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에게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요? 2020년, 코로나19를 겪으며 소중한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거창한 행복이 아닌 그저 자유로이 맑은 공기를 마시며 걷고, 함께인 사람들과 웃으며 음식을 나누는 일상이 소중하다는 걸 느낍니다. 그리고 이렇게 소중한 일상이 환경오염, 기후변화 등의 지구적 문제와 아주 가까이 연결된 것을 이제 우리는 압니다. 지구를 위한, 환경을 위한, 결과적으로 우리를 위한 행동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뮤지션들을 소개합니다.

북극 빙하 위에서 연주하는 루도비코 에이나우디
[사진출처] 그린피스 홈페이지
빙하 위의 피아니스트
우리는 보이지 않으면 믿지 않기에 북극의 빙하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 애써 외면하려 합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북극은 지구 전체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마치 에어컨처럼 지구 전체의 기후를 조절하고, 해류를 순환시킨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인해 놀라운 속도로 녹아내리고 있다.”고 지금의 상황을 설명합니다.
이탈리아의 현대음악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루도비코 에이나우디(Ludovico Einaudi)는 힘없이 연약해진 북극의 풍경 속 빙벽이 녹아내리는 굉음을 배경으로 피아노 연주를 했습니다. 그린피스 스페인과 함께 연출한 이 퍼포먼스에서 에이나우디는 자신의 곡인 <북극을 위한 애가>(Elegy for the Arctic)를 연주합니다. 현대음악의 거장이기도 한 그는 그린피스를 통해 “북극의 소중함을 이해하는 게 중요합니다. 빙하를 파괴하는 과정을 멈추고 보호해 주세요.”라고 말합니다.
  • 루도비코 에이나우디 <북극을 위한 애가>
    [영상출처] 유튜브
태양열로 빚은 포크 음악
잭 존슨(Jack Johnson)은 흥미로운 뮤지션입니다. 우리나라 광고음악으로도 쓰인 <베터 투게더>(better together)를 비롯해 그의 음악을 꽤 많이 접했을 것입니다. 하와이 오아후섬에서 태어난 그는 5살에 처음 파도타기(서핑)를 시작해, 17살에 파이프라인 마스터즈 서핑대회에서 가장 어린 서퍼 챔피언이 됩니다. 그러나 머리를 다치는 큰 부상을 겪은 후에는 프로 서퍼의 꿈을 접고, 뮤지션과 환경운동가로 활동 중입니다. 수차례 그래미 어워드에 후보로 오를 만큼 유명한 뮤지션임에도 그의 음악처럼 삶도 매우 소박하다고 알려졌습니다.
그런 그의 이력보다 놀라운 건 꾸준하게 환경을 생각하는 실천력과 음악 만드는 방식입니다. 음악이라는 예술 자체는 자연에 가깝지만 음악을 제작하는 과정은 자연과 가깝지 않은 경우가 더 많습니다. 잭 존슨은 그런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했습니다. 2008년에 발매된 앨범 《슬립 스루 더 스태틱》(Sleep Through The Static)은 태양열 전력을 이용해서 녹음하고, 친환경 잉크와 재생지를 이용해 음반 재킷을 만들었습니다. 이런 뒷이야기 때문인지 그의 포크 음악은 더 편안하고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하와이 출신답게 그는 오아후섬에서 매년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여러 환경단체, 환경친화적 기업, 뮤지션, 예술가, 환경보호 커뮤니티 리더들과 함께 음악자선축제 ‘코쿠아 페스티벌’(Kokua Festival)을 열고 있습니다.
  • 잭 존슨 <유 캔트 컨트롤 잇>(You Can’t Control It)
    [영상출처] 유튜브
월드투어를 중단한 이유
21세기 가장 사랑받는 밴드 중 하나인 콜드플레이(Coldplay)가 돌연 2020년부터 2~3년간 월드투어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아쉬워했지만 그 이유를 듣고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BBC와의 인터뷰에서 밴드의 리더인 크리스 마틴(Chris Martin)은 “우리는 지속 가능한 공연뿐만 아니라 환경적으로도 유익한 방법을 찾기 위해 앞으로 2~3년 정도 투어를 중단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실제로 콜드플레이의 모국인 영국에서만 매년 40만5천 톤의 온실가스가 음악 공연 과정에서 배출됩니다. 무대장치(조명, 음향, 악기, 특수효과)의 운송, 굿즈 제작, 수많은 스태프의 항공기 이용, 관람객들의 쓰레기 배출 등으로 공연 자체가 환경에 악영향을 주게 됩니다. 콜드플레이는 지난 앨범 《더 헤드 풀 오브 드림스》(The Head Full of Dream)의 월드투어를 통해 5억2천300만 파운드(한화 약 7천957억 원)의 수익을 냈습니다. 이제 콜드플레이는 수익보다 환경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이들의 용기 있는 결정과 고민이 음악계의 미래와 자연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를 기대합니다.
콜드플레이 홈페이지
[이미지출처] www.coldplay.com/tour
우리는 행동하고 바꿀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뮤지션들의 음악과 메시지가 우리의 마음을 움직여 약간의 불편과 낯선 생활을 견디게 하고 생태환경의 위기를 늦출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지금 우리에게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요?
김준수(몬구)
김준수(몬구)
뮤지션 (몽구스, 몬구)과 문화예술교육가로서 2003년부터 지금까지 음악이 흘러야 하는 곳에서 함께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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