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의 지방분권 흐름이 거센 와중에, 지역이 주체가 되는 문화예술교육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이러한 지역화의 흐름과 더불어 지역이 주체적으로 만들어가는 문화예술교육의 의미를 짚어보는 ‘지역이 만들어가는 문화예술교육 포럼’이 7월부터 11월까지 광역과 기초단위에서 매달 릴레이 방식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이번 포럼은 문화예술교육 사업의 지방 이양 논의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17개 광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기초문화예술교육 거점이 공동 대응의 필요성을 공감하며 마련하였다. 이 포럼의 주요 논의내용을 바탕으로 지방분권 시대 문화예술교육 지역화에 관한 주요 이슈를 짚어본다.
2022년, 문화예술교육 지역화가 시작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정부 2단계 재정분권 추진에 따라 2022년부터 문화예술교육 사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통합한 ‘지역 문화예술교육기반구축 사업’과 생애주기별 문화예술교육 정책 실현을 위해 새롭게 만들어진 ‘유아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을 지방 이양 사업으로 편성한다. 지자체별로 조금 다르지만,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두 사업 모두 2021년 기준 예산을 전액 보존하기 위하여 국비지원과 지방비 확보를 완료하고 2022년부터 새로운 마음으로 문화예술교육을 더욱 활성화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처럼 지방 이양에 따른 사업 개편의 물결이 일어나기 시작한 지금, 지역 주도의 지속가능한 문화예술교육 실현을 위한 공동 실행계획을 도출하고자 지난 5월 17개 지역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팀장으로 구성된 지역협력위원회의 위원과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함께 지방 이양에 따른 ‘문화예술교육 지역화 대응 실행계획’으로 10개 과제를 수립하였다.
[문화예술교육 지역화 대응 실행계획(2021년)]
과제번호 과제명 과제번호 과제명
과제1-1 문화예술교육 조례 제정 과제2-4 문화예술교육 담론 형성
과제1-2 지역 문화예술교육 계획 평가체계 수립 과제3-1 문화예술교육 지원법 개정
과제2-1 차기 종합계획 준비 과제3-2 재원 마련 노력 다각화
과제2-2 타영역·유사영역과의 연계전략 및 차별화 전략 과제3-3 지역의 문화예술교육 정책 의사결정 구조 체계화
과제2-3 문화예술교육 정책의 성과 도출․관리 과제3-4 문화예술교육 사업 개편 및 신규사업 등
실행계획에서는 조례, 지원법 등 안정적 운영을 위한 제도 강화부터 계획-실행-성과-환류로 연결되는 체계적인 사업 시스템 마련, 그리고 지역화에 따른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의 공감대 형성을 위한 노력 등 정부, 중간지원조직, 그리고 현장에서 실행해야 하는 각각의 역할을 제시하였다. 특히, 지방 이양 이후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하기 위한 다각적인 재원 마련 방안과 타 영역 또는 유사 영역과의 차별화 전략은 이번 실행계획의 주요한 지점이라고 볼 수 있다.
‘문화예술교육 담론 형성’의 세부과제로 ‘지역이 만들어가는 문화예술교육’ 릴레이 포럼이 추진되고 있으며, 지난 7월 열린 첫 번째 포럼 후 8월13일 호남제주권역(광주광역시, 전라남도, 전라북도, 제주특별자치도) 포럼이 열렸다. 이 포럼에서는 ‘문화예술교육 정책-현장 들여다보기’라는 주제로 안남일 고려대학교 문화콘텐츠전공 교수와 임재춘 커뮤니티스튜디오104 대표의 발제와 이에 대한 호남지역 재단 관계자와 현장 활동가의 토론이 진행되었다.
문화예술교육의 주인은 누구인가
안남일 교수는 <문화예술교육 정책 들여다보기>라는 주제를 ‘문화자치’와 ‘문화커뮤니티’라는 두 개의 키워드로 풀면서, “지역 주민들이 지역문화예술의 주체가 될 때 문화자치로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화예술 산업 지표의 증가뿐 아니라 실제 파급효과를 고려하면 문화산업 분야의 비중이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특히 문화 격차의 해소, 환경변화, 저출산, 고령화 등 사회 문화적 변화 속에서 시민의 참여문화를 확산하여야 문화자치도 본격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지역문화단체의 독립성을 내세우며 “(문화단체의 역할이) 대부분 매니지먼트였다면 이제는 비즈니스 모델로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시민의 참여,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기관단체의 노력이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재춘 대표는 <문화예술교육 현장 들여다보기> 발제를 통해 정책과 현장에서의 자기성찰과 정확한 분석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들여다볼 때, 궁금하기보다는 “매우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는다면서 “현장에서 요구하는 부분을 적확하게 분석하고 파악하고 현장을 살펴서 사업을 만들고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 중심에 중간지원조직의 역할이 중요하며 현장의 어려움과 가능성을 관찰하는 작업이 필요하고 지적했다. “문제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쌓였을 때 변화가 시작된다”라면서, 지역화를 문화예술교육에 관한 제도적, 정책적 문제를 제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한편, 재단과 현장이 서로의 역할은 다르지만, 함께 책임진다는 생각으로 의제를 합의하고 논의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하며, 지역화 논의에서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진정성 있는 대화의 끈을 놓지 않는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말로 발제를 마쳤다.
각 발제에 관한 토론에서는 중간지원기관 총괄 운영자와 실무자, 현장에서 활동하는 활동가 등 각자의 위치와 관점에서 발제에 관한 다양하고 흥미로운 의견을 제시하였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시민이 문화예술교육의 창작 주체로서 나아가야 한다.

