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떼365]에서는 올 한해 C Program과 협업하여 ‘아이들을 위한 제3의 공간’을 주제로 아이들에게 영감을 주는 열린 공간, 어린이를 위한 공공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매월 한 번씩 소개한다. 넘나들며 배울 수 있는 성장과 자극의 기회를 제공하는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 과학관의 사례와 함께,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 그리고 공간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이야기를 함께 담아낼 예정이다.
‘과학’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구글 이미지 검색에 ‘과학’을 키워드로 넣으면 푸른 빛에 사이보그가 떠오르는 기계적인 이미지나 실험실의 이미지가 먼저 나타난다. 그렇다면 ‘과학자’는 어떨까. 하얀 가운을 입고 실험을 하는 사람들의 이미지가 대부분이다. 이처럼 과학이 일상과는 거리가 있는 특별한 학문이라는 이미지, 과학자는 일상에서 만나기 힘들법한 사람들이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학은 누군가가 수많은 연구, 실험을 통해 쌓은 체계적, 이론적 지식(Conclusion)이기 이전에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여러 가지 현상들이 어떻게 왜 일어나는지의 과정(Process)을 이해하는 학문이라고 이야기하는 과학관이 있다. 일상에서 궁금증을 발견하고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 그 속에서 시도하는 재미를 알려주는 과학관, 미국의 익스플로라토리움(Exploratorium)과 네덜란드의 니모 과학관(Nemo Science Museum)을 소개한다.
#눈보다 손이 바쁜 과학관, 익스플로라토리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익스플로라토리움(Exploratorium)은 교육자이자 실험 물리학자였던 프랭크 오펜하이머가 1969년 설립한 과학관이다. 탐험(Explore)을 앞세운 뮤지엄답게 관람객 누구나 각자의 속도에 맞게 스스로 세상을 탐구할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해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먼저 공간을 들어서면 입구부터 티켓 매표소까지 거리가 꽤 긴 편인데, 본격적으로 경험을 시작하기 전에 워밍업을 하듯 중간 중간에 배치된 전시물을 체험하며 설렘과 기대감을 키울 수 있다. 마치 시작부터 마음껏 뛰어놀아도 된다는 무언의 신호를 주는 듯하다.
  • 공간에 대한 설렘과 기대감을 키워주는 입구 전시물
    [사진] 이나연
#꿍꿍이를 부르는 ‘의도된 어수선함’
익스플로라토리움은 베이 전망대 테라스가 있는 2층을 제외하고, 1개 층에 무려 5개의 갤러리가 입구 구분 없이 오픈되어 있기 때문에 마치 하나의 거대한 실험실을 오가는 느낌이 든다. 전시물은 벽을 따라 열을 맞춰 진열된 것이 아니라, 순서를 예측하기 어렵게 여기저기 배치되어 있어서 자연스럽게 ‘어수선하고 떠들썩한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또한 공간 전체적으로 조도가 낮은 편이라 눈치를 보지 않고 나만의 꿍꿍이를 편안하게 벌일 수 있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은 정해진 동선 없이 자유롭게 공간을 돌아다니며 마음껏 탐험할 수 있다. 어디서부터 관람을 시작할지, 얼마나 오랫동안 경험할지, 언제 끝맺을지는 아이들 본인이 직접 순서나 시간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 마음껏 돌아다녀도 눈치 보이지 않는 떠들썩하고 어수선한 공간
    [사진] 이나연
#터치를 넘어, 동작을 유도하는 전시물
익스플로라토리움의 전시물은 모델, 시뮬레이션이 아니라 실제 현상과 상호 작용할 수 있는 체험 전시물로 100% 구성되어 있으며 크게 세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 전시물에 대한 설명이 자세하지 않고, 전시물을 ‘이렇게 활용해야 한다’는 정해진 방법이 없기 때문에 아이들 스스로가 답을 찾아야 한다. 두 번째, 전시물이 버튼을 눌러 정교한 작동을 하는 기구가 아니라, 전부 직접 손으로 조작해야 하는 수동 전시물이기 때문에 다소 단순하지만 직관적이고 내구성이 좋은 형태를 띤다. 이는 ‘모든 전시물은 과학관에서 만들고 수리한다’(Every exhibit is made in-house)’는 철학과도 이어지는데, ‘전시물 제작/수리 공간(Exhibit Development Shop)’이 팅커링(Tinkering) 스튜디오 옆에 마치 오픈 키친처럼 개방되어 있다. 공간에서 아이들은 전시물을 만들고 수리하는 모습을 구경하면서 전시물을 만지는 것에 대한 경계심을 자연스레 허문다. 마지막으로 익스플로라토리움에는 전시물을 어떻게 체험할지 과정을 스스로 정하는 콘텐츠도 있다. 예를 들면 팅커링 갤러리에서는 아이들이 직접 경로를 만들어서 핀볼 게임을 할 수 있고, 애니메이션 스테이션에서 재료와 도구를 가지고 직접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업로드할 수도 있다. 이처럼 과정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전시물을 통해 아이들은 시도하는 재미와 발견의 기쁨을 느낄 수 있다.
