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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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교감으로 깨우는 생태적 본능

강술생 생태미술가

“생태미술가이신 강술생 작가님을 아시나요? 지난 전시에서는 수확한 씨앗의 수를 일일이 세셨대요.” 여느 때보다 강렬한 초대 전화를 받았다. 마음은 어쩐지 고요해졌다. 수확한 열매의 씨앗을 일일이 헤아리는 건 어떤 마음일까. 감사의 의식일까? 염원의 방식일까? 끝없이 떠오르는 물음이 내심 반가웠다. 검색창에 ‘생태미술’, ‘강술생’을 번갈아 입력하며 만남을 고대했다. 생태적 경험이라곤 베란다에 키우고 있는 깻잎, 호박, 미나리가 전부인 나지만, 그와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면 무언가 달라질 것 같다는 알 수 없는 기대감에 설렜다. 한여름처럼 뜨겁던 5월의 어느 날, 강술생, 김미숙 작가가 함께 발표한 전시 《108 walking

보이지 않는 세상을 드러내기, 가능한 희망을 꿈꾸기

거대한 기후변화에서 찾은 예술가의 역할

2019년 겨울, 환경을 주제로 한 레지던시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겪은 팬데믹 3년의 시간은 상상조차 하지 못할 때이다. 다소 주제가 넓다는 생각에 ‘기후변화’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오래전부터 지구 온난화, 기후변화에 대한 여러 논의가 있어 새삼 이 문제를 집중 조명하는 것이 맞을까, 너무 때늦은 접근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3년이 지난 지금, 기후변화에 대해 얼마나 무지하고 추상적이고 막연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스스로 반성하게 된다. 세 번의 기후변화 레지던시를 하면서 기후변화는 기후위기가 되었고, 위기는 다시 기후비상사태가 되었다. 그리고 요즘 나는 다시 ‘기후변화’라는 단어를

그토록 자연적인 인공, 발굴되고 연결되는 둠벙

지역기반예술연구소 르바 〈왕송못 시즌2 : 둠벙 이야기〉

더위가 막 시작된 5월 중순, 경기도 의왕시 왕송못(왕송호수) 주변은 새들의 천국이었다. 온갖 새소리가 매우 크고 방해 없이 들렸고, 형태와 색의 세부를 알 수 있을 만큼 가까운 눈높이에서, 꽤 오래 하나의 개체들과 만날 수 있었다. 이를테면 가마우지는 생각보다 더 까맣고 윤이 나는 도톰한 깃털을 과시하며 밭은 하늘에서 우리 주변을 우아하게 맴돌다, 어느새 물속으로 쏜살같이 꽂히더니 수면 위로 나와 물을 털어내는 한바탕의 쇼를 보여줬다. 돌고래쇼를 하는 철새라니! 그런가 하면 인근 농로를 막고 갑자기 나타난 왜가리(로 보이는) 녀석은 우리 일행을 아래위로 훑어보며 객들을

성난 지구를 달래는 다정하고 느릿한 인사

오늘부터 그린⑧ 기후변화와 생활 속 실천

북한산 자락에 속하는 우리 동네 뒷산은, 오래된 나무들과 새로 심은 나무들이 잘 어우러져 작지만 제법 훌륭한 숲을 이루고 있다. 그래서인지 작은 산 임에도 불구하고, 평일 아침이면, 낯익은 조기축구회원들과 부지런한 동네 사람들이 나름의 방식으로 산을 즐기며 운동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주말에는 아이들과 반려동물을 동반한 가족 단위의 나들이 인파가 꽤 있는 편이다. 잘 발달한 숲은 그 자체로 독립적인 공간을 창조하여 그 안에서 생물들이 잘 살아갈 수 있는 생태계를 유지해준다. 폭염으로 고통받는 한여름이나 한파가 덮친 겨울철에도, 숲 안으로 들어가면 더위나 추위도 적당히

부디 작은 나무를 심어주오

오늘부터 그린⑦ 자연으로부터 배우는 기다림의 미덕

전 지구에 불어닥친 기후 변화와 환경 위기를 우리 모두가 먼 나라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사실 그래도 괜찮을 정도로 멀리 있는 것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어느샌가 그 거리가 빠른 속도로 좁혀지더니 이제 매일매일 우리의 일상에서 그 위협을 직면하는 심각한 상황이 되었다. 연례행사가 된 극심한 폭염과 기록적인 가뭄과 장마, 숨통을 조여 오는 미세먼지 등등. 또 지난 2년간 우리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놓았던 코로나19도 조금만 들여다보면 야생동물 서식처를 무분별하게 파괴하면서 시작된 큰 범주의 환경문제라는 것이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매우 빠른 속도로 우리의 일상과

