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코로나19에 대한 뉴스가 우리 사회에 끼친 공포심을 모두 기억할 것이다. 북적여야 할 거리에는 사람들을 찾아보기 어려웠고, 어디선가 기침 소리만 들려도 온갖 신경이 곤두섰던 그때를 말이다. 그 공포와 혼란 속에서 2020년은 온 세계가 백신만 개발되길 간절히 바랐던 한 해였다. 백신 개발은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의 복귀를 뜻했고, 우리 모두는 그 일상이 너무나 간절했다. 하지만 2022년 3월 현재, 우리는 알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의 완벽한 회귀는 아마도 오랫동안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말이다. 다만 달라진 것이 있다면, 2019년 당시의 무지막지한 공포감 대신 위험하긴 하지만 일상에 존재하는 기본값으로 코로나19가 자리 잡았다는 점이다. 이는 학교에서 여전히 아이들은 마스크를 써야 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칸막이 안에서 떨어져 점심을 먹고, 소규모 대면수업과 비대면 수업을 병행함을 뜻한다. 그리고 모두가 체감하고 있듯이,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이가 지속되는 한 이러한 학교의 풍경은 오랫동안 유지될 것이다.
포스트휴먼 세대의 예술교육 환경
그렇다면 예술교육 환경 내 여전히 위험으로 존재하는 코로나19를 우리는 정확히 어떤 의미로 해석해야 할까? 코로나19가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지더라도 예술교육에 영구히 남길 상흔과 결과물은 무엇일까? 이 질문이 중요한 이유는 인류가 코로나를 완전히 정복한다 하더라도, 예술교육을 위한 환경과 방식 중 일부는 영원히 예전으로 회귀할 수 없는 변화를 맞고 있다는 많은 학자의 의견 때문이기도 하다(Dik et al, 2021; Joseph, 2020). 이러한 변화의 주요한 동인은 이미 디지털 기술 환경에 너무나 익숙해진 소위 포스트휴먼 세대로 불리는 어린 학습자들의 특성에 기인하기도 한다. 비대면 수업이 아닌 대면으로 수업이 이루어지는 물리적 교육환경 또한 2019년과 비교하면 상상도 할 수 없던 장비와 기술들이 도입되었다. 물론 이러한 물리적 공간의 변화는 예술교육 환경을 포함한 우리 사회 전반에 나타나는 변화이기도 하다.
따라서 우리의 질문은 더 이상 ‘코로나19’라는 위협 안에서 ‘무엇을 향해 어떻게 움직여야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 대신, 코로나19가 예술교육현장에 남긴 영구한 변화가 무엇이고, 이러한 변화 과정에서 예술교육이 이뤄낸 괄목할 만한 성과와 의도하지 않음에도 발생했던 긍정적 결과가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로 초점을 옮겨 예술교육에 대한 담론을 한 단계 진화시킬 필요가 있다. 어쩌면, ‘비대면 수업이 예술교육현장에는 적절치 않다’라는 주장은 우리가 이제까지 발전시켜 왔던 모든 수업의 형태와 방식이 대면수업을 기준으로 발전해 왔던 과거에 기인한다. 만약 코로나19 이전으로의 완벽한 회귀가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면, 앞에서 제시된 전제는 ‘코로나19 이전 예술교육의 발전양상은 더 이상 현시대에 적절치 않다’로 재정의되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독자의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사족을 붙인다면, 이는 단순히 예술교육 수업의 형태가 대면인 경우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비대면 수업인 경우 적절한 것으로 치부하는 것이 아니다. 대면수업으로 예술교육을 진행하더라도 우리의 물리적 환경, 교육 조건, 대상의 특성이 코로나 이전과 동일하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비대면 수업 또한 대면으로만 진행되지 않을 뿐, 예술교육의 본질과 고유한 효과를 발현시키지 못하고 과거 환경에서만 기능했던 교수법에 의지해 진행된다면 이는 현시대에 적절하지 않은 교육으로 볼 수 있다. 즉, 교육적 논의의 화두를 대면, 비대면 수업에 한정하지 않고,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현재의 영구한 변화와 이에 대응하는 전략의 일부로 어두운 그림자 이면의 빛을 찾아보는 기회로 전환할 시점이 아닐까 한다.
공식에서 벗어난 지혜를 찾아서
코로나19가 예술교육 현장에 남긴 영구한 변화는 무엇이고, 그 과정에서 발견된 긍정적 요소는 무엇인지에 관하여, 2022년 현재 우리는 각자 나름의 대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다만, 나름대로 내린 답이 한정된 경험의 파편들이기에 하나의 완성된 그림을 제시하고 있지는 못할 수 있다. 아무리 제한적이라 하더라도 위 질문에 대한 답을 완성해 가는 것은 중요하다. 그 이유는 이제까지 코로나19가 예술교육현장에 가져온 문제점과 단점에 대해서는 수도 없이 이유를 댈 수 있지만, 반대로 새로운 기회에 대해서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참여했던 몇 가지 연구를 통해 발견한 주요한 파편 조각들을 공유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변화는 물론 그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디지털 기술의 도입과 중요성일 것이다. 관점의 차이일 수는 있으나 이 변화는 단지 속도의 차이일 뿐, 어찌 보면 정해진 미래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급격한 속도로 이루어진 이러한 기술의 도입이 가져온 궁극적 변화는 무엇일까? 아동과 청소년에 한정된 견해일 수 있으나, 학습자의 보호자와 이들이 속한 가정환경이 코로나 이전과는 비교가 어려울 정도로 주요한 변수로 기능한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이전의 예술교육은 예술교사와 강사의 예술적 전문성을 토대로 기존의 학교와 학교 밖 교육과정 안에서 제공되어 왔다. 그러나 지금은 집이라는 공간이 그 어느 교육 공간보다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기에, 교육적 관점에서 보호자의 개입과 영향은 과거에 비하면 거의 압도적인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더하여 비대면 수업의 경우, 집은 곧 교실이 된다. 동시에 예술생태계 내 새롭게 형성된 디지털 공간으로 인하여 예술을 접하는 공연장과 미술관의 역할을 대체하기도 하며, 아이의 창작 및 연습 공간으로도 기능한다. 따라서 보호자의 칭찬과 관심, 예술에 대해 함께 대화하고 심지어 같이 창작해 보는 가정 내 문화는 아동과 청소년이 형성할 문화자본과 문화 해독력에 큰 영향을 주는 영구적 변화로서 작용할 것이다.
