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백신 개발과 높아지는 접종률로 코로나19 회복 가능성이 엿보였던 시기도 잠시, ‘델타 변이’로 대표되는 끊임없는 변종 바이러스로 인해 팬데믹은 또다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인해 변화한 일상이 더는 새롭지 않은 지금, 단순한 비대면이 아닌 보다 새로운 방법으로 현재 상황을 돌파하는 영국, 미국의 예술교육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급식과 함께 배달하는 예술교육 키트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면의 위험성이 높아지자 대부분 국가의 학교에 임시 폐쇄 조치가 내려졌다. 이에 학습 기회는 비대면 수업으로 대체되었으나, 학교에서의 예술교육, 방과후교실 등을 매개로 이어졌던 지역사회와 예술단체, 예술가의 연결성은 약화하였다. 또한, 학교에서 제공하는 급식, 위생교육을 통해 지켜졌던 아이들의 안전권 역시 위협받게 되었다.
미국 조지아주에서 활동하는 예술교육단체 ‘예술기회 두드리기(ARTportunity Knocks)’는 음식과 학습재료로 구성된 키트를 전달하는 ‘스팀 앤 밀(STEAM n’ Meals)’ 프로젝트를 통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영향이 큰 취약계층을 위한 새로운 지원책을 마련하였다. 조지아주 지원을 받아 진행한 이 프로젝트는 지역사회 내 코로나19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음식점과 연계하여 영양구성을 고려한 건강한 음식을 수급한다. 더불어 아이들에게 지적 자극을 줄 수 있는 과학, 기술, 설계, 예술, 수학 등이 결합한 교육 재료를 마련하였다. 이렇게 완성된 키트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하며 배부하거나 자원봉사자가 배송하는 방식으로 아이들에게 제공한다. 프로젝트 규모가 점차 커지면서 음식점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사업에 참여하며 팬데믹으로 인해 침체한 지역 경제 활성화도 도모하고 있다.
취약계층 학생을 위한 여름나기
영국 서부 울버햄프턴에 위치한 뉴햄프턴아트센터(Newhampton Arts Centre)는 지역 내 공연·시각예술의 허브로 다양한 워크숍, 교육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2020년 4월을 기점으로 실내에서 진행하던 대부분의 오프라인 프로그램이 중단되었다. 이에 뉴햄프턴 아트센터는 지난 5월에 주차장, 뜰 등 야외 활동에 적합한 장소를 활용하여 180석 규모의 천막형 야외무대 ‘뉴 호라이즌스 스테이지(New Horizons Stage)’를 신축하며 예술 활동을 재개할 수 있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았다.
뉴햄프턴아트센터는 방역수칙과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하며 야외무대를 활용해 다시금 지역사회를 위한 다양한 공연과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 중이다. 그중 초등학생과 가족을 위한 4주간의 여름 예술학교를 준비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학교가 문을 닫으며 학교를 매개로 연결되었던 지역과 예술단체 역시 그 접점을 잃게 되었고, 아이들 또한 가정 밖에서의 학습 기회가 줄어들어 사회적 소통능력 또한 약화되었다. 더불어 코로나19로 휴교 기간에 취약계층 아이들이 적절한 영양 섭취 기회를 잃어버리게 되면서 더욱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휴일의 배고픔’(Holiday Hunger)이 이번 여름 예술학교의 기획 배경이라고 밝혔다.
오는 8월부터 매주 1회 워크숍 형태로 운영하는 여름 예술학교는 많은 예술교육 경험을 보유한 예술가가 주축이 되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학교와의 적절한 협업을 통해 수요를 파악하고, 참여 기회를 늘릴 계획이다. 또한 다양한 연령‧문화적 배경을 고려한 신선한 음식을 제공할 예정이다.
오케스트라를 일상 속 창작 활동으로
미국 아이오와주 컨중학교와 에이브러햄링컨고등학교에서 진행한 ‘오늘의 너는 누구니’(Who Are You Today?)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많은 인원이 모일 수 없는 상황에 대응하여 오케스트라 수업을 전환한 일상 속의 창작 프로젝트다. 기존의 오케스트라 교육에서 ‘공연’이 교육 결과물이 되는 한계를 극복하고, 비대면, 소규모 모임을 적극 활용한 창작 활동을 시도했다. 이 프로젝트는 학생들이 자신의 일상에서 창작의 영감을 찾고 이것을 음악으로 표현하며, 창작의 기본을 배울 수 있도록 총 세 단계로 진행된다.
먼저, 학생들은 개별적으로 일상 속에서 창작 영감의 원천과 동기를 발견하고 이를 토대로 간단한 수준의 작곡을 해본다. 기존의 오케스트라 교육이 악보에 표기된 대로 정확히 연주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창작하는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을 경험하게 된다. 다음으로 두 명씩 짝을 이뤄 자신이나 상대방의 사진을 촬영해 창작의 재료로 활용한다. 학생들은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을 멀티미디어를 통해 풀어내며 창작과정을 통해 상호작용을 경험한다. 마지막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한 모든 학생이 협업하여 작곡한 음악을 기반으로 앨범을 만든다. 앨범 제작에 수반되는 오디오 기술, 웹 디자인, 마케팅에 이르는 전 과정을 학생이 주체가 되어 기획·운영한다. 결과물은 링스 오케스트라 홈페이지에서 보고 들을 수 있다.
‘오늘의 너는 누구니’ 프로젝트의 주축이 된 음악 교사 댄 블랙(Dan Black)은 이 프로젝트의 목표가 학생 스스로 자신의 음악적 목소리를 찾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를 위해 상상력을 발휘하는 데 제약이 될 수 있는 활동 예시 없이 프로그램을 진행하였고, 학생들은 ‘지휘’라는 명확한 가이드가 있는 오케스트라 활동과 다른 접근법에 다소 어려움을 겪기도 하였다. 댄 블랙은 학생들에게 창작 활동은 문제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배움의 과정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도록 독려하며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고 전했다.
코로나19가 불러온 제약 속에서도 나름의 해결책을 찾고, 단순한 학습 기회의 상실 너머 아이들의 기본권까지 고려한 사례를 살펴보았다. 때로는 작은 아이디어가 큰 변화를 불러오기도 한다. 한계에 대응하는 문화예술교육계의 소소한 시도가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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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림_국제협력팀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