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 음악의 치유 기능을 발견하다

 

오늘날 문화 예술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동양 고전 또는 동양철학에서 문화 예술을 어떻게 이야기하고 있을까 라는 궁금증을 품게 된다. 이러한 관심은 금방 실망으로 바뀌게 된다. 과거의 동양철학에는 오늘날처럼 분과학문의 체계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동양의 사상가들은 오늘날 문화 예술에 해당되는 분야에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까? 그건 아니다. 오늘날 문화예술에 해당되는 동양철학의 개념이나 주제를 통해서 그 의미를 엿볼 수 있다. 도道․덕德․문文․질質․예禮 등은 맥락에 따라 얼마든지 오늘날의 문화예술과 결부시켜 다룰 수 있고, 악樂․화畵․서書․시詩․곡曲․무舞․희戱 등은 현대의 음악․회화․서예․문학․희곡․무용․연극 등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내용을 말하고 있다.

 

여기서는 논어와 예기 「악기」에 나오는 음악을 통해 문화예술의 의미를 살펴보자. 동양철학은 처음부터 사람을 움직이는 힘을 탐구했다. 이는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과 나의 의지를 같게 하여 세계에 질서를 부여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으로 바꿀 수 있다. 이와 관련해서 어떤 이는 물질적이고 물리적인 힘으로 사람을 자신의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보았고 어떤 이는 비물질적이며 도덕적인 힘으로 사람을 움직일 때 지속적이며 조화로운 사람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보았다.

 

논어와 예기는 물리적이고 물질적인 힘이 일시적인 집중을 가져올 수 있지만 역학 관계의 변화에 따라 강자와 약자가 끊임없이 뒤바뀌는 혼란이 거듭된다고 보았다. 공자는 힘의 강약에 따라 사람이 지배하고 복종하는 사회를 넘어서고자 했다. 이를 위해서 공자는 오늘날의 문화예술 중 음악의 힘을 당대의 누구보다도 먼저 알아차린 사람이었다.

 

공자의 제자였던 자유는 시장(군수)이 되어서 관청에 늘 악기 연주를 곁들인 노래 가락이 들리게 했다. 이는 우리가 명상 음악을 듣고서 차분해지거나 감미로운 음악을 듣고서 축 처신 심신을 달래는 것과 비슷하다. 유학에서는 이를 현가지성弦歌之聲이라 하는데, 오늘날 말로 하면 음악 정치 또는 문화 예술의 정치라고 할 수 있다. 공자는 악기의 음과 사람의 노래 소리가 듣는 사람의 심신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보았을 뿐만 아니라 어떤 윤리적 정감과 가치를 일깨워줄 수 있다고 보았다. 훗날 예기 「악기」에서는 공자의 이러한 관점을 확장시켜서 “예악과 형정이 궁극적으로 동일하여 사람의 마음을 하나로 같게 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는 음악이 지역적 차이를 가진 풍속을 자발적으로 조금씩 바꾸어서 각자에게 어울리는 조화로운 세계를 이룩할 수 있다는 음악의 교육적 기능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현대의 관점으로 보면 목적주의 예술론이라고 할 수 있다. 근현대의 목적주의 예술론은 음악을 특정한 계급, 민족의 이해관계로 환원시키므로 공자의 목적주의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다른 이야기도 있다. 공자가 제나라에 가서 신화전설에 나오는 순임금의 소韶 음악을 듣고서 석 달 동안 고기 맛을 몰랐다고 한다. 소는 순이 세웠다고 하는 우虞나라의 건국 과정을 담은 일종의 국가라고 할 수 있다. 공자가 소를 듣게 되자 먹고 사는 일상의 행위와 그 의미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음악이 주는 새로운 의미 세계가 생겨나고 있다. 이것은 음악에 미쳐서 학교를 그만두는 현대판 뮤지션의 행로와 닮았다고 할 수 있다. 「예기」를 보면 “오직 음악만이 거짓으로 꾸밀 수 없다”(唯樂不可以爲僞)라고 한다. 이것은 음악의 감수성과 희열은 다른 어떤 것이 끼어들어서 왜곡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면서 순수하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동양철학에서 음악을 포함하는 문화예술은 공동선의 가치를 배양하는 교육 기능도 있지만 개인적 감수성을 극대화시키는 내면의 창조 에너지를 표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악기」의 마지막에 보면 말이 부족하면 길게 노래 부르고 노래가 부족하면 어느 사이에 손과 발이 춤을 춘다고 한다. 문화예술은 그 어떤 것도 억누를 수 없는 무한한 자유의 영혼을 드러내는 것이다.

 

글 | 동양철학자 신정근

동양철학에서 문화예술교육의 메시지를 찾다

 

서울대학교에서 동서철학을 배우고 한제국의 금고문 논쟁을 주제로 석사를, 인(仁) 개념의 형성 과정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로 시대와 사회의 맥락에서 철학과 예술 미학의 형성과 전개 과정을 다양한 연구 성과로 밝혀내고 있다. 요즘 현대 철학없는 동양 철학의 문제를 새롭게 풀어내려고 하면서 동양철학 텍스트의 재해석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아울러 철학 사상 위주의 동양학을 예술 미학의 맥락에서 재조명하고자 긴 준비기간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