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든 노래가 나를 대신해 말해주기를
May the Songs I Have Written Speak for Me

 

뉴욕 카네기홀에서 2009년부터 진행한 청소년 교정시설 음악교육의 운영결과를 바탕으로, 미국 청소년 사법제도의 역사, 뇌과학 연구를 통해 밝혀낸 청소년 비행의 이유, 청소년 교정시설 예술교육의 효과, 효율적인 교정시설 예술교육 프로그램 기획을 위한 원칙 등을 다룬 ‘내가 만든 노래가 나를 대신해 말해주기를 – 청소년 사범제도 내 음악의 기능성 탐구 May the Songs I Have Written Speak for Me – An Exploration of the Potential of Music in Juvenile Justice’ 연구보고서가 2012년 하반기에 발간되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청소년 사법제도가 1899년 제도가 수립되었음에도 20세기 중반까지 청소년이 법적보호를 받을 수 있는 경우는 드물었으며, 교정시설 출소 후에도 가족, 학교, 사회로 돌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1960년대 모든 청소년이 법적 보호를 받을 권리(변호사 선임권, 묵비권, 자신에게 유리한 증인을 확보할 권리)가 있음이 공표되었지만 2007년 조사결과에 의하면 청소년 사법제도가 여전히 재소자 교화의 역할을 소화하지 못해 매년 55%의 출소청소년이 일년 내 다시 수감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현재 각 주 별로 청소년 사법제도를 ‘처벌’이 아닌 ‘교화’의 방향으로 개혁하는 추세이며 (재소기간 단축, 사회봉사 등의 처벌로 대체, 기존 대형 교정시설을 폐쇄하고 새로운 형태의 소규모 교화시설을 신설), 특히 청소년 교정시설 내 예술교육을 통한 재소자 교화가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한다.
 


 
보고서는 청소년기 동안 뇌의 이성적 판단, 자기인식을 담당하는 전전두엽 피질(pre-frontal cortex)이 감정, 욕구, 행동을 관장하는 다른 부분보다 늦게 발달할 경우에서 청소년 비행의 뇌과학적 근거를 찾고 있다. 이로 인한 ‘생물학적 불균형’이 충동적 행동, 감정적 반응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더불어 청소년 교정시설 내 예술교육의 효과에 대하여 ‘자존감 향상, 자기 통제능력 강화, 사회성 함양, 감정의 표현과 해소, 타인과의 갈등 해결, 분노 조절능력 향상’ 등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결론을 내리고 있다. 반면, 효율적인 교정시설 예술교육 프로그램 기획을 위한 원칙을 도출한 부분은 흥미로워 보인다.
 

효율적인 교정시설 예술교육 프로그램 기획을 위한 원칙
‧ 예술교육 단체, 예술교육자, 교정시설, 참여 재소자가 협력하며 서로의 의견을 공유
‧ 예술 작품 창작능력을 갖춘 예술가, 예술 교육자가 수준 높은 예술교육을 진행
‧ 참여자의 사회‧정서‧교육적 필요에 따른 프로그램을 일관성 있고 지속적으로 운영
‧ 참여자의 정체성을 고려하여 그들에게 익숙한 예술장르를 활용한 교육 진행
‧ 재소자의 작품을 일반 대중에게 전시, 공연하여 재소자에 대한 사회 인식 전환

 
 
 

미키 비 Mickey B
 
단지 아일랜드 인이라는 이유로 잉글랜드의 학교에서 교사에게 신체적 괴롭힘과 집단 따돌림을 당하게 되자 15세에 자퇴하고 갱단에 들어가, 폭력행위로 19세 때 3년형을 선고 받았던 ‘톰 맥길’이 출소 후 영화감독이 되어 재소자들과 함께 만든 영화가 ‘미키 비’이다. 그 내용은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장편영화로, 경계가 최대로 삼엄한 교도소에서 생활하는 15명의 재소자들이 배우로 출연한다.
 
톰이 교도소에 있을 때, 옆방에 있던 아일랜드 공화국군(IRA) 단식투쟁자 프랭크 스태그는 죽어가는 와중에도 톰에게 ‘교육을 받아라, 자긍심을 가지라’고 진심으로 충고하였고, 톰은 존 스타인벡의 소설 ‘분노의 포도’ 및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을 읽게 된다. 그 안에 담긴 인간애에 흐느껴 울며 자신 안에 있는 인간애를 긍정하게 되었고, 그는 출소한 뒤 ‘억압받는 자들을 위한 연극’을 이끄는 아우구스토 보알을 만나 소외계층에게 예술교육을 제공하는 회사 ESC를 공동창립 하였다.
 


