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이나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기록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잘 챙기기 쉽지 않다. 프로그램 기획만큼이나 기록을 위한 기획도 중요하다. 인력이나 예산 부족으로, 또는 다른 우선순위에 밀려서 기록을 소홀히 하게 되면 생동하는 현장에서 우리가 보고자 했던 것, 만나고자 했던 것들이 무엇이었는지 놓치기 쉽다. 사진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좋은 기록 매체이다. 성능 좋은 카메라의 다양한 기능은 촬영자를 도와주지만, 그것이 좋은 사진을 찍는데 필요한 제일 큰 비결은 아니다. 마음에 드는, 좋은 기록 사진을 남기고자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사진을 찍기 전에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가이다.
셔터를 누르기 전에 준비할 것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것, 전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말로 표현해보고, 좋은 사진이란 무엇인지 의견을 나눠본다. 중요한 것은, 사진이라는 방법 이외의 형태로 기록을 남겨두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기록 자체로 의미도 있지만, 보는 사람의 입장에 가까운 상태에서 생각하게 된다. 말보다 글이 더 직관적이기 때문에 애매했던 부분을 검토하기도 쉽고, 좀 더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볼 수 있다.
규칙을 알고 사진 기록에 임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진을 찍는 대상의 특징과 프로그램이나 콘텐츠의 매력이 어디에 있는지 먼저 파악하는 것이다. 전반적인 흐름을 알고 있어야 촬영할 순간이 보이고, 중요한 순간을 포착해 촬영할 수 있다. 진행 순서와 성격에 따른 중요한 순간, 시간 계획 등을 미리 파악하는 것은 어떤 촬영기법보다 중요하다. 어떤 순간을 찍고 싶은지 생각하고 이미지로 기억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사진 기록의 목적과 함께 홍보, 전시, 책자 등 쓸모와 활용 계획도 미리 확인해야 한다.
공간과 장소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보통 실내에서 사진을 찍는 경우 진행 흐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플래시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어둡게 찍혀 촬영보다 보정에 더 시간을 써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미리 장소의 특성을 파악하고 테스트 컷을 찍어보자. 중요한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장면별 촬영 포인트를 미리 체크해두면 여유를 가지고 좋은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기다리고 발견하기
촬영 전에 어떻게 사진 기록을 진행할지 상상해 본다. 내가 원하는 주제와 대상을 카메라로 찾는 파인딩은 보는 연습이다. 가까이서 보기, 확대해서 보기, 한 가지씩 더하면서 혹은 빼면서 보기, 로우앵글이나 하이앵글 파인더처럼 높낮이를 달리하기도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수평과 수직 같은 중심을 먼저 잡고 다음으로 초점을 어디에 맞출 것인가이다. 파인딩은 발견, 결국 무엇인가를 찾아내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보이겠지만, 나는 그 속에서 무엇을 발견하여 보여줄 것인지, 그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어떤 렌즈에 어떤 구도로 담을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특히 인물 사진을 찍을 때는 상대가 신경 쓰지 않는 편안한 거리와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가 보고 있는 세계를 사진으로 표현하고 싶다면 그들이 카메라에 무심해질 때까지 기다린다. 프레임 안에 여백을 만들어 시선이 머무는 공간을 만들어주고, 시선이 가는 곳을 함께 바라봐준다. 멀찍이 떨어져서 줌렌즈를 사용하거나 전경을 담은 일반적인 사진만 찍으면 사람들이 매 순간 어떻게 반응하는지, 개인의 감정과 변화를 포착하는 것은 어려워진다.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 자연스러운 리액션을 하는 사람을 담거나, 사람의 전체 모습보다는 작업하는 손을 담는다면 좀 더 집중되는 효과가 있다.
사진의 ‘여백’은 공간감을 주고 시공간의 맥락을 부여하며 상상력을 더해준다. 여백은 사진에도 중요하지만 사람 간에도 중요하다. 찍는 사람과 찍히는 사람 사이에서 여백은 조급함을 버리고 여유를 만들며 교감하는 순간을 포착하게 한다. 상대방이 좋은 표정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촬영자가 먼저 좋은 표정을 지으면 된다. 찍은 사진을 함께 보며 대화를 나누는 것도 서로를 이해하고 긴장을 푸는 데 도움이 된다. 피사체와 많은 대화를 하자.
  • 로우앵글
  • 하이앵글
리뷰도 촬영에 포함하라
사진은 관심과 호기심에서 시작한다. 더 잘 찍기 위해서는 사진의 기본을 알면 된다. 카메라의 고도화된 기술은 사진을 더욱 쉽게 찍을 수 있도록 해주었지만, 여전히 무엇을 어떻게 찍을 것인가는 세심한 관찰과 판단을 필요로 한다. 그런 면에서 디지털 사진 촬영 후 과정인 크롭(crop)과 트리밍(trimming) 등 보정 작업은 사진에 대한 부담을 조금 내려놓게 한다. 결과물을 바로 확인하고, 실패하더라도 다시 시도해보는 것도 사진의 장점이기도 하다. 기술 연마와 조작에 애쓰기보다는 내용을 만드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일단 찍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찍고자 하는 피사체가 잘 담겼는지, 당시 자신이 느꼈던 감정이 잘 입혀졌는지 찬찬히 살펴보는 시간을 가지면 결과물은 훨씬 더 좋아진다. “리뷰 시간을 많이 갖는 것까지가 사진 찍기”인 것이다. 포인트를 잘 잡은 것, 타이밍이 좋았던 것, 아쉬운 점 등을 기록하다 보면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리뷰는 혼자 하는 것도 좋지만, 여럿이 함께하면 이해도 높일 수 있고 사진 선택에도 도움이 된다.
