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14일 온라인 개막식을 시작으로 나흘간 개최한 제5회 국제예술교육실천가대회(The 5th International Teaching Artist Conference, 이하 ITAC5)가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예술은 어떻게 세상의 눈을 바꾸어 가는가: 예술가와 예술교육가의 사회 속 실천과 도전(Boundaries into New Pathways: Enacting the power of arts and arts education)’을 주제로 프레젠테이션 및 토론, 참여형 워크숍, 역량강화 프로그램 등 총 57개의 다양하고 흥미로운 세션이 진행되었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디지털 컨퍼런스로 전면 전환되어 추진됨에 따라 기존에 200여 명 규모로 주로 서구권 참여자 중심으로 운영되었던 ITAC이 금번에는 총 44개국, 1,800여 명의 예술교육 실천가가 참여하여 논의와 교류의 다양성을 더했다. 행사 후 2주간 진행된 ITAC5 참여자 만족도 조사와 프로그램 리뷰를 통해 ITAC5의 성과를 알아본다.
온라인이어서 가능한, 온라인이어도 충분한
ITAC5는 온라인상에서 펼쳐지는 장점을 살려 전 세계 예술교육자들이 보다 많이, 보다 깊게 교류할 수 있도록 목적에 따라 상호 교류에 중점을 둔 ‘커뮤니티 베뉴(Community Venue)’, 컨퍼런스의 다양한 세션이 펼쳐지는 ‘컨퍼런스 홀(Conference Hall)’ 두 플랫폼을 구축하였다. 참여자는 두 플랫폼을 오가며 ‘컨퍼런스 홀’에서 실시간으로 세션에 참여하거나 지난 프로그램을 자유롭게 다시 보고, ‘커뮤니티 베뉴’에서 가벼운 대화부터 심도 있는 논의까지 상호 교류를 이어나갔다. 또한 오프라인상에서의 다양한 부대행사를 온라인상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행사 및 연관 자료를 자유롭게 탐색할 수 있는 ‘라이브러리(Library)’, 공동으로 예술작품창작에 참여하는 ‘아트 프로젝트(Art project)’ 등이 상시로 운영되었다. ([관련기사] 2020.9.7. 제5회 국제예술교육실천가대회(ITAC5) 프리뷰 ) 운영 정책적으로도 참가비용을 대폭 낮추고, 코로나19로 인한 예술인들의 재정적 타격을 고려한 특별 할인요금을 마련하는 등 행사의 참여 문턱을 낮추는 데 주력하였다. 그 결과 만족도 조사 응답자의 약 72.1%가 ITAC에 처음 참여하였다고 응답하는 등 디지털 컨퍼런스 전환을 비롯한 다양한 접근성 강화를 통해 신규 참여자가 대폭 늘어났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ITAC5 참가자 설문조사-온라인 전환에 따른 만족도를 높인 요소>
온라인 전환에 따른 만족도를 높인 요소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참가의 편리성’을 꼽은 응답자가 총 67.3%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할인된 참가비’(58.4%), 다시보기 등 수요에 맞는 콘텐츠를 찾아볼 수 있는 ‘온디맨드 서비스(On-demand)’(35.4%) 등의 요소가 뒤를 이었다. 행사 중 진행된 프로그램 중에서는 ‘세션’이 81.7%로 가장 높은 만족도를 보였으며, ‘기조발제’(53.1%), ‘개막식’(40.7%), ‘콜렉티브 룸 운영’(35.4%)이 주요 만족 요소로 꼽혔다.
ITAC5 참여를 통해 얻은 영감과 소감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는 ‘언어, 시간, 공간의 장벽을 넘어서 마치 오프라인에서 벌어지는 컨퍼런스에 참여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나의 분야에서 디지털로 전환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어떻게 디지털의 문화에 나의 작업을 적용하여 더 많은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지 연구할 것이다’ 등 디지털 컨퍼런스에 대한 만족감과 영감을 나누는 의견이 많았다. 그 외에도 ‘세계 곳곳에 티칭 아티스트들이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며, 함께 연대하는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색다른 프로젝트 사례를 많이 접했으며, 예술교육에 접근하는 다른 관점들에 대하여 배웠다’ 등 ITAC5 참여를 통해 얻은 새로운 지식과 경험에 대한 긍정 의견이 다수 있었다.
