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교육은 실패를 경험하는 가장 좋은 기회

 

제시카 호프 데이비스 저 | 백경미 역
열린책들 | 2013.01.30

 
 

미술대학을 가기 위해서 재수를 하고 있는 나의 조카는 별명이 ‘음미체 소녀’인데 음악, 미술, 체육 세 과목에서 항상 실기 만점을 받기 때문이다. 본인이 즐기면서 하기 때문에 우리 식구들은 그런 모습을 좋게 받아들였고, 모든 선택은 본인에게 맡겼다. 그 결과, 재수를 하게 되었다. 수능에 반영되는 과목의 내신은 등급이 떨어졌고, 수능도 점수가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우리 조카가 고등학교 시절을 즐겁게 보낸 것에 대해서 우리는 만족한다.

 

근데 여기서, 한 가지 짚어볼 점은 교육시스템에 대한 것이다. 우리 아이들을 끝없는 경쟁구도로 몰고 있는 현행 대학입시체제는 문제가 없는 것인가? 왜 이렇게 우리 아이들의 학교생활은 삭막해야 하는 것일까? 지금 우리 아이들이 배우고 있는 교과과정은 완벽한 것일까? 진짜 배워야 할 것들을 빠뜨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나라보다 훨씬 교육환경이 좋다고 하는 미국에서도 이와 같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 책 “왜 학교는 예술이 필요한가” 에서 인지발달 심리학자이자 교육자, 예술가인 저자는 예술교육의 차별적 효과성에 대해 탄탄한 이론적 체계를 갖고, 예술과목이 교육의 전면과 중심에 있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보조적인 과목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중심 과목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개선의 수준이 아니라 혁신이다.

 

학교 내 예술은 필수적이다. 예술은 과학이 제공하는 기반들에 빛을 비추고 방향을 제시한다.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 그리고 그 위에 세우고 상상하는 것, 그것은 과학이다. 그 주어진 것을 넘어서 상상하는 것, 세우는 것, 보는 것, 그것은 예술이다. – p.29

 

예술옹호론자들조차 예술교육이 수학, 읽기와 쓰기 성적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걸 입증하려고 하는데, 이것 또한 의미가 없는 일이라고 비판한다. 예술의 강점은 측정 가능한 것 이상에 있기에, 측정 가능한 과학의 방식으로 예술을 환원시켜 예술 교육을 정당화할 필요도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예술은 인류가 추구하는 정말 중요한 대부분의 가치들처럼 측정이 불가능하다. 우리는 성격, 열정, 공감, 비전, 상상력, 자부심, 인간성 등을 채점할 수 있는가? – p. 138

 

그렇다면 이토록 예술교육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에 의하면 예술교육을 통해 실패할 기회를 주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여러 다른 영역에서 성공을 경험한 아이들에게 실패할 기회를 준다는 점이 예술의 의의라는 것이다. 이 부분은 그야말로 예술가다운 통찰력으로 우리 교육의 한계를 짚어낸 부분이 아닐까 싶다.

 

전 주에 소개한 책 “오늘 만드는 내일의 학교”에서도 실패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학교가 재미없는 이유는 학생들로 하여금 실패를 두려워하게 만든 데에 원인이 있으며, 학교에서 학생들은 충분한 실패를 통해 스스로 변해가는 계기를 가지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의 저자는 그와 같은 실패를 경험하는 가장 좋은 기회로서 예술교육의 필요성을 옹호한다. 완전무결한 성공에 집착하는 아이들이 예술교육을 통해서는 “위험하고 신랄하고 생산적이고 중요한 실패와의 만남”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저자는 학생들이 예술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을 10가지로 정리해 제시한다.

 

1. 교육 내 예술은 학생들이 주어진 것을 넘어서 생각하고 상상하도록 만든다(상상력).
2. 교육 내 예술은 작품 속에서 변화의 주체인 자기 자신의 중요성을 경험하게 하고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작용 주체).
3. 교육 내 예술은 학생들이 자신들의 감정을 인식하고 표현할 기회를 준다(표현).
4. 교육 내 예술은 다른 이들의 감정을 인식하고 관심을 갖도록 도와준다(공감).
5. 교육 내 예술은 학생들이 같은 대상에 대해서도 다양하지만 동등한 가치를 지닌 실행 가능한 방식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한다(해석).
6. 교육 내 예술은 학생들이 세상을 이해하는 여러 방식들을 인식하고, 그 차이에 흥미를 갖고 그 차이를 존중하도록 돕는다(존중).
7. 교육 내 예술은 학생들에게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질문들에 대해 가르친다(탐구).
8. 교육 내 예술은 학생들이 좋거나 나쁜 것에 대한 판단을 넘어서 자기반성과 평가를 하도록 돕는다(반성).
9. 교육 내 예술은는 발견을 통해 학습에 대한 태도를 일깨우며 학생들을 자극하고 사로잡는다(참여).
10. 교육 내 예술은 아이들을 학교의 담장 안과 그 너머에 있는 다른 이들을 연결함으로써, 사회적 책임과 행동의 의미를 자각하도록 돕는다(책임).

 

예술교육의 10가지 효과는 예술교육 그 자체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은 예술교육을 통하여 상상력에서부터 사회적 책임감에 이르기까지를 경험하게 된다. 이것은 아이들에게 있어서 인간이 된다는 것에 대해 배우게 하고, 생각과 행동에서 자신의 인간성을 직접 경험하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과목이 줄 수 없는 고유한 특성과 가치를 갖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예술교육은 우리 교육제도의 혁신을 모색하는 데에 중요한 키워드로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베네수엘라의 빈민층 아이들을 위한 “엘 시스테마” 오케스트라의 사례에서처럼 예술 교육은 사회적 변화를 촉구한다. 그와 같은 혁신적 변화가 우리 학교의 현장 곳곳에서 있게 되기를, 아름답고 듣기 좋은 풍문으로 들려져 오기를 소망한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는 우수 문화예술교육 관련 도서 출판을 통해 다양한 독자의 관심을 환기시키고, 문화예술교육의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지식공유 체계를 구축하고자 「문화예술교육 총서」인 ‘아르떼 라이브러리 Arte Library’를 기획·발간하고 있습니다.

2012년에는 「이노베이터의 탄생」,「오늘 만드는 내일의 학교」, 「왜 학교는 예술이 필요한가」가 출간되었습니다. 앞으로도 국내 문화예술교육의 정책과 현장 중심의 도서 기획 및 제작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글 ㅣ 조정미(시인, 출판인)

“항상 소통의 공간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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