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구성중학교, 서원중학교, 소현중학교에서 ‘예술교육이 바뀐다’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8월부터 총 16회에 걸쳐 단국대학교가 주관하는 <정조 화성행차도의 국악 따라잡기>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예술교육이 바뀐다’는 예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장르와 융합한 통합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을 문화예술교육사들이 기획하고 실행하는 사업이다.
조선시대로의 시간여행을 콘셉트로 한 ‘정조 화성행차도의 국악 따라잡기’는 정조시대 화성행차도에 담긴 역사, 춤, 음악, 그 시대의 문학까지 하나의 주제를 통해 전통예술을 배우고 공연, 전시 등으로 학생들이 직접 창작하여 발표까지 전통예술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이를 바탕으로 한 창의성을 기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역사를 바탕으로 다양한 장르가 담겨있는 화성행차도를 풀어내기 위해 수업은 국악과 무용, 국악과 연극, 국악과 만화 등이 융합된 통합교육으로 이루어진다.
구성중학교를 찾아 국악과 무용을 주제로 한 수업을 참관했다. 학교의 분위기는 학교장에 따라 달라진다고 했던가? 교장선생님께서 직접 따뜻한 차를 내려주시며 학생들에게 좋은 수업을 제공해주어 감사하다는 말씀을 여러 번 하시며 일행을 환대해주었다. 교장실이라고 하면 왠지 모를 부담스러움이 있었는데 구성중학교는 달랐다. 따뜻하고 친근했다. 교장선생님께 인사를 하고 수업이 진행되는 음악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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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춤으로 예를 배우다
프로그램이 진행된 음악실에는 학생들과 함께 네 명의 강사와 보조강사가 수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구성중학교에서는 국악 동아리반 학생들과 전통예술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 20명이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시작 전 국악 동아리반 학생들은 대금, 거문고, 피리, 가야금 등 악기를 연습하고 몇몇은 수다를 떨며 수업을 기다리고 있었다. 1학년부터 3학년 남학생 여학생 구분 없이 참여하였고, 전체 교육으로는 6번째, 오늘의 강사진과는 세 번째 수업이라 아이들과 강사들은 가까워 보였다. 몸 풀기로 신나는 태평소와 여러 서양악기가 어우러진 음악에 맞춰 우리춤체조로 활기차게 시작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김수연 강사는 “이번 수업을 위해 새롭게 만든 체조입니다. 아이들이 신나게 몸을 풀기 위해 현대적으로 만들어진 국악을 선택했습니다.” 아이들은 우리춤 체조를 하며 국악과 우리춤의 세계로 들어오는 듯 했다.
오늘 주제는 행차도에 보이는 <춘앵전>이다. <춘앵전>은 조선 순조 때 창작된 향악정재의 하나로 길이 여섯 자(尺, 약 181cm)의 제한된 화문석위에서 추는 우아한 독무이다. 전통무용 가운데서 가장 많은 춤사위와 시적인 춤사위 용어 그리고 춤이 시작되자 부르는 창사(춤추는 사람이 부르는 노래)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영상을 통해 <춘앵전> 춤과 창사를 감상하고 창사의 가사 내용을 해석하며 <춘앵전>에 대해 알아갔다. 그리고 이어 효(孝) 를 주제로 학생들이 직접 오언절구 창사 글짓기를 하였다. 글짓기 후 춤사위를 직접 배우기 시작하였다. 양손에 오색 한삼을 끼고 동작을 배우고 춤사위 용어를 입으로 말하며 몸으로 익혀나갔다. 총 6가지 춤사위와 용어를 배웠다.
“염수, 수수쌍불, 낙화유수, 이수고저, 회파신, 연귀소”
춤사위를 배우면서 아이들은 자연스레 예(例)를 갖춰가는 듯 했다. 옆 친구들과 장난을 치다가도 춤사위가 시작되면 두 손을 모아 인사를 한다. 팔을 뻗고 천천히 발 돋음을 한다. 춤이 끝나면 다시 인사를 하고 난 후 평상시 모습으로 돌아온다. 춤사위 속에 예를 물 흐르듯 녹여낸 예술강사의 아이디어가 인상 깊었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쉬는 시간이 찾아 왔고 수업을 시작하기 전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구성중학교 국악동아리반 학생들이 <춘앵전>에 쓰이는 음악인 <평조회상> 중 타령을 직접 연주하여 들려주었다. 악보를 언제 다 외웠는지 악보를 보지 않고 바른 자세로 진지하게 연주하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구성중학교 국악동아리반은 경기도 내에서 열리는 경연대회에서 입상한 실력파였다.
연주가 끝나고 이어진 수업에서는 <춘앵전>에 사용되는 반주음악 <영산회상>을 영상을 통해 감상하고, <영산회상> 중 <평조회상> <현악영산회상> <관악영산회상>을 비교해 들으면서 각각의 차이점을 알아갔다. <관악영산회상>은 <평조회상>과 동일하게 8곡이며 관악기로만 연주된다. <현악영산회상>은 영산회상의 여섯 번째 곡 <하현도드리>가 추가되어 총 9곡이며 현악기와 관악기로 연주하고 향피리가 아닌 세피리로 연주 하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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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사로 만든 우리들의 이야기
음악 감상 후 4개 모둠으로 나누어 이야기와 무용극을 만드는 시간으로 연결되었다. 이전 시간에 만들었던 창사를 가지고 이야기를 만드는 시간이었다. 발표 형식은 오늘 배운 <춘앵전> 동작과 접목하여 첫 시작은 염수(두 손을 마주잡고 공손히 서있는) 동작을 한 후 각 조에서 만들어 낸 장면을 보여 주는 것이다.

