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아르떼365] 2기 편집위원이 ‘존재하는 위험’ 속에서 예술교육을 위해 고군분투해온 많은 분들을 향한 첫인사를 건넨다. 또한 지난 2년간 코로나19 속에서도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일상의 따뜻한 위로를 전하고 관점을 전환하는 질문을 던져온 예술교육가들과 [아르떼365] 독자들과 함께 여전히 녹록지 않을 앞으로의 여정에 동행하는 편집위원의 다짐과 응원을 전한다.
외면하지 않는, 다정한 격려
이선옥_수원문화재단 문화도시센터장
“낡은 것은 가고 새것은 아직 오지 않았다. 이러한 공백 상태에서는 아주 다양한 병적인 증상이 출현한다.”
신자유주의 헤게모니의 위기와 전망을 담은 낸시 프레이저의 최근작 『낡은 것은 가고 새것은 아직 오지 않은』을 읽다가 이탈리아 철학자이자 정치가였던 안토니오 그람시의 『옥중수고』 속 이 구절을 곱씹게 된다. 거침없는 신자유주의 흐름 속 사회 양극화 과정에서 갑작스레 등장한 ‘코로나19’라는 대재앙은 우리에게 지구적 차원의 성찰과 전환적 실천을 요구한다. 그러나 낡은 것은 가고 새것은 아직 오지 않은 공백기에 생존의 위협, 관계의 단절, 돌봄 공백, 취약한 문화안전망, 차별과 혐오의 정치 등 병적인 증상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내 주변에도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이 너무나 많다.
여전히 존재하는 위험, 그 속에서 예술교육을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성급하게 대안을 찾기보다는 파국의 시간을 외면하지 않고 붕괴된 관계와 무너진 마음을 찬찬히 바라보는 것에서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원하지 않았던 거리두기와 각자도생을 몸이 기억하고 제법 익숙해진 시점에, 서로를 살피며 돌봄의 감각을 회복하는 일은 결코 말만큼 쉽지 않다.
“규칙을 깨는 게 가끔은 Sometimes breaking the rules is just
규칙을 확장하는 거지 extending the rules”
위기와 전환의 시대, 시인 메리 올리버의 시구절처럼 오늘도 현장의 규칙을 확장하고 있는 예술교육가들에게 다정한 격려의 마음을 전하는 [아르떼365]가 되기를 바란다.
조화와 균형의 담론장
이선철_감자꽃스튜디오 대표
“문화예술교육이란 무엇인가?”라는 매우 기본적인 물음에 대한 합의를 모색하는 단계에서부터 정책 수립과 사업 설계 및 기관 설립의 일원으로 참여한 지 어느덧 20여 년이 되어간다. 그동안 문화예술교육 분야는 실로 질적, 양적 성장을 이루어오며 괄목할만한 발전을 해 왔다. 장르나 대상 기반의 선형적 접근에서 이제 우리 사회 각 분야에 문화예술교육과 접목되지 않는 분야가 없을 정도로 그 외연도 넓혀왔다. 그 성과와 실적은 실로 눈부시나 또한 많은 한계와 문제도 노출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그러한 과정에 정책과 지원, 사업과 교육을 수행하는 문화예술교육 현장 식구들의 헌신과 기여가 있어 온 것도 간과할 수 없다. 그리고 [아르떼365]는 그 관계망 속의 메신저로서 소통과 교류의 매개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해 왔다.
편집위원 역할에 임하며 예술경영 전공 기획자로서 견지하려는 덕목은 조화와 균형이다. 공공과 민간, 정책과 시장, 행정과 현장 그리고 교육자, 매개자, 연구자 등을 고르게 배려하며 치우치지 않고 최적화된 정보와 지식기반 콘텐츠를 발굴하고 선보이는 역할에 충실하려 한다. 아울러 팬데믹과 미디어의 시대를 맞아 전달방식에도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는 데 일조하려 한다. 이제 성년의 이력을 쌓은 진흥원에 대해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묻는 지점에 서게 되었다. “문화예술교육은 어떻게 할 것인가? [아르떼365]는 그 질문에 대해 지혜로운 답들이 오가는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내 뾰로통한 입은 갈망한다
임상빈(임체스)_미술작가
[아르떼365]는 잊을 만하면 찾아와 귀찮게 구는 이상한 친구다. 굳이 알고 싶지 않은 것들을 좀 들어보라는 라디오 같기도 하고, 안 보인다고 외면할라치면 돋보기를 쥐어 주고, 피곤한 척 하품을 내뱉으면 커피를 내밀곤 한다. 나는 티타임 말고 술안줏거리를 내놓으라고 윽박지르지만, 이 친구는 정신줄을 놓지 않는다. 마치 외출하기 전 불러세우는 거울 같다. 헝클어진 머릿결을 살살 달래주고, 날씨에 맞는 옷차림인지를 봐준다. 그렇지만, 여전히 맘에 안 든다는 내 뾰로통한 입은 갈망한다. 이 거울이 꿀벌 같은 연애편지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투정을 부린다. 한 사람을 깊이 사랑하면 일어나는 창의성과 세상 모든 것들을 귀히 여기는 태도의 변화를 보고 싶다고. 그리고 아주 작은 일에도 즐거움을 찾는 여유로움과 장난기 가득한 익살스러움도 보고 싶다고.
한편, 이 거울에는 보이지 않는 위험도 있다. 거울 속으로 들어간 편집위원이 되고 보니 거울을 구성하는 틀 자체에 대한 질문을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아무리 굴려도 산꼭대기에 올려놓을 수 없는 시지프스의 돌처럼 굴하지 않는 자기 비판력을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을 것인가. 체중의 압력을 지속적으로 받는 가벼운 코스의 등산조차도 버거워하는 저질 체력은 벌써 헐떡거릴 준비를 한다. 이 와중에 작가적 본성은 삐딱한 자세와 낯선 이방인의 얼굴을 잃지 않아야 체면이 산다며 혀를 찬다.
변화의 배후이자 촉매자를 꿈꾸며
제환정_예술교육활동가
기대는 높고, 어깨는 무겁다.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정보와 기록이며, 예술교육가들의 사례집이며, 기획과 행정의 흐름을 읽는 네비게이션 같은 [아르떼365]의 편집에 가담하려니, 맘 편했던 독자로서의 여유부터 사라졌다. 현장의 활동가에게 무엇이 필요할까, 곰곰이 생각하다 보니 소소하나 집요한 기대감이 올라온다.
문화예술교육의 지향을 읽어주며, 결핍도 읽어주면 좋겠다. 변화에 적응하는 것은 ‘셀프’로 갖춰야 할 개인의 역량이라고 말하는 대신, 함께 고군분투해야 하는 생태계로 나란히 바라보면 좋겠다. 권위를 가진 타인의 호명과 명명 대신, 스스로를 안전하게 돌아볼 수 있는 습관을 거들면 좋겠다. 나의 동료가 어떤 고민을 하고 사는지, 알아볼 수 있으면 좋겠다. 나의 동료가, 모든 문제해결을 완료한 초능력자가 아니라, 나만큼이나 허덕이면서 자기 가치를 좇고 있는 불나방임을 알 수 있으면 좋겠다. ‘R&D’라는 이름이 아니어도, 스스로 해법을 찾아가는 용감함을 나눠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강사’라는 이름보다, 스스로를 ‘활동가’나 ‘교육가’로 부를 수 있는, 복합적인 정체성을 찾아가는 걸 등 떠밀면 좋겠다.
“내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배후이자 촉매자인 예술가”라고, 각자를 소개하는 시간이 오는 걸 도우면 좋겠다. 층층의 이불 밑에서 콩을 찾아내는 예민한 공주처럼, 사소한 불평등과 차별까지 들쑤시는 극성스러움이 환대받았으면 좋겠다. 그 극성스러운 예민함이 비사회적인 것이 아니라, 예술교육활동가의 동력이라고 다독여지는 공간이면 좋겠다. 골목길에서, 혹은 그 어디서든지 아이들과 예술로 놀면서, ‘나 이상한 사람 아니에요’라고 변명 안 해도 되는, 예술가의 시간이 빨리 오는 걸 도우면 좋겠다. 예술교육가들이 뭔가를 바라볼 수 있는, 비빌 언덕에 [아르떼365]가 슬쩍 포함되면 좋겠다. 굼뜬 재주지만, 거기에 조금 힘을 보태볼 예정이다.
이선옥
이선옥

