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개 학교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전국 농산어촌, 도서벽지의 소규모 학교 103개가 예술꽃 씨앗학교로 선정되어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학교와 지역사회, 학생들의 삶 속 예술꽃을 피워가고 있다. 예술로 꿈꾸는 학생, 문화로 꽃피는 학교, 문화를 향유하는 지역사회를 모토로 예술꽃 씨앗학교를 가꿔온 10년의 경험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비전을 그려보는 콘퍼런스가 지난 10월 26일 개최되었다. 갑자기 세찬 비바람이 몰아친 궂은 날이었지만, 오프닝 공연으로 무대에 오른 이천 단월초(예술꽃 8기) 학생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가사로 담은 ‘우리들의 뮤지컬’로 따뜻하고 밝은 기운을 전하며 콘퍼런스가 시작되었다.

10년의 경험과 성찰을 나누다
다시, 예술꽃 씨앗학교
세션 1에서는 예술꽃 씨앗학교와 깊은 인연이 있는 네 명의 발표자가 각자의 경험을 나누었다. 첫 번째 연사로 무대에 선 최윤철 교사(예술꽃 9기 상북초 담당교사)는 2008년 1기 부산 금성초 예술꽃 씨앗학교와 새싹학교를 담당했고, 올해 다시 양산 상북초에서 예술꽃 씨앗학교를 시작했으니 10년의 역사를 함께 한 산증인이다. 그가 처음 씨앗을 틔운 금성초등학교는 지원사업이 끝난 지 7년이 지난 지금도 그 이름 그대로 지속되고 있고 며칠 전 ‘예술꽃 축제’도 재학생, 졸업생, 교사, 학부모들이 어우러져 성황리에 치러졌다. 이렇게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문화예술교육 중심의 통합교육과정을 통해 기존의 획일적 학교 교육을 탈피하고 그 경계를 넘어선 경험이 충분히 의미 있다는 공감대가 모아졌기 때문일 터이다. 최윤철 교사가 고백하는 교육의 목표는 소박하다. 내 주변 이웃들과 함께하는 따뜻함, 표현과 공감, 행복한 꿈을 꾸는 아이들. 교사도 때로는 방향을 잃고 회의와 좌절에 빠지기도 하고 소통에 미숙할 수 있으나, 아이들, 부모, 예술강사와 함께하면서 생각이 깊어지고 넓어지는 변화를 느낀다고 말한다. 11년간 재직했던 금성초를 떠나 상북초에 부임한 최윤철 교사는 삭막한 도시 외곽 지역을 벗어나고 싶어 하는 무기력한 학생, 교사, 주민들이 여기서 마음 붙일 고향을 찾길 기대하며 다시 예술꽃 씨앗학교의 터를 일구고 있다.
나의 예술꽃 씨앗학교 성장기
다음 강연자이자 공연자로 등장한 젊은 아티스트 강영훈 강사(더매거스 기타리스트, 예술꽃 9기 상북초 밴드동아리 강사)는 소울풀한 기타 연주와 노래로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밴드 ‘더매거스’의 기타리스트인 그는 최윤철 교사를 은사로 둔 예술꽃 1기 참여학생 출신으로 현재 모교인 금성초를 비롯한 3개 학교에서 강사로 활동 중이다. 초등학교 3학년 시절 학교 외에는 아무것도 없던 곳에서 처음 기타를 만지고 재미를 느낀 그는 예술꽃 씨앗학교를 통해 밴드 음악은 물론이고 텃밭 가꾸기, 목공, 벽화, 택견, 관현악, 국악, 랩, DJ 등 여러 경험을 했다.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배움의 과정에서 다양한 교강사들과 만나 경청과 소통의 기회를 가지면서 학교가 재미있어졌다. 스쿨밴드로 많은 축제와 공연 무대에 서면서 자신의 노력으로 인정받는 소중한 경험도 했다. 강영훈 강사에게 그 모든 과정은 자신의 꿈을 찾고 실현하는 토양이 되었기에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마음을 전하면서 자신도 강사와 뮤지션으로 더 노력할 것임을 밝혔다. 예술꽃 씨앗학교의 열매이기도 한 그는 현재 정규앨범 1집이 나와 전국투어 중인데, 자신이 누릴 수 있었던 것처럼 앞으로 꿈을 찾아주고 응원해주는 씨앗학교들이 더 많아지길 기대하는 마음을 전했다.
