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6일, 싱가포르에서 제4회 실버예술제의 일환으로 ‘노인복지와 예술참여/교육’을 주제로 한 국제 세미나가 개최되었다. 한국, 영국, 일본 등에서 노인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에 관여하는 다양한 관계자가 발제자로 참여하였다. 전 세계적으로 인구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노인의 여가 사회 활동 지원을 통한 건강한 노후 보장의 일환으로 노인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중요성이 이슈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한국 고령자의 사회적 이슈와 다양한 문화예술교육의 사례 등을 소개하기 위해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협력 기관인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와 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 관계자가 참석하였다.
  •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 전혜원 부장
  • 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 허경 이사
참여자로부터 시작하는 문화예술교육
싱가포르의 노인에 대한 지원은 기본적으로 복지·건강의 측면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나, 최근에는 심리적·사회적 측면으로 확대되어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비롯한 커뮤니케이션 영역까지 그 목표가 확장되고 다양화되고 있다. 특히 싱가포르 문화예술교육은 참여자로부터 시작하여 ➀ 현장의 필요에 의해 프로젝트가 기획되고 ➁ 운영에 맞게 그 주체(예술가)가 설정되어 ➂ 지역사회 및 세대 간 관계 형성을 돕는다.
첫 번째, 현장의 필요에 따라 누구나 제안할 수 있다.
예술가뿐 아니라 각 시설도 현장의 필요에 따라 사업을 제안할 수 있으며, 제안 후 관련 관계자 간 오랜 논의와 조율, 워크숍 등을 거쳐 최종 프로그램을 확정하고 지원하게 된다. 필요에 따라 싱가포르 국가예술위원회(National Arts Council, 이하 ‘NAC’)가 직접 사업을 공모하거나 예술가가 시설에 제안하여 협의한 후 NAC에 제안하는 방식, 또는 시설에서 필요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요청하면 NAC에서 예술가 풀(Pool)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시설과 예술가가 함께 제안하는 방식 등이 있다.
두 번째, 대상에 따라 운영 주체가 설정된다.
사업의 목적, 참여자의 욕구 등에 따라 사업의 기획은 다양한 방식으로 제안·추진되며, 추진방식과는 관계없이 모든 프로그램은 대상에 맞춰 기획되고 설계된다. 이를 위해 제일 먼저 고려하는 부분은 노인의 특징, 개개인의 관심사 등을 염두한 프로그램의 기획과 이에 적합한 운영에 대한 고민이며, 이것을 바탕으로 NAC는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 커뮤니티 개발위원회, 지역의 사회서비스단체 등 협력 구조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세 번째, 지역 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지역 및 세대 간의 관계 형성을 돕는다
NAC는 지역 사회서비스센터 및 관련 기관들과 협력하여 노인과 유아, 청소년을 위한 시설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청소년 관련 기관과는 청소년 봉사활동 등을 활용하여 세대 간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으로 참여자 간 관계가 형성되도록 협력하고 있다. 여기서 예술가의 역할이 주목된다. 예술가는 작품을 통해 영감을 불어넣고, 예술적 가치를 보여주는 역할도 있지만 문화예술 프로그램에서 커뮤니티 아트 프로젝트를 돕는 촉매자, 조력자로 지역사회를 연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여러 문화권이 함께하는 싱가포르의 특성상 파견되는 예술가의 경우 다국어를 사용하여 문화권과 상관없이 참여자 간 관계를 형성할 수 있게 한다. 언어는 다르지만 문화예술을 통해 관계를 만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싱가포르 문화예술교육은 누구나 주체적으로 문화예술교육을 향유하며 더 나아가 지역사회 및 세대 간 소통으로 다양한 관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제 4회 싱가포르 실버예술제 전시/공연 현장
공유의 확장, 그리고 소통
싱가포르에서는 매년 실버예술제가 열린다. 싱가포르 내 문화기반 시설에서 약 한 달 간 다양한 세대가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콘텐츠로 노인 문화예술 사례 및 참여의 결과물을 공유한다. 노인을 주제로 한 연극, 영화, 전시 등 다양한 콘텐츠로 모든 세대가 노인과 예술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 실버예술제는 지역 예술가와 주민 협력의 결과물로 노인의 참여가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대중에게 보여주고자 한다. 관람하기만 했던 노인이 프로젝트 참여자로, 또는 자원봉사자(40~60명)로 참여하는 등 노인 세대의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참여라는 긍정적인 영향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실버예술제의 주제는 매년 조사를 통해 선정된다. 개최 초기에는 ‘노년’에 대한 단순개념으로 주제가 선정되었으나, 사회적 관심과 개개인이 존중되면서 점차 다양화되고 있다. 또한 실버예술제에 참가하는 예술가에게 노인을 대상화하지 않고 다양한 관점으로 접근하는 등 예술적 정신을 높이고,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세대 간’ ‘미디어 함께하기’라는 주제로 세대 간 공감대를 높이는 것에 가치를 두고 진행했다. 매년 사회적 이슈에 기반한 주제를 설정하고 노인 문화예술 프로그램에 관여하는 다양한 관계자와 이슈 및 프로그램을 공유함으로써 노인 문화예술 지원의 발전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실제로 실버예술제 참여한 어르신의 인터뷰에 따르면, 관객 앞에서 공연하는 것은 매우 긴장되나, 막상 무대에 올라 이야기를 하면 관객들이 즐거워하는 것에 ‘행복감’을 느낀다고 했다. 이런 다양한 감정과 문화를 경험하고 싶어 문화예술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게 된다며 미소지었다. 이처럼 싱가포르의 노인 문화예술교육은 전반적으로 ‘지역사회’와 ‘소통’을 중점으로 기획·운영되고 있으며 이러한 측면은 현재 우리가 이야기하고 있는 노인과 문화예술교육 전반에 맞닿아 있는 부분이다. 실버예술제 등 싱가포르의 대부분 프로그램은 참여자에게 지속 가능한 문화예술을 제공하고 다양한 참여자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누구나 인생을 사는 과정에서 노인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노인이 되는 일을 거부할 수 없다면 더욱 즐겁게 맞이하고, 즐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싱가포르 노인 문화예술 사례와 같이 누구나 주체가 될 수 있고, 모두 함께하는 문화예술교육을 만들어가는 노력과 실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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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새미 _ 교육나눔팀
smjang@arte.or.kr