조작하는 재미, 시도하는 재미가 있는 전시물
[사진] 이나연
#관리자가 아닌 ‘설명자’
익스플로라토리움의 특징 중 하나는 전시물 근처에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전시물 근처에 서서 전시물을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 가르쳐주거나 정해진 방법 외의 시도를 할 때 관리, 감독하는 사람이 없다. 익스플로라토리움의 전시물 자체가 한, 두 가지의 정해진 방식으로 작동하는 형태가 아니기도 하지만, 주변에 지켜보는 사람이 없다 보니 아이들은 더욱더 자유롭게 여러 시도를 해볼 수 있다. 단, 궁금한 점이 있을 때는 갤러리별로 특정 장소에 설명자(Explainer)가 야광 조끼를 입고 대기하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 가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전시장 내 설명자는 고등학생으로 이뤄져 있으며, 아이들이 요청할 경우 전시물을 설명하거나 시연하는 역할을 한다. 자원봉사자(volunteer), 전문가(Expert)와 달리 설명자(Explainer)라는 표현은 어떤 질문이든 해도 될 것 같은 심리적 안정감을 주며, 아이들과 나이 차이가 덜 나는 고등학생이기 때문에 더욱 친근감을 느끼며 스스럼없이 떠오르는 질문을 마구 표현할 수 있다.

  • 고등학생 설명자의 모습
    [사진] 이나연
이처럼 익스플로라토리움은 공간 구성부터 전시 콘텐츠, 공간에서 만나는 사람까지 아이들이 궁금증을 떠올리고 질문하고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일련의 과정을 안정감(Emotional Safety)과 자신감을 가지고 마음껏 즐기도록 운영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더 많은 사람이 과학과 기술을 친근하게(Accessible) 느끼도록 심리적인 간극을 줄여나가는 니모 과학관(Nemo Science Museum)을 살펴보자.
#살아있는 실험실, 니모과학관
1923년 노동박물관(The Labour Museum)으로 시작한 니모과학관(Nemo Science Museum)은 현재 매년 65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찾는 네덜란드에서 가장 큰 과학관이다. 과학관은 총 5개 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익스플로라토리움과 유사하게 층별로 동선이 자유롭고 전부 손으로 조작 가능한 체험 전시물로 구성되어 있다. 공간 곳곳에 거대한 체험 전시물이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어서 층 전체에서 실험이 일어나는 듯한 떠들썩한 느낌을 준다. 예를 들면 관람객들이 작용, 반작용 법칙을 체험하는 체인 리액션(Chain Reaction)이라는 실험쇼가 15분마다 일어나고 있는데 이는 2개 층을 아우르는 스케일의 전시물을 활용한 체험이다. 이렇게 곳곳에서 시도 때도 없이 벌어지는 크고 작은 시연과 실험 덕분에 아이들은 공간 전체에서 무엇이든 시도해도 된다는 자유로움(Freedom)과 ‘실험’이라는 활동이 내가 언제든 할 수 있는 친근한(Accessible) 활동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실험을 일상으로 불러오는 과학관
니모과학관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실험을 만날 수 있다. 먼저, 3층 BASF Lab이라는 실험실에서는 평소에 집, 학교에서 하기 쉽지 않은 ‘화학 실험’을 해볼 수 있다. 워크숍의 형태로 하얀색 가운을 입고 보호 안경을 쓰고 전문 장비를 갖춘 랩에서 과학자 등 전문가 어른과 함께 과학 현상을 테스트한다. 베이킹파우더, 식초 등 간단한 재료를 가지고 시작하는 실험부터 전문적인 실험까지 넓은 스펙트럼을 접할 수 있다. 니모과학관에서는 과학관에서의 화학 실험 경험이 학교까지 이어지도록 선생님들을 위한 워크시트와 매뉴얼(네덜란드어)을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또한 니모과학관에는 ‘사이언스 라이브(Science live)’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어린이, 어른 방문객들이 희망할 경우 암스테르담대학교 등 여러 학교에서 실제 과학자들이 진행하는 리서치에 피실험자로서 참여할 수 있다. 가장 최근에는 사람들이 VR(Virtual Reality)로 3D 드로잉을 할 때 뇌에서 어떤 반응을 일으키는지 조사하기 위해 225명의 방문객을 대상으로 사이언스 라이브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방문객들은 전시물로서만 과학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세상에서 벌어지는 과학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만난다.
이처럼 니모과학관에서는 아이들이 피실험자가 되기도 하고 과학자처럼 실험을 직접 해보기도 하면서 실험에 대한 재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의 즐거움을 깨달을 수 있다. 또한 과학관에서 느꼈던 실험의 재미가 과학관 밖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익스플로어 엣 홈(Explore at home)’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콘텐츠 대부분이 풍선, 건포도, 달걀, 빈 병 등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10~15분 안에 끝낼 수 있는 간단한 실험인 데다가 또래 어린이들이 실험하는 이미지와 간단한 텍스트로 구성되어 있어서 ‘나도 친구처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집이 제2의 니모과학관, 곧 실험실로 변하는 순간이다.
BASF Lab
[사진 출처] 니모과학관 홈페이지
#과정의 즐거움을 깨닫는 공간, 과학관
지금까지 아이들을 위한 제3의 공간으로서 과학관을 살펴보았다. 미국의 익스플로라토리움과 네덜란드의 니모과학관 모두 ‘과학은 과정이다(Science is a process)’라는 철학을 따라 질문하는 재미, 시도하는 재미, 실험하는 재미를 발견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마음껏 꿍꿍이를 벌여도 되는 공간과 실수, 실패가 없는 전시물, 언제든 무엇이든 질문해도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까지. 이렇게 과학관에서 터득한 재미와 자신감, 여유를 가지고 과정의 기쁨을 즐길 수 있는 아이가 된다면 집, 학교, 그리고 제3의 공간까지 일상이 거대한 실험실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가 아닐까. 과학관 안팎에서 각자의 속도와 방식으로 세상을 탐험하고 실험하는 아이들을 더욱 많이 만나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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