코로나19가 가져온 예술교육의 분산된 역할과 더 이상 기관을 중심으로 진행될 수 없는 탈기관화 현상은 일부 긍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코로나19 이전의 예술교육에서 추구해 왔지만 잘 지켜지지 않았던 과정 중심의 교육을 일부 가능하게 했다는 점 때문이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아이들의 전시와 공연이 예술교육의 주요한 산출물로 기대되어 왔지만, 이러한 산출물에 대한 평가지표와 교육 행정가의 기대치가 감소하면서 오히려 수업 안에서 교육자와 피교육자 간의 활동과 선택의 폭이 더욱 다양해지는 결과를 가져온 것으로 일부 관찰되었다.
예를 들어, 필자가 6년간의 종단연구로 참여해 온 「꿈의 오케스트라 아동변화 연구」에서도 코로나 환경의 음악수업을 살펴본 결과 이러한 요소들이 발견된 바 있다. 물론 함께 합주하고, 간식을 먹으며, 즐겁게 뒹굴고 뛰놀 수 있던 코로나 이전의 예술교육 환경에 비할 수는 없지만, 일부 아이들은 악기별로 집단으로 진행되었던 수업과 연습 체계보다 비대면 수업으로 인해 일대일로 진행되었던 강사와의 수업과 연습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한 연주회의 과도한 압박감과 스트레스에서 벗어난 점, 자신이 가장 잘한 연주를 녹음하여 이를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합주형태로 만들어 본 경험, 블로그 등을 통해 연습일지 작성하기 등이 일부 아이들에게는 긍정적이며 새로운 경험의 일부로 보고되기도 하였다. 이는 코로나19 이전, 우리 교육현장에서 의례적으로 행해왔던 고착화되었던 공식에서 벗어나 수업 안에서 새로운 교수법과 접근 방식을 시도하고 궁리하면서 발생한 긍정적인 결과이기도 하다.
또 다른 긍정적인 결과는 수업 내 아이들의 결정권과 역할이 확장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특히 예술교육 환경에서 디지털 기술의 도입은 아이들에게는 익숙한 놀이 환경의 연장이기도 하다. 이들은 새로운 디지털 기기와 프로그램, 플랫폼,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이해와 숙련도가 기성세대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직관적으로 습득이 가능한 세대이기도 하다. 따라서 디지털 기술이 적극적으로 도입된 수업현장에서 아이들의 역할은 단순히 피교육자가 아닌, 때로는 교사에게 조언과 도움을 제공하는 적극적인 참여자의 역할로 기능한다. 이러한 역할의 변화는 아이들의 리더십 개발과도 연결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예술교육의 현장에서 통상 보아왔던 주강사와 보조강사의 구도가 아닌, 다양하고 실험적인 교육체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예시로 아이들이 교수자의 역할을 수행하며, 교안이나 교구 개발에도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 것이다.
코로나19가 예술교육 환경에 남긴 영구한 변화와 일부 긍정적 효과는 앞서 소개한 탈기관화와 가정 내 보호자의 역할 확대, 새로운 교수법의 개발, 수업 내 아이들의 결정권과 리더십의 확장 외에도 많이 있을 것이다. 따라서 존재하는 위협 속에서 예술교육이 ‘무엇을 향해 어떻게 움직여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의 초점을 코로나19 이후 새롭게 떠오르는, 아직은 미약하지만 중요한 기회를 찾는 것에 맞춰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물론 코로나19는 여전히 위협적 존재이며, 우리가 처한 예술교육의 환경을 발전시켜 가는 데 장점보다는 단점, 기회보다는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언제나 새로운 해법은 관점을 바꾸고 서로 떨어진 점들을 이으며 지혜를 모았을 때 발견되어 왔다. 어쩌면 이러한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지 않을까.
참고문헌
· 김인설(2021). 위드 코로나 시대 예술교육의 방향과 대안. 월간 「행복한교육」 10월호: 교육부.
· Dik, D. A., Morrison, R., Sabol, F. R., & Tuttle, L. (2021). Looking beyond COVID-19: Arts education policy implications and opportunities. Arts Education Policy Review, 1-9.
· Joseph, A. (2020). What is the Future of Arts Education in the Midst of a Pandemic? It’s Essential, Virtual, and Hybrid for Now! International Dialogues on Education, 2020, Volume 7, Special Issue, pp. 61-80.
김인설
김인설
가톨릭대학교 공연예술문화학과 교수.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 박사,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 전남대학교 문화전문대학원 부교수를 거쳤다. 예술을 통해 사회 문제를 새롭게 해석하고 이를 통해 사회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될 수 있는 주제들을 연구한다. 문화정책과 거버넌스, 예술경영, 예술교육, 예술치유, 문화기술, 문화 복지 등 예술을 통해 창출할 수 있는 사회자본 및 예술의 사회적 역할과 가치가 주요 관심사이다.
insul.kim@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