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감염병이 전 세계에서 유행한지 벌써 2년여 시간이 흘렀다. 비대면·비접촉으로의 전환은 사회 전반에 디지털 가속화를 불러일으켰고, 그동안 문화예술(교육) 분야에서도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여 대안을 모색하고 새로운 방법을 시도했다. 한편으로는 만남과 감각의 소중함이 대두되면서 지역과 생활권 문화예술에 관한 논의와 담론이 형성되었고, 예술과 기술, 인간과 동물, 생태와 기후환경, 소수자 공존에 관한 고민은 문화예술(교육)의 본질과 공공성에 관한 질문으로 확장되어 갔다. 2021년을 마무리하며 그동안 [아르떼365]가 필자로, 인터뷰이로 만났던 전문가들과 함께 각자의 자리에서 변화에 적응하며 고민하고 실천했던 한해를 되짚고 새해를 전망하며 각자의 다짐을 들어보았다.
 
① 2021 이슈와 평가
  
② 2022 도전과제
방법과 장치가 아닌 방향과 철학
#비대면 #온라인 #예술과_기술융합 #메타버스 #심리적_간격 #변화의_방향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잠깐이라 여겼던 많은 것이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기술은 늘 급속도로 발전해왔지만 대중화 일상화까지 시간차가 존재했다면, 코로나19 이후 기술과 사람 사이의 거리는 점점 좁혀져 이제는 어제의 기술이 오늘의 일상에 존재하게 되었다. 문화예술계 역시 기술과의 좁혀진 거리, 줄어든 시간차 사이에서 숨 가쁜 한 해를 보냈다. 공연과 전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에서 장소를 ‘온라인’으로 기재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 대중화된 기술, 온라인 미디어 환경에서 얼굴을 맞대고 서로의 존재를 다양한 감각으로 인식하고 공감하는 과정의 필요와 중요성을 다시 인식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더 가까이 일상적 삶의 장소에서 삼삼오오 진행된 소규모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은 이제 방역지침을 지키는 방편을 넘어 예술의 방향과 본질을 탐구하고 있다. 지난해 어떻게하면 이 불가능한 위기를 가능성으로 바꿀지에 초점을 맞췄다면, 2021년에는 우리가 걸을 ‘다른 길’을 향한 방향을 잡으며 사유하는 시간이었다.
코로나 위기상황과 그로 인한 비대면의 일상화가 2021년에도 이어지며 문화예술의 중요성과 가치도 한번 되새기게 되었다. 하지만 문화예술교육이 지역과 생활권에서 과연 현재의 제약과 한계를 뛰어넘어 지속될 수 있을지에 관한 걱정도 많았다. 더불어 아직은 장르와 취향 중심의 문화예술교육에서 사회문화형 문화예술교육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은 어느 정도 끌어내었으나 이에 대한 구체적인 정체성과 방법론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의와 담론 형성이 필요해 보인다.
강구민_기억과아카이브 대표
팬데믹의 영향 때문이었을까. 2021년은 의미 그대로 예술(Art)과 기술(Techne)이 다양한 방식과 형식으로 접촉하고 융합하는 한 해였다. 예술과 기술의 융합뿐만 아니라, 비록 완벽한 형태는 아니지만 새로운 문화예술의 ‘정신 기술’을 형성하는 토대가 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은 흐름은 문화예술정책 전반에서도 기존에 행하던 정량적 결과 중심의 접근이 아닌, 과정 중심의 프로그램 발굴과 성과로 이어지는 중요한 계기로 작용하게 된다.
김정배_글마음조각가·원광대학교 교수
비대면 형태의 문화 활동이 문화예술계에 익숙해졌다. 향유자와 공급자들이 모두 온라인 미디어의 불편함에 무뎌졌다. 하지만 곰곰이 따져보면 온라인 미디어의 대중화는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우리가 단지 흐름에 맞춘 걸음을 하지 못하고 있던 것일 수 있다. 암호화폐 거래가 이제 더는 괴리감을 주는 사건이 아니고 메타버스에서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NFT’(대체불가토큰)라는 개념으로 작품을 매매하는 시대가 바로 오늘날의 모습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정보에 이해가 부족하거나 변화를 거부하는 이들도 많다. 2021년은 이런 혼돈과 변화의 시대였다. 문화예술계는 항상 호기심 가득한 사람들로 즐비하기에 몇몇은 이미 새로운 방식을 실험하거나 공부하곤 한다. 그에 비해 어떤 이들은 이런 변화보다 옆집의 이야기가 더욱 중요하고 눈앞에 보이는 무언가에 더 집중한다. 그들 중 누가 뒤처지고 앞서가는 것이 아니지만 분명 지금의 차이는 앞으로 더욱 크게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괴리가 2021년 발견한 가장 큰 이슈이자 앞으로 걱정되는 갈등의 시발점으로 작용할 수 있어 염려된다. 우리는 과연 어디에 집중해야 할 것인가.
