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는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전범이 되는 자’다. 루소는 ‘에밀’에서 교육의 본질적인 목적은 인간들을 길러내는 것이지, 지식인들을 길러내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하물며 문화와 예술은 어떠한가. 인터뷰 중 한 강사는 말했다. 문화는 ‘인간이 만든 모든 것’이라고. 예술과 문화, 교육의 접점에서 나름대로의 신념과 사명감으로 활동 중인 예술강사들의 날 것 그대로의 속내를 들여다봤다.

 

인터뷰는 신규강사들의 궁금증을 토대로 작성한 질문으로 평균 경력 7~8년차 선배 예술강사인 아르떼 강사들과 함께 진행됐다. 신규강사들은 그들이 예술강사가 된 계기와 경험, 그로부터 비롯된 노하우와 예술강사로서 함유해야 할 덕목, 장래성에 대한 돌직구 질문을 던졌고, 무엇보다 현실적인 조언을 요청했다.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공감하는 아르떼 강사들

 

 

문화예술교육이 뭐죠? 저는 어떤 역할을 해야하나요?

 

누구나 ‘먹고 사는 문제’에 부딪친다. 배우 윤여정 씨는 배우가 연기를 제일 잘 할 때는 ‘바로 배고플 때’라고 했고, 소설가 김훈 씨는 자신의 가장 소중한 보물이 ‘밥’이라고 말했다. 또한 가난이 예술의 밑거름이 된다는 말이 있던데, 예술강사들에게도 먹고 사는 문제는 무관치 않아 보였다.

 

“처음 예술강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 정재성, 연극

 

“막상 사회에 나오니까, 그 좋은 꿈만 가지고, 예술만 가지고는 먹고 살 수가 없는 거에요. 교육자를 꿈꿔본 적도 없었어요. 예술강사 시작할 때도 예술강사와 애니메이션 회사를 병행했습니다. 예술강사 활동을 하면서 오히려 이게 더 나한테 맞고 재미있고 잘하는 것이라는 걸 느꼈어요.” –김현영 (아르떼 강사, 만화/애니)

 

김현영 강사처럼 마지송 강사도 대학교 졸업 후 뭘 해서 먹고 살아야 할지, 생계에 대한 고민부터 시작했다. 기간제 교사 활동을 하면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기쁨을 느꼈지만 국악 교육의 열악한 현실을 절감하였고, 정책적으로 잘 진행되는데 일조하길 원했다. 그러던 중 예술강사로서 실무 경험을 1~2년 쌓아보려고 했던 게 계기가 됐다.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된 것은 전남 벽지의 학교 수업을 도맡게 되면서부터였다.

 

“살짝 던져주고 나왔는데도, 점심시간에 노래를 흥얼거리는 아이들의 모습. 내가 더 노력하면 아이들이 더 많은 것들을 받아들이겠다는 생각. 너무 매력적이어서 뛰어들게 됐어요” –마지송 (아르떼 강사, 국악)

 

이은선 강사는 교사와 교과서편찬위원에 대한 꿈이 예술강사로 이끌어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무용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현실적이지 못한 교안에 대한 목마름으로 예술강사의 현장에 뛰어들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무용이라는 분야엔 어폐(語弊)가 있어요. 초등 1~2학년은 즐거운 생활에 있고, 3학년 이후부터는 체육교과의 한 단원으로 되어 있죠. 표현 활동에 국한되어 있어요.”– 이은선 (아르떼 강사, 무용)

 

 


이은선 / 최현주 / 김현영 / 문지영 아르떼 강사

 

 

“예술강사가 갖춰야 할 덕목은 무엇인가요? – 정재성, 연극

 

