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과 박물관, 콘서트장, 문화체육시설, 공공도서관이 문을 닫았다. 봄이 왔지만, 프로야구 중계도 없고 유럽축구 리그도 멈췄다. 초·중·고등학교의 온라인 개학과 재택근무로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집에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기 위한 놀이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달구고 있다. 슬기로운 집콕 생활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공유되는 지금, 집에서 문화예술을 통해 예술적으로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소개한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예술을 바라보기
미술관, 박물관 등 여러 문화시설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직접 방문하기 어려워진 어린이와 가족을 위해 온라인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예술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집에서 아이들과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야 할지 고민된다면 이러한 문화예술(교육) 키트와 온라인 동영상을 활용해 손과 몸의 감각을 활용한 예술적 경험에 도전하는 것을 추천한다.
아르코미술관은 건축모형과 모빌 키트(KIT, 교육도구)를 제공하고 집에서 아르코미술관 유튜브 채널을 통해 동영상을 보며 손쉽게 제작해 볼 수 있게 했다. 남산골한옥마을에서는 전통매듭공예, 3D 한옥 만들기, 활 만들기 등 현장 체험 프로그램을 집에서도 경험할 수 있게 하는 전통체험 키트를 만들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역시 유튜브 채널을 통해 ‘ACC온라인문화예술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음악, 무용 등 집에서 쉽게 따라 하며 즐길 수 있는 영상을 제공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유튜브를 채널을 통해 어린이를 위한 ‘집에서 만나는 미술관’ 영상 4편(마르셀 뒤샹, 박서보, 안규철, 최정화)을 공개했다. 예술가의 작품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하고 있는 이 시리즈 영상은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것뿐만 아니라 각 예술가의 주요 기법을 직접 따라 할 수 있는 튜토리얼(tutorial, 지침서)을 제공함으로써 아이들이 좀 더 예술에 쉽게 접근하고 가까이 여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수동적 감상에서 적극적 참여로
예술은 수동적인 수용이 아니라 적극적인 참여와 실천에서 그 근본적인 가치를 발산하게 된다. 톨스토이는 ‘예술은 손으로 만든 작품이 아니라 예술가가 경험한 감정의 전달이다’라고 말했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직접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없다면 다른 방법으로 즐겨보자. 평면의 캔버스 위에 있는 작품을 단순히 감상하는 것을 넘어 새롭게 느끼고 이해하고 즐기는 재현의 과정을 통해 미적 감흥을 넓히고 예술을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연결하는 것도 예술을 경험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게티 미술관(Getty Museum)은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Rijiksmuseum)의 #tussenkunstenquarantaine(예술과 격리 사이를 뜻하는 네덜란드어) 해시태그에서 영감을 받아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betweenartandquarantine 이름의 ‘명화 재현 콘테스트’를 열었다. 이 콘테스트는 자신이 좋아하는 미술 작품을 골라 집 안에 있는 물건 3가지를 사용해 명화를 재현하는 것으로 누구나 자신만의 창의성을 발휘하여 참여할 수 있다. 이 ‘명작 따라 하기’ 챌린지에 대한 반응도 뜨겁다. #tussenkunstenquarantaine로 검색된 게시물이 인스타그램에서만 4만 6천여 개를 넘어 참여자들이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패러디한 작품을 감상하는 것도 재미있다.
예술, 일상의 즐거움을 발견하기
예술가의 작품을 재현하고 해석하는 놀이에서 더 나아가 직접 연주자가 되어보는 방법도 있다. 낙원상가는 단조로운 일상에 즐거움을 더하고 서로를 응원하고 위로하기 위한 ‘일상을 연주하다’라는 온라인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악기 종류나 연주 실력에 상관없이 집에 있는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을 30초 내로 촬영해 #일상을연주하다 등의 해시태그를 달아 SNS에 올리는 형식이다. 사람들은 리코더, 기타, 피아노, 플루트 등 자신이 할 수 있는 악기를 연주하며 음악으로 일상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일러스트 작가 사라 배스 모건(Sarah Beth Morgan)은 #DrawFromADistance 해시태그를 통해 5개의 요일별 질문에 그림으로 답을 하는 방식으로 각자의 생각과 일상을 공유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질문에는 코로나19로 활동에 제재가 생겨 발견한 행복은 무엇인지, 새로 생긴 취미나 학습에 대한 능력이 향상했는지, 새로운 일상의 습관이 생겨났는지 등 갑자기 달라진 환경의 변화로 놓칠뻔한 일상의 빛나는 순간에 대한 질문이 적혀 있다.
예술은 일상을 다르게 바라보고 나의 내면과 외부 세계를 더욱 깊이 들여다보는 시간을 마련한다. 타인의 삶과 감정에도 간접적으로 경험하며 공감을 쌓게 한다. 생활 속 거리두기로 인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 만큼, 예술로 휴식하며 일상의 희망과 작은 행복을 경험하고 우리 내면을 단단하게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메인 사진 출처 :
valerie.coiffure.a.domicile 인스타그램
성효선
성효선_프로젝트 궁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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