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포에서 지역사회와 호흡하며 삶과 예술이 함께하는 예술교육을 실천하는 젊은 작가가 있다. 재활용 쓰레기를 수집하며 수리산상상마을 문화예술창작촌의 입주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방영경이다. 다양한 시각적 감상 활동을 좋아해서 그림을 전공하고 공공미술 분야에서 활동했다. 오래된 일이지만 2007, 2008년에 ‘서울시 도시갤러리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에티오피아에서 KOICA(한국국제협력단) 미술교육 봉사 활동을 했으며, 베트남에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문화예술교육 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공적개발원조) 사업 교육강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귀국 후 소셜 리더십 프로그램 ‘2018 액티브 시티즌’에 참여하면서 쓰레기 배출 문제에 관심을 갖고 <분리분리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지금도 군포시 산본1동을 중심으로 관련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녀의 이야기는 예술가가 이웃과 함께 공감대를 형성하며 활동하는 과정이자 지역공동체의 일원이 되어 가는 과정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
재활용 쓰레기에 대한 관심과 <분리분리 프로젝트>는 연관성이 커 보인다. 특별히 재활용 쓰레기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
산본1동 주택가에 살았다. ‘일몰 후 내 집 앞에’라는 쓰레기 배출 원칙이 있었지만, 대부분의 주민은 동네의 중심에 위치한 작은 교통섬에 쓰레기를 배출했다. 재활용 쓰레기와 일반 쓰레기가 구분 없이 까만 비닐봉지에 담겨 무분별하게 배출되는 모습을 보며 언제부터 이곳이 이렇게 되었을까 궁금해졌고, 버려지는 쓰레기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분리분리 프로젝트>를 통해 교통섬에 분리수거함을 임시로 설치하자 주민들은 재활용 쓰레기와 일반 쓰레기를 구분하여 배출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재활용 쓰레기의 정확한 분리 방법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페트병은 가장 많이 버려지는 쓰레기 중 하나였는데 분리함의 공간이 부족해서 넘쳐나는 경우가 많았고, 그때마다 페트병의 뚜껑을 제거하여 발로 밟아 압축시켜서 다시 분리함에 넣어야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알록달록한 페트병 뚜껑을 모으게 되었고, 그것을 활용하여 픽셀 아트를 진행하게 되었다. 요즘에는 과자 비닐봉지를 활용한 교육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편리함을 추구하는 삶 때문에 너무 많이 버려지는 쓰레기에 주목하고, 재활용 쓰레기들을 수집하며 버려진 것들에서 새로운 가치를 재발견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액티브 시티즌’ 프로그램으로 시작된 분리분리 프로젝트는 지역사회에서 상당히 의미 있었고 많은 관심을 받기도 했다. 프로젝트 진행 과정이 궁금하다.
2018년 영국문화원에서 주최하고 경기문화재단이 주관한 ‘액티브 시티즌’ 2기로 참여했다. 지역사회의 문제를 지역민이 발견하고 개선을 위한 아이디어를 제안하면 실행할 기회와 비용을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액티브 시티즌 워크숍이 진행되는 5일 동안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참여자들이 지역의 다양한 이슈에 대해서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같은 이슈에 공감하는 사람들끼리 팀을 꾸려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IT 분야 김성훈, 패션 분야 정보경, 그리고 나, 이렇게 3명이 한 팀이 되어 산본1동의 쓰레기 문제 개선을 위한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실제 프로젝트는 6월부터 11월까지 진행되었는데 거의 1, 2주에 한 번씩 회의하며 변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교통섬에 쓰레기 분리수거함 설치의 필요성을 느꼈고 주민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82가구를 방문하며 설문조사를 했다. 대다수의 주민은 분리수거함의 필요성에 공감해주었다.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군포시에 분리수거함 설치를 제안했지만, 공유지라는 이유로 어렵다고 했다. 3주 만이라도 시범적으로 분리수거함을 설치할 것을 시에 다시 제안했고, 결국 애매한 허락을 받고 설치할 수 있었다. 우리는 3주간 분리수거함을 관찰하고 그 변화를 기록했다. 시범 기간이 끝나고 주민들에게 분리수거함 유지에 대한 설문조사를 다시 했다. 그 결과를 시에 최종 제안했고 현재는 큰 분리수거함이 설치되었다. 하지만 지금도 크고 작은 문제는 여전하다.
