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0일, 21일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5.20.~5.25.)을 맞아 톤코하우스(Tonko House)의 예술감독인 마이크 더튼(Mike Dutton)이 어린이를 위한 미술 워크숍 ‘호기심과 상상의 세계여행’을 진행하였다. 톤코하우스는 픽사 출신 아티스트와 아트 디렉터들이 설립한 창작스튜디오로 애니메이션을 넘어 출판, 전시,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복합 미디어 그룹이다. 마이크 더튼이 진행한 아동 미술 교육 프로그램(Kids Art Education Program)은 그가 직접 기획하고 설계하여 이번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동안 한국에서 최초로 소개한 프로그램으로 톤코하우스 특별전시장에서 진행되었다.
구글 두들러(Doodler), 유튜브 키즈 프로그램 기획자 등 화려한 이력과 톤코하우스 예술감독, 교육 기획자, 그림책 삽화가 등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마이크 더튼을 직접 만나 그가 예술가로서 작업에 임하는 자세, 예술교육을 바라보는 관점, 예술과 교육을 통해 나누고자 하는 가치 등에 관해 이야기 나누었다. 전 세계 아이들을 위한 재미있고 창의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 하는 데 있어 오직 한 사람을 위한 비밀 러브레터를 쓰듯 기획을 시작한다는 그만의 철학을 만나 보자.
오늘 한국에서 처음으로 당신이 기획한 아동 미술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아이들이 무척 즐거워하는 모습이었는데, 프로그램을 진행한 소감이 궁금하다.
프로그램이 중간 정도 진행되었을 무렵 “이대로 가면 과연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까?” 염려되는 순간이 있었다. (웃음) 다행히 모든 팀이 이야기를 만들었고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마지막에 팀별로 자신의 이야기를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한 아이가 여우와 뱀, 개미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를 발표하였다. 나는 “어떻게 저렇게 놀라운 조합을 만들어 낼 수 있지!” 생각했다. 역시 아이들은 기발한 상상력을 가지고 있다고 느꼈다.
아동 미술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담당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영유아를 위한 예술교육은 톤코하우스의 창업자였던 로버트 콘도가 오랫동안 고민했던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담당하게 된 것은 내가 유튜브 키즈 프로그램을 디자인하였고 그림책 일러스트레이션을 그리는 등 어린이 관련 작업을 했을 뿐 아니라 두 아이의 아빠로서 어린이 교육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로버트가 이 프로젝트를 내게 제안하였고 교육적 시각이 아니라 아빠로서, 아티스트로서 내 생각과 의지를 갖고 프로그램을 기획해 보도록 격려해 주었다. 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로버트 뿐 아니라 아이들과도 많은 대화를 나눴다.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과정이 대화를 통해 이루어졌듯, 교육 프로그램 역시 대화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예술교육의 원칙으로 세웠다. 특히 아이들을 위한 예술교육에서 이 점이 더욱 중요하게 적용된다. 나는 모든 예술은 ‘소통’이라고 믿는다.
그렇다면 대화와 소통을 통해 아이들과 나누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재미’이다. 매우 단순하게 여겨지지만, 톤코하우스의 구성원들도 오랜 대화를 통해 깨달은 부분이다. 재미가 가장 우선적인 요소가 되면서 그것이 교육 프로그램의 다른 요소들에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나에게 그것은 혁명적인 발견이었다. 두 번째는 ‘호기심’이다. 재미는 호기심에 영향을 준다.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것을 제시하면 아이들은 그것에 흥미를 느끼고 “와, 정말 재미있어요. 다시 해 보고 싶어요” 혹은 “다른 것도 해 보고 싶어요”라고 한다. 호기심은 이미 알고 있는 것에 대해 다르게 접근하거나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이끌리는 힘이다. 세 번째는 ‘여정’이다. 우리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 그리고 삶 자체가 여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네 번째는 ‘공유’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삶에서 경험한 내용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기 위한 방법을 모색한다.
