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릿한 혹은 제한된 이미지 그 너머

문화예술교육의 성과에 관한 소고

문화예술교육에서 성과란 무엇일까? 철학이나 담론 수준을 넘어 그것을 ‘특정’할 수 있다면 지나온 실천을 따져볼 수 있고 앞으로의 실천을 위한 결정에서 덜 불안할 것이다. 필자는 2022년 「서울문화예술교육 활성화를 위한 고관여자(교육수혜자, 중간매개자) 분석 연구」(서울문화재단)를 수행하면서 담론이나 믿음, 지혜와 철학의 수준보다는 조금 더 땅에 가까운 현황을 파악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가늠해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남은 과제의 무거움을 마주하는 결론이었지만, 문화예술교육의 ‘성과’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 중 조금 건조한 정책연구자의 시각을 공유하는 것도 나름 의미 있을 것이다. 이행단계 모델과 수요분포 모델 비교[출처] 서울문화예술교육 활성화를 위한

예술이 꽃을 피워 알찬 열매를 맺기까지

속리초등학교 예술꽃 씨앗‧새싹학교 6년의 성과

추석을 앞두고 가을 색이 완연한 어느 날, 노란 들판을 지나 속리산 자락 법주사와 정이품송을 향해 난 길로 한참을 따라가니 작고 아담한 초등학교가 보인다. 1930년 개교하여 93년 역사를 자랑하는 속리초등학교다. 오늘은 월요일, 전교생이 다 함께 뮤지컬 수업하는 날이라 여울마루(강당)가 떠들썩하다. 속리초등학교가 만든 창작 뮤지컬 <1893.보은의 봄> 연습이 한창인데, 사또와 양반 역을 맡은 2학년 동생들이 숨바꼭질하는 동네 꼬마 역할을 하는 6학년 언니들에게 시끄럽다며 혼구녕을 낸다. 성별도 나이도 개의치 않는 젠더프리(gender-free)에 에이지프리(age-free) 캐스팅이다. 괜히 거들먹거리며 훼방을 놓는 사또와 양반들에게 동네 꼬마들은 양반이니 평민이니

이를테면 소양하는 방식으로

예술로 365길⑥ 소양하다

소양하다 이용안내 강원특별자치도 춘천시 효제길37번길 3 개방시간 | 월~금 10:00~18:00 커뮤니티 운영 시 자율 운영(새벽~심야) 홈페이지 soyanghada.com 인스타그램 @soyang_hada 소양하다는 춘천시 효자동에 위치한 작은 문학라운지 & 라이브러리로, 도시에 살고 있는 개인의 가치 있는 경험을 자신만의 언어로 풀어낼 수 있도록 돕는 곳입니다. 소양하다는 춘천의 가장 오래된 원도심에 있습니다. 신도심의 화려한 아파트들 사이를 지나쳐 오면 어느새 낮은 담들과 빨간색 벽돌로 만들어진 맨션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작은 초등학교를 끼고 올라오다 보면 늦은 밤까지 불이 켜져 있는 공간이 바로 소양하다입니다. 소양하다에서는 누구나 자신의 일상을 문학적으로

아름다움을 자유롭게 누리고 나눌 때

예술적 경험을 공유한다는 것의 의미

한국 사회를 현실적으로 지배하는 힘은 재벌, 보수정치권과 엘리트 관료집단, 보수언론, 사학재단, 검찰 등의 특권동맹으로 보인다. 그런데 오늘날 지배는 개발독재나 냉전문화 같은 반민주적인 강제력이 아니라 새로운 헤게모니에 기초해있다. 그것은 문화적이고 미적인 권력이다. 지배와 특권동맹은 ‘법치주의’나 교육·종교 등의 이데올로기와 인민의 욕망의 내용을 장악하고 재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근래 흥행한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아파트 소유를 둘러싼 한국 중산층의 욕망의 메커니즘을 잘 보여줘서 호평을 받았다. 아름다움이 우리를 지배한다 자본주의 소비사회에서 인간은 경제적이면서 동시에 미적인 선택을 통해 주체화를 수행한다. 반복되는 주체화 수행에는 취미판단(Geschmacksurtei)의 계기들이 있으며, 신자유주의