진정한 ‘식덕’이 된다는 것

흙의 예찬④ 식물의 삶 이해하기

어쩌다 보니 ‘생태·환경’ 책을 주로 펴내는 1인 출판사를 시작해 9년째 일단 망하지 않고 버티고 있다. 출판사를 시작할 때 그 많고 많은 주제 중에 왜 이 비인기 주제에 꽂혔을까, 생각해 보니 식물에 관한 ‘의미 있는’ 기억 하나가 떠오른다. 하루가 멀다고 새벽 야근을 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날도 새벽에 일을 마치고 택시를 잡기 위해 도로에 서 있었는데, 가로등 불빛을 받으며 서 있는 나무 한 그루가 보였다. 아직 추운 날씨인데 동글동글 작고 예쁜 하트 모양을 한 연둣빛 이파리를 나뭇가지에서 밀어내고 있는 그 나무가 너무

파국이 시작되었다,
춤을 추자

책으로 읽는 문화예술교육

시인 이문재와 소설가 최성각은 생태·환경 문제에 관한 한 누구보다 예민한 작가들이다. 이들은 생태·환경 문제를 단순히 소재적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만족해하는 얕은 생태학을 지향하지 않는다. ‘파국’이 임박한 지구적 기후위기 문제를 비롯해 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 어떻게 전환할 것인지를 예민하게 의식하며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들이다. 물론 두 사람의 기질은 다르다. 시인 이문재가 『지금 여기가 맨 앞』(2014)에 이어 최근 『혼자의 넓이』(2021)에서 ‘세계감(世界感)’을 강조하며 지구를 걱정하는 시를 쓴다면, 소설가 최성각은 ‘환경운동 하는 작가’를 자처하며 환경책을 깊이 읽는가 하면 생태적 삶을 직접 살고자 고민하고 싸우는 작가이다. 그런 두

누가 기후위기를 일으켰나

지구를 살리는 디자인

“2020년 11월 19일, 1907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68.2mm를 넘어서 최다 강수량이었습니다. 또 기존 최고 기온인 2011년 11월 5일 16.4도 보다 0.7도가 더 올라간 17.1도로 11월 아침 기온 중 가장 높은 날이었습니다.” 기후위기는 매일 뉴스로 나오고 있습니다. 최다 강수량과 최고 기온만이 아니라, 가장 적은 적설량, 가장 긴 장마, 가장 따듯한 겨울, 가장 오랜 시간 지속되는 미세먼지 등 하루가 다르게 기후의 새로운 역사가 쓰이고 있습니다. 제주도에서 하루 동안 봄바람이 불고, 여름 폭우가 쏟아지고, 가을 하늘이 펼쳐지고, 한라산엔 겨울 눈이 내렸다는 놀라운 소식이

이웃과 동네에 주파수를 맞춰라

주민이 직접 만드는 마을미디어

영화 속 한물간 가수 ‘최곤’은 강원도 영월 지역 라디오 디제이(DJ)가 된다. 그저 그런 방송이 될 뻔했지만, 우연히 출연한 동네 다방에서 일하는 ‘김양’의 감동적인 사연에 주민들의 호응을 얻기 시작한다. 이후 여러 주민의 이야기가 송출되면서 방송의 인기는 날로 높아진다. 영화에서 그린 것처럼 지역 라디오 방송에는 우리 이웃과 동네 이야기만이 가진 낭만이 있다. 지역 주민들이 출연은 물론, 직접 기획하고 제작하는 동네 라디오 방송을 통해 지역 이야기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살펴본다. 세대도 언어도 장애도 넘어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관악, 마포, 분당, 공주, 성서, 영주, 광주 등

미세한 실천이 모여 이루는 변화

전환을 위한 실험과 실천

우리가 딛고 있는 세계는 예전보다 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상상하지 못한 새로운 환경은 우리가 변화에 적응하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돌진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인간의 삶과 생태계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친다. 이런 상황에서 멈추지 않고 지탱 가능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사유를 통해 내면의 힘을 키우고, 외면의 기술을 익혀 자신의 삶을 스스로 꾸릴 수 있는 힘을 키우는, 전환을 위한 실험과 실천을 소개한다. 건축 워크숍[출처] 비전화공방 비전화카페[출처] 비전화공방 타성을 벗어난 발상의 전환 “기술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입니다. 기술로 인해 동료가 늘든지,

작은 변화의 조각이 모여

기후와 환경을 생각하는 예술

코로나19와 최근 이어진 집중호우까지. 기후환경·공중보건 전문가는 때아닌 전염병과 이상기후의 원인으로 생태계 파괴와 환경오염을 지목했다. 필(必)환경이란 말이 유행할 정도로 환경 보호는 하나의 트렌드가 되기도 했지만, 일부 대중에게 환경문제와 기후위기는 여전히 자신과 밀접한 문제로 인식하기 어렵고 쉽사리 접근하지 못하는 이슈이기도 하다. 하지만 많은 예술가와 예술단체, 기업이 예술작품과 문화체험, 브랜딩 등 저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대중에게 환경 문제에 관한 위기 의식을 일깨우고 변화를 촉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해헤해해>, 강보성 [사진출처] 팀 마름모 <침묵의 봄(Silent Spring)> [사진출처] 좋아은경 버려진 것에 생명을 부여하는 환경예술가 일상생활에서 나온 부산물인

