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유럽의 경제 불황 여파로 영국은 경제 침체기에 접어들었고, 2010년 보수‧자민당의 연합정부 출범은 문화예술분야에 큰 위기를 가져왔다. 같은 해 영국 정부는 「문화예술정책 개혁안」을 발표하며 문화예산을 30%까지 대폭 삭감할 것을 발표하고, 기업과 개인의 지원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2014~2015년 문화‧미디어‧스포츠부(현 디지털·문화·미디어·스포츠부)의 총 예산 또한 30%가 삭감되었다. 그 결과 문화예술기관의 운영비가 축소되고, 영국영화위원회(UK Film Council)는 폐지되었다. 영국의 정책연구단체 파비안소사이어티(Fabian Society)는 “2010년 이래 영국의 문화예술교육 관련 예산 감소는 충격적인 수준”이라고 밝혔다.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예술가 활동을 지원하고, 문화예술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1965년 미국연방의회에서 설립된 미국 국립예술기금(National Endowment for the Arts, NEA)의 총 예산이 1995년에는 절반으로 삭감되었고, 현재 예산 폐지를 주장하는 정부의 목소리도 높다. 상황적 암흑기에서 개인과 단체, 각 기관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정부의 문화예술교육 예산 삭감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다양한 활동으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영국, 문화기관에 아웃소싱되는 문화예술교육
영국의 문화예술교육 예산 삭감은 학교 문화예술교육의 변화를 가져왔다. 2019년 4월, 온라인 뉴스 매체 [영국 허핑턴포스트](Huffpost UK)에서는 “지난 수개월동안 학교에서의 문화예술교육이 급속히 감소했다는 보고서가 꾸준히 발표되며, 현재 영국의 예술교육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고 언급했다. 학교 문화예술교육 지원 예산이 삭감되며, 디지털·문화·미디어·스포츠부(Department of Digital, Culture, Media and Sports, DCMS) 장관 제레미 라이트(Jeremy Wright)는 2018년 그의 취임연설에서 “예술단체와 학교의 파트너십”에 대해 언급하며, 박물관, 미술관, 극장, 오페라하우스 등 각종 예술기관과 시설에 학교 예술교육을 위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국립오페라단과 22개 중등학교가 협력하여 진행하는 ‘오페라 스쿼드(Opera Squad)’, 7,000명의 예술전문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청소년 대상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전하는 ‘아트 이머전시(Arts Emergency)’와 같은 협력 프로그램이 그 예로 문화예술교육의 새로운 지원 모델을 제시한 것이다. 관계자들은 이와 같은 협력 프로그램의 유익성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으나, 정부의 자금지원을 바탕으로 한 정규교육을 대신할 수 없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학교 문화예술교육의 발전을 위한 연구조사와 권고
영국 파비안소사이어티(Fabian Society)는 아동과 예술, 음악인연합(Children & the Arts, the Musicians’ Union)과 함께 진행한 연구 보고서 「프라이머리 컬러스(Primary Colours)」에서 영국의 문화예술교육분야의 예산 삭감 이후 학교 문화예술교육의 실태를 설문조사한 결과와 더불어 학교 문화예술교육의 발전을 위한 권고사항을 발표했다. 2019년 1월, 영국 전역 348명의 초등학교 교사와 학교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53개 기관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응답한 초등학교 교사의 69%가 ‘2010년 이후 초등학교의 문화예술 보급률이 감소했다’고 응답했으며, 49%는 ‘2010년 이후 문화예술교육의 질이 악화되었다’고 응답했다. 그 결과, ‘문화예술교육을 제공하기 위한 재원 및 기술과 경험이 부족한 교사가 늘었다’고 답했다. 그러나 초등학교에서의 문화예술교육은 학생들의 인지발달, 불평등 극복, 자신감 향상, 사회통합에 기여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강조하며, 아래와 같은 정책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학교 문화예술교육 증진을 위한 정책적 권고사항

  • 지역 기반 예술교육 지원을 위한 파트너십을 장려하고, 이를 위한 기금을 지원할 것
  • 영국의 모든 초등학교 내의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운영비로 연간 150만 파운드(약 22억2천만 원) 상당을 투자할 것
  • 모든 초등학교가 문화예술 전문 교사를 고용하고, 전문성 강화를 위한 교사 연수를 제공할 것
  • 미술과 음악과목에 대한 가이드를 강화하고, 연극과 무용과목을 새로이 고안하는 등 예술 관련 교육과정을 개편할 것
  • 교육기준청(Ofsted)이 선정하는 ‘우수학교’에 문화예술교육을 포함한 폭넓은 커리큘럼을 운영하지 않는 학교는 선정될 수 없도록 할 것
  • 음악 혹은 노래수업을 3년간 무상실시할 것
  • 영국예술위원회에서 실시하는 ‘아츠마크(Artsmark)’ 참가비를 없애 보다 많은 학생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것
  • 영국의 모든 초등학생이 지역 예술기관을 무료로 견학할 수 있도록 할 것
영국 음악교육은 ‘위험 상태’
예술 장르별 협회, 기관에서도 문화예술교육의 발전과 교육 참여의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영국 음악인협회(Musicians’Union)는 2019년 4월에 정부와 관계자들의 관심을 촉구하고, 권고사항을 담은 보고서 「더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The State of Play)」를 발표했다. 보고서에서는 현재 영국의 음악교육 상황을 ‘위험한 상태’로 간주하며, 정부 교육지원 계획의 일환으로 시행된 학교와 예술기관의 파트너십 음악교육 프로그램인 ‘뮤직에듀케이션허브(Music Education Hubs)’의 실적 부진과 예술교육에 대한 정부 예산 삭감 등을 비판하며, 관계자와 수혜자 대상 설문조사 및 현황 분석, 시사점을 담은 연구 보고서를 발간했다.
