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떼 아카데미는 문화예술교육 전문 인력 양성과 재교육을 위해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하 ‘교육진흥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연수 전문 프로그램이다. 2004년 문화예술교육 활성화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교육진흥원에서는 다양한 연수과정을 개설하여 운영해왔다. 2005년 ‘교원 문화예술교육 역량강화 연수’를 시작으로 2006년에는 ‘학교/사회 예술강사 연수’, ‘문화예술교육 기획인력 양성 연수’, ‘문화예술교육 정책관계자 연수’ 등 문화예술교육 매개자, 협력자 전문 연수를 시행하였으며, 2012년에는 아르떼 아카데미로 연수과정을 브랜드화 하여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운영해 오고 있다.
2017년을 기점으로 연수의 방향성은 크게 변화하였는데, 교육진흥원 사업에 참여하는 예술강사만을 대상으로 추진하던 ‘선택 연수’가 사업 참여 여부와 관계없이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 활동하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변경된 것이다. 이에 따라 참여자 수도 크게 증가하였는데, 2018년만 해도 약 150개의 과정이 운영되었으며 3,400여 명이 연수에 참여했다. 그러나 연수과정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여기에는 몇 가지 중요한 한계점이 있었다. 곧 전국적으로 퍼져 있는 예술강사 혹은 문화예술교육 현장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해야 하는 교육진흥원의 특성상 먼 거리에서 오는 참석자들을 배려해서라도 1박 2일 혹은 2박 3일간의 집중 교육을 실시해야 하는데, 이러다 보니 전체 예산의 상당 부분이 숙박비로 소진된다는 것이다. 또한 하루이틀간의 시간을 완전히 비우고 연수에 참여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참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이에 따라 교육진흥원에서는 강의에서 지식을 전달해야 하는 부분은 온라인 강의에 담고, 온라인 강의에서 학습한 지식을 토대로 강사와 수강생, 수강생과 수강생들이 서로 토론해야 하는 부분은 오프라인 강의에서 진행하는, 이른바 ‘블렌디드 러닝(Blended-Learning)’을 시도하고자 하는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변화와 성장, 블렌디드 러닝의 필요성
2019년 실험적으로 기획된 과정은 <문화예술교육 현장과 정책>,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예술창작과 교육 ‘데이터미학과 인공지능’>, <매개자로서의 예술가>, <문화예술교육 공간> 등 모두 네 가지였다.
<문화예술교육 현장과 정책>은 문화예술교육 현장과 정책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를 제공하는 과정으로 처음 문화예술교육 현장에 진입하는 신규 강사, 교원, 재단 직원, 기획자 등이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문화예술교육에 관심이 있는 누구나 강의를 수강할 수 있게 하였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예술창작과 교육 ‘데이터미학과 인공지능’>은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과정으로 최신 교육의 트렌드를 확인하고 이를 적용시킬 수 있는 방안을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매개자로서의 예술가>는 문화예술교육 매개자 과정으로, 문화예술교육이 가지는 사회적인 의의를 다루었다. 나아가 서로 다른 접점을 가진 이해관계자들이 문화예술교육의 공통된 메시지를 통해 상호 매개되고 공진화(共進化)하는 과정을 살펴보았다. <문화예술교육 공간>은 문화예술교육 공간에 대한 과정으로 문화예술교육이 이루어지는 공간의 모습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를 제공했다. 동시에 현재 다양한 모습과 용도로 활용되는 국내외 문화 공간들에 대한 사례를 보여 주며 문화예술교육 기획자 및 강사로서 새로운 고민과 창의적인 대안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기획하였다.
온·오프라인 블렌디드 러닝을 위한 제안들
온라인 과정을 도입하면서 장점으로 부각된 것은, 오프라인 연수에 참여할 수는 없지만 관련 내용에 관심 있는 이들이 온라인 강의를 들으면서 어느 정도 그 주제에 대해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기존의 오프라인 연수와는 달리 온라인 과정은 수강 신청 인원에 제한을 두지 않았기 때문에 오프라인 연수 참여자 수와는 비교할 수 없이 많은 수강생들을 확보할 수 있었고 이 점은 참여자 만족도 조사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났다.
