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문화예술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관한 국제적인 담론의 장을 형성했던 ‘서울 어젠다: 예술교육 발전목표’가 채택된 지 10주년이 되었고, 「문화예술교육 지원법」 제정으로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본격화된 지도 15년이 지났다. 세월의 흐름과 함께 문화예술교육을 받았던 어린이·청소년들은 자라서 청년이 되었고 사회인으로서 같은 분야에서 활동하는 동료가 되기도 했다. 문화예술교육은 이들에게 어떤 기억과 영향을 주었을까? 앞으로 이들이 만들어갈 시대에 문화예술교육은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문화예술교육과 함께 성장한 청년에게 문화예술교육의 필요성과 역할, 방향에 관하여 들어본다.
 
① 김도연 청년협동조합 뒷북 조합원
  
② 최진성 안무가·댄서
  
③ 김선혁 협동조합 문화예술단 꾸마달 이사장
  
④ 김나예 예술교육 생명나무 예술가 교사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예비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문화예술단 꾸마달(‘꿈꾸는 사람들’이라는 뜻, 이하 꾸마달)의 이사장을 맡아 일하고 있다. 그리고 꾸마달 밴드팀에서 기타와 보컬로 활동 중이다. 꾸마달은 지역아동센터 출신 청소년·청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삶의 목표가 없고 꿈과 희망이 잃어버린 아동·청소년들이 문화예술을 통해 함께 호흡하는 법을 배우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을 만들자는 목표를 가지고 창업했다. 문화예술교육(지역아동센터, 학교 방과 후 문화예술교육), 청소년·청년 자립을 위한 사업이나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문화예술행사와 공연을 기획·실행하고 있다. 청소년기부터 창업동아리 활동을 시작하였고 2016년 청년창업공모전을 통해 협동조합을 창업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하게 되었다.
언제 처음으로 문화예술교육을 접했나? 어떤 프로그램이었는지도 궁금하다.
본격적으로 문화예술교육을 받았던 시기는 2007년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지역아동센터에서 진행하는 노래와 기타수업에 참여했다. 문화예술 사회적기업 ‘자바르떼’에서 오신 예술강사 선생님들께 노래와 기타 교육을 받았다. 그때 함께 했던 선배, 친구들과 꾸마달을 창업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밴드 활동도 함께 하고 있다. 당시 건조하고 각박하게 생활하던 나에게는 노래 수업이 제일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마음껏 부를 수 있었고 힘들게 생활하고 있는 나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기타’라는 악기를 처음 접하면서 손에서 떼지 않고 계속 연주 했던 기억이 난다. 자원봉사자 선생님이 기타 코드 몇 개를 가르쳐 주셨는데 바로 곡을 연주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지역아동센터 선생님께서 기타 수업을 받을 수 있게 해주셨다.
중학교 3학년이 되면서 어려운 가정환경으로 인해 방황을 많이 했고, 지역아동센터 등원을 잠시 그만두었다. 그러다 3년 후에 다시 돌아와 보니 초등학교 5학년 때 노래 수업을 해주셨던 선생님이 계속 수업을 하고 계셨다. 단순히 노래를 배우는 것을 넘어 밴드팀으로 활동하며 공연도 하고 있었다. 그때부터 밴드팀에서 함께 활동하게 되었고, 21살이 되던 2016년에 협동조합 문화예술단 꾸마달을 창업하면서 함께 살아갈 터전을 마련하게 되었다. 처음 문화예술교육 받았던 때를 생각하니 감회가 새롭다. 그리고 이렇게 삶의 터전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지역아동센터 선생님들과 오랜 시간 부족한 우리에게 노래와 기타를 가르쳐 주셨던 자바르떼 예술강사 선생님께 다시금 감사하는 마음을 느끼게 된다.
초등학교 때 시작한 음악 예술교육이 협동조합 창업으로 이어졌다니 대단하다.
사춘기에 방황하면서 항상 힘들고 외로웠다. 지역아동센터를 떠나 지내면서도 힘들 때면 노래를 불렀다. 노래는 나에게 위로가 되고 살아갈 힘을 주었다. 그래서 지역아동센터로 돌아오게 되었던 것 같다. 내가 떠나 있는 동안 선배들과 친구들은 악기도 배우고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는 밴드팀으로 성장해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며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도 없이 방황하던 내가 노래하는 사회복지사가 되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중학교 1학년 때 지역아동센터 노래 수업시간이 항상 기다려졌다. 노래 수업은 항상 즐겁고 재미있었다. 예술강사 선생님은 항상 참여하는 아이들에게 칭찬을 해주셨다. 노래를 배운지 2년 정도 지나고 공연을 하게 되었다. 공연이 처음이었고 많이 떨렸다. 그런 설렘을 감당하지 못했던 것 같다. 노래를 부르다가 갑자기 웃음이 터졌고 공연을 하던 남자아이들에게 웃음이 번졌다. 무대에 서서 노래도 제대로 못하고 계속 웃었다. 어떻게 보면 오랜 시간 배웠던 노래 실력을 선보이는 자리인데… 공연을 하고 퇴장하는 우리를 보고 예술강사 선생님이 환하게 웃으시며 잘했다고 하셨다. 공연은 사실 엉망이었다. 노래도 제대로 못하고 웃다가 내려왔는데 선생님은 칭찬을 해주셨다. 자존감이 낮았던 아이들에게 항상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던 선생님, 철없이 웃기만 했던 아이들, 그 속에서 있던 나를 생각하면 따뜻함과 설렘, 아찔함이 동시에 느껴진다. 성인이 돼서 삶에 책임을 져야 하는 나이가 되고 돌아보니 그때가 정말 행복했던 시간이었던 거 같다.
