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은 ‘비대면’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온라인을 통한 감각적 변화에 직면하게 했다. 21세기 포스트휴먼 시대의 온라인은 오프라인의 부속개념이 아닌, 그 자체로 거대한 하나의 세계, 접속과 접촉이 교차하는 두 세계를 하나로 연결하는 길을 재촉한다.
지금 세계는 학교도 회사도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으로 시각적 감각을 보다 확장해 가고 있다. 그런데 이 시각적 감각은 다른 감각에 비해 지적인 반면 만족도는 가장 낮다. 그 이유는 맛있는 음식을 눈으로 보고만 있어야 할 때나 특별히 교육받지 않고는 도무지 알 수 없는 것(문자, 악보, 추상미술)을 보고 느끼는 당혹감 때문이다. 시각은 잠에서 깨어나 눈만 뜨면 뭔가를 보게 되는 감각기관이다. 그러나 다른 감각에 비해 신체적 접촉이 이루어지지 않는 오직 보고 감각 하는 비접촉 감각기관이기에 ‘안목’을 위한 훈련이 필요하다.
접촉 없는 비대면의 삶이 길어진다면 감정은 점점 더 건조해질 것이다. 인간은 경험을 통해 상호작용하는 가운데 희로애락뿐 아니라,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오감 나아가 인간의 인식능력인 오성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가족과 학교 나아가 사회생활 속에서 행복과 불행을 경험하거나 통제하는 감각기관들이다. 그렇기에 감정 소통의 최전선에 있는 눈빛과 말은 경우에 따라 칼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눈총과 폭언은 상처를 주지만, 건강한 말과 눈빛이 오가는 곳에서는 마음마저 훈훈해진다.
장시간 온라인 소통으로 인한 신체감각의 퇴행은 경험과 실천을 약화시킨다. 팬데믹으로 오감체험이 없는 온라인 교육이 길어질수록 감각의 퇴행 역시 필연적이다. 그렇기에 유치원과 초중등학생의 경우 비접촉 교육의 공백을 채워줄 수 있는 미술과 음악 그리고 다양한 놀이를 통해 오감과 오성의 감각작용을 위한 교육이 그 어느 때 보다 필요하다.
  • ‘경험적 감각’ 참여작가 프리젠테이션(왼쪽), 아뜰리에 토크
장소와 시간 사이
아트스페이스펄에서는 온라인미디어 예술활동 지원사업 ‘아트 체인지업’의 일환으로 온·오프라인을 통한 창작과 감상의 방법적 변화를 ‘경험적 감각’이라는 주제로 실현했다. 지금 인류는 현세대가 경험해 보지 못한 코로나로 수많은 변수와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디지털 예술소통은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가고 있다. 디지털 미디어가 일상인 시대에 소통방식에도 많은 변화가 이루어지고 또 그에 따른 윤리의식이나 미의식도 달라지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 속에서 온라인 전시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고 있다. 그래서 이번 온라인 전시는 기존의 오프라인 전시에 대한 정보전달이나 홍보목적을 벗어나, 창작과정에서 느끼는 ‘경험적 감각’을 어떻게 온라인을 통해 전달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코로나’라는 암담한 현실 속에서 온라인으로 창작과 감상 간의 뉴-비전을 찾기 위한 시도는 마치 벽 없는 벽과 마주한 기분이었다. 그래서 갤러리나 미술관이라고 하는 ‘현장성’이 없는 온라인 전시에서 느끼는 욕망의 결핍은 늘 숙제로 남는다. 그렇다면, 온라인 전시를 통한 예술소통의 새로운 방법적 비전이란 무엇일까? 오프라인에서 경험하는 현재는 ‘과거와 미래를 품고 있는 시·공간의 장소’라고 한다면, 그러나 온라인에 접속하는 현재는 ‘미래를 품고 과거를 소환하는 시간’일 것이다. 시‧공간을 초월하는 가상공간인 온라인에서의 결핍은 착용하는(보고 입고 벗고) 것과 착용감(촉각, 청각, 미각, 후각, 시각)이라는 욕망의 결핍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있을 것이다. 그것은 감각에 스며들지 못하는 온라인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적 변화를 필요로 한다.
감상의 차원을 변화시키는 디지털의 진화는 인공지능을 통해 노인이나 장애인을 위한 웨어러블(wearable) 로봇처럼, 로봇과 예술의 연결을 통해 수준과 취향에 맞는 예술을 감각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이를 통해 사회에서의 재교육 역시 맞춤형 교육이 가능해질 것이다. 이처럼 인공지능의 진화 속에서 인간에게 요구되는 환경은 인간의 몸을 통해 마음에 가닿는 ‘감성생태’(Eco-sensibility)일 것이다. 환경생태가 도시의 몸이라면, 감성생태는 도시의 마음(정신)이기 때문이다.