예를 들면, 나에게 스케치북은 내 여정의 기록이다. 나는 여행을 할 때 항상 스케치북을 가지고 다니며 그림을 그린다. (자신의 스케치북 그림을 보여주었다.) 그림도 하나의 대화이다. 그림은 은유적이기도 하지만 직접적이기도 하다. 이 그림에는 이야기가 있다. 한국에 도착한 후 첫날 강화도에서 머물렀다. 다음 날 아침, 그림 소재를 찾던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여기 이 작은 골목에 있는 아주머니였다. 아주머니는 바닥에서 무언가를 씻고 계셨는데 그 모습이 나에게 영감을 주었다. 아주머니의 일상은 어떤 모습일까, 호기심이 일었고 스케치하기 시작했다. 아주머니는 그림 그리는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내가 자신의 집을 그린 것을 보고 “우리 집! 감사합니다!”라고 하였다. 예술이 대화를 이끈 순간이었다. 후에 근처에 사시는 외숙모에게 그림을 보여드렸더니 “우리 이웃이네!” 하며 전화를 걸어 서로 대화를 나누셨고 저녁에는 모두 함께 아주머니의 집으로 가서 떡을 먹었다. 이 이야기의 요점은 예술교육 프로젝트가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흥미를 유발하고 소통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의 언어가 유창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는데 예술이 사용될 수 있고, 매우 인간적인 교감을 할 수 있다.
예술교육자로서 요즘 내가 가지고 있는 고민은, 어떻게 하면 예술교육이 체험에만 머물지 않도록 할 수 있는가이다. 호기심과 창의성을 일깨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프로그램을 통해 세상을 다양하게 보는 시각과 하나의 주제에 대해 깊이 있는 이해를 이끌어내는 점이 고민이다. 톤코하우스에서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그 부분에 대해 어떤 노력을 하였는지 궁금하다.
그 부분이 우리가 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이었다.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면서 우리가 제공해야 하는 부분과 아이들 스스로 자유롭게 창작하도록 열어 두는 부분에 대한 균형을 찾고자 많은 시범운영을 해 보았다. 다행스럽게도 아이들은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하는 능력, 호기심이 풍부하다. 교육자로서 해야 하는 일은 아이들이 이미 보유한 것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아이들은 벽의 여백이나 종이의 가장자리에 그림을 그린다. 아이들은 열린 공간을 원한다. 마치 내가 어린 시절 시험지나 책 가장자리에 낙서를 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전시나 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할 때 아이들이 마음껏 그릴 수 있도록 가장자리를 넓게 만들어 보기로 했다. 그것을 위해 톤코하우스 예술가나 예술교육자들은 본인들이 예술을 잘 안다는 생각을 버려야 했다. 이것이 대화라는 것을 믿고 그 과정을 신뢰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프로그램을 개발하였다. 공간을 비워 두고, 아이들이 그 공간에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믿기로 했다. 그것이 바로 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신뢰이다. 사람들에게 어떻게 느껴야 하는가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스스로 느끼고 생각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열린 프로젝트를 만들고자 했다.
글과 그림은 은유적이고 직접적일 수 있다. 그것들을 연결하여 하나의 이야기를 탄생시키는 과정은 굉장한 힘을 갖는다. 그래서 당신이 하는 교육이 더욱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창의성을 북돋는 교육을 하고자 한다. 한 장의 종이도 아이들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될 수 있다. 플랫폼을 제공함으로써 우리는 아이들에게 자신을 표현하는 힘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것은 아이들이 항상 가지고 있는 힘이다. 아이들이 자기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도록 하는 것 자체가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주는 일이다. 또한 그것을 본 타인과 함께 이해하고 존중하고 교감을 나누면서 서로 연결될 수 있다.
아이들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각자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자라도록 열어두고 소통하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이해해도 되겠는가.
톤코하우스에 입사했을 때, 나는 처음 픽사나 애니메이션 아티스트들이 그리는 방식으로 그림을 그렸다. 하지만 곧 깨달은 것은, 톤코하우스에서 나를 선택한 이유는 나만의 관점과 스타일을 원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이것이 예술교육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예술교육이란 무엇인가?’ ‘이 세상은 어떤 예술교육을 필요로 하는가?’와 같은 거시적인 관점보다 아이들이 재미를 느껴 계속해서 해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자 했다. 그러한 관점은 내가 내 예술 작업을 할 때 가지는 철학과도 연결된 것이다.