음악이 청소년기에 많은 영향을 준 것 같다. 지금의 삶이나 일에도 그때의 경험이 도움이 되고 있는지?
그때 문화예술교육에 함께 참여했던 선배, 친구, 후배들과 노래도 하고 삶의 어려움을 나누며 먹고 살 수 있는 터전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꿈이었고, 그 꿈을 함께 이루어 가고 있다. 꾸마달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는 조합원들은 저마다 가슴 아픈 사연을 가지고 있다. 혼자였다면 무너졌을지 모르지만 함께라서 지금도 이렇게 노래 부르며 후배들에게 문화예술교육을 할 수 있는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문화예술교육은 우리에게 꿈을 만들어 주었고 함께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우리는 노래를 부르고 악기연주를 하며 서로의 소리를 맞추는 법을 배웠다. 한 친구가 빨리 가면 빨리, 느리게 가면 느리게 발을 맞춰가는 법을 어려서부터 배웠던 거 같다.
  • 꾸마달과 함께하는 지역아동센터 문화예술교육
  • 꾸마달과 함께하는 도시와 농촌을 잇는 문화예술축제
꾸마달은 문화예술교육과 공연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많은 사람을 만나고 있다. 협동조합을 설립하게 된 배경이나 추구하는 방향은 무엇인가?
우리 사회는 혼자가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면서 완전하지 않지만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경쟁과 성공에서 뒤처진 아이들은 상처와 아픔을 안고 살아야 하고 가난하고 힘든 사람들은 계속 가난하고 힘들게 살아가야 하는 현실이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우리는 그런 사회에서 서로 나누고 서로 맞물려 함께 살아가는 삶의 모델을 만들어 가고자 한다.
우리가 문화예술 협동조합을 설립한 이유는 문화예술이 가지고 있는 생명력을 통해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살아갈 힘을 주기 위해서다. 우리는 어린 시절 소외와 결핍의 아픔을 겪었지만, 문화예술교육과 공연을 통해 자존감도 높아지고 경쟁과 성공보다는 상생하는 가치를 배웠으며 서로 돕고 함께 사는 법을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되었다. 문화예술교육은 단지 노래를 부르고 악기를 연주하며 자신의 뛰어난 재능을 계발하는 것만을 목적에 두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문화예술교육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상처를 회복할 수 있는 힘을 갖게 해주고 싶다. 내가 초등학교 시절부터 배워온 문화예술교육은 지금 꾸마달이 이루고자 하는 가치의 바탕이 되어주었다.
그간의 경험과 지금의 활동을 돌이켜 볼 때, 문화예술과 예술교육의 사회적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사회가 발전할 수 있는 동력은 사람으로부터 나온다. 때문에 첫 번째로 문화예술(교육) 안에 사람들의 상처와 아픔, 행복과 기쁨 등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사회 모습을 담아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쟁과 성공에 지친 아이들, 척박한 사회에서 아이들을 양육하고 있는 어머니, 아버지, 외롭고 소외된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모습 등을 문화예술 활동과 교육 안에 녹아내야 한다. 두 번째로는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위로와 격려, 믿음 등이 형성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세 번째로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 사랑을 품을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절망적인 상황, 희망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는 문화예술(교육)은 그 힘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나와 우리 멤버들은 노래를 통해 많은 위로를 받았고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되었다.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성장했고 우리와 같은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 사람들의 다양한 소리와 이야기, 아픔과 상처를 담아 따뜻하게 위로하고 희망과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문화예술(교육)의 사회적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김선혁
김선혁
‘노래하는 사회복지사’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다. 지역아동센터에서 함께 자란 친구들과 문화예술단 꾸마달 활동을 시작했고, 2016년 협동조합 문화예술단 꾸마달을 창립했다. 협동조합 창립 발기인이자 이사장, 공방 친절한목수들 대표이며, 꾸마달 밴드에서는 어쿠스틱기타와 리드보컬을 맡고 있다. 협동조합 문화예술단 꾸마달은 지역아동센터와 초등학교 방과후 문화예술교육, 공연 및 문화예술 행사 등 청소년·청년 자립을 위한 사업을 하고 있으며, 2015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상, 2016 청년협동조합 창업공모전 대상을 수상했다.
인터뷰 글 & 프로그램 사진 _ 김선혁 협동조합 문화예술단 꾸마달 puruncoop@naver.com
인터뷰 사진 _ 이재범 POV스튜디오 andy45a@naver.com
정리 _ 프로젝트 궁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