핸드폰으로 손쉽게 기록하기
핸드폰 카메라의 탁월한 점은 기동성이다. 언제 어디서나 들고 다닐 수 있고, 무엇이든 바로 찍을 수 있고 바로 전송이 가능하다. 게다가 놀이처럼 즐길 수 있어서 찍는 사람도 찍히는 사람도 부담이 없다. 핸드폰 카메라의 장점인 보정을 활용하면 좀 더 유용하다. 사진 보정과 관리를 위한 다양한 모바일 앱을 활용할 수도 있다.
많이 활용되는 모바일 사진 편집 앱 중 하나인 구글 스냅시드(Snapseed)는 다양한 기능과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로 사진 편집기를 능가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다양한 사전 설정 필터를 제공하고, 사진 자르기, 프레임 등은 물론이고, 격자 및 원근 왜곡 메뉴를 활용해 기울기나 수평을 맞출 수 있다. 역광으로 피사체가 어둡게 촬영된 경우 브러시(Brush) 기능이나 부분 보정 등 선택적 조정 도구로 채도, 대비, 밝기를 조정할 수 있다. 피사계 심도를 편집할 수 있는 정밀 마스킹 기능으로 배경을 흐리게 하고 전경에 초점을 맞출 수도 있다.
포토샵 익스프레스(Photoshop Express)는 포토샵의 우수한 사진 편집 도구를 모바일 앱으로 압축했다. 고급 기능이지만 작은 터치스크린에서 사용하기 쉽다. 특히 스마트 필터는 색온도나 노출 같은 일반적인 문제를 자동으로 수정한다. 콜라주 메이커 기능으로 사진을 좀 더 흥미롭게 만들 수 있다. 어도비 라이트룸(Adobe Lightroom)은 어도비의 전문 편집 기능을 제공한다. 고품질 이미지 형식인 RAW 파일에서도 작동해 전문가들에게 인기 있다. 간단한 슬라이더로 사진의 조명, 세부정보, 색상, 왜곡을 조정할 수 있다. 초급부터 고급까지 사진 학습 기능과 다양한 테마의 공유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들 앱은 안드로이드와 iOS 모두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컬러 사진을 흑백사진으로 변환해 사진의 깊이를 더해주는 등 다양한 필터를 활용해 보자. 화면을 터치해서 초점을 잡아주는 작업은 잊지 말자. 터치하는 과정은 노출을 맞추는 과정이기도 하다. 화질이 안 좋다? 그러면 렌즈부터 닦고 시작하자.
  • 스냅시드 도구
  • 어도비 라이트룸 학습 서비스
  • 포토샵 익스프레스 꼴라주 메이커
흔들림 없이, 좀 더 정교하게
사진은 빛의 예술 또는 빛의 광학적 작용이라고 말한다.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셔터를 누르기 전에 빛의 종류와 밝기와 색깔, 파장의 길이, 광원의 면적 등 빛의 특성을 파악해본다. 그런 후에 카메라의 스위치를 켜고 빛을 조절하고 초점을 맞춘 다음 셔터를 누른다. 이때 다섯 가지 원칙을 기억하면 된다. 노출, 초점, 흔들림, 수직과 수평 맞추기, 가로와 세로. 이것이 사진을 평가할 때 첫 번째 기준이 된다. 무언가 이상하다 싶을 때 이것을 체크해보면 문제를 발견할 수 있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핸드폰 카메라도 좀 더 잘 활용할 수 있다.
작업의 과정과 결과를 담는 사진 기록은 아카이빙의 중요한 자료가 된다. 현장에서의 사진 기록은 대체로 분명한 목적과 구체적인 실행계획 속에서 진행된다. 기획에서 운영, 관리, 활용의 단계를 거치며 사진 기록 실무는 훨씬 더 정교해진다. 중요하고 규모가 큰 프로젝트인 경우 전문 사진 기록자를 두기도 하고, 프로젝트 실행자가 직접 사진 기록을 하기도 한다. 어떤 경우든 사진 매체와 사진 기록에 대한 이해는 운영에 도움이 된다. 자신에게 또는 단체에 맞는 사진 기록과 아카이빙 프로세스 만들고 기획서로 정리해보면서 좀 더 나은 방법을 찾고 부족한 부분을 확인하고 채워나갈 수 있을 것이다.
[참고자료]
· 나카니시 유스케 저, 박종만 역, 『좋은 사진은 어떻게 찍을 것인가』, 시대인, 2018.
· 정기훈, 『소소한 사진의 쓸모』, 북콤마, 2019.
· 조세현, 『조세현의 사진의 모험』, 김영사, 2019.
· 스냅시드 고객센터
최순화
최순화
서울프린지네트워크에서 축제와 공연기획, 문화기획 활동을 시작했다. 아시아 국제교류, 지역 커뮤니티, 공공 공간 관련 문화기획을 하고 있다.
suna.cho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