자연과 이웃을 생각하는 도시의 삶

도시 생태계에서 함께 살기

갑자기 찾아온 ‘거리 두기’의 삶은 생태계의 보전과 공동체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었다. 한편, 2018년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된 후로 ‘여가(餘暇)’를 바라보는 관점과 즐기는 방법도 점점 달라지고 있다. ‘일과 일 사이의 휴식 시간’에 지나지 않았던 과거 여가 생활과 달리 오늘날의 사람들은 ‘삶의 시간’을 회복하는 것에 집중했다. 소비 중심이 아닌 가치 중심으로서의 여가 활동으로 도시에서 사람과 자연, 동물이 함께 공존하기 위한 변화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지속가능한 지구의 삶을 위해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세계시민으로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지구 생태계와 미시적 관계 맺기

2019 강원 창의예술교육랩 포테이토클럽 ‘에코-에듀랩’

2016년부터 국제연합(United Nations, UN)은 인류 공동의 과제로써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를 설정하여 인류의 보편적 문제인 빈곤, 질병, 교육, 성평등, 난민, 분쟁에 더해 지구와 환경문제로 구분할 수 있는 기후변화, 에너지, 환경오염, 물, 생물다양성과 경제 사회문제로 구분될 수 있는 기술, 주거, 노사, 생산, 고용, 소비, 사회구조, 법, 대내외 경제 등 분야 관련 17가지 목표를 설정하였다. 특히 SDGs에서는 지구와 환경에 대한 목표가 강조되었다. 지속 가능성, 지속 가능한 개발/발전을 위해 빈곤, 난민 문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평화와 정의가 중요하다, 생물종 다양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식의

자연 속에서 사색하며 예술 누리기

도시를 벗어난 문화예술공간

최근 아웃도어 매출이 크게 오를 정도로 등산과 캠핑이 인기를 얻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실내 활동과 모임을 자제하면서 인적이 드문 자연으로 향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 등산과 캠핑 이외에 자연을 즐길 수 있는 다른 활동은 없을까? 도시를 벗어나 자연 속에 자리 잡은 서점, 미술관, 박물관 등 문화예술 공간을 소개해본다. 전원 속에서 즐기는 책방 스테이 경기도 양평 용문산으로 가는 길목, 자가용 없이는 가기 어려운 전원주택 단지 속에 한 서점이 있다. 누가 이곳까지 책을 사러 올까 싶지만, 예약제로 운영하는 책방은 8월까지 이용 예약이

이기적 존재인 인간에게 울리는 경종

지구를 생각하는 예술① 시각예술

쓰레기로 뒤덮인 지구. 이미 인간은 지구를 탈출하였고, 수백 년 동안 묵묵히 폐기물을 처리하는 로봇만이 지구에 홀로 남아 있다. 2008년 디즈니/픽사가 제작한 애니메이션 의 이야기이다. 봉준호 감독의 에서는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려고 대기 상층권에 살포한 인공냉각제 CW-7으로 인해 빙하기라는 기상이변을 맞게 된다. 또 다른 영화에서는 핵전쟁 이후 파괴된 지구에서 살 수 없어지자 인간은 식민지 개척을 위한 다른 행성과의 위험한 전투에 복제인간을 대신 내보낸다. 영화의 제목과 같은 ‘블레이드 러너’는 인간에게 반기를 든 복제인간을 없애는 역할을 수행한다. 영화에서 상상한 미래의 지구는 온통 이기적 인간에

세상을 바꾸는 예술가와 예술교육가들의 모임

[제5회 국제예술교육실천가대회 ①] ITAC5 서울 개최의 의의

2020년은 문화예술교육 정책이 본격 추진된 지 1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 서울 개최의 성과로 서울 어젠다(예술교육 발전목표)가 채택된 지 10년이 되는 해이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올 한 해, 문화예술교육 정책과 사업, 현장을 함께 만들어 온 많은 관계자와 문화예술교육의 강력한 힘을 다시 한 번 생각하며 미래 문화예술교육의 방향과 역할, 가능성을 논의하는 크고 작은 자리들을 계획하고 있다. 그중 오는 9월 15일부터 17일까지 열릴 예정인 제5회 국제예술교육실천가대회(The 5th International Teaching Artist Conference, ITAC5, 아이택5)를 소개한다. ITAC, 전 세계 문화예술교육 관계자들이 함께 고민하고 새로운 영감을 발견하는 장 ITAC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