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을 뒤바꾼 아이디어 100

해리엇 워슬리 지음 | 김지윤 옮김 |
SEEDPOST | 2012.01.18

 

 

당신이 오늘 입었을지도 모르는 하의실종 패션은 원래 여름용 패션이었다. 겨울에도 자연스럽게 입게 된 이유는 뭘까? 패션의 작동원리가 궁금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이 책에서 그 단초를 찾을 수 있다.

 

패션의 역사는 유럽과 미국, 일본을 거쳐 아시아권으로 넘어오고 있다는 느낌이다. 명품이라 칭하는 패션 디자인의 트렌드는 노골적으로 오리엔탈리즘이 접목되어 있고 유명 디자이너 중 동양계 디자이너의 비중도 따라서 높아지고 있지 않은가.

 

K-pop에 이어 패션디자인 한류가 주목 받는 것은 필연적이다. 아직 세계에 없는 새로운 패션 트렌드를 우리나라가 만들어 낼 지도 모른다는 점에 기대가 크다. 더구나 유망한 신인 패션디자이너들이 디자인의 뿌리에 대한 체계적인 지식과 주류 시장에 대한 이해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 세대와는 다른 발전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류 패션 트렌드가 클래식으로 자리잡기까지 어떤 성장과정을 거치게 될까? 이러한 흐름을 지배하는 원리는 무엇이고 또 누구인가?

 

「패션을 뒤바꾼 아이디어 100」은 이 질문에 답을 찾기에 좋은 책이다.

 

패션에도 원조, 클래식이 있다.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신기술이 항상 먼저 발명되어 왔다. 사실 패션만큼 신기술에 민감한 분야도 없다. 통섭적 사고 혹은 컨버전스가 각광을 받기 훨씬 전부터 패션 업계는 일상다반사로 새로움을 끌어들이는 작업을 해 왔었다. 새롭지 않은 패션은 죽은 패션이라는 생각이 저변에 깔려 있는 까닭이기도 하고 패션 디자이너들의 얼리어답터적인 기질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최근 패션 트렌드가 아시아로 넘어오는 것은 이런 기술적 진보와 새로움에 대한 수용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새로운 패션을 갈망하는 대중은 이렇듯 사소해 보이지만 큰 차이에 열광하게 된다.

 

그 이름만으로도 무게가 느껴지는 세계 최고 패션 디자이너들의 업적도 빼놓을 수 없다. 예를 들어 코코 샤넬은 흔히 샤넬 No. 5 향수와 2.55 백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것은 그녀의 업적 중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샤넬은 남성의 요트 팬츠와 점퍼 등을 여성용으로 디자인했고, 부유층들에게 리틀 블랙 드레스와 선탠을 소개했으며, 인조 보석도 진짜 보석만큼이나 예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과감한 성격의 혁신가였던 그녀가 미니스커트를 역겹다며 비난했던 사실은 꽤나 흥미로운 이야기이다. 그 외 엘사 스키아파렐리, 이브 생 로랑, 비비안 웨스트우드, 메리 퀀트 등도 그 명성만큼이나 화려하고 흥미로운 업적들을 기록했다.

 

세계의 정치적ㆍ경제적 사건들도 패션의 흐름을 크게 바꾼 요인들 중 하나이다. 1930년대 경제 대공황 때, 여성들은 어두운 시절의 현실 도피의 수단으로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서 스타의 옷차림을 따라 하게 되었고, 두 차례에 걸친 세계 대전 동안의 물자 부족 현상은 심플한 실루엣의 수트와 나무 및 코르크 굽이 달린 구두 등 새롭고 창의적인 패션으로 진화하게 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또한 여성들이 코르셋과 치렁치렁한 드레스를 벗어 던지고 깔끔한 스커트 수트를 입고 사회 활동을 시작하게 된 것은 바로 참정권을 획득하게 되면서부터인데, 그 후로 여성들은 보다 독립적인 존재로서 남성들과 경쟁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가 유행이라고 부르는 패션 트렌드는 아무런 방향성 없이 불쑥불쑥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오래 전 태어난 아이디어에 그 작동원리를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니스커트가 새로울 것이 없고 비키니도 그렇다. 샤넬의 에이라인은 끊임없이 소재와 형태의 변화를 거쳐 진화하고 있지 않은가? 패션은 돌고 돌면서 항상 새로워지려 하고 있다.

 

“코코샤넬, 이브 생 로랑, 비비안 웨스트우드 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패션 디자이너들의 업적과 비하인드 스토리는 물론,
패션의 변화를 정치적, 경제적 사건들과도 연계해서 설명한 부분이 인상 깊었습니다. 그 외 코르셋의 종말과 브래지어의 등장.
나이론과 라이크라의 발명, 위협받는 파리 vs 재패니즈 디자인 등 각각 따로 소개되어 있지만 읽다 보면 패션의 변화를 여러가지 각도로도 볼 수 있었답니다.”

 

작성자 반달진 http://blog.naver.com/halbmond

 

이 책은 패션의 역사에 뼈대를 두고 있지만 연대기에 집착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시공간을 자유롭게 오가며 100개의 아이디어의 근원과 그와 관련된 전설적인 패션디자이너, 디자인을 사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알기 쉽게 소개하고 있다. 다분히 체계가 느껴지는 패션 에세이 집에 가깝다.

 

궁금한 패션의 역사를 재미있게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책의 구성은 펼친 면 마다 하나의 주제를 배치하는 방식으로 쉽게 읽히고 후루룩 넘겨 가며 볼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정말 좋은 점은 훌륭한 사진이 함께 제공되고 있다는 점. 사진 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할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