  • 최윤철 교사
  • 강영훈 강사
문화기획자, 학교로 들어가다
학교 관계자들에게는 아직도 생소한 ‘문화기획자’라는 직함으로 자신을 소개한 김지연 문화기획자(예술꽃 6기 세월초 학교문화코디네이터). 90년대 중반 학전 공연기획자로 시작한 경력은 2007년 경기문화재단 교사연수 프로그램을 계기로 세월초와 인연을 맺은 후 어느덧 10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중 6년은 자원봉사로, 4년은 예술꽃 씨앗학교 문화코디네이터(2015~2018년)로 활동했지만, 처음부터 이렇게 긴 시간을 함께 하게 될 줄은 몰랐다. 김지연 문화기획자에게 문화기획은 공간, 사람, 관계를 아우르는 것이었고, 자신의 관심과 역량을 문화계와 교육계 양측의 서로 다른 사고방식을 인식하고 그들 사이의 관계를 맺는 것에 집중해왔다. 전교생 100명 규모의 혁신학교인 양평 세월초에서 그녀가 던져왔던 질문들은 ‘문화예술교육으로 학교를 살릴 수 있을까’ ‘학교와 마을이 만날 수 있을까’ ‘왜 학교는 중요한가’ ‘문화예술교육이 학교의 혁신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였고 현재도 여전히 유효하다. 지역의 삶이 문화가 되고 새로운 교육 문화 환경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이러한 질문들에 끊임없이 답하면서 학교를 깊숙이 들여다보고 다양한 주체와 눈높이를 맞추는 코디네이터의 역할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예술을 향하는 교육
마지막 연사로 무대에 오른 정창환 교사(소이초, 예술꽃 4기 오선초 담당교사)는 전혀 희망하지 않았으나 어쩌다 교사가 되었고, 답답하고 갇힌 학교라고 생각했지만 다행히 즐거움을 찾은 경우다. 행운은 우연히 찾아온 게 아니라, 최근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와 문화예술교육의 부상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선 교사의 도전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충북 교사극단 멤버이기도 한 그는 소외지역으로 찾아가는 공연, 연구 등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2016~2017년 음성 오선초 예술꽃 씨앗학교와 새싹학교 담당교사를 맡았고 현재는 음성 소이초에서 문화예술교육 초빙으로 일하고 있다. 정창환 교사의 남다른 에너지는 교육을 바라보는 시선과 무게중심을 ‘어떻게’보다는 ‘왜’에 두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누군가 교육의 본질로 ‘왜’라고 질문한다면 ‘행복’이라 답하겠다는 그는 교사 스스로 행복감을 느껴야 나눔이 가능해짐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나를 표현하는 언어를 찾고 예술에 깊이 몰입하여 변화하는 경험 속에서 행복감을 느끼는 것. 교사 스스로 이런 충만함을 느끼고 그 경험을 나누는 실천이 중요하다. 특히 문화예술 소외지역 아이들에게 사실상 학교 교육이 전부인 현실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 김지연 문화기획자
  • 정창환 교사
확신을 가지고, 새로운 문을 열며
세션 2는 예술꽃 씨앗학교 10년의 성과와 과제를 논의하는 자리로, 5~6년 동안 예술꽃 씨앗학교 현장의 성과를 컨설팅해왔던 장앤파트너스 장현선 대표의 발표가 있었다. 문화예술 중점학교로의 기반 구축, 장기적 관점으로 과정 지원, 지속 운영·성장 모델 지향, 지역문화거점 지향이라는 이 사업의 특징을 중심으로 학생, 교사, 학교의 긍정적 변화를 다양한 지표를 통해 확인하였다. 아울러 향후 과제로 교사의 역량 강화, 담당교사와 교직원들의 협업, 예술강사-씨앗가꿈이-교사의 역할과 관계 설정, 지역사회 연계, 성과 공유, 학교의 변화 지속 등이 제기되었다.
이어진 대담 자리에는 경기도 교육청 류해석 장학사,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제환정 교수, 최윤철 교사와 김지연 기획자가 함께했다. 류해석 장학사는 김포 수남초에서 예술꽃 씨앗학교 3기를 운영한 바 있다. 당시 예술로 아이들이 행복해지는 모습을 직접 보았고 학생 규모는 폐교 위기에 처했던 54명에서 103명으로 늘어나면서 학교 문화도 활기차게 바뀌었다고 한다. 이런 사례들이 기적으로 남지 않기 위해 전교생 400명 이하의 작은 학교를 넘어 도심지역 큰 학교로 지원 방향을 고민해볼 것, 성공의 기저를 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 지원 기간이 끝난 예술꽃 씨앗학교를 마중물 학교로 예산지원을 지속하여 모델링할 것을 제안했다.
사례 발표자들이 대부분 반신반의에서 출발해서 가능하겠다는 확신으로 변화해간 점이 인상적이었다는 제환정 교수는 예술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뤄낸 것이 예술꽃 씨앗학교 지원사업의 가장 큰 성과일 수 있음을 피력했다. 지식의 변화 속도가 빨라진 현재 교육의 역할은 고정된 지식이나 기술보다는 학습능력과 적응력을 키우는 것에 있기에, 정답이 없고 사람을 응집시키는 힘을 가진 예술은 새로운 시대를 받아들이는 능력을 키우는 데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교양 있는 중산층의 선택지 중 하나로, 없어도 그만 있으면 좋은 것으로 문화예술교육이 인식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앞서 사례 발표자로 나선 최윤철 교사와 김지연 기획자는 다양한 실험과 시범 활동을 해볼 수 있는 작은 학교들의 이점을 들면서, 확산은 사람들이 만들어지면 자연스럽게 실현된다고 입을 모았다. 지속가능성의 열쇠는 예산보다도 사람들의 지속적인 네트워킹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학교 현장을 들여다보면 통합지향 학교가 증가하는 등 변화들이 감지되는데, 문화예술교육과 혁신이 학교의 변화에 주요 키워드가 되고 있는 상황이므로 교사의 태도와 학교의 소통문화가 중요함을 강조했다.
  • 장현선 대표
  • 류해석 장학사
  • 제환정 교수
시인 함민복은 <씨앗>이라는 시에서 씨앗 하나의 단호함과 폭발성을 강조하면서 “씨앗은 작지만 씨앗의 씨앗인 희망은 크다”고 노래한 바 있다. 예술꽃 씨앗학교의 작은 씨앗 하나하나가 가진 단호함과 폭발성이 10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어떻게 발현되었는지 되돌아보는 과정은 마침표가 아니라 새로운 문을 여는 작업이기도 하다. 현장의 사례와 경험들이 사장되지 않고 다음 10년을 내다보는 아카이빙과 네트워킹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이선옥
이선옥
예술교육과 예술경영, 정책과 현장을 가로지르며 일해 왔다. 서울프린지네트워크, 하자센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문화재청, 예술경영지원센터 등에서 프로그램 기획홍보, 연구조사, 컨설팅 업무를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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