  • 신준민, <Scenery 풍:경> 온라인전시 장면
시각, 청각, 시간성을 더하여
디지털시대 ‘감성생태’를 위한 온라인 전시인 《경험적 감각 Empirical Senses》은 2,30대 작가 다섯 명으로 오프라인 없이 온라인 소통을 위해 기획된 전시의 주제였다. 온라인 전시를 위해 전시기획자와 청년작가들은 수차례의 워크숍을 통해 디지털 감성생태의 뉴-비전을 위한 다양한 토론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온라인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작가별 작품의 특징을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지에 대한 다양한 방법이 제시되었다. 스마트폰 소통이 일상인 작가들과 전시기획자와의 만남은 각자의 작업적 의미를 시각예술에 청각적인 효과와 시간성을 더해 다채롭게 진행했다. 완성된 온라인 전시는 작가마다 소주제를 가진 13분 45초 길이의 영상으로 만들어져 유튜브 채널 ‘아트펄tv’에서 전시 중이다.
첫 번째 작가인 신명준의 <하얗다면 전시공간일까>는 벽돌 오브제를 통해 갈 수 있으면서 갈 수 없고, 볼 수 있으면서 볼 수 없는 곳, 그곳 미의 순례지이면서 육안과 심안의 공간, 녹색 스크린에 푸른 바다와 흰 파도가 겹치는 영상이다. 두 번째는 현수하의 <선과 선이 만나면 면이 되지 않는다>를 주제로 정지된 버스 정거장에는 선과 선이 교차하고, 그 위에 면과 면이 채워지면서 멈춰있던 버스에 시동이 걸린다. 세 번째는 박규석의 <흐린 사랑 Cloudy love>은 버스 차창 밖, 하늘과 나무들 그리고 텅 빈 운동장, 버려진 물건들에 가 닿는 시선마다 사연을 가지고 있을 터, 흐린 날 잿빛 사랑도 미끄러지듯 물감에 녹아들어 그림으로 탄생한다. 권효정의 <공존 Coexistence>은 모래시계에 물과 물고기를 통해 생명의 공존을 보여준다. 물고기 두 마리가 세로로 세워진 공간 상부와 하부에 나누어 한 마리씩 살고 있다. 상부의 공간에서 하부로 물이 흘러 내려 상부의 공간에는 물이 점점 사라지자 세로에서 가로로 평행을 유지하면서 공존을 이룬다. 마지막으로 신준민의 <Scenery 풍:경>은 자연의 흐름 속에서 인간의 삶을 위한 풍경들, 하늘도 들판도 도로의 차들로 멀리 풍경으로 흐른다. 수면에 비친 하늘 위로 새가 난다. 멀리 보이는 풍경 하늘과 공장 나무와 강, 발에 닿고 눈에 담긴 풍경들이 바람 따라 붓을 타고 흐르고 흘러 그림 속 풍경이 된다.
이번 온라인 전시는 팬데믹으로 온·오프라인을 통한 창작과 감상의 방법적 변화 속에서 온라인 소통의 비전이 무엇인지, 그 범위와 방향에 관한 다양한 토론으로 이루어졌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 속에서 온라인 전시를 통한 감각의 상호작용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감성소통에 관한 다양한 연구가 필요하다. 개인의 감성은 통역이 어려울 뿐 아니라 그것은 객관적이거나 주관적인 생각 이전의 순수한 감정이나 기분 혹은 느낌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온·오프라인을 통한 접속과 접촉이 일상이 되고 있는 지금, 예술을 통한 공감 능력을 일깨우는 양질의 온·오프라인 소통 콘텐츠가 절실하다.
지금 우리가 마주해야 할 감각은 공감 능력을 발휘해 건강한 눈빛과 언어로 서로를 조각하는 온라인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것은 자연의 생명, 도시의 문화 그리고 각각의 구성원 속에 깃든 마르지 않는 감성생태의 장을 통해 첨단과학의 시대 포스트휴먼을 향한 길일 것이기 때문이다.
  • [아트체인지업/온라인전시1] 경험적 감각
    [영상출처] 아트펄TV
김옥렬
김옥렬
현재 현대미술연구소대표(www.caikor.com)와 아트스페이스펄(www.artspacepurl.com) 공동대표(김옥렬, 정명주)로 전시기획과 미술평론으로 이론을 실천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한국방송통신대 신문 기획특집 연재(미술로 읽는 세계사)와 [영남일보] ‘미.인.만.세.’(미술과 인문학이 만나는 세상), [매일신문](매일춘추) 필진으로 활동했다.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postgallery
아트펄 유튜브 https://www.youtube.com/user/artspacep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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