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기술의 융합은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문화예술교육에서 끊임없이 논의되는 주제이다. 특히, 영국 창의문화교육재단(Creativity Culture & Education, CCE)에서 2002년부터 운영한 범국가적 문화예술 프로젝트인 ‘크리에이티브 파트너쉽(Creative Patnership, CP)’ 정책에서도 강조되었으며, 우리나라 역시 예술과 기술의 융합에 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그러나 이에 대한 담론과 실험이 실제화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 발생한 코로나 팬데믹 이후 현실적 필요가 작용하였다. 해외에서도 이와 같은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시각예술 수업에서는 전통적인 기초를 배우는 것과 동시에, 연필이나 붓으로 종이에 그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컴퓨터로 창작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더불어, 코로나 팬데믹으로 대면 수업을 진행할 수 없게 된 예술교사들이 새로운 디지털 도구를 활용한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창의적으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디지털 도구를 활용한 학교 예술교육 사례를 소개한다.

사회적 전환을 위한 창조예술 프로그램
예술강사 제프 라르손(JeFF Larson)은 샌프란시스코 발보아고등학교에서 애니메이션과 그래픽 디자인을 중심으로 ‘사회적 전환을 위한 창조예술’(Creative Arts for Social Transformation, 이하 CAST)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CAST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졸업 후 필요한 의사소통 및 비판적 사고능력을 증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개발된 프로그램으로,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이 실제 경험에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는 이 과정을 수강하는 학생들이 학교의 고성능 컴퓨터를 활용하여 전문적인 디자인툴을 학습했으나, 코로나로 인해 학교에서의 대면 교육이 어려워지자 개인 컴퓨터에서 사용할 수 있는 브라우저 기반 소프트웨어인 오토데스크 팅커케드(Autodesk Tinkercad)와 같은 도구를 활용하여 교육을 진행하였다. 비대면 화상 미팅 프로그램인 줌(Zoom)을 통해 가상 포트럭 파티를 진행하여 부리또와 국수요리를 만들기도 하고, 영화 <코렐라인>의 핑크팰리스, <비틀쥬스>의 우뚝 솟은 집 등을 정교하게 만들어내었다. 제프 라르손은 “모두가 전문 애니메이터나 예술가가 될 필요는 없지만 대화와 정보공유를 위해 시각적 의사소통 방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라고 말한다.

숨 쉬는 거품과 워드클라우드 만들기
에리카 샌드스트롬(Erika Sandstrom)은 메사추세스의 히긴스중학교에서 디지털 도구를 활용한 예술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30년 경력의 예술교육자 에리카 샌드스트롬은 디지털 아트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새로운 디지털 아트 도구를 발견하고 있다. 최근에는 학생들과 포토샵과 구글 드로잉을 사용하여 움직이는 이미지인 ‘숨 쉬는 거품(Breathing Bubble)’과 ‘워드 클라우드 아트(Word Cloud Art)’를 만드는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숨 쉬는 거품’은 명상이나 및 숙면을 위해 호흡 속도에 맞추어 움직이는 이미지로,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원하는 이미지로 맞춤 제작이 가능하다. 워드 클라우드 아트는 문서의 키워드, 개념 등을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핵심단어를 시각화하여 표현하는 기법으로 주로 방대한 정보를 다루는 빅데이터를 분석할 때 데이터의 특징을 도출하기 위해 활용된다. 여기서는 단어를 활용하여 시각예술 작품을 표현하는 데에 사용한다.

에리카 샌드스트롬은 기술을 활용한 예술교육의 가장 큰 장점은 학생들에게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두려움 없는 장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한다. 누군가에게 스케치북을 건네어 그림을 그려보라고 하면 “나는 예술가가 아니야”라는 자신을 제한하는 생각을 하고 선뜻 그리기를 꺼리게 되지만, 다양하고 새로운 온라인 그림 앱(App)을 제시했을 때 훨씬 수월하게 여기며 자신감 있게 “할 수 있다”라고 한다는 것이다. 에리카 샌드스트롬은 학교 예술교육의 첫 번째 목표는 사회-정서적 학습이며, 예술교육을 통해 긍정적 자기 대화를 장려하고 타인을 위한 사려 깊은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디지털 도구의 활용한다. 학생들이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마법 같은 순간이 필요할 때 컴퓨터를 켜고 예술을 하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고 전한다.