아시아, 지역성과 보편성
지금까지의 ITAC이 미국, 유럽, 호주 등에서 개최되며 서구권 예술교육가들의 활동이 중심이 되었다면, 아시아 최초로 서울에서 개최한 ITAC5는 아시아 지역의 문화적 특성과 가치를 드러내는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실천사례를 조명하고자 했다. 개막식의 기조발제자로 참여한 필리핀의 로잘리 제루도(Rosalie Zerrudo)는 ‘예술가가 재난에 대처하는 법’을 주제로 필리핀에서 진행하고 있는 난민 수감 여성 대상 ‘Hilway 프로젝트’ 등을 소개하며 예술교육의 사회적 역할에 대하여 논의하였다. 컨퍼런스 둘째 날에는 ‘고유성과 보편성’(Local & Nomadic Practices)이라는 세부주제 아래 ‘#동남아시아(Southeast Asia)’, ‘#지방(Rural)’, ‘#디아스포라(Diaspora)’ 등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주류적 흐름 밖의 공동체와 예술의 연계 및 실천사례를 다루고자 하였다. 둘째 날의 기조발제자로 나선 마셀리나 드위프트리(Marcellina Dwiputri)는 인도네시아의 콜렉티브 굿스쿨(Gudskul)의 프로젝트와 활동을 중심으로 현재 인도네시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문화예술교육에 대하여 소개하였고, 이어진 세션 프로그램 중에서는 한국인 교포 3세이자 아티스트로 활동 중인 최세현과 뉴욕에서 중국무용을 가르치고 있는 링탕(Ling Tang)이 함께 이민자이자 예술가로서의 역할과 활동을 나누었다. 이외에도 미얀마의 예술교육가 뉘엔 린 피유(Nyein Lynn Phyu)는 ‘미얀마에서의 예술교육이라는 도전’을 주제로 예술교육이 우리의 사고와 배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논하는 등 지금까지 많이 다루어지지 않은 아시아의 다양한 사례를 접할 수 있었다.
행사 참여자 역시 아시아인 참여가 대폭 늘었다. 재작년 뉴욕에서 진행된 ITAC4의 아시아인 참여비율이 9%에 그쳤다면 ITAC5에서는 23%로 크게 확대되었다. 참가자 리뷰에서도 ‘지금까지 많이 접하지 못했던 아시아 등 다양한 사례를 접할 수 있어서 유익했다’ ‘서로 다름에서 오는 고정관념들을 버리고 오늘 우리가 똑같은 줌(ZOOM) 화면상에서 동등하게 만난 것처럼 편견 없이 서로를 마주 볼 수 있게 하려면 예술교육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는 좋은 기회였다’ 등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2022년, 새로운 만남을 기약하며
나흘간의 행사는 9월 17일 진행된 폐막식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폐막식에서는 ITAC5 프로그래밍 위원회가 참여하여 “ITAC5를 통해 우리의 예술과 예술교육 행위가 소멸하지 않고 나아갈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처음으로 개최된 온라인 컨퍼런스이다 보니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참여자 모두 적극적으로 응원해주시고, 지지해주신 덕분에 잘 이뤄낼 수 있었다”라고 소회를 나누었다.
다음 ITAC6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릴 예정이다. 캐나다 몬트리올에 위치한 공연예술센터 ‘플라스 데자르’(Places des Arts)의 프로그램 디렉터이자 ITAC6 기획 총괄인 클로틸드 카디날(Clothilde Cardinal)은 폐막식에서 “이번 ITAC5에서 많은 시사점과 교훈을 얻었으며, 문화예술 중심지 몬트리올에서 다시 직접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라며 포부를 밝혔다. ITAC5는 예술교육에 있어서 다양한 방법의 시도와 더불어 예술교육이 디지털로 확장되고 이를 공유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실현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문화예술의 국제교류에 큰 전환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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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협력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