‘내가 예술강사로 갖추어야 하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 이제 갓 예술강사의 첫 걸음을 띈 신규 강사들의 현실적인 고민일 수 있다. 예술적 전문성과 교육경험보다도 선배들의 현실적인 조언은 역시나 아주 기본적인 것들에 대한 것이었다. 최현주 강사는 전문성과 전달력의 조화를 강조했으며, 김현영 강사는 문화와 예술을 접목해 유연하게 교육할 수 있는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금 현장에서 만나는 문제 중 하나가 나의 예술성을 그대로 아이들에게 주려고 한다는 거에요. ‘예술’이라고 하는 어려운 주제를 아이들에게 통째로 던져주고 있다는 거죠. 예술강사는 먼저 그걸 던져줄 수 있는 재료를 가져야 할 것이고, 그것을 요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그것을 먹일 수 있는 도구를 가진 사람이 되어야 해요. 전문성과 전달력을 둘다 가져야만 예술강사지, [교육 현장에서] 전달력이 없다면 그냥 예술가죠. 전문성이 없다면 그건 아무것도 아닌거구요.” – 최현주 (아르떼 강사, 국악)

 

“예술교육을 통해 학생들에게 가르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 김송이, 영화
“문화예술교육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 강은혜, 노인사진

 

“나의 의견을 표현할 줄 알고 또 타인의 표현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라도 문화예술교육은 꼭 필요해요. 교육을 통해 기술적인 예술만 잘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의견을 표현하고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권리를 갖게 하는 거죠. 문화예술은 우리 스스로를, 나아가 사회를 건강하게 하는 힘이에요.” -이은선 (아르떼 강사, 무용)

 

“저는 최근에 읽었던 ‘통섭적 인생을 권유한다’는 책을 인용하고 싶네요. “선생님의 가슴은 논이다. 아이들은 그 안에 사는 벼다. 선생님의 가슴이 살아야 아이들도 산다. 그렇게 하려면 선생님의 가슴에 물을 대주어야 한다.” 경계를 아우르는 통섭적 지식들을 가져와 내 가슴에 물을 대세요.” -문지영 (아르떼 강사, 연극)

 

“예술강사의 장래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손준영, 만화/애니

 

김현영 강사는 먼저 “하기 나름이다. 슬프지만, 안정적 장래성은 사실 크지 않다”고 말했다. “목숨 걸고 사명감을 걸고 하는 사람들은 남아있을 것이고, 거쳐가고 대충 하시는 분들은 떠날 것”이라고 다소 냉정한 답변을 남겼다. 이어 “열심히 하는데도 떠나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새롭게 진입하는 예술분야 대학 졸업자들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정책적인 방침에 의해서, 어쩔 수 없이 떠나게 되는 강사들도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장래성을 묻기 전에 본인이 뭘 하고 싶은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안정된 것이 장래성이 있다고 말한다면 예술강사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 일을 통해서 사회가 변하고, 내가 그것에 도움이 되는 것이 도전적 장래성이라고 한다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최현주 (아르떼 강사, 국악)

 

 


솔직한 답변을 해준 7인의 선배 예술강사들

 

 

 

수업,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눈앞이 깜깜해요

 

첫 수업, 새로운 학교와 아이들, 교육기관의 담당자들과의 첫 만남. 선배강사들에게도 역시 ‘태초의 순간들’이 있었다. 학생들과 처음 마주했던 순간, 가슴이 쿵쾅거리던 첫 수업, 아이들과의 충돌로 쩔쩔매기도 했던 시간들. 태초의 순간을 지나, 어느덧 교단 위에서 보내온 시간이 5~10년. 강사들은 그 동안 현장에서 터득한 수업방식과 아이들을 대하는 방법, 담당자들을 대하는 노하우를 하나 둘 털어놓았다.

 

“처음 만난 학생들과 친해지고 소통하기 위한 나만의 노하우는 무엇인가요?” – 김송이, 영화
“수업에 흥미가 없는 학생들을 교육할 때 어떤 방법으로 참여도를 높이나요?” – 손준영, 만화/애니

 

“학생들이 궁금해하고 흥미를 가질 수 있게 제가 했던 연극시연을 하죠. 그러면 학생들의 눈빛이 확 달라져요. 그렇게 자발성을 이끌어내는 장치들이 필요해요” – 최치은 (아르떼 강사, 연극)

 

마지송 강사는 억울한 누명을 쓴 적도 있다. 국악을 너무나 싫어했던 한 아이가 강사가 학생들에게 욕을 했다고 거짓말한 것. 나머지 반 아이들의 탄원서로 가까스로 누명을 벗었다. 강사는 “수업에 앞서 국악을 왜 배워야하는지를 알려줌으로써, 동기를 먼저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고 말했다.