쓰레기 문제에 대해 지역민들과 공감하는 과정이 중요해 보인다. 어떤 과정이었고 예술가의 관점에서 고민했던 것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지역민들, 이웃들을 문제의 현장에서 많이 만나고 의견을 묻고 들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잘 몰랐던 이웃을 알게 되고 내가 사는 동네를 조금 더 알게 된 것 같았다. 주민들이 쓰레기 문제를 인식하고 함부로 버리는 행동을 개선하기 위한 시도가 예술과 연계되길 바랐고 지역의 다양한 구성원에 맞는 이벤트를 기획하고 실행했다. 가까운 곳에 있는 관모초등학교 학생들과 페트병 뚜껑을 모아 ‘분리분리’ 글씨를 써보는 픽셀 아트를 제작했다. 주민 대상으로는 분리배출에 대한 홍보 전단과 떡을 나눠드리기도 했고, 재활용품을 모아오시는 분에게는 교통섬 바로 앞에 있는 하나로마트에서 사용할 수 있는 5천 원 상품권을 교환해 드리기도 했다. 또 산본1동의 마을 축제에 참여하여 학생들과 쓰레기 종량제 봉투 의상을 뒤집어쓰고 동네 한 바퀴를 돌며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 이벤트(Plogging Event)를 벌이고 교통섬에 버려진 매트리스를 활용한 쓰레기 인간 퍼포먼스를 하는 등 분리분리 프로젝트가 예술적 분위기도 만들고자 했다. 쓰레기라는 조금 무겁고 기피할 수 있는 주제를 예술을 통해 유연하게 접근하고 더 많은 사람이 공감해주길 바랐다.
2018 액티브 시티즌 <분리분리 프로젝트>
주민들의 삶과 밀접한 쓰레기 문제에 대해 다양한 방법으로 생각하고 경험하는 기회를 제공한 것 같다.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예술가들이 할 수 있는 일상적인 문화예술교육이라고 생각한다. <분리분리 프로젝트> 이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체인지業업’ 워크숍에도 참여했다고 들었다. 어떤 계기로 참여하게 되었나?
2018년에는 <분리분리 프로젝트>에 몰입하느라 해가 바뀌고 나서야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임을 깨달았다. 그래서 2019년에는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분리분리 프로젝트>도 지속하고 싶었지만 일단은 생활이 되어야 했고 그런 구조를 만들어야 했다. 재활용품으로 교구를 만들고 환경에 대한 교육도 하면 <분리분리>의 취지나 의미도 이어갈 수 있을 것 같아 계속 재활용품을 모았다. 그러던 중에 사회적경제와 문화예술이 결합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위한 ‘2019 문화예술교육분야 사회적경제 활성화 지원사업-체인지業업’ 공고를 보고 참여하게 되었다. 워크숍을 통해 최종 제안한 사업은 비닐봉지를 재활용한 가방을 만드는 사업인데 상품화하기에는 아직 많은 단계를 거쳐야 한다. 지금도 계속 연구하면서 사업화의 방향을 찾아가는 중이다.
<분리분리 프로젝트>처럼 사회적인 가치가 있는 프로젝트를 통해서 예술가들이 먹고살 수 있으면 좋겠다.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그런 점에서 ‘체인지업’은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 같다.
충분히 도움이 되었다. 나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단체나 개인들과 함께 현실적인 문제를 공감하기도 하고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경영이나 비즈니스적 관점에서 내가 하고자 하는 것들을 점검하고 방향을 찾아가는 기회가 되었다. 매주 생각의 틀을 깨면서 보냈다. 많이 배웠고 유익했다.
왜 비닐봉지를 재활용해서 가방을 만들려고 하는지?
워낙 과자를 좋아해서 과자 봉지를 모으게 되었고 재활용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는데 유튜브에서 다리미로 비닐을 다려 가방을 만드는 동영상을 보고 한번 실험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 10월에 군포시 평생학습축제 시민 참여 프로그램으로 <비닐을 활용한 가방 만들기>를 진행했다. 처음이라 서툴고 제작이 늦어지긴 했지만, 그때를 계기로 계속 연구하고 ‘체인지업’을 통해 제안하게 되었다. 계속 보완해서 시민들이 직접 재활용한 비닐봉지로 자기만의 가방을 만드는 작업을 해보고 싶다.
  • 2019 수리산 상상마을 수상한 툴Tool
    < 플라스틱 판타지> 비닐, 다리미, 가변설치
  • 2019 문화예술교육분야 사회적경제 활성화
    지원사업 ‘체인지業업’
축제의 시민참여 프로그램 과정에서 만든 비닐가방은 예쁘기도 하지만 꽤 튼튼해 보였다. 대박 아이템이 되길 바란다. 지금까지 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로서의 고민과 활동 과정을 들어봤는데 작가가 참여하고 있는 문화예술교육과 관련된 이야기도 듣고 싶다. 문화예술교육이 지역의 다양한 이슈나 주민들의 관심사를 함께 고민하고 풀어나갈 수 있을까?