우리부모님 사랑합니다
그러니깐요 치킨사줘요

부모님께 사랑고백을 하면서 본인이 먹고 싶은 치킨을 사달라고 하는 바람을 넣었다. 염수 동작으로 예를 갖춰 인사를 한 후 학생들은 역할을 나누어 발표하였다.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해설자, 부모님, 부모님 어깨를 주무르며 수줍게 고백하는 학생, 치킨 역할로 나누었다. 치킨역할을 한 여학생이 입으로 “꼬끼오~”를 외치며 무대로 들어와 모두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짧은 시간 <춘앵전>의 동작에 새로운 창사와 이야기까지 만들어낸 학생들의 모습에 감탄하였다.
조선시대는 유교사상이 중심을 이루던 시기로 궁중음악과 춤은 유교사상의 정치적 목적을 이루는데 보조수단으로 여겨지기도 하였다. 예술의 본질만큼이나 형식과 절차가 중시되는 시기였다. 요즘 사람들은 조선시대 궁중음악과 춤은 형식과 절차라는 틀로 인해 그 의미를 이해하기 어렵고 그저 느린 춤, 느린 음악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수업에서는 그러한 형식을 걷어내고 본질을 보여주는 것에 집중하였다. 일례로 <춘앵전>은 효명세자가 모친 순원숙황후의 40세 탄신을 축하하기 위해 만든 춤이다. 춤의 형식이나 절차를 가르치기 보다는 효명세자가 어머니를 위해 만든 그 마음, 즉 효를 주제로 잡아 수업한 것이다. 부모님을 향한 마음이라는 본질이 이를 표현하는 형식과 절차가 시대에 따라 변화될 수 있음을 학생들에게 느끼게 해주었다.

<행차도에 보이는 국악과 춤>이라는 소주제로 한 3회차 수업동안 아이들은 <포구락> <처용무> <춘앵전> 세 가지 춤을 배웠다. 낮선 춤을 배운 아이들의 반응이 궁금했다.
“세 가지 춤에 대한 반응이 다 달랐는데, 가장 반응이 좋았던 춤은 놀이와 춤이 결합된 <포구락>입니다. 이외에도 학생들이 직접 탈을 만들어서 쓰고 추었던 <처용무>도 재미있어 하였고, 오색한삼을 끼고 무용극을 만든 <춘앵전>도 반응이 좋았습니다.”
모든 학생들과 선생님이 동그랗게 서서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춤사위를 보여주고 수업에 대한 소감을 이야기 하며 수업이 마무리 되었다. 오늘이 무용과 국악이 결합된 3회차 프로그램의 마지막 날이고, 수원 화성 행궁 현장답사와 화성행차도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연극, 만화실습, 결과발표회로 이어진다. 오늘 수업을 끝으로 학생들과 헤어져야 하는 강사들은 아쉬운 마음인 듯 했다.
“구성중학교 학생들을 처음 만났을 때 아이들이 어색했지만 함께 춤을 추고 이야기를 나누며 금세 정들었어요. 11월경 마지막 결과 발표회에서 얼마나 춤을 연마해서 보여줄지 기대됩니다. 새로운 학교 아이들에게는 구성중학교 수업을 바탕으로 부족했던 부분은 보완을 하고 좋았던 부분을 더 강화하려고 합니다. 아쉬움과 설렘이 교차하네요.”
단순히 전통을 배우는데 그치지 않고 이를 응용하여 창작으로 연결시키도록 하는 점이 인상 깊었던 프로그램이었다. 이를 통해 전통예술을 기반으로 한 창의력과 감수성을 일깨워주며, 어렵게 생각하던 전통예술을 더 쉽고 재미있게 다가가게 하였다. 전통예술이 연극, 만화, 문학 분야와 연계되어 어떻게 복합적이며 다각적으로 재해석될지 11월에 있을 전시회와 발표회가 무척 기대된다.
문화예술교육사와 함께하는 ‘예술교육이 바뀐다’ 지원사업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2014년부터 문화예술교육사 양성교육기관을 대상으로 문화예술교육사와 함께하는 ‘예술교육이 바뀐다’ 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문화예술교육사와 함께하는 ‘예술교육이 바뀐다’ 지원사업은 문화예술교육사 양성교육기관이 보유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통합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개발·발굴하여, 신규 혹은 예비 문화예술교육사에게 현장 경험을 제공해주고자 하는 사업이다.
또한, 교육대상자에게는 예술을 기반으로 인문학, 과학 등과 통합한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예술을 통해 확산적 사고를 촉진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고, 더 나아가 교육대상이 주도권을 가지고 스스로 예술을 바꿔보는 적극적인 과정으로써의 예술교육을 실현하고자 한다.
사진 _ 이재범 (pov스튜디오)
정종임
정종임 _ 국악뮤지컬집단 타루 대표
한양대학교 국악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였다. 연극, 뮤지컬, 현대무용, 일렉트로닉음악 등 전통예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장르와 협업하며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고 있다. 서울어린이연극상 음악상을 수상하였으며 현재 국악뮤지컬집단 타루 예술감독이자 대표이다.
홈페이지 www.taroo.com piri676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