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 위생용품, 식료품 등 손쉽고 간편하게 구할 수 있는 제품부터 바나나, 피자 등 자판기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때론 기상천외하게까지 느껴질 만큼 다양하다. 시대의 변화와 그 발전 양상을 가장 상징적으로 담고 있는 것이 바로 자동판매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찾아보기 힘들어진 것 중 하나가 바로 담배 자동판매기다.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이 조금씩 설 자리를 잃어가면서 유용성이 줄어든 경우라고 볼 수 있다. 더 이상 못쓰게 된 담배 자동판매기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은 이가 있다. 미국의 아티스트 클라크 위팅턴(Clark Whittington)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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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1997년, 사용이 금지된 담배 자동판매기에 Art-o-mat라는 이름을 붙이고 멋지게 꾸민 뒤, 자신의 흑백사진 12장을 담아 각 1불의 가격으로 판매했다. 이 Art-o-mat에 매력을 느낀 많은 아티스트들이 그의 아이디어에 동참하기 시작했고, Artists in Cellophane(AIC)라는 이름의 단체를 형성했다. 미국, 오스트리아, 영국 등에서 400여 명의 아티스트는 현재 각지에서 작은 비행기 부품, 퍼즐조각, 장난감, 페인팅, 액세서리 등 다양한 아트웍을 선보이고 있다. 또한 Art-o-mat는 지금도 확장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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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o-mat는 항상 아티스트의 새로운 작품을 기다리고 있다. 샘플을 통해 검토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규정 사항만 준수한다면 도전해 볼만 하다. Art-o-mat는 모든 방식의 창작을 환영하지만 담배 자판기를 통해 판매된다는 점 때문에 규격과 재료에 대한 제한은 엄격하다. 담뱃갑보다 큰 작품은 집어넣을 수도, 투입구에서 빠져나올 수도 없기 때문이다. 권장 사이즈는 2 1/8″ x 3 1/4″ x 7/8″(54mm x 82mm x 21mm)로 Art-o-mat 공식 사이트에서 제시하는 가이드라인박스 키트를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 또 자석, 풍선, 음식물 등 자판기 안에서 문제를 일으킬만한 소지가 있는 재료는 피하는 것이 좋다.

 

검토 과정을 거쳐 작품을 판매해도 좋다는 승인을 받으면 최소 50개의 작품을 제출해야 하는데, Art-o-mat를 찾는 소비자들은 아티스트만의 손길이 살아있는 작품을 선호하기 때문에 기계적인 복제(프린터, 복사된 이미지 등)를 통한 작품 제작은 지양할 것을 권하고 있다. 또 이렇게 하나하나 만든 작품에는 작품마다 고유함도 갖추고 있어 소비자들의 소장가치 또한 높다. 작품들은 대부분 5달러 선에서 판매되며 그 중 50%는 아티스트에게 되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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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C는 혁신적인 형태로 예술과 상업의 세계를 결합하여 예술 소비를 장려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예술은 변화를 추구해야 하며, 개인에게 접근이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 AIC의 생각이다. 이제는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할 담배 자판기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본 한 아티스트의 생각이 예술작품을 만들고, 또 소비자와 만나게 되는 새로운 방식을 찾았다. 자판기를 통해 판매되는 특성상 지켜져야 하는 규격은 오히려 창작욕구와 상상력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자, 지금 8cm의 작은 상자가 내 눈 앞에 놓여있다. 그 손바닥만한 상자에 나는 무엇을 표현하면 좋을까?

 

Art-o-mat 홈페이지 http://www.artomat.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