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사회적경제’라는 단어가 나타났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사회적경제에 대해서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누구도 분명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안개 같은 단어가 바로 사회적경제이다. 그리고 사회적경제에 대해 너무나 다양한 주장과 해석이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떤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경제에 대한 하나의 해석은 필요할 것이고 여기에서는 문화예술(교육) 분야에서 사회적경제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첫걸음을 내디디려고 한다.
저성장 시대의 극복과 보완
지금 당면한 사회문제를 기존의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굳이 이렇게 이해하기 어려운 새로운 단어가 등장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렇게 새로운 단어가 등장한 이유는 이와 관련되어 무엇인가 중대한 당위성이 나타났기 때문일 것이다. 첫째, 전 세계적인 경제 상황이 나빠져서 저성장의 시대에 진입했기 때문이고 둘째, 경제적 성과의 분배에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사회적경제라는 단어가 등장하기 이전에 보통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분야는 NGO 또는 NPO 등의 제3섹터였는데 이 분야의 작동 방식은 ‘전달 또는 이전’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고 전달하고자 하는 어떤 것을 잘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가치 창출의 측면에서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따라서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교환’ 방식이 추가된 새로운 방법이 필요하게 되었다. 가치 창출과 가치 분배의 두 가지 목적을 모두 달성하기 위한 새로운 하이브리드 형태가 바로 사회적경제인 것이다.
따라서 ‘사회적경제조직’ 또는 ‘사회적경제기업’은, 보통 사회를 위해서 희생하는 착한 기업이라고 오해되기도 하지만, 혁신을 통해서 시장의 효율성을 향상시켜서 전체 몫을 증가시키고, 형평성을 추구하여 삶의 격차를 줄이고 몫의 분배를 공정하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게 된다. 즉, 시장주의 및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보완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지금보다 더 나은, 사회적 가치 추구
이와 같이 사회적경제에 대해서 논의를 시작하면 오래지 않아 등장하는 주제가 바로 ‘사회적 가치’에 대한 논쟁이다. 문화예술 분야에서 사회적 가치에 대한 논의는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왜냐하면 문화예술 분야에서 하는 활동, 그 자체가 모두 사회적 가치가 있다고 말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기초과학 분야나 환경 보호 분야 등 기존에 이루어졌던 많은 공공적 의미가 있는 분야도 문화예술 분야와 마찬가지로 기존과 차이가 없음에도 새로운 이름으로 불리게 되는 것이므로 사회적경제의 정체성이 더욱더 모호해지게 된다.
그러므로, 사회적경제에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한다는 것은 절대적인 기준으로 사회적 가치가 있다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현재보다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만들 수 있도록 혁신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게 된다. 즉 기존의 문화예술단체나 문화예술 관련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인가가 중요한 것이다. 따라서 사회적경제는 벤처와 유사하게 혁신이 강조된다. 이러한 점에서 소셜 벤처라고도 불리는 것이다. 사회적경제에서 활동하는 조직들은 사회문제 해결과 사회적 가치 창출에 있어서 혁신의 최전선에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회혁신을 위해서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사회란 무엇인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많은 경우 ‘사회적 가치’에서 ‘가치’라는 단어에만 관심을 가지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더 중요한 것은 ‘사회’라는 단어이다. 즉 사회의 범위에 대해서 고민을 해야 하는 것이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다고 주장하는 어떤 활동이, 서울에서는 일자리를 만들지만, 지방에서는 일자리를 없앨 수 있는 것이다. 이 경우 서울이라는 사회에서는 가치가 있지만 대한민국이라는 사회에서는 가치가 없는 일이 된다. 따라서 대상이 되는 사회의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장하는 것이 사회적경제에서 매우 중요하다.
문화예술(교육) 분야 사회적경제조직들은 문화예술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회적경제는 사회 전체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문화예술인들을 위해서 무엇인가를 하는 것뿐만 아니라, 문화예술(교육)을 가지고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진다. 결국 문화예술(교육)이 가지는 사회적 가치는 문화예술(교육)이 사회 전체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는 것이다.
‘사람 중심’의 실천 역량
사회적경제는 사람 중심적이다. 그리고 이것은 요정 중심적인 것과는 다르다. 영리기업의 광고를 보면 사람이 중요하다고는 말하지만 실제로 사람 중심적으로 운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사회적경제는 어떤 사람의 특정한 욕구(이러한 욕구의 순수한 결정체가 바로 ‘요정’이고, 이 경우 요정은 현실에 실제하는 사람과는 달리 현실에는 없는 가상적 존재를 의미한다)가 아니라 그 사람을 전체적으로 바라보면서 그 사람의 삶을 개선하고자 노력하는 곳이다. 또한 결국 사람이 변화한다는 것은 개체가 변화한다는 것도 있지만 사람과 사람들의 관계가 바뀐다는 것도 의미하게 된다. 관계가 변화하지 않으면 개체의 변화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어떻게 인식과 행동을 변화시키고 관계를 변화시킬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하는 곳이 바로 사회적경제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문화예술(교육) 분야는 사회적경제를 활성화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이러한 사회적경제에서의 고민은 많은 부분이 문화예술(교육) 분야에서의 고민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교육계에서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하고 있다. 기존의 교육이 미래의 사회에 기여할 인재를 키워내는 이론 중심의 지식 교육이라면, 향후 미래의 교육은 당면한 사회문제를 지금 바로 해결할 수 있는 실천적 역량을 가진, 세상을 바꾸는 사람을 키워내는 교육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과 사회적 맥락의 결합이 점차 세계적인 주류가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문화예술교육도 이러한 관점을 적용하여 사회적 맥락과의 연계성을 높여야 하고, 이것이 바로 문화예술교육 사회적경제의 교육적 의미일 것이다.
이제 우리 모두는 사회문제를 문화예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실천적 역량을 문화예술교육을 통해서 배울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장대철
現, KAIST 경영대학, 사회적기업가MBA, 초빙교수
現,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사회적경제전문위원회 전문위원
現, 고용노동부 사회적기업육성전문위원회 전문위원
nozaja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