김현묵_미술작가·모나드 대표
작년만큼은 아니어도 올해도 비대면이라는 이슈는 문화예술교육계의 중요한 화두였다. 우선 급하게 현장을 돌려야 하니까 궁여지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그것 또한 의미가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방법과 장치가 아니라 철학과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팬데믹 상황을 겪고 난 후 발생한 현장의 여러 고민을 바탕으로 문화예술교육이 향후 어떤 지향점을 가지고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본다.
김혜일_문화공동체 아우름 대표
접촉과 거리가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밀접접촉=격리’라는 등식에 걸려들지 않으려면 서로 적당한 간격을 유지해야 한다. 태도가 쭈뼛쭈뼛해지기 마련인데, 인간관계에서도 태도의 경직이 심리적·물리적 간격을 좁히는 데 걸림돌이 되고 만다. 예술은 오죽할까? 하지만 그 안에 인간관계를 빼버리면 저 같은 등식은 성립하지 않을 수도 있어 보인다. 가뜩이나 사람 만나고 응대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개인주의 성향의 요즘 사람들인데, 이른바 메타버스 같은 플랫폼이 그것을 해결해준다. 비로소 기계와 진보된 과학기술, 개인의 만남으로 감각과 관념을 확장하는 시대가 도래한 듯 보인다. 쭈뼛쭈뼛하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좋은가? 그래서 우리는 과학기술과 사물의 연대를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NTF나 빅데이터, AI를 등에 업고 문화예술도 계(界)와 장(場)이 이동하는 게 보인다. 더욱 가볍고 유연하게 심리적·물리적 간격을 좁히거나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제 학습과 놀이, 소비의 차례이다. 접촉하지 않아도 되니 이 얼마나 좋은 세상인가?
박호상_삼천포예술학교 대표·예술강사(사진 분야)
2020년에 이어 올해도 가장 많이 회자된 이슈로 ‘비대면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개발 활성화’를 꼽을 수 있겠다. 팬데믹 이전처럼 대면으로 문화예술교육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보였으나 다시 상황이 악화되었다. 문화예술교육도 온라인 프로그램으로 많이 전환되었고 어느새 온라인 교육의 일상화 단계로 접어들었다. 비대면 온라인 교육의 일상화는 향후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에는 갑작스런 팬데믹 상황에 급조되고 서툴렀다면, 올해는 비대면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개발 지원 등을 통해 비대면 교육이 일상화되고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윤종필_꾸물꾸물문화학교 교장·커뮤니티아티스트
위기의 시대, 변화를 위한 예술적 실천
#기후위기 #생태계 #배리어프리 #차별_없는_예술 #예술행동
생태, 환경, 기후위기, 장애, 젠더 이슈는 인류가 열어야 할 다음 장의 첫 키워드이자, 지금 당장 모두가 함께 해야 할 적극적인 실천과 행동이 요구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삶의 방식, 문화의 변화가 필요하다. 일상적이고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의문을 품고 질문을 던져온 예술가들은 2021년 작품, 프로젝트, 워크숍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생태, 기후위기, 장애, 젠더 문제를 다시 생각하고 질문하며 공감하고 실천해야 할 예술적 방법을 고민했다.
기후위기는 이미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이슈지만 올해는 예술가들의 실천적 고민이 더 엿보였던 것 같다. 더 나은 환경을 위한 문제를 넘어서 인간 외의 다른 존재를 인식하는 것부터, 인간중심적 사고를 어떻게 벗어날 것인지, 내가 편하게 누리고 있는 이 일상은 어디서 올 수 있었는지 되돌아보는 것이 기후위기를 다루는 태도인 것 같다. 기후위기에서 촉발된 고민을 바탕으로 이제껏 관성적으로 살아온 삶의 패턴을 되돌아보고, 더 나아가 ‘그렇다면 이제는 무엇을 어떻게 선택하면서 살아갈 것인가’에 관한 이야기가 예술교육 안에서도 오고 갔던 것 같다.
박다현_작곡가·예술교육자
2021년에는 특히 생태, 환경, 기후변화에 대한 논의가 많았다고 생각한다. 올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공공프로젝트로 진행한 예술가와 활동가의 협업 프로젝트였던 ‘기후시민3.5’, 작년에 이어 진행된 ‘예술텃밭 예술가 레지던시-기후변화’, 아르코미술관 융복합 예술 페스티벌 ‘횡단하는 물질의 세계’, 서울프린지페스티벌 ‘에코 프린지’ 프로젝트, 서울아트마켓 ‘넥스트 모빌리티’뿐만 아니라, 예술계 전반에 기후변화와 예술 관련한 포럼, 워크숍 등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개별 예술가(단체) 또한 기후변화에 대한 주제적 관심을 넘어 창작 과정에서의 인식과 태도의 변화에 대한 질문이 많아졌다.