참여자 만족도 조사를 통해 몇 가지 향후 개선안을 더 도출해낼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온라인 강의와 연계되어 진행되는 오프라인 연수를 4개 권역별(수도권, 강원·충청권, 영남권, 호남·제주권)로 나누어 각 지역의 특성에 맞게 특화된 방식으로 운영할 경우, 그 효과성이 훨씬 높아질 것이라는 점이다. 온라인 연수 운영의 가장 큰 목적이 시·공간의 제약을 극복하고 거주지에 상관없이 골고루 연수 기회를 제공하는 데 있는 만큼, 블렌디드 연수도 비수도권 연수생들을 위한 운영상의 배려가 요구되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 향후에는 블렌디드 연수를 단계별로 구조화하는 방식도 생각해볼 수 있다. 1단계에서 진행되는 과정들은 기획자, 교수자, 예비교육자에 상관없이 문화예술교육을 처음 접하는 누구나 쉽게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도록 기초적인 내용으로 구성하고, 모두 온라인 과정으로 전환하여 필요시 상시로 들을 수 있도록 운영한다. 2, 3단계의 과정들은 온·오프라인 연계, 즉 블렌디드 과정으로 운영하되 2단계는 온라인 과정을 70%, 오프라인 과정을 30%의 비율로 하여 이론과 사례, 체험활동을 중심으로 구성하고, 3단계는 온라인 과정을 30%, 오프라인 과정을 70%로 구성하여 실습 위주로 차이를 두어 운영하는 것이다.
또한 온·오프라인 블렌디드 러닝에 최적화된 강사풀을 개발하고 교육하는 것도 관건이다. 이때 강사가 유의해야 할 중요한 점은 온라인 교육 과정에서의 교수법 관련 스킬 교육만이 아니라, 온·오프 블렌디드 러닝에 적합한 강의 설계안을 짜는 데에 있다. 온라인으로 다루어야 할 내용 및 오프라인 세미나에 대한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동기유발형 내용을 적절히 삽입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교육의 효과를 높이는 기술 활용
필자는 2019년 온·오프라인 블렌디드 러닝 형태 4개 과정의 기획, 제작, 운영에 전반적으로 관여하면서 과정 중 하나인 <매개자로서의 예술가>를 직접 제작한 바 있다. 사이버대학교 교수로서 십여 년 넘게 온라인 강의를 제작했지만, 오프라인 연수에서 수강생들과 진행할 강의 내용을 염두에 두고 온라인 강의 내용을 구성해야 하는 만큼 그 부담은 더 컸다. 그러나 막상 오프라인 연수에서 수강생들을 만나 온라인 강의에서 들은 내용을 함께 반추하고 수강생들이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을 설명해주며, 내가 의도하지 않았던 방식의 새로운 ‘해석’을 듣는 일은 참으로 보람 있고 즐거웠다. 무엇보다도 수강생들의 토론이 자발적이고도 창의적이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대부분의 수강생들이 온라인 강의를 듣고 평소 자신의 생각과 유사하거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강의였기 때문에 오프라인 연수를 신청했다고 했는데, 자신의 생각을 비교-분석해서 이야기할 수 있게 하는 원재료(온라인 강의 내용)가 있기 때문인지 기존 오프라인 연수만으로 이루어진 세미나에서보다 훨씬 적극적인 토론 분위기가 형성되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특히 몇몇 수강생들은 온라인 강의의 큰 장점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는 ‘반복 학습’ 덕분에 이해되지 않았던 부분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향후 진흥원에서도 최근 상용화되고 대중화되고 있는 ‘웨비나(웹 세미나)’의 형태로 진행하는 강의를 활용해 볼 것을 권하고 싶다.
ICT(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는 발전을 거듭하고 있으나 국내 공공기관이 이를 수용하고 이용하는 속도는 느리기 짝이 없다. 문화예술과 기술의 결합이 우리에게 화두가 되고 있는 만큼이나 교육과 기술의 결합은 교육의 효과를 높이는 데에 이미 큰 기여를 하고 있고 앞으로는 더욱 그럴 것이다. 교육진흥원이 내딛는 온·오프 블렌디드 러닝이라는 한 걸음은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의 기술 활용에 불을 붙일 것이다. 2019년 교육진흥원의 온·오프라인 블렌디드 연수가 그 시기를 조금이라도 앞당겼기를 바랄 뿐이다.
강윤주
강윤주
2007년부터 경희사이버대학원 문화예술경영 전공주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위원 및 문화연대 집행위원으로 일하고 있으며 주요 연구 분야는 생활문화와 문화예술교육이다. 예술과 사회의 연계에 관심이 많아 문화매개의 방식과 문화매개자 양성에 대한 공부를 꾸준히 하고 있다.
artkang@khc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