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학교를 비롯한 공공분야의 예술교육 관련 지원이 점점 줄어드는 추세로, 특히 트럼프 정부에 이르러 국립예술기금(NEA) 폐지를 시도하는 등 예술교육을 민간분야에 위임하고자 하는 흐름을 보인다. 이러한 흐름에 대응하여 ‘예술교육이 학업 성취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가설을 대규모·장기 연구를 통해 검증한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기존에도 예술교육이 학업성적을 향상시킨다는 연구 결과들은 많았지만, 이를 경험적인 조사를 통해 명시적으로 드러내는 연구는 미미했다. 이들 연구는 예술교육과 학업 성취도 간의 간단한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것을 넘어서서 강력한 데이터로 예술교육의 효과를 입증하고 있다. 예술과목을 구할 수 있는 구체적인 뒷받침을 이 연구 결과들이 제공할 수 있을까? 결과를 미리 말하자면 당연히 “예스(Yes)”다. 소개할 세 가지 연구의 연구진들은 모두 공통적으로 정책입안자와 학교 행정가들이 삭감된 예산을 조정할 때 예술과목에 칼날을 들이대는 것에 우려를 표명하며, 해당 연구들이 예술과목을 지켜내는 데에 힘을 실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예술 과목 선택과 학업 성취도의 상관관계, 10년간의 추적관찰
조지메이슨대학의 응용발달심리학 교수인 아담 윈슬러(Adam Winsler)는 다양한 사회경제적 배경을 가진 취학 전 아동 31,331명의 표본을 이들이 중학교에 이르기까지 추적 관찰하였다. 윈슬러는 우선 중학교에서 예술수업을 받는 아이들의 환경에 대해 조사했다. 조사 대상 학생 중 중학교에서 음악, 무용, 연극, 시각예술과 같은 예술수업을 받는 학생은 전체의 40%였는데, 이들 대부분의 부모는 경제적으로 고소득층에 속했으며, 이미 4세에 인지능력과 사회성이 비교집단보다 뛰어났다. 또한, 흑인 학생, 남학생, 장애 학생, 영어 실력이 낮은 학생의 경우에도 예술수업을 받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다음 이전의 학업 성취도를 포함한 사전 변수를 통제했을 때, 중학교에서 예술을 수강하는 것이 학업 성취도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가를 살펴보았다. 중학교 6학년, 7학년, 8학년을 각각 마칠 때의 학업 성취도를 조사한 결과, 예술수업에 등록한 학생들은 같은 해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도 수학 및 독해 점수가 현저히 높았으며, 정학 가능성 또한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사회경제적인 배경과 관계없이 모든 학생에게 예술교육이 고루 제공될 필요가 있음을 주장하는 데에 해당 연구 결과가 뒷받침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학교에서의 음악활동 참여와 청소년 학업 성취도의 상관관계
브리티시 컬럼비아대학(UBC)의 피터 고주아시스(Peter Gouzouasis) 교수는 캐나다 공립학교 학생 112,916명을 대상으로 7~12학년 사이에 음악활동에 참여하는 학생의 학업 성취도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이들은 음악활동에 참여하지 않은 학생들보다 고등학교에 진학했을 때 과학, 수학 및 영어시험에서 훨씬 높은 점수를 얻었다. 특히, 초등학교 때부터 악기를 배우고 고등학교에 진학할 때까지 계속 연주하는 학생은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더 높은 점수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학업능력이 약 1년 정도 앞서 있었다. 이러한 통계는 사회경제적 배경, 성별, 선행학습 여부에 관계없이 전반적으로 일관성이 있었다.
연구에 따르면, 악기를 배울 때 학생은 기보법을 파악해야 할뿐더러, 눈-손-마음을 오가는 조정력, 예리한 듣기능력, 앙상블에서 연주하기 위해 팀과 함께 호흡하는 능력, 연습을 위한 절제력을 개발해야 하는 등 매우 까다로운 과정을 거친다. 이로 인해 악기연주가 학생의 인지능력 및 행정적 기능을 향상시키고, 학습동기를 부여하며 자기 효능감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예술통합수업이 과학적 지식을 암기하는 데에 미치는 효과
존스홉킨스대학의 마리얼 하디만(Mariale M.Hardiman) 교수 연구팀은 과학에 예술 관련 요소를 녹여 넣는 방법으로 예술통합수업의 효과에 대해 살펴보았다. 350명의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한 이 연구는 3~4주간 예술통합 과학수업과 종래 방식의 과학수업 모두를 실시한 후, 연구 전과 중간, 10주 후에 시행한 시험 결과를 분석하였다. 예술통합수업에서는 노래나 랩을 하거나 무용 안무, 스케치하기, 콜라주 디자인 등의 활동으로 새로운 어휘나 학습개념을 익힐 수 있도록 했다.
연구 결과, 보통의 읽기 수준을 지닌 학생들이 학습 내용을 장기간 기억하는 정도가 종래 형태의 과학수업에서는 32.3%였던 반면, 예술통합수업에서는 105%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첫 번째 세션에서 예술통합과학을 배운 학생들은 이후 두 번째 세션에서 전통적인 수업을 하더라도 스스로 예술통합 방법을 적용함으로써 학습 내용을 더 많이 기억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 연구는 보통 혹은 평균 이하의 학업 성취도를 가진 학생들에 예술통합수업을 적용할 경우 학업 성취도가 높은 학생에 비해 보다 높은 효과를 얻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높은 수준의 성취도를 가진 학생들의 경우 예술을 통합하여 얻은 학습 내용의 지속력이 기존의 학습 방법에 비해 크게 차이를 보이지는 않았으나 잠재적인 이득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 연구는 독해 성취도가 낮은 학생들을 위해 예술통합 콘텐츠가 더욱 다양하게 개발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교육자, 정책입안자, 교육사업가 및 교육 옹호자들에게 예술통합교육이 성취도가 낮은 학생을 포함한 학교 내 구성원 모두에게 학습지원 수단을 제공할 수 있다는 증거를 제시한다.
이희경
글 _ 이희경
미학을 공부하고, 문화예술분야 공공기관에서 국제협력 업무를 담당하였으며, 예술의 공공성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eheekyung@gmail.com

기획 _국제협력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