이면까지 다채롭게, 빠짐없이 연결하기

온라인(비대면)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결과 공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2020년 문화예술을 경험하는 공간과 방법을 확장하는 콘텐츠 아이디어 공모 <어디서든 문화예술교육>을 시작으로 다양한 온라인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온라인 교육 = 영상 교육’이라는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 실시간·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교육 방법론과 콘텐츠를 발굴해왔다. 또한, 오프라인 교육의 대안을 넘어 온라인(비대면) 교육의 강점을 살리고 교육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의 콘텐츠를 발굴하고 실행하였다. 지난 3년 간 시도한 아카이빙과 결과 공유 방식을 소개한다. [출처] 2020 비대면 문화예술교육 프로젝트 온라인 아카이빙 지면의 한계를 뛰어넘는 온라인 아카이빙 사업계획을 수립할 때 ‘왜,

재능과 쓸모의 새로 고침

예술가의 감성템⑯ 거울, 빛, 버려진 물건

감성이라는 말이 다소 걱정스럽지만 나에게 이성적인 판단보다 작업에 중요한 자극이 되는 아이템이 뭘까 접근해 보았다. 그러고 보니 거울, 빛 그리고 버려진 물건이라는 단어들이 추려졌다. 이들은 독립적으로 나를 자극한다기보다 서로 유기적인 형태로 나와 내 작업에 어우러져 새로운 맥락을 만들어 낸다. 그 시작이 된 작은 사건이 있었다. <눈부신 위장술> (버려진 폐선, 유리거울 조각, 여의도 한강공원, 2018) 경계를 통과하는 – 거울과 빛 나는 생계 때문에 졸업 후 바로 작업을 하지 못했다. 타일 모자이크 벽화로 돈을 벌었지만, 9년째 될 즈음 고용주가 건넨 ‘넌 재능이

귀 기울이는 청년 vs 살맛 나는 노년

나이듦과 세대를 연결하는 ‘이야기청’

무더웠던 8월의 중순, 성북구 오동숲속도서관 뒤뜰에 마스크를 쓴 어르신들과 조주혜 무용작가가 모였다. 어르신 스스로 삶을 회고하고, 이야기 나눈 후 각자 10대부터 현재까지 그 시간을 함축할 한 단어를 찾고, 그 느낌을 점, 선, 그림 등으로 표현했다. 이어진 워밍업은 몸으로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몸의 감각을 깨워주었다. 점과 선, 그림은 이내 어르신들의 몸짓으로 옮겨졌다. 어색하고 더딘 몸짓에, 무더위에도 쓰고 있었던 마스크 너머로 웃음이 번졌다. 어르신들은 서로의 몸짓을 보며 ‘30대는 그렇지, 40대는…’ 하며 공감의 표현을 보태었다. 수업을 참관하는 잠시였지만 지나왔던 나의 20대와 30대,

비밀한 속마음에 리듬과 스웨그를 얹어

천안시노인종합복지관 어르신과 함께한 〈천안 태평가〉

우리는 마음속에 많은 이야기를 담고 산다. 발화되지 못한 이야기까지. 어쩌면 ‘나(자아)’라는 것은 이야기의 집합체일지 모른다. 진짜 중요한 것은 말하지 못한 그 이야기일지 모른다. 누군가가 자신의 진짜 깊고, 비밀한 속마음을 살짝 비쳐 줄 때 나는 그 시공간에 ‘함께’ 있다. 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음악으로 표현될 수 있도록 코치의 자리에서 돕고 있다. 2013년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꼬마작곡가’를 시작으로, 지금은 복지기관 어르신들과 함께하고 있다. 삶에 의미 있는 경험, 그리고 개인의 일상과 삶을 표현하고 풀어내는 문화예술교육을 지향하는 복지기관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2022년 천안시노인종합복지관 어르신들과 함께했던 ‘2022