연구에서는 1,000명이 넘는 기악 교사(Instrumental Teacher), 학교 교사(Classroom Teacher), 음악교육매니저(Music Manager) 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일부 지역에서는 음악교육이 향상되었지만, 전국적으로 보았을 때 편차가 있다고 응답했다. 또한, 저소득층 가정의 학생들은 중산층 이상의 학생들에 비해 절반 이하로 악기 수업을 받고 있었으며, 전체 부모의 89%가 악기 레슨에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정부가 현재의 혼란스러운 교육정책에 대해 시급하고 일관된 조처가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하며, 제도적‧정책적 변화를 촉구하는 30개 이상의 권고사항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뮤직에듀케이션허브를 강화하여 교사 연수와 전문성을 계발하는 것, 교과과정의 일환으로 음악이 제공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더불어 학생을 대상으로 약 한 학기 정도로 단기간에 악기를 연주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은 국가 교육과정에 걸맞은 포괄적 음악교육이 아니며, 학교장의 지지와 인력이 투입되어, 학교에서 음악을 주요교과로 삼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 「프라이머리 컬러스(Primary Colours)」
  • 「더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The State of Play)」
미국, 트럼프 정부의 예술기금 폐지 제안
미국의 문화예술분야 예산은 지속적으로 위협받고 있다. 2019년 3월, 트럼프 정부에서 발표한 ‘미연방 2020 회계연도 예산안’에서 국립예술기금(NEA)를 포함한 예술과 인문학, 공공 방송과 라디오, 도서관과 박물관에 대한 연방 기금의 폐지를 제안했다. 삭감 예산은 2020년 지출계획 4조 7천억 달러 중 8억 9,700만 달러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 예산안은 3년째 이어져 오고 있고, 의회는 두 차례 모두 기금을 지원했으나, 미 행정부에서는 ‘NEA의 활동을 연방에서의 핵심적 역할로 간주하지 않으며, 개인과 재단, 기업의 자선 기부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이 연방 자금지원을 대신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2년간 최소한의 운영 활동 자금만을 제공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보스톤 문화예술교육을 살린 비영리단체의 활약
미국은 2000년대 후반, 문화예술분야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미국 전역 아동의 예술교육 참여가 2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였다. 그런데 2008년 국립예술기금조사에 참여한 18세 중 절반 이하의 응답자가 ‘어린 시절 어떤 종류의 예술교육도 받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이는 1982년 65%, 2002년 57% 보다 감소한 수치였다. 정부의 문화예술교육 예산 삭감에 따라 보스톤의 공립학교에서도 문화예술교육 예산 삭감을 고려하게 되었다. 지역 비영리 예술단체 ‘에드버스터스(EdVestors)’는 2007년 ‘예술 확장 이니셔티브(Arts Expansion)’를 발표하고 지역의 문화예술교육을 확장하는 펀딩, 정책 제안, 프로그램 개설 등 다양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쳐왔다. 그 결과, 현재 보스톤은 미국 내 문화예술교육이 가장 잘 시행되고 있는 지역으로 손꼽히며, 문화예술교육 관련 예산 또한 점점 증가하는 추세이다. 2019년 보스톤 지역 공립학교에서 8학년생 중 97%가 예체능 교육을 받았으며, 이는 2009년보다 30% 증가한 수치이다. 또한, 고등학생의 66%가 미술교육을 받았으며, 2009년에 비해 40%증가했다. 총체적으로 보스톤 공립학교 연합의 문화예술 예산은 매년 1,500만 달러에서 2,600만 달러 이상으로 급증한 결과를 보였다.
김가영
작성 김가영 _ 국제협력팀 주임
kykim@arte.or.kr
자료조사 이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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