한량처럼 살고 싶은 소음인. 하자센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예술경영지원센터를 거쳐 수원문화재단 문화도시센터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4년 문화예술교육 허브사이트 ‘아르떼’와 ‘웹진땡땡’을 만든 시조새였던 이유로 웹진 [아르떼365] 편집위원을 맡고 있다.
www.facebook.com/sonok.lee
dal0310@naver.com
이선철
이선철

감자꽃스튜디오 대표이자 연세대학교, 국민대학교, 경희사이버대학교, 야쿠츠크북동연방대학교 겸임교수로 강단에 서고 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창립 이사를 지냈다. 2022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6기 이사, 2기 문화예술교육종합계획수립 추진위원, [아르떼365] 편집위원에 위촉된 것에 민간 전문가로서 무한한 영광이자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 자연을 사랑하는 예술경영인이다.
potatostudio@naver.com
임상빈(임체스)
임상빈

체스의 상징과 행마법으로 미적 감각과 행동 패턴의 상관관계를 연구하는 작가. 교육이 예술이고, 예술이 교육이라고 믿는 예술교육실천가.
84178417@naver.com
제환정
제환정

‘모든 인간은 무용수’라는 믿음으로 춤과 춤추는 인간을 독려하고 탐구하며, 세상 구석구석 예술이 있기를 도모하고 있다. 예술교육자, 창작자, 해설자, 저자로 학교, 병원, 무용단 등 춤이 필요한 곳에서 활동 중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객원교수.
jaehj0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