소멸의 위기에서 선택의 가능성을 찾다

오늘부터 그린㉒ 남극에서 만난 기후위기

“작가님, 이제 남극 가기 위한 준비를 시작하셔야 합니다.” 2011년 여름, ‘극지 노마딕 예술가 레지던스’를 기획하던 김용민 기획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주최하는〈극지 노마딕 예술가 레지던스〉에 참여하기 위해 기획하는 중인데 영상 부분을 맡아 참여해달라는 제안이었다. 당시 나는 초등학교 아이들과 함께 지구온난화와 탄소 줄이기 등 기후위기에 관한 일련의 단편 애니메이션들을 제작하고 영화제에 참가하던 시기였다. 아이들과 함께 창작한 애니메이션에는 종종 남극 대륙이 등장했지만 실제로 그곳에 갈 수 있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남극은 지도상의 거리보다 마음의 거리가 훨씬 멀었고 마치 다다를 수

고립과 고독을 지나 다양한 노년의 삶을 찾아

[좌담] 노인 문화예술교육의 변화와 흐름

마음의 문을 두드리는 다양한 방식 뭉뚱그리기보다 세분해야 목적과 방향성을 중심에 두고 우리나라는 노인 인구 비율이 급격히 증가하며 2018년부터 고령 사회로 진입했고,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로의 진입을 눈앞에 둔 시점에 있다. 이러한 사회 변화 속에서 연장된 노년기를 위한 노인 대상 예술교육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사회가 더욱 복잡다단해지는 만큼 노인의 예술 참여 욕구도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단지 나이와 취향뿐 아니라 사는 지역, 경제적 형편까지 다양한 요소가 결합되면서 노인 예술교육의 목적 역시 더욱 세분화 하는 추세다. 현장에서 노인

낡았으나 녹슬지 않은, 진취적인 노년을 만나다

문화예술로 삶을 연마하는 박영호 어르신

대한민국 초고령사회의 도래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한다. 알다시피 이미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노인 비율이 높고 앞으로 국민 1인당 부양해야 하는 노인의 수는 점차 늘어날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젊은 문화예술 강사의 수는 점차 적어지고 노인 비율이 늘어나는 만큼 문화예술 참여를 희망하는 노인의 수는 더욱 많아진다고 예상할 수 있다. 너무 성급한 일반화였을까? 하지만 분명한 건 앞으로 문화예술 관련 활동 및 콘텐츠 제작에 있어 노인 세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필연적으로 노인과 예술가의 만남은 이뤄질 것이다. 하지만 노인 세대에 대해 이해도 없이 오롯이

낮은 문턱에서 뭉근한 환대가 넘친다

예술로 365길⑤ 안녕코너샵

안녕코너샵 이용안내 대전 동구 대전천동로 586-1 개방시간 | 목,금,토 12:00~22:00 010-2950-2703 / seduk@hanmail.net 인스타그램 @hi_corner_shop 셋이서 따로 또 같이 빚어나가는, 올해 4월 5일, 오랜 기간 알고 지낸 세 친구들이 작은 공간을 열었다. 각자의 작업을 하며 각자의 코너를 운영하는 코너샵 사장님이 된 것이다. 대전에서 20여 년간 기획 일을 한 서은덕은 주변 예술인과 친구들의 작업물을 모아 ‘컬처코너’를 채웠고, 허벌리스트인 강수희는 따뜻한 온기를 담은 허브티를 마음과 몸의 상태에 맞게 블렌딩 해 ‘허브코너’에 담아냈다. 미국인 아티스트 패트릭 라이든은 소규모 갤러리와 본인이 좋아하고 소개하고 싶은