 

학생들끼리 혹은 학생들과의 트러블이 생긴 경우는 어떻게 해결할까? 수업 커리큘럼을 통해 이를 극복하는 노하우를 들어보자.

 

“무용에 관심이 없는 남자아이들이 나가서 공차게 해달라고 하는데, 아이들을 설득하며 악마로 변해가는 나의 모습도 보았죠. 지금은 무용동작을 이용해서 공차기를 하는 등 수업에 유연성이 많이 생겼어요” –이은선 (아르떼 강사, 무용)

 

“타인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할 줄 모르는 학생이 있다면, 학생들끼리 마찰을 만들어 수업분위기를 흐릴 수도 있어요. 그런 경우 간단한 활동으로는 ‘Mirroring’이라고 하는 교육방법이 있어요. 상대방을 한 것을 모방하게 하는것이죠. 음악이라면 돌림노래라든가, 무용이라면 행동 등을 통해서 옆 사람의 표현을 똑같이 따라하는거죠. 신규강사분들도 자기의 분야에 어떻게 접목할 수 있을지를 연구해보세요.” –박지영 (아르떼 강사, 아동국악)

 

김현영 강사는 아이들이 학기 초에 쉽게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수업의 커리큘럼을 짜서 자존감을 높여주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 된다고 했다.

 

 


박지영 / 마지송 / 최치은 아르떼 강사들

 

문지영 강사는 예술강사가 아이들에게 감정적으로 다가가 교육하는 것은 ‘잘못된 애착’이자, ‘잘못된 교육’이 될 수 있다고 따끔하게 지적하면서, 엄격한 통제 안에서 아이들에게 자유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술강사들이 때론 착각하는 게 있어요. 감성적으로 학생에게 빠져있는 경우이죠. 우는 아이들 불쌍하게 여기고 뭐 사다 주고, 자칫 예술교육을 너무 감성적으로 대하는 건 교육이 아니에요. 그건 보모에요.” –문지영 (아르떼 강사, 연극)

 

“수업에 대한 모든 룰은 초반에 약속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아이들은 추가적인 제재로 받아들이고 통제로 여기게 된다” –최현주 (아르떼 강사, 국악)

 

 

 

학교 선생님, 사회복지사와의 관계가 어색어색해요

 

담임 선생님, 사회복지사 등 현장에서 만나는 담당자와의 좋은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좋은 방법이 있나요? – 조민아, 무용 / 강은혜, 노인사진

 

예술강사로서 현장에서 만나는 학생들뿐만이 아니다. 신규강사들이 학교 담임선생님이나 사회복지사들을 만나면서 겪는 어려움을 토로하자, 선배들은 ‘인사가 만사’라는 짧고도 강한 답변을 주었다.

 

“강사 혼자 외딴 섬이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학교 선생님들께 먼저 다가가고 인사하세요.” –최치은 (아르떼 강사, 연극)

 

“인사를 먼저 하고. 먹을 것을 나눠 먹는 등 친해지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쉬는 시간을 이용해서 가까워질 기회를 마련하세요. 친해지면 학교 정보를 아는 것에도 도움이 되고, 저를 동료로 생각하게 되니까요.” –이은선 (아르떼 강사, 무용)

 

“인사가 만사입니다.” – 김현영 (아르떼 강사, 만화/애니)

 

“학교에서 불합리한 요구를 했을 경우에 어떻게 조율해야 하나요?” – 조민아, 무용

 

김현영 강사는 학교 캐릭터 디자인 및 학교에 있는 동상의 색칠을 요구 받았던 경험을 전하며 당시엔 매우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이야기했다. 지금 많은 예술강사들이 학교나 관계자의 불합리하고 부적절한 요구에 적잖이 당황하고, 혼자 고민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선배들은 “예술강사는 혼자 표류하는 섬이 아니라 소속된 기관에 자신의 고민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면서, 예전 보다 분위기가 훨씬 좋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인식 개선이 더 필요한 곳 들이 있고 언급했다.