 
‘미키 비’의 제작과정에서 톰 맥길은 각종 어려움에 직면하였으나, 2년 동안 이어진 그의 인내심은 결국 영화로 결실을 맺었다. 그는 예술, 특히 연극은 중산층의 여가활동수단으로만 사용되기에는 너무나 중요하다고 말한다. 범죄자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피해자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도 없으며, 누구나 힘든 상황을 이겨내고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한다고 하였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을 파괴할 수 밖에 없으니까. 예술교육은 그들의 고통과 죄책감에 대한 감정들을 표현하고 공유하고 창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창구가 되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였다.
 
영화제작에 참여했던 영국의 재소자 10명이 말하는 예술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권고는, 우리가 재소자에 대해 너무나 당연하게 ‘인간 취급’에서 열외로 생각하던 시각을 반성하게 하며, 우리가 예술교육에 있어 너무 당연하다 생각하여 잊거나 빠뜨렸던 사항들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카네기홀의 연구자들이 세운 원칙보다 어쩌면 더 섬세하게, 재소자들은 그들이 필요하고 원하는 바를 이 열 개 항목 안에 분명히 드러내었다.
 

1. 자발적으로 하게 할 것
2. 누구도 제외하지 말 것
3. 자아를 발견할 수 있게 하는 교육을 할 것
4. 영화 속에서 스스로의 모습을 봄으로써 배울 수 있도록 할 것
5. 존경과 믿음으로 그들을 대하고, 그들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하고 책임감과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할 것
6. 숨은 의도 없이, 솔직하고 책임감 있게 진행할 것
7. 영화는 창조하고, 표현하며 공유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8. 한 팀으로서 일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가르쳐 줄 것. 이로써 자신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9. 의사소통 기술을 습득함으로써 폭력을 쓰지 않고도 의사를 표현할 수 있게 할 것
10. 교육을 통해 기술을 습득하게 하면 이를 통해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재소자를 수용하는 데에 드는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낳는다.

 
주변에서 누구도 관심 가져주지 않았거나, 자기 존재를 돌볼 겨를이 없었던 환경에서 비롯된 내•외적 결핍이 어느 한곳에 비정상적인 집착으로 표출되어 나타나게 되는 행동이 비행으로 나타나며 범죄로 이어지게 된다. 특히 요즘 크게 빈도수가 늘어나고 있는 성범죄나 묻지마 범죄 같은 경우 심리적으로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를 이성적 판단 없이 말초적으로 해소하고자 하는 데서 비롯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리고 아무리 사회에서 격리하고, 전자발찌를 채우고, 화학적 거세를 한다고 해도 근본적인 심리적 교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재범∙재발을 막기 어려워 보인다.
 
톰 맥길은 교육진흥원과의 워크숍에서, 기존의 교도소에서는 ‘처벌’이 주였으며 ‘교화’는 일방적인 훈계였을 뿐이었다고 언급했다. 그는 덧붙여 2년간 수감자 다수를 대상으로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비용이 한 명의 재소자를 1년 동안 수용하는 비용의 절반 정도 밖에 들지 않는다고 말하며, 그 비용대비 파급효과를 강조하기도 했다. 어쩌면 교정시설에서 가장 필요한 교화는 그들 스스로의 안에 있는 예술적 기질을 발굴하여 ‘스스로의 쓰임과 가치’를 자각하고, 이를 계기로 추후 굳이 예술분야가 아니더라도 사회에서 필요한 존재가 될 수 있는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는 환경 조성인 것이다. 다른 교화수단보다 조금만 더 인내와 아이디어를 보태야 하는 수고를 감내한다면, 문화예술교육은 이를 위한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리 | 국제교류팀 박보연
 
 
 
자료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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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내가 만든 노래가 나를 대신해 말해주기를 – 청소년 사범제도 내 음악의 기능성 탐구 May the Songs I Have Written Speak for Me – An Exploration of the Potential of Music in Juvenile Justice’ 보고서 (영문)
 
2. 카네기홀 교정시설 음악교육
 
3. 2010 하반기 해외 전문가 초청 워크숍: <감옥으로부터의 영화> 결과자료집 (국문)
 
 

11월 30일에는 ‘재소자들의 이야기② – 다시 밖으로 나가기 위해’에서 수감시설 내 예술교육이 아무도 모르는 그들만의
행위가 아닌, 사회와의 화해를 위한 직접적 연결고리가 된 사례(아더 쾨슬러 어워드, 유럽 FEETA 프로젝트)를 다룰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