한 사람의 노년은 하나의 범속한 미스테리

노년을 위한 문화예술교육이 넘어서야 할 것

이 할배 쫌 웃긴다! 말인즉슨 멋지다는 거다. 이빨이 다 빠졌으니 직접 보지 않아도 합죽이 얼굴일 게 뻔한 그는 오물거리는 입으로 연애소설을 한 줄 한 줄 읽는다. 틀니가 있지만, 아름다운 사랑 언어에 빠져서 틀니 끼우는 것도 잊었을 것이다. 물론 내 추측이요, 주장이다. 나로선 틀니도 없이 음절과 단어 하나하나를, 문장을 오물거리며 음미하는 노인의 모습이 훨씬 더 멋지다. 루이스 세풀베다의 『연애소설 읽는 노인』의 주인공 이야기다. 자신이 글을 쓸 줄은 몰라도 읽을 줄은 안다는 사실을 발견한 이후, 이 노인의 낮과 밤은 연애소설 읽기에 풍덩

노인의 지혜와 예술의 건강함이 만나는 현장

어쩌다 예술쌤㉔ 노인을 이해하는 예술교육

우리나라는 2000년부터 고령화사회로 접어들었고, 온갖 매스컴에서 그 말을 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실 그땐 크게 체감하지 못했고, 좀 더 다양한 음악을 배워 좋은 연주자와 교육자가 되어 보겠노라 두 번째 대학에 다녔던 시기이기도 하다. 노인이라는 대상을 관심 있게 보고, 연구를 시작한 건 2015년부터였다. 성인 플루트 취미반을 운영 중이었는데 30대에서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회원 간에 실력 차이가 나면서 젊은(young) 팀과 나이 든(old) 팀으로 나눠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그때 비로소 나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누구나 늙는 것이 불변의 법칙인 것을, 다소 늦음이 함께 어울려

2023년 8월 문화예술교육 정책동향

‘AI 기술의 교육적 활용과 윤리’ 주제 토론회 개최 등

8월 문화예술교육 정책동향 1.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의 교육적 활용과 윤리적 쟁점 논의 2. 2023 학교예술교육 영상 공모전 「예술온교실」 3. 예술활동증명 기관 간 정보공유, 경력정보시스템 구축 4. ‘예술이 쉼이 되는 시간’ 2023 아트 포레스트 페스티벌 개최 1.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의 교육적 활용과 윤리적 쟁점 논의 (′23.7.21.) 교육부는 지난 7월 21일(금) 이화여대 미래교육연구소와 함께 ‘제8차 디지털 인재양성 100인 토론회’를 개최하였다. 8회차를 맞이한 이번 토론회는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의 교육적 활용과 윤리’를 주제로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인공지능이 교육 현장에 가져온 변화와 그로 인해 발생한

뭉글뭉글 슴슴하게, 같이 놀며 만드는 춤

밝넝쿨 안무가·오!마이라이프 무브먼트 씨어터 대표

밝넝쿨. 이름에서부터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진다. ‘밝’이란 성이 존재했던가. 실제 성은 ‘박’이다. ‘밝’은 그가 선택한 성. 흥미롭게도 ‘넝쿨’은 그의 할아버지가 내려준 이름이다. 지금도 파격이나 당시로써는 더욱 파격이었을 터. 그래서인가. 단체명도 예사롭지는 않다. ‘오!마이라이프 무브먼트 씨어터’. 보통은 안무가의 성이나 이름을 붙이거나, 혹할만한 추상적 개념어를 사용하곤 하는데, ‘오! 마이 라이프’라니! 오! 마이 갓! 이름의 의미에 대해서는 인터뷰 답변을 확인하시기 바란다. 다만 그의 창작활동이 단체명과 맥을 함께 한다는 사실만 미리 언급하고 싶다. 덧붙여, 그 창작활동이 그의, (안무가) 부부의, 그리고 “(두 자녀와 함께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