박지선_프로듀서 그룹 도트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
올해는 ‘배리어프리’라는 단어를 보기가 쉬워진 한편으로, 우리 사회에 얼마나 다양한 ‘배리어’가 있었는지에 관해 새로운 질문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몸의 이슈는 젠더 이슈와도 맞닿아 있다. 여느 때보다 다양한 젠더, 퀴어 이야기를 다룬 작품들이 극장에서, 전시장에서 시민들을 만났다. 문화예술을 통한 움직임이 더 크게 물결쳐 내년에는 다시 이 공간들에서 함께 차별금지법 제정을 축하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혜원_블루밍루더스 공동예술감독
초연결 시대, 랜선에서 만난 본질에 대한 질문들
#예술(가)_의 본질 #가치전환 #납작한_공간
랜선에서의 만남이 낯설지는 않지만, 무언가 다르고 부족함을 본능적으로 느끼게 된다. 아직 그것이 나와 우리에게 어떠한 영향과 결과를 가져올지 미지수다. 비대면의 일상, 수많은 온라인 미디어, 예술과 기술의 융합 등 급속도로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예술가는 침잠하며 질문을 던진다. 달라진 연결의 방식 속에서 우리가 가져야 할 질문은 무엇인지, 우리는 무엇을 위해 어디로 향하는지.
올해 우리는 조금씩 무뎌졌던 것 같다. 멈춤에 대한 두려움, 단절에 대한 공포로부터 말이다. 한 번도 상상하지 않았던 투명한 창을 사이에 두고 ‘만났다’ ‘연결되었다’ 환호했으므로. 그런데 우리는 이러한 초연결 속에서 예전보다 생각이 많아졌고 약간은 멜랑콜리해졌다. 뒤러의 천사처럼, 인간을 초월할 수 있는 온갖 도구들에 둘러싸여 턱을 괴고 앉았다. 우리가 만든 너무도 인간적인 매체들, 기술들을 바라보며 곰곰이 묻는다. 우리는 이것들을 빌어 충분히 인간다워졌는가? 우리의 혐오는 어떻게 랜선을 타고 살아남았는가? 우리가 쫓아온 인간다움의 이상은 비인간다움과 어떻게 관계해왔는가? 아마도 우리는 올해 조금씩 깨어나야 했던 것 같다. 탈-인간에 대한 낯섦, 타자화된 비인간으로부터 말이다. 오래전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José Ortega y Gasset)의 말처럼 시인은 인간이 끝나는 곳에서 시작되므로.
류현미_미술가
작년부터 온라인상에서 교육이 많이 이뤄졌고 그에 따른 충돌을 가까이에서 경험하고 있다. 온라인, 오프라인을 넘어 가상공간까지 빠른 속도로 기술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 지구 곳곳에서 재조정되고 있는 문명의 방향성을 두고 기술과 공존하는 가운데 인간 고유의 영역은 무엇인지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공유해야 한다. 온라인이라는 박제된 시간과 납작한 공간에서 어떻게 정원을 가꿔나갈 것인지 생각하고 다양한 의견을 공유하면서 예술과 기술의 관계를 본질적으로 다시 보는 시간이 계속해서 필요하다.
민경은_여러가지연구소 대표
예술교육 안에서도 기술적인 요소를 이용하여 예술에 접근하는 워크숍 등이 많이 보였는데 이전에는 기술을 예술의 영역에 들여오는 것에 부정적인 시각도 조금 있었다면 이제는 예술과 함께 발전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는 기술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것 같다. 이전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기술과 예술의 연관성 등을 생각하며 오히려 예술의 본질은 무엇인지를 고민해보게 되기도 하는 한 해였다.
박다현_작곡가·예술교육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물질과 비물질의 경계를 넘나들며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일상과 예술에 대해 귀 기울일 수 있었다. 팬데믹으로 비대면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함께 호흡하고, 냄새 맡고, 눈을 마주치고, 서로를 만지며 피부로 느꼈던 동물적인 감각들이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소중한 것은 바로 우리 주변에 있다는 사실. 2021년 문화예술(교육)에서 감각을 다룬 작업이 어느 때보다 많았다고 생각한다. 예술의 본질에 다가가는 다양한 질문을 통해 우리가 지금 어디쯤 와 있는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이윤정_댄스프로젝트 뽑기 대표·안무가

참여하신 분 (가나다순)

프로젝트 궁리
정리 _ 프로젝트 궁리 주소진, 성효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