_ 유용석 제주문화예술교육센터장

✔ 지방 이양의 예산 편성이 지역의 환경을 반영하되 차별 없는 균등한 지원이 되어야 한다.

_ 최상열 전북문화관광재단 문화예술진흥본부장

✔ 지역마다 지방 이양에 대한 온도 차이가 있고 해석이 달라 혼란이 생기지 않도록 정부 및 산하단체의 명확한 지침도 함께 이양되어야 한다.

_ 김광훈 전남문화예술교육센터장

✔ 지역의 삶에는 문화예술교육 사업이 꼭 필요하다. 권태로워진 부분이 있다면 어디에 설렘이 있는지 찾아보면 된다. 지속성에 관점을 두고 정책 입안자나 활동가들이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_ 허나겸 두 번째 교실, 가지 대표

✔ 문화예술교육에 관해 근본적인 물음과 답을 고민했던 적이 있는가? 중간지원조직 실무자 입장에서 진지하게 현장을 이해하고 도울 수 있는 고민의 시간이 조금 더 주어지면 좋겠다.

_ 김선주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담당자

✔ 지역화가 지역의 자율성을 담보할 수 있을까? 먼저 재단의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장기적 지역화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하여 행‧재정적 그리고 법적 근거를 확보해야 한다.

_ 김수재 전남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담당자

이후, 종합토론에서는 1부와 2부의 이야기를 다시 한번 정리하는 질문과 답변, 그리고 못다 한 이야기들이 공유되었다. 특히, 정책과 현장에서 느끼는 지루함에 대한 해결책을 다시 한번 언급하였다.
현장에서는 정책의 변화를 사업을 통해서 느끼게 되기 때문에 지역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사업이 중요하다. 그래서 사업의 이름을 짓는 것, 공모로서 일원화하지 않는 문제의식이 필요하다. 각자의 역할에서 정책과제를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 제도적 변화와 함께 지역 안에서 정치적으로 풀어야 하는 숙제도 있다. 물론 이제까지 정치와 제도의 변화로만 진일보하지 않았다. 불합리한 제도와 무관하게 올바름을 실천하는 현장에서의 자기고민과 그로 인한 변화가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다른 누군가의 몫이 아니라 같이 만들어가야 한다.
– 임재춘 대표 종합토론 중
관성을 깨는 노력
‘자기 질문에서부터 시작되는 관성을 깨는 문화예술교육’은 충북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에서 추진하고 있는 2021 헬로우아트랩 사업에서 연구 후 프로그램 실행에 목적을 둔 실행랩이 주제로 삼은 문구이다. 그리고 공모신청서 항목 중 하나로 “자기 질문에서부터 시작되는 관성을 깨는 문화예술교육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라고 질문했다. 현장에서 활동하는 단체나 개인 활동가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쏟아졌고 이 질문이 가장 어려웠다고 말한다. 그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편한 분위기 속에서 익숙한 것과 이별하는 경험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고 표현할 수 있는 교육”이라는 답변이었다. 이번 포럼에서 말하고자 한 부분과 앞으로 우리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문화예술교육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지에 대한 마음가짐을 나타내는 문장이라 생각한다. 지방 이양에 따라 지역의 자율성이 커지면서 그만큼 지역 주체는 각자가 자신의 역할을 해내야 한다. 지금까지 의무적이며 당연하다고 여겼던 사업의 지속성은 지역 정책 결정권자에게 예산이라는 틀 안에서 평가받고 성과와 수치를 이야기하고, 평가가 좋지 않으면 또 다른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물론, 이것이 지자체나 중간지원기관만의 숙제가 아닌 현장과 함께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다.
문화예술교육 지역화에서 자율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문화예술교육 사업 예산을 확보할 수 있는 자생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지방 이양은 지역의 자율성과 함께 지역의 자생력을 키울 기회다. 각 지역의 환경이 다르지만, 지역에 맞고 어울리는 모델을 구축하여 5년 이후에도 유지할 수 있는 기초체력이 있어야 한다. 2000년 국악강사풀제로 시작된 문화예술교육이 20여 년이 지났다. 그동안 각 지역에서 지역 문화예술교육을 가장 잘 이야기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이 축적되어 왔다. 이제는 그 경험을 토대로 사업의 구조에서 현장-중간지원조직-지자체가 함께 상생할 수 있는 커뮤니티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자기 질문에서 시작된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소규모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 예산의결기구를 설득하는 힘 있는 무기가 될 수 있다.
지역과 지역 간의 연결고리로서의 모델을 만들고 연대하여 우리의 삶 속에서 문화예술교육이 전하는 가치와 진정성이 꼭 필요하다. 유아부터 노인까지의 생애주기 속에서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쉽게 문화예술교육을 접하고 누리는 문화예술교육으로 유지해야 하는 숙명 같은 우리의 역할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문화예술교육의 주인은 바로 ‘우리’다.
  • 지역이 만들어가는 문화예술교육 호남제주권역(2차) 포럼 영상
    [출처] 제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유튜브
전영주
전영주
문화예술단체와 기획사 등 충북의 다양한 지역문화 현장에서 기획 및 행정 업무를 경험하였다. 2013년 충북문화재단 입사 후 예술창작, 생활문화, 문화복지, 기획경영 등 8년간 폭넓은 업무를 추진하였다. 현재 충북문화재단 예술교육팀장으로 지역 문화예술교육 활성화와 가치 확산을 위하여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다.
sitty772@cbfc.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