태블릿과 유튜브를 활용한 작품 만들기
존 벨로니오(Jon Belonio)는 일리노이주에 있는 다우너스 그로브 그레이드 스쿨 디스트릿58(Downers Grove Grade School District 58)의 예술교사로, 태블릿을 활용한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였다. 존은 대면 수업이 어려워진 코로나 상황에 대처하기 위하여 학교에서의 대면 수업 마지막 날에 모든 학생에게 그들의 작품을 사진으로 찍어 온라인 강의실 플랫폼을 통해 공유하도록 했다. 그리고 학생들이 집에서 스스로 만들어볼 수 있는 미술 작업 과제를 영상으로 만들어 유튜브를 통해 게시하였다.

존 벨로니오는 자신의 직업은 예술은 어디에나 있고, 그 어떤 것에서도 발현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오는 과정이었다고 말한다. 학생들과 함께한 작업 역시 교실 밖에서 모든 종류의 기술을 활용하며, 어떤 것을 통해서든 예술적 구현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술을 활용한 예술교육의 시사점
현대사회에서 기술의 고도 발전은 지속되어온 일이나, 최근 코로나 팬데믹으로 예술교육에서 기술이 보다 보편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이때 활용되는 도구들은 기존에 전문가만이 사용하던 고성능의 기기와 전문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각자의 집에서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툴을 활용하고 있다. 이는 학생들의 기술활용에 대한 장벽을 낮추어 개개인의 창의성과 표현력을 보다 수월하게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문화예술교육의 효과를 단순히 예술적 기량 향상이 아니라, 공동체의 관계성을 기반으로 상호성장해 나가는 과정에 가치가 있다고 보았을 때,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관계 단절의 위기상황 속에서 온라인 기술을 활용한 교육은 또 다른 방식으로 예술에의 접근성을 높이고, 예술적 감수성을 공유할 수 있는 폭을 넓혀나가고 있다.

[예술교사가 추천하는 디지털 이미지제작 도구]

도구명 특징 홈페이지 링크
어도비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
(Adobe Creative Cloud)
– 사진, 영상, 디자인, 웹, UX, SNS 콘텐츠 작업에 최적화된 20개 이상의 앱을 갖춘 클라우드 서비스
– 색상 팔레트, 글꼴 모음은 물론 어디에서나 모든 팀 구성원과 공동 작업할 수 있는 필수적인 통합 기능 제공
www.adobe.com/kr
두 잉크
(Do Ink)
– 초보자들이 재미있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도록 고안된 이미지 툴로 포토샵과 유사한 마스킹 도구 제공 www.doink.com
사운드 트랩
(Sound trap)
– 음악이나 팟캐스트를 만들 수 있는 브라우저용 온라인 플랫폼으로 디지털 오디오의 재생, 녹음, 편집 등의 작업을 할 수 있는 워크스테이션 www.soundtrap.com
어도비 스파크
(Adobe Spark)
– 어도비 시스템즈에서 개발한 모바일 및 웹용 스토리텔링 응용프로그램의 통합 제품으로, 스파크 페이지, 스파크 포스트, 스파크 비디오 세 가지의 디자인 응용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초보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그래픽 제작 도구 www.adobe.com/kr
아트 스튜디오
(Art Studio)
– iOS, macOS에서 모두 사용 가능한 가장 강력한 그림 및 사진 편집 앱으로 다양한 브러시, 패턴, 그라데이션, 컬러 및 글꼴에 쉽게 접근 가능 apps.apple.com
시소우
(Seesaw)
학생과 교사가 작업을 공유할 수 있고, 가족 구성원도 참여 가능한 온라인 강의실 플랫폼 web.seesaw.me
사진없음
문화디자인자리
문화디자인자리는 현장의 예술가와 기획자를 만나며, 문화예술 교육프로그램 기획, 현장 모니터링 및 컨설팅, 문화예술 정책연구를 하는 전문기관이다. 문화예술교육과 일상예술, 문화다양성과 젠더, 지역문화와 문화도시, 공동체와 미래가치에 중점가치를 두고 있다.
culturejar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