예술 작업과 교육 프로그램이 연결되는 지점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달라.
나는 내가 그리는 모든 그림을 ‘비밀 러브레터’라고 부른다. 그림을 그릴 때 나는 어떤 한 사람을 염두에 두고 그 사람이 그림을 보았을 때 ‘나를 위한 그림이구나’를 알 수 있도록 그린다. 일례로, 그림책 『푸드트럭 축제(Food Truck Fest)』의 삽화를 그릴 때 어머니의 수술이 예정되어 있었다. 어머니는 더 이상 음식 섭취가 불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은 상태였다. 이 책은 아이들을 위한 책이지만, 나는 나의 부모님을 숨겨놓았다. 이 페이지에서 나의 부모님은 춤을 추고 계신다. 이 그림은 내가 엄마에게 ‘엄마, 수술은 잘 진행될 거예요, 다시 음식을 드실 수 있을 거예요’라고 하는 비밀 메시지다. 그것은 힘든 시간을 견디는 나만의 방법이다. 이번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도 나는 이것이 누구를 위한 러브레터인가를 생각했다. 그리고 ‘아, 나는 아이들과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지’라고 생각했고 그것을 떠올리며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우리 가족은 외식을 하러 가면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아이와 함께 그림을 그린다. 나는 아들 테디가 말하는 것을 그대로 반영하여 그린다. 아이는 증기기관차를 원했고, 거기 누가 타고 있는지 물었더니 할아버지, 고양이 등을 이야기해 모두 그려 넣었다. 그 후부터 테디는 외식을 할 때마다 자신도 기차를 그리기 시작했다. 재미있으니 계속 반복했고 증기기관차 뿐 아니라 로켓, 치타 등 다른 것들도 그리기 시작했다. 아이가 그림 그리는 모습을 보면서 “와, 테디, 너 정말 화가구나!”라고 했더니 그 순간 활짝 웃는 테디의 얼굴은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내가 테디에게 “너는 예술가의 아들이니까 그림을 그릴 줄 알아야해”라고 접근했다면 아이는 재미를 느낄 수 없었을 것이다. 이처럼 예술은 진정으로 아이디어와 새로운 관점을 공유하고 교류하는 것이다. 아이의 관점 역시 창의적 표현만큼 가치가 있다. 교육 프로그램 개발의 시작은 테디를 위한 러브레터에서 출발했지만 궁극적으로, 테디와 함께한 시간을 통해 많은 아이들이 창의적으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자신감을 주는 프로그램이 탄생하였다.
마지막으로 창작자로서, 예술교육자로서 이 세상과 무엇을 나누고 싶은가.
정말 단순하게도, 재미다. 사람들은 많은 무거운 생각을 하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으로 재미를 느끼는 것이다. 그것은 매우 인간적인 일이다. 나눌 수 있고, 만족감을 느끼며, 나누는 과정에서 타인을 행복하게 하는 것. 그것이 단순하지만, 재미다. 예술가로서 스스로 잊지 말아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처음 인터뷰를 시작했을 때 나는 톤코하우스의 미션인 재미와 깨달음 중 깨달음이 더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인터뷰를 마치는 시점에서, 재미가 더 강조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인터뷰 감사하다.
마이크 더튼
마이크 더튼(Mike Dutton)

톤코하우스(Tonko House)의 예술감독으로 아동 미술 교육 프로그램(Kids Art Education Program)을 기획 및 운영하고 있다. 그림책 삽화가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세 번째 저서 『초록색 작은 차고(Little Green Garage)』의 출간을 준비 중이다. 톤코하우스 합류 전에는 구글 두들러(Doodler, 구글 홈페이지 로고 제작자), 유튜브 키즈 프로그램 기획자로 활동했다. 구글 두들러로 활동하며 200개가 넘는 홈페이지 두들을 디자인 했다.
사진 _ 장영주(디블리스코리아) foxpig76@hanmail.net
장혜진
장혜진
종이와 책을 소재로 작업하는 시각예술 작가이며 문화예술교육 매개자이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오픈랩, 경기과학멘토사업, 경기공방학교 등에서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였으며 문화예술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융복합 교육 콘텐츠 창작에 힘쓰고 있다.
dowontre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