 

또 어떤 선배강사는 예술강사들에게도 따끔한 지적을 하기도 하셨다. 가끔은 예술강사 스스로가 뭐가 불합리한지도 모를 때도 있어 그 기준이 다소 주관적일 때도 있다는 것. 예술강사가 충실한 수업이나 현장의 담당자와의 원만한 관계를 위해 상식적인 선에서 노력을 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현재 예술강사들이 소속된 기관에서 안내한 예술강사 운영지침을 잘 숙지해서 문화예술교육 전문가로서 어떻게 자신의 역할을 정립하고 학교와 협력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학교와의 관계 설정을 해 나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후배들아 안녕?

 

앞서 예술강사의 길을 달려온 선배강사들. 그들이 품고 있는 문화예술에 대한 꿈과 후배들에 대한 당부를 간단하게 남겼다.

 

Video아르떼 강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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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곱셈이다. 내가 0이면 어떤 것이 들어와도 0이다. 자기 안의 능력을 개발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마라. 예술강사들이여 D.I.Y(Do it yourself)하라. –문지영 (아르떼 강사, 연극)

 

“앞을 보니 옆을 못 보게 되더라. 지금을 못보면 고민도 없고, 고민이 없으면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앞으로 달려나가는 것이 중요한 만큼, 주변을 둘러봐야 한다.” –최현주 (아르떼 강사, 국악)

 

“한 명의 잘못된 의사는 한 명의 환자에게 잘못된 영향을 주지만, 한명의 잘못된 강사는 수십명의 학생들에게 잘못된 영향을 준다. 주어진 환경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예술강사가 되자” –마지송 (아르떼 강사, 국악)

 

 

장장 3시간 동안의 긴 인터뷰 이후,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선배예술강사들의 태도와 정신이었다. 선배강사들이 안일하지 않게 교안을 연구하고, 학생들에게 행복한 예술교육을 이끌어내기 위한 고민을 하고, 그들이 마주쳤던 힘들었던 순간들과 극복에의 노력이 인터뷰 속에 고스란히 묻어났다. 문화예술교육은 한 사람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권리를 갖게 한다. 하지만 성과위주의 사회에서 때론 그 정신적 건강함이라는 것은 쉽게 정산화되고 즉각적인 결과물로 나타나지 않는 이유로 저평가되기도 한다. 하지만 선배예술강사들은 예술교육이 한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을 눈앞에서 생생하게 보았다고 전했다. 그들은 ‘근거없는 희망’만을 이야기 하지 않았다. 차라리 ‘논리적인 절망’을 알아가라고 권했다. 예술강사로서 자기가 맡은 일에 사명감과 태도를 정립하며, 교육을 통해, 예술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한국을 꿈꿔본다.

 

아르떼 강사란?

 

예술강사 및 일반성인을 대상으로 문화예술교육을 기획하고 교수활동을 하는 문화예술교육분야의 전문강사를 뜻합니다.
아르떼 강사는 아르떼 강사 양성과정을 통해 배출되며, 연수과정 대상자는 예술강사 기본 연수 수료자 중 경력 3년차
이상 예술강사 중 지원을 받아 서류 및 면접심사를 통해 선발하게 됩니다. 연수를 마친 아르떼 강사들은 학교사회 문
화예술교육현장뿐만 아니라 아르떼 아카데미 교육강사로 위촉되며, 성인대상 전문교육강사로서 광역센터, 교육청, 기
업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됩니다.

 

아르떼 강사 양성과정은 2012년 처음 개설되었으며 영국의 민간 예술강사 양성기관인 아티즈(artis)와 연계추진하였
습니다. 현재 총 31명의 아르떼 강사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긴 시간 동안 수고해주신 7인의 선배 예술강사(아르떼 강사)들
 박지영(아동국악), 이은선(무용), 김현영(만화/애니), 마지송(국악), 최치은(연극), 문지영(연극), 최현주(국악)

 

질문을 나누어 주신 후배 예술강사
 강은혜(노인사진), 김송이(영화), 손준영(만화/애니), 정재성(연극), 조민아(무용)

 

 

글 | 문화예술교육 아르떼아카데미 리포터_정혜정

문화예술교육과 여러분 사이에 다리를 놓는 사람입니다.
여러분들이 이 다리를 건너며 생기는 풍성한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