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정을 중요시하는 문화예술교육 분야에서 기록의 생산과 관리, 공유의 필요성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고, 기록 활동을 중심으로 문화예술교육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아카이브(Archive)’는 개인이나 조직이 활동하며 남기는 수많은 기록물 중 가치 있는 것을 선별하여 보관하는 장소 또는 그 기록물 자체를 이르는 용어이다. 기록을 보존하는 장소로서의 아카이브로는 국가기록원처럼 나라의 행정 기록을 중심으로 수집과 보존을 통해 역사자료관의 역할을 중요하게 담당하는 곳이 있는 반면, 아르코예술기록원처럼 예술 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보존하여 예술창작과 연구, 교육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예술 전문 아카이브도 있다. 이러한 아카이브의 다양한 역할을 살펴볼 수 있고 문화예술교육에 활용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하는 사이트를 소개한다.
역사적 맥락을 만들고 해석하기
영국 국립 보존 기록관(The National Archives, TNA)은 셰익스피어의 유언장부터 총리관저의 트윗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록물을 수집하고 보존하여 미래 세대가 접근 가능하고 이용 가능하게 한다는 미션을 갖고 있다. 이곳에서는 정부 행정 기록 외에도 19세기부터 21세기까지 예술, 예술가와 관련된 기록을 다루고 있다. 그림, 사진, 디자인 및 포스터를 포함한 시각 컬렉션을 다루는 이미지 라이브러리,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선전 및 홍보 목적으로 제작된 전쟁 화가의 그림이나 일러스트 등 전쟁 예술작품, 테이트 미술관 아카이브가 소장한 디지털 기록자료 등 다양한 자료를 온라인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
시각예술, 음악, 언어 분야의 주요 교육자와 예술가의 작품, 논문, 서신과 어린이 및 학생 작품 등을 수집 제공함으로써 영국과 전 세계 예술교육 발전의 기록물을 제공하고자 1985년 설립된 영국 내셔널 예술교육 아카이브(The National Arts Education Archive, NAEA)는 100여 개의 컬렉션을 바탕으로 전시회를 열어 연구원, 강사 및 일반 대중에게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19~20세기 예술교육 현황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를 보유하고 있으며, 예술교육의 본질과 미래 방향, 교육과정의 발전에 영향을 준 이 시기의 자료를 통해 예술교육의 진화와 개혁에 대한 역사적 맥락을 제공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예술교육 아카이브(The Arts Education Archive Malaysia, AEAM)는 1978년부터 2013년까지 쿠알라룸푸르와 페낭 지역의 개인, 단체, 기관에서 이뤄진 학교 밖 예술교육의 광범위한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파이브아트센터(Five Arts Centre)와 아츠애드(Arts ED), 아츠애드 설립자이자 예술교육 연구자인 자넷 필라이(Janet Pillai)의 자료를 기반으로 공교육 이외의 분야에서 수행한 예술교육 프로그램 및 프로젝트에 관한 자료를 모았다. 도서, 저널 등 발간물, 논문과 보고서, 멀티미디어 자료, 교육 가이드와 모듈 등의 카테고리로 구성되어 있다.
문화유산의 보존과 활용
박제된 전통이나 역사가 아닌 현재와 미래로 이어지는 문화유산을 만들기 위해서는 보존·전승과 함께 끊임없는 연구와 해석, 재창조가 필요하다. 국립무형유산원에서 서비스하는 무형유산 디지털 아카이브는 전통 공연예술, 공예와 미술 등의 전통기술, 한의학과 농경 등의 전통지식, 구전전통 및 표현, 생활관습, 민간신앙과 의식, 놀이·축제 및 기예무예 자료를 담았다. 활용할 만한 다양한 기획 콘텐츠가 있으며, 그중 ‘아리랑 아카이브’는 복각 음원 및 채집 음원 디지털화를 시작으로 아리랑과 관련된 폭넓은 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한편, 국가무형문화재 전승자의 구술 자서전과 종묘제례악, 판소리 등 보유자(단체)의 기예능을 기록한 영상 및 사진 자료를 전자책으로 볼 수 있다.
