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의 문화예술교육은 어땠을까? 2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와 일상의 무게를 지탱하느라 고단했을 참여자에게 문화예술교육은 어떤 영감과 힘을 주었을까? 연령대도 직업도 사는 곳도 각기 다르지만 저마다의 이유를 가지고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다섯 명을 서면 인터뷰로 만났다. 예술을 통해 일상의 변화를 느끼고 새로운 경험을 나누었던 ‘5인 5색’ 생생한 참여 후기를 들으며 문화예술교육이 우리의 삶에 어떻게 스며들어야 할지, 더 많은 사람과 더 깊이 만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생애전환 문화예술교육 <경자씨와 재봉틀>
[사진제공] 이경아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계기를 말씀해주세요.
손가은   마산 의신여자중학교 3학년 학생입니다. 전교학생회 선도부장 활동과 고등학교 진학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우리 학교가 ‘예술꽃 씨앗학교’여서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어요. 1학기에는 디자인 수업, 2학기는 목공 수업과 도자기공예, 그리고 체험학습으로 제주도에 다녀오며 많은 활동을 했습니다. 도자기를 좋아하는 이모께 멋있는 그릇을 만들어 선물해드리고 싶어서 도자기공예에 참여했고, 목공 수업은 나무 특유의 부드러운 질감을 좋아해서 꼭 하고 싶었어요. 디자인 수업은 한때 가졌던 디자이너의 꿈을 떠올리며 들었습니다.
김영지   대구대학교 현대미술과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주로 공간이라는 소재로 상상과 이상의 경계를 나타내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예술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서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홀로가 사라지다> 프로그램에 참여했습니다. 학교에서 작업만 하다 보니 우물 안 개구리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밖으로 나가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생각의 범위를 넓히고 싶었습니다. 무엇보다 프로그램이 재미있어 보였어요. 가상의 인물에 나의 혼삶과 일상에 관한 이야기를 빗대어 표현하는 게 흥미로웠고, 1인 가정을 대상으로 진행되어 다양한 세대와 소통하며 공감대를 나눌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김혜령   새로운 취미 만들기에 관심이 많은 그래픽 디자이너입니다. 어떤 활동을 할 수 있을까 찾아보면서 진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중이에요. <펠든워킹>은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라서 바로 참여했습니다. 야근이 일상이라 퇴근 후의 삶이 간절했기 때문에 고민 없이 참여를 결정했어요. 비대면 수업으로 퇴근 후에 집에서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정말 좋았습니다.
양유정   움직임을 사랑하는 초등교사입니다. 현대무용과 한국무용을 배우며 다양한 예술 활동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서울로 올라와 어릴 적 꿈이었던 무용을 시작하면서 문화예술교육에 관심이 생겼어요. 움직임에 대한 욕구와 갈망으로 여러 기대감을 품고 친구를 설득해서 함께 ArtE 아트프리즘 <메이킹 듀엣> 프로그램을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단체로 수업을 듣더라도 내 몸에만 집중해서 춤을 췄기 때문에 두 사람이 함께 즉흥적인 움직임을 한다는 것이 새로운 자극으로 다가왔어요. 또한, 길과 광장으로 움직임의 공간이 확장된다는 점도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이경아   만들기를 좋아하는 주부입니다. 뜨개질로 가방, 수세미를 뜨기도 하고 비즈, 퀼트 등 손으로 하는 건 다 좋아해요. 작년에 이유 없이 몸이 안 좋아져서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통증 때문에 불면증과 우울증을 겪으면서 세상에 나가는 게 어려워졌어요. 그러다 우연히 신문에서 <경자씨와 재봉틀> 프로그램에 관한 기사를 봤습니다. “일 만들고 싶은 아줌마 모여라! 준비물은 마음을 열 수 있는 용기!” 문구를 보자마자 바로 참여하겠다고 전화를 했어요.
ArtE 아트프리즘 <메이킹 듀엣>
[사진제공] 양유정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소감과 기억에 남는 순간을 들려주세요.
손가은 《교방천 별천지》 전시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이 행사는 원래 우리 학교만의 성과발표회였는데, 마을 주민과 교방동사무소가 참여해서 동네 축제가 되었습니다. 그동안 만들었던 작품을 전시하고 함께 감상하니 친구들이 얼마나 재능이 많은지 다시 한번 알게 되었어요. 또, 제 작품으로 동네 주민분들께 웃음을 줄 수 있다는 것이 기뻤습니다. 목공 수업 때 직접 나무를 깎고 갈아서 만든 젓가락으로 먹은 라면도 특별했어요.
