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바이러스가 걷잡을 수 없이 전 세계로 퍼져나가면서 세계보건기구(WHO)는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했다. 코로나19 발병이 공식 보고된 작년 12월 31일 이후 불과 3개월 만에 일상의 풍경은 무척 달라졌다. 언택트(untact, 비대면) 시대로의 급변으로 사람을 만나거나 악수하는 일은 조심스러운 행위가 되었고, 마스크를 쓰고 식당에서 벽을 보고 혼자 식사를 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 되고 있다. 학교는 개학이 연기되면서 온라인 수업이 시행되었고, 재택근무를 도입하는 회사가 늘어났다. 대중이 함께하는 문화예술 분야는 공연과 전시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무관중 공연 중계나 온라인 콘서트 등으로 제한 되고 있다. 이렇듯 코로나19는 세계의 질서를 뒤바꿔놓고 있다. 하지만 삶은 계속되고 사람들은 악기를 연주하고 함께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그림을 그리며 각자의 삶 속에서 예술을 통해 희망을 발견한다.
치유와 연대를 건네는 문화예술
이러한 시기의 문화예술(교육)은 어떤 사회적 역할을 하는 것일까. 얼마 전, 전국에 이동금지령이 내려진 이탈리아 사람들이 발코니를 무대 삼아 베란다로 나와 악기를 연주하고, 냄비를 두드리며 노래하는 영상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달구었다. 이탈리아에서 시작되어 유럽과 남미 등으로 퍼진 이 플래시몹은 ‘다 잘 될 거야(Andra tutto bene)’라고 적은 플래카드를 창문에 걸어 놓고 각자의 발코니에서 연주를 하거나 최전선에서 바이러스와 사투 중인 의료진을 응원하는 박수를 치는 등 약속된 행동을 하며 음악을 통해 코로나 시대를 맞은 사람들에게 연대를 보냈다.
한국에서는 대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문화예술인 및 예술단체(23개 팀, 60명)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응원 영상을 제작했다. ‘대구문화예술인 하나되어 Again Project’ 영상은 대구 남구 대명공연거리, 계명아트센터, 삼성창조캠퍼스 야외공연장, 두류공원 야외음악당, 대구예술발전소 등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활발하게 공연이 진행되었을 대구의 대표 야외 공연장을 배경으로 이 시기를 잘 극복하길 바라는 문화예술인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미국의 극작가 토니 쿠쉬너(Tony Kushner)는 “예술은 사람을 변화시키고 그 사람은 자신의 삶을 자신의 이웃을 자신의 지역을 사회를 그리고 세상을 변화시킨다.”라고 말했다. 연일 ‘물리적 거리두기’가 유지되고 있지만, 그것이 ‘정서적 거리두기’는 아님을 문화예술을 통한 사람들의 연대 속에서 깨닫는다. 문화예술은 이렇듯 위기 속에서도 사람들의 마음을 잇고 지친 삶에서 자신을 치유하고 일상을 회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것이 예술의 중요성이자 사회적 역할인 것이다.
앞당겨진 미래, 기술과 예술
코로나19는 오프라인 중심의 면대면 성격이 강한 문화예술(교육) 환경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전례 없는 상황에서 특정 공간에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 모이게 되는 공연이나 전시, 야외에서 벌어지는 축제 등 행사를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등 예술가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온라인 플랫폼은 새로운 돌파구처럼 보이기도 한다.
코로나19의 위기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일컬어지는 다양한 기술력을 문화예술계가 더 빠르게 수용하고 활용하도록 재촉하는 계기가 되었다. 국공립예술단체를 중심으로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외에도 VR, AR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관객-참여자의 입장에서는 언제 어디서든 손쉽게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하게 된 것이기도 하다. 클래식 레이블 도이치 그라모폰(Deutsche Grammophon)은 3월 28일 피아노의 날을 맞아 유튜브와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생중계로 릴레이 콘서트를 진행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포털 사이트에 국공립단체의 문화예술 공연과 전시 콘텐츠를 한데 모은 <집에서 누려요, 집콕 문화생활!> 페이지를 열었다. 국립중앙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 국립국악원, 국립중앙도서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의전당 등 다양한 기관에서 제공하는 교육과 전시, 공연, 도서 등 콘텐츠로 바로 연결되어 방구석 1열에서도 문화예술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편, 영국의 호페쉬 쉑터 컴퍼니 무용단(Hofesh Shechter Company)은 화상회의 서비스 프로그램 ‘줌(Zoom)’을 이용하여 사전에 신청한 사람들에 한하여 정해진 시간에 함께 몸을 움직이며 무용을 할 수 있는 공개 강의를 진행했다. 영국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참여한 사람들은 모니터를 사이에 두고 실시간으로 무용으로 교감을 나누며 사회적 유대감을 공유했다.
혼돈에서 찾는 새로운 시작
온라인을 통한 문화예술(교육)은 예술가의 영역을 확장시켜주기도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모든 문화예술(교육) 단체 및 예술가가 이러한 온라인 시스템을 구축하긴 어려울 수 있다. 또한 새로운 문법을 익히는 데에도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그로 인해 존립이 어려워지는 곳이 생겨날 수도 있고 새로운 문화생태계에 적응하지 못하는 예술가(교육가)는 고립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관객, 참여자와의 밀접한 교류, 교감을 중요시하는 문화예술(교육)의 현장성이 흔들릴 수 있다. 온라인 전환의 시도가 문화예술계에 임시방편이 될 것인지 새로운 시대에 발맞추어 가는 하나의 대안이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국무장관을 지낸 헨리 키신저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도 세계는 그 이전과 전혀 다른 곳이 될 것이며 코로나19가 세계 질서를 영원히 바꿔 놓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코로나19의 위기는 일시적 혼돈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시작일 것이다. 코로나19로 예상보다 더 빨리 다가온 미래 앞에서 문화예술(교육)은 어떠한 문법으로 변화를 수용하고 가능성을 발견하며 성장할 수 있을까. 함께 그 답을 찾아야 할 때이다.
메인 사진 출처 :
2LDC brass band 유튜브 채널
성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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