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가득 찬 도시에 과연 동물이 살 수 있을까? 산업화와 환경오염으로 삶의 터전을 빼앗긴 많은 동물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유기견이나 길고양이 외에도 우리가 모르는 사이 도심 속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동물은 많다. 영국 런던의 시내 중심부에서 쓰레기통을 뒤지며 먹이를 찾는 여우, 우리나라에서부터 미국까지 다양한 도심에서 발견되고 있는 너구리 등 동물원에서나 볼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동물들이 의외로 우리와 가까이에서 생활하고 있다.
지난 3월 19일, 서울시는 동물복지계획으로 ‘동물 공존 도시 서울 기본 계획’을 발표하였다. 이번 계획의 3대 중점분야는 ①동물의 안전과 생명이 보장되는 도시 ②사람과 동물이 함께 누리는 동물복지도시 ③생명존중의 가치를 추구하는 도시공동체로, 보호의 대상이 아닌 함께하는 대상으로서 동물과 상생하는 도시를 표방한다. 이것은 동물복지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변화를 보여주며, 동물과 사람이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더 많음을 보여준다.
반려동물과 함께 즐기는 문화예술
공원에 나가면 반려동물과 산책하러 나온 사람들을 흔히 만날 수 있다. 바야흐로 ‘펫팸족’ 천만 시대. 펫팸족이란 반려동물을 뜻하는 펫(pet)과 가족을 의미하는 패밀리(family)의 합성어로, 반려동물을 자신의 가족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1인 가구가 늘어나고 동물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면서 많은 사람이 반려동물과 함께 즐기고, 느끼기를 원한다. 그 결과 반려동물과 누릴 수 있는 분야는 여행, 쇼핑, 영화관람 등 분야가 점점 다양해지고 있으며, 불황에도 관련 시장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문화예술계에서도 반려동물과 관련된 활발한 움직임이 시작되어오고 있다.
꿈의숲아트센터에서는 2017년 반려동물과 함께 보는 미술이야기 ‘반짝’ 기획전시를 통해 국내 첫 반려동물 관람객을 위한 미술전을 열었다. 이 전시는 사람뿐 아니라 반려동물의 동선, 눈높이를 고려하고 반려동물의 모션을 감지하여 움직이는 작품 등 다채로운 작품을 선보였다. 반려동물과 떠다니는 풍선을 잡거나, 볼풀에서 함께 할 수 있는 체험 등을 제공함으로써 반려동물과 함께 문화생활을 즐길 기회를 제공한다.
반려동물과 함께 보는 미술이야기 《반짝》
[사진 제공] 꿈의숲아트센터
함께 살아갈 환경 만들기
포르투갈 리스본 거리에서는 쓰레기로 만든 동물을 만날 수 있다. 예술가 아르투르 보르달로(Artur Bordalo)는 폐플라스틱, 못 쓰는 금속, 타이어, 건축자재 등 버려지는 쓰레기를 활용하여 아름다운 동물을 만들어 낸다. 쓰레기 때문에 살 곳을 잃은 동물들은 그의 손에서 작품으로서 새 생명을 얻고 도심 속에서 살아간다. 그의 작품은 우리가 무심코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과 같은 많은 쓰레기가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고 더 나아가 인간이 사는 곳까지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환경부에서 발행한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현황(2017년)』에 따르면 1일 총 폐기물 발생량은 414,626톤이다. 재활용되지 않는 폐기물은 소각, 중화, 파쇄, 고형화하며, 여기서도 처리되지 않는 폐기물은 최종 매립하거나 해역(海域)으로 배출한다. 해양쓰레기는 근본적으로 육지의 쓰레기와 다르지 않다. 무단투기 되는 쓰레기, 폭우나 홍수 때 하천, 강을 통해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쓰레기, 버려지는 어업용 그물 등의 쓰레기가 고스란히 해양생물에 피해를 주고 있으며, 해결되어야 할 문제로 남아있다. 해양생물을 다룬 보르달로의 작품은 환경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해결책을 촉구한다.
아르투르 보르달로 작품 <플라스틱 고래(Plastic Whales)> <물개(Half Seals)>
[사진 출처] 아르투르 보르달로 인스타그램
동심에서 시작된 동물 거리
“E는 Elephant(코끼리)의 E!, K는 Kangaroo(캥거루)의 K!” 알파벳을 익히던 아이의 눈에 비친 거리표지판은 동물 이름의 첫 글자로 이뤄져 있었다. 이 동심의 한마디 덕분에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 국회의사당 주변의 거리에는 다양한 동물이 살고 있다. ‘국회의사당 언덕 알파벳 동물 프로젝트(CAPITOL HILL ALPHABET ANIMAL ART PROJECT)’는 딱딱한 분위기였던 이 거리를 재미있고 예술적인 곳으로 만들었다. 워싱턴DC 교통국(DDOT)에서 지원받은 보조금으로 예술가를 선정하여 10개의 거리에 동물의 조형물을 설치했다. 변화와 성장을 상징하는 나비 조형물은 보행자에게 다양한 생각의 변화를 일깨우는 등 조형물마다 각각의 의미를 담고 있으며, 눈썰매, CD플레이어 등을 활용하기도 했다. 거미, 무당벌레, 메뚜기 등 여러 동물이 국회의사당 주변 거리의 표지판에 입주했고, 단순한 조형물이 아닌 그 거리를 상징하는 이웃의 역할을 해냈다.
국회의사당 언덕 알파벳 동물 프로젝트의 메뚜기와 따오기 표지판
[사진 출처] 캐피톨 힐 아츠 워크숍 홈페이지
동물이 한 생명으로서 존중받고,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사회는 곧 우리 자신을 존중할 수 있는 사회이기도 하다. 동물과 공존하기 위해 세워진 아파트와 고층빌딩을 모두 없앨 수는 없다. 그렇다면 생태계의 일원으로서 동물과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동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때이다.
arte365
프로젝트 궁리 _ 강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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