김영지   ‘홀로’라는 가상의 인물이 사라진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는 활동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홀로’를 통해 제 이야기를 하게 되었어요. 심야에 프로그램이 진행된 날에는 더욱 깊이 있는 이야기를 꺼낼 수 있었습니다. 부모님은 물론이고 친구와도 진지하게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다른 참여자들과 나누며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어요.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하여 다시 한번 인식하게 되었고, 많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김혜령   늘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일하다 보니 자세가 안 좋아져서 손목과 어깨에 근육통을 달고 살고 있습니다. <펠든워킹> 프로그램을 통해 스트레칭도 하고, 숨을 제대로 들이쉬고 내쉬는 법 등 몸을 활용하는 방법을 배우면서 몸에 휴식을 주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어요. 퇴근 후 잠자리에 들기 바빴던 일상에 오로지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가지게 해주었고, 자기 몸에 집중하여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을 자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양유정   <메이킹 듀엣>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다 보니 참여자의 수준과 움직임 욕구가 다양했지만, 차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집중해서 자기만의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이끌어가는 점이 너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다른 참여자들의 인생과 관점이 담긴 움직임도 보고 들을 수 있어서 더 넓은 세상을 배울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가장 짜릿했던 순간은 ‘길에서 광장으로’ 회차였습니다. 서울 시청 앞 도시건축전시관 광장에서 만나 각자 이어폰을 귀에 꽂고, 서로의 목소리를 들으며 자유롭게 움직였어요. 횡단보도를 춤추며 건너갈 때는 틀에서 벗어난 행동에 자유를 만끽하는 쾌감까지도 느껴졌습니다. 행인들이 공연을 관람하듯 지켜보았는데 우리를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왠지 모를 통쾌함이 느껴졌어요. 앞으로도 무용을 열심히 하여 이런 형식의 공연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경아   나에게 점수를 주는 프로그램을 통해 인생을 돌아보게 됐습니다. 과연 잘 살아왔는지 생각해볼 수 있었어요. 제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기 때문에 80점을 줬습니다. 또, 예술강사님이 초등학교 가죽공예 수업에 나가시면서 보조 교사가 필요하다고 하기에 자원해서 꼬마 친구들 앞에도 서게 됐습니다. 어렸을 때 꿈이 선생님이었기에 정말 감격스러운 순간이었죠. 그리고 아줌마들이 모여 있으니 개그 코드가 맞아서 웃을 일이 많았어요. 만들다 실수를 해도 웃고, 시간이 금방 지나가서 좋았습니다. 힘든 시기를 쉽게 지나갈 수 있도록 우리 세대가 이런 프로그램에 많이 참여했으면 좋겠어요.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홀로가 사라지다>
[사진제공] 김영지
앞으로 어떤 문화예술교육에 참여하고 싶으신가요?
손가은   플래시몹이나 뮤지컬처럼 여러 사람과 함께 즐기고 소통하며 작품을 만드는 예술교육에 참여하고 싶어요. 뮤지컬 영화 <위대한 쇼맨>을 재밌게 봤는데, 연기와 노래 그리고 가사가 담고 있는 의미가 많은 감동과 용기를 불어넣어 줬어요. 다양한 방식으로 위로와 즐거움, 깨달음을 주는 뮤지컬을 꼭 친구들과 함께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평소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기도 하고요.
김영지   다양한 세대가 모일 수 있는 문화예술교육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다른 사람과 고민을 공유하고 예술로 풀어보는 시간을 가지면서 많은 공감대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같은 공간에서 같은 호흡으로 함께 이야기했던 것이 좋았어요. 소수라도 대면으로 만나는 예술교육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김혜령   같은 동네, 비슷한 취미를 가진 사람과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면 좋겠습니다. 같은 연령대의 사람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며 비대면으로라도 수업을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참여하고 싶어요.
양유정   넓은 공간에서 즉흥적인 움직임을 함께하는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야외에서 하는 움직임에서 다양한 자극을 느끼며 과감하게 행동할 수 있었고, 자유로운 기분 속에 살아있다는 감각을 느꼈습니다.
이경아   매회 다른 작품을 만드는 것도 좋지만 한 작품을 깊이 있게 배우고 싶어요. 가죽공예처럼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을 만드는 수업이 좋았습니다. 또, 밝은 미래를 조금이라도 꿈꿀 수 있게 자격증까지 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참여해보고 싶어요. 자신감도 생길 것 같고, 기회가 된다면 배운 것을 바탕으로 지역아동센터나 요양원에서 방문 봉사도 하고 싶습니다.
프로그램을 진행하신 예술강사님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손가은   초등학교 때에도 목공 수업을 한 적이 있지만, 나무의 특성을 잘 모르고 만들었던 것 같아요. 이번 목공 수업할 때는 강사님이 사포질은 나무의 결을 따라 밀어야 하고, 열이 있어야 오일이 잘 스며든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작품을 만들기 전에 재료가 가진 특성과 성질을 잘 설명해주셔서 좋았습니다.
김영지   강사님이 던진 질문을 통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프로그램을 통해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나서 감사했어요. 서로 다른 ‘홀로’들과 나누었던 이야기와 순간이 모여서 혼자가 아님을 알게 되었고 스스로 더욱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의 ‘홀로’가 더는 홀로가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김혜령   무엇보다 성심성의껏 잘 가르쳐주신 강사님께 큰 감사를 드립니다. 야근으로 인해 아쉽게 불참했을 때도 다시 보기 링크를 보내주시면서 뒤늦게라도 수업을 듣게 해주셔서 감사했어요. 앞으로도 재밌는 프로그램을 선보여 많은 사람이 참여하면 좋겠습니다.
양유정   코로나 상황에서도 움직임을 나눌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방법을 많이 고민하신 게 느껴졌습니다. 다양한 전달 방식에 관해 사고를 확장할 수 있었습니다. 시대 변화에 적응하고 발전하는 많은 가능성을 보았고, 영감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올해 만나게 되어서 영광이었어요. 다음에도 꼭 참여하고 싶습니다.
이경아   항상 밝은 얼굴로 맞아주시고 매주 준비하느라 고생하셨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강사님 덕분에 보조 교사도 해보고 꿈을 실현하게 돼서 의미가 큽니다. 기회가 된다면 또 강사님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어요.

참여하신 분

프로젝트 궁리
정리_김도빈 프로젝트 궁리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