아시아의 문화 다양성과 창의성을 발견하고 가치를 보존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아시아문화아카이브를 운영한다. 전시·교육·공연 등 콘텐츠 개발에 필요한 원천 정보로 활용할 수 있는 아카이브 자료를 제공한다. 전문 연구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온라인으로 서비스하고 있으며, 오프라인에서는 소장 자료를 기반으로 한 주제 전시 등 각종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최초의 예술 분야 기록보존 전문기관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예술기록원에서 제공하는 한국예술디지털아카이브는 예술단체와 예술인이 예술자료를 저장하고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공간을 제공할 뿐 아니라 예술 분야 연구자, 교육자, 애호가들이 풍부한 자료를 통합적으로 검색하고 편리하게 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공연예술, 시각예술, 창작음악, 구술채록, 컬렉션 등으로 구성되었는데, 특히 구술채록은 각 분야 예술인들이 자신의 지난 삶을 회고한 기록물로, 우리의 근현대 예술 풍경을 다층적이고도 깊이 있게 접근하게 하는 기초 자료이다. 한편, 공연예술 아카이브 네트워크(Korea Performing Art Archives Network) 통합 검색(K-판)을 활용하면 국립국악원, 국립극장, 국립무형유산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 4개 기관의 공연예술 아카이브를 통합 검색하여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온라인으로 활용하는 문화예술교육 자료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문화예술교육 지식정보 통합 웹사이트 arte라이브러리를 2019년 3월 오픈하였다. 약 4년간의 준비를 통해 수집-관리-서비스 아카이빙 구조를 설계하고, 온라인 콘텐츠의 원활한 유통과 저작자의 권리 보호를 위한 정책을 수립하였으며, 효과적인 웹서비스 기획을 위해 외부 전문가와 함께 기획단을 운영했다. ‘문화예술교육 매개자’를 주요 타깃으로 설정하여 예비인력부터 예술강사, 유관기관 관계자들까지 문화예술교육 전문 지식을 쌓을 수 있도록 다양하고 폭넓은 정보와 자료를 온라인으로 제공하고 있다. 교육진흥원 자료와 웹진 [아르떼365] 기사뿐 아니라 문화예술교육의 의미와 가치를 전달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다양한 콘텐츠와 아이디어 및 학습정보, 지역센터 자료, 문화예술교육 정보관(A.Library) 소장목록까지 통합적으로 서비스한다.
뉴욕현대미술관(The Museum of Modern Art, MoMA)은 미술관에서 제작한 풍부한 콘텐츠와 다른 사이트의 우수한 콘텐츠를 연결하여 모마 러닝(MoMA Learning)을 운영한다. 모마에서는 2006년 교육과정 웹사이트를 개설한 후부터 온라인 학습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개인화된 자기주도적 학습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주제별・예술가별로 목록을 나누어 열람할 수 있고, 표현주의, 개념 예술, 입체파 등 미술사조에 따른 학습자료나 ‘지도, 경계, 네트워크’ ‘이주와 움직임’ 같은 내용도 포함된다. 주제에 해당하는 예술가, 학습활동 내용, 관련 영상, 링크 등으로 연결되어 매우 유용하다. 또한 모마에서 제작한 파워포인트 슬라이드와 워크시트 등도 다운로드할 수 있다. 예술 용어집(glossary of art terms)도 온라인으로 이용할 수 있다.
[참고자료]
문화·예술 아카이브의 중요성과 발전방안(기록인 2012년 봄호 Vol. 18)
정보 아카이브를 넘어 다양한 활용으로 : 문화예술교육 아카이빙 활성화를 위한 좌담(아르떼365, 2019.7.8.)
체계적인 아카이빙에 큐레이션을 더한 맞춤형 정보 서비스 : 문화예술교육 지식정보 통합 웹사이트 ‘arte라이브러리’ 오픈 (아르떼365, 2019.3.11.)
최순화
최순화
서울프린지네트워크에서 축제와 공연기획, 문화기획 활동을 시작했다. 아시아 국제교류, 지역 커뮤니티, 공공 공간 관련 문화기획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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