다. 서울 문래동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지역에서 다양한 창작자들과의 협업을 통해 할 수 있는 일을 하려고 노력하며 발전시켜 나아가고 있다.
인스타그램 @livelearnrunproje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