가능성은 열려있다. <분리분리 프로젝트>를 하면서 불법 배출된 쓰레기를 열고 분리해보니 쓰레기봉투가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안에 담긴 음식이나 내용물이 ‘사람’을 떠올리게 하더라. 립스틱이 묻은 휴지, 특정 기호의 라면 봉지, 약봉투 등의 쓰레기들을 통해 버린 사람을 유추하게 된다. 그래서 쓰레기 인물화를 그려보고 싶어 졌다. 어린이와 함께한다면 동네를 산책하면서 버려진 쓰레기가 어디에서 왔는지 역추적해보는 것도 해보고 싶다. 떡볶이 국물이 묻어있는 쓰레기를 주웠다면 동네 떡볶이집을 돌면서 버린 사람을 상상해보고 쓰레기의 순환과정을 탐구해보는 탐정 놀이를 생각해봤다. 그런데 어른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그래서 좀 더 재미있고 호기심이 생기게 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 것 같다.
과거 활동 과정이 문화예술교육으로 수렴되고 있는 것 같다.
처음부터 문화예술교육을 따로 생각하고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교육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또 내 작업이나 내가 하는 활동의 중요성을 느끼고 그것에 대해 다양한 대상에게 말하고자 하다 보니 교육까지도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분리분리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도 이런 분리배출을 어렸을 때부터 잘 배웠다면 머리로 아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습관이 되었을 것이고, 어른이 되어서 실천하는 것도 아주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교육’이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책임의 무게감이 있다. 내가 교육 전문가는 아니기에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배우면서 또 채워나가려고 한다.
과거의 활동은 공공미술부터 해외봉사 등 지역적으로 광범위했는데 <분리분리 프로젝트> 이후에 지역 활동에 집중하고 있는 것 같다. 활동 과정에서의 성취로 꼽을 수 있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무엇인지, 그리고 앞으로도 군포를 중심으로 활동할 계획인지 궁금하다.
어쨌든 정착을 해야 했다. 쓰레기만 생각하면서 시작했지만 지금까지 계속 연관된 주제로 작업해왔다. 프로젝트는 끝났지만 쓰레기 문제가 끝난 것 아니라서 너무 큰 주제를 잘못 건드렸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과의 관계가 확장된 건 큰 성과다. <분리분리 프로젝트> 설문지를 들고 돌아다니면 주민들이 혼자 고생하지 말고 동사무소에 가보라고 하셨고, 동사무소에 갔더니 통장회의에서 돌리면 된다고 말해주셨다. 통장회의에서는 마을 총무님을 만나라고 알려주셨고, 총무님이 마을 축제 기획회의에 가서 같이 얘기해보자고 하더라. 그렇게 마을에서 활동하시는 분들과 만나게 되고 프로젝트가 끝날 때쯤에는 내년에 뭔가 같이 해보자는 제안을 해주셨다. 그래서 작년에는 ‘2019 마을공동체 지원사업’으로 산본1동에서 활동하는 세 팀이 모여 더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기 위한 ‘소셜크리에이트, 쏰’을 했고 올해도 다시 할 예정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활동을 지속하게 되는 것 같다. 또 수리산상상마을 창작촌에서는 다른 예술가와 프로그램을 이야기하면서 협업하거나 확장하기도 한다. 이런 관계들이 앞으로도 계속 군포에서 활동하는 계기를 만들어줄 것 같다.
방영경
방영경

용인대학교 회화학과를 졸업하고 임옥상미술연구소 제작팀, 플래닝 미도 문화예술팀장으로 일하며 <황금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다문화 커뮤니티 공간 <수다방> 등 다수의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2016 문화예술교육 ODA 베트남 사업 강사, 수리산 상상마을 상상둥지 ‘물로 그려봐’ 등 국내외에서 활발한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펼쳐왔다. 2018 액티브 시티즌 프로그램을 계기로 지역의 쓰레기 문제에 주목하고 지역 주민들과 함께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예술적 방식을 고민하는 ‘쓰레기를 수집하는 수상한 예술가’를 자처하고 있다.
사진 _ 이재범 POV스튜디오 andy45a@naver.com

프로그램 사진 제공_방영경
신미라
신미라
군포에 있는 수리산상상마을에서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과 어린이 문화예술교육